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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24화 (24/176)

제24화

#23

미르마는 손가락을 휘젓더니 바닥에 둥근 모양의 마법 진이 그려졌다.

미르마가 말했다.

[이게 일단 섬광 마법의 마법 진인데. 바로 생각날 수 있게 머릿속으로 집어넣어야 해.]

“머릿속으로요? 그 말은 현자님이 집어넣어 준다는 건가요?”

[뭔 소리야? 외워야지. 이것도 다른 마법에 비하면 쉬운 거야.]

혹시 몰라 조심스레 물어봤지만 역시나다.

난 바닥의 마법 진을 살펴봤다.

처음 보는 글자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술식.

그래도 나름대로 규칙은 있는지 아름답게 새겨진 문양.

이걸 어떻게 외우지? 대충 봐도 하루 만에 외울 양은 아니다.

“저기 현자님.”

[왜?]

“아까 알려 준다는 어둠 마법은 뭔가요?”

[섬광 마법부터 먼저 외운 다음에 가르쳐 주려 했는데. 일단 효과는 비슷해. 적의 시야를 가리는 거니까. 흑암 마법. 주위를 어둡게 해 시야를 가리는 마법이야. 물론 두 마법 다 시전자에겐 효과가 없어.]

미르마의 말을 들어 보니 두 마법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쓰일 듯하다.

적절한 상황에 적의 시야를 한순간에 가리는 것만큼 좋은 마법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근데 문제는 그게 아니라. 이걸 외우고 한 번에 머릿속으로 떠올려야 된다는 거다.

“음, 공부는 젬병인데.”

[그렇게 보이긴 했어. 5일 동안 무식하게 달리는 걸 봤으니까. 내심 말은 안 했지만 놀랍더라고.]

“그거야 영약의 효과니까요.”

[글쎄? 영약을 먹었다 해도 5일 동안 쉬지 않고 계속 뛰는 기행을 반복하는 건 보통 사람으로서는 무리 같은데? 혹시 어디 정신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

“문제가 있다니……. 뛰어나다고 해 주세요.”

현자는 천운의 말에 미간을 좁혔지만 틀린 말도 아니라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천운의 정신력은 이상하게 뒤틀려 있다.

그것도 좋은 방향으로 말이다.

[그래. 일단 그건 그거고 빨리 이 술식을 전부 다 외워.]

“……가능할까요?”

천운은 바닥에 그려진 술식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고 알 수 있는 것은 이건 글이 아니라 그림이라는 거다.

그림을 머릿속으로 어떤 형태인지 외울 수 있지만, 그 안에 상세한 부분까지 기억할 수는 없었다. 그만큼 술식은 예술적이었지만 기억하기에는 더 없이 고난이라는 거다.

그래도 어쩌겠냐? 하라면 해야지. 자신한테 이득이 되고 말이다.

천운은 일단 일주일 동안, 이 술식을 뚫어져라 쳐다보기로 결심했다.

그러면 언젠가는 싫어도 머릿속에 각인되지 않겠는가 싶다.

“흐음…….”

산삼차라도 마시면서 할까?

내심 그런 생각을 하여 산삼차를 가방에서 꺼내 조금씩 홀짝이며 마법 진을 바라봤다.

* * *

마법 진을 바라보고 앉아 있으니 지겨워서 마력 순환도 동행하여 바라봤다.

이제 굳이 눈 감고 순환을 안 해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진 참이다.

일단 하루 정도 지나도 안 외워지니 이번에는 바닥에 그려 가며 외워 보기도 했다.

그 결과.

“미치겠네. 내가 이렇게 머리가 안 좋았나?”

마지막 남은 산삼차를 다 비우고 일주일이 지나고도 이 마법 진의 반도 못 외우고 있었다.

[안타깝네. 몸은 마법을 배우기에 적합한 몸인데…….]

미르마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참담한 결과에 다시 한번 천운의 안타까운 재능을 상기시켜 줬다.

‘안타깝네…….’

내심 그렇게 생각한 미르마였다.

몸과 머리의 재능이 따로 노니 어떻게 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일단 천운의 끝까지 해 보는 집중력을 믿어 보기로 했다.

“음……. 상태창.”

이름 : 김천운

나이 : 16세

<상태창>

힘 : (19.2/50)

체력 : (18.1/40)

지능 : (3/100) +2

마력 : (24.6/42)

행운 : (100/?)

<스킬>

행운의 만다라(?) 의안(S) 도래까마귀 신의 눈(A) 마의 다리(B) 불굴의 맷집(B)

‘역시 지능이 올라가네. 신기하게.’

스탯창의 지능은 이해력과 기억력이다.

아마 이 마법 진 하나 외우려고 노력하는 행동 자체가 지능을 올려 주는 듯하다.

‘그래도 한세월이 걸리겠군.’

남은 두 달 물론 이 마법을 외우려고 주구장창 보고 있어도 되지만.

이왕 들어온 거 시간이 남으면 다른 스탯도 올릴 생각이었다.

마투법으로 힘과 스탯을 올릴 수는 있지만 마투법 이외에 스킬을 사용하려면 마력에만 의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응?”

그 순간.

내 손목에서 머리를 드러낸 샌디가 멍하니 바닥에 그려진 마법 진을 보고 있었다.

“설마!”

{고대의 형태 기억 모래}

등급 : ?급

마력 : 2/100

지능 : 33/100 +3

샌디의 지능이 올라가며 샌디는 바닥에 그려진 마법 진을 몸을 덮어 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내 머릿속에서 내가 하루 동안 지겹게 보았던 마법 진의 모양이 각인되듯 떠올렸다.

“텔레파시……. 아니, 미친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

샌디의 형태 기억 복사는 사물에만 국한되는 능력이 아니었다.

이걸 진작 생각 못 한 내가 원망스럽다.

일단 샌디가 보내 준 머릿속의 마법 진을 떠올리며 마법을 발동시켜 봤다.

번쩍!

하얀 섬광이 이 공터 안을 잠깐 빛내며 이내 점점 사라졌다.

[뭐!뭐? 벌써?]

“됐다!”

결과는 당연히 성공!

예상치도 못한 샌디의 도움으로 마법을 성공시켰다.

난 그런 샌디를 쓰다듬으며 미르마를 바라봤다.

미르마는 경악에 물든 눈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내가 너를 잘못 본 건가?]

그러나 이내 시선은 천운의 손목에 있는 샌디에게 향했다.

[음…… 아…… 그런 거구나!]

아무래도 현자도 이해한 모양이다.

천운이 똑똑한 게 아니라 이놈 덕분이라는걸.

[지성을 가진 유물이 너보다 똑똑한 거 같은데?]

“…….”

현자의 말에 변명할 말이 없던 천운이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그것보다.

“흑암 마법 말고도 다른 거 있어요?”

[너 말고 저놈한테 가르쳐 줘야 할 거 같은데?]

* * *

개천산의 정상.

시원한 바람이 나부끼는 산 정상에서 비단 같은 흑발을 날리며 바위 위에 올라가 명상을 하는 여인이 있었다.

“스읍- 후…….”

한설아의 하루 일과는 늘 이 산 정상에서 수련하며 하루를 보냈지만.

한 달 전.

언니인 한민아의 집에서 살면서 그 일과는 달라졌다.

“휴…….”

마력 : (49.1/100) +0.1

며칠 전.

드디어 한계치 100에 도달하고 마력도 천천히 그러나 차근히 올라가고 있었다.

꾸준한 노력의 성과이다.

한설아는 마력 스탯을 바라보며 이내 산에서 내려갈 준비를 했다.

“이게 항상 천운이가 하던 거구나.”

항상 산 정상에서 수련하던 한설아는 요즘은 조금 일찍 산을 내려가 언니의 수련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심 생각난 게 천운이었다.

항상 이런 고난이도의 수련을 받으니 천운의 빠른 성장 또한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한설아는 산을 내려가며 집까지 천천히 러닝할 때까지 천운의 생각으로 가득 찼다.

도대체 어딜 간 거고 언니는 왜 괜찮다는 듯이 걱정을 안 하는지 말이다.

“응? 도착했네.”

어느새 그런 생각을 하니 한설아는 언니의 마당 문 앞에 서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잔디로 된 이 넓은 마당에서는 마치 불길에 탄 검은 풀들과 움푹 파인(@팬) 땅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녀와 언니의 대련 흔적이었다.

“왔어? 설아야?”

천천히 둘러보며 걷고 있으니 몸에 딱 달라붙는 저지를 입은 한민아가 마당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니. 기다리셨어요?”

“응? 후훗, 방금 나왔어. 밥 안 먹었지? 금방 끝내고 밥 먹자.”

지금까지 언니와의 대련은 30전 30패.

자신을 상대할 때는 힘 조절을 한다는 언니지만 그것 또한 버거운 게 언니이다.

언니와 대련할 때는 마치 자신의 앞에 올라갈 수 없는 큰 벽을 마주 보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계속 도전하고 있다.

자신이 언니와 한 약속도 있지만, 천운은 이 조건을 넘었기 때문이다.

1승.

한 번이라도 좋다. 그래야 언니가 길영트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해 준다니 말이다.

“시작할게요. 합!”

짧은 기합과 함께 한설아가 먼저 달려들었다.

달려드는 동시에 하르바의 이빨을 꺼내 그녀에게 던졌다.

‘응?’

한설아를 보는 한민아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항상 정직하게 힘으로 싸우던 한설아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좀 다르네?’

한민아는 빙긋 웃으며 날아오는 하르바의 이빨을 피함과 동시에 손에서 작은 구 모양의 흑염이 피어올랐다.

화르륵-

흑염구는 무시무시한 기세를 풍기며 이내 날카로운 창의 형태로 바뀌며 달려드는 한설아에게 쇄도했다.

“윽!”

한설아 또한 그것을 눈으로 주시하여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창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돌진했다.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은 가벼워진 몸은 이내 한민아의 코앞까지 단숨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합!”

한설아의 기합과 함께 한설아의 오른손이 그녀의 몸에 닿으려 하자 한민아 또한 살짝 왼쪽으로 몸을 돌리며 한설아의 손을 피하려 했다.

그 순간.

치이잉!

몸에 닿으려고 내 뻗은 한설아의 손에서 하르바의 이빨이 현현했다.

한순간의 방심.

하르바의 이빨로 인해 리치가 길어진 검은 당연하게도 그녀의 몸에 닿을 것이다.

물론 한민아는 그 검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피하는 방향으로 동시에 한설아가 손을 뻗고 있었다.

한민아는 생각했다.

‘이 정도면 됐겠지? 후훗.’

처음으로 내보인 동생의 전략이었다.

이 정도면 자신이 원하던 방향으로 그녀가 생각했다는 뜻이니 말이다.

여동생의 정직한 싸움 방식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 실제 전투에서 그것보다 더 필요한 것이 지금 한설아가 보여 준 전투법이니 말이다.

한민아의 작은 미소와 함께 결국 한설아의 왼손은 그녀의 어깨에 닿았다.

“됐다!”

한설아는 솔직하게 기뻐하며 활짝 미소를 보이고 대련은 마무리가 됐다.

대련이 끝난 후.

한민아 또한 미소를 지으며 한설아에게 다가왔다.

항상 힘으로 이기려던 자신의 동생이 이번에는 생각하여 대결했기에 대견했기 때문이다.

“축하해. 설아야.”

한민아의 입에서 솔직한 마음의 칭찬이 흘러나오자. 한설아는 갑자기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뭔가 제 방식이 아니네요.”

오늘도 어김없이 자신의 힘으로만 수련을 통과하려 했으나 갑작스럽게 생각난 천운으로 인해 천운의 방식을 따라 해 봤다.

물론 결과는 좋았지만,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 걔는 어디 있을까요?”

“보고 싶니?”

한민아가 싱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네, 네? 그 일단 받은 게 많으니까요.”

한 달 전.

천운이 왜 인터뷰를 거부했는지 그 뜻은 한 달이 지나고서야 알 수 있었다.

물론 그게 천운이 의도하고 한 행동인지 알 수 없었지만, 천운이라면 무조건 그러고도 남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설아의 인터뷰가 신문에 실린 이후.

그 위상은 적안 가문까지 손을 뻗었다.

당연하게도 시민을 구했다는 소식은 적안 가문에서도 퍼지며 가문 내에서도 한설아를 함부로 무시하거나 멸시하는 자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하…….’

의도치 않게 어린 영웅이 된 자신은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설아야.”

“네?”

“아마 곧 보게 될 거야. 그것보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잖니?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언니의 말대로 어차피 시간을 흐르고 얼마 안 지나 천운은 아카데미에서 만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오늘은 언니에게 첫 승리를 한 특별한 날이니 굳이 우울해 있을 필요는 없다.

받은 것은 학교에서 전부 갚으면 되니 말이다.

“음…….”

한설아는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떠오르는 음식점이 있기 때문이다.

분명 음식점 이름이…….

“헤븐티 헤븐?”

“어머, 거길 알고 있니?”

“언니도 아세요?”

“물론 천운이랑 한번 가 봤단다. 그럼 오늘은 외식하는 거로 하자.”

한설아는 언니의 말에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거기 근처에 맛있는 디저트 집도 알아요.”

이왕 가는 김에 초콜릿도 살 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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