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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22화 (22/176)

제22화

#21

시간은 빠르게 흘러 며칠이 더 지났다.

남은 컵라면은 2개.

늘 똑같이 미르마가 실체화 마법을 발동함과 동시에 라면을 먼저 먹을 줄 알았는데.

오늘은 달랐다.

미르마가 나에게 다가왔다.

[천운아. 설마 아직도 마투법을 사용 못 하는 건 아니겠지?]

“아니요. 이제 뭔가 좀 알 거 같네요.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미르마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그럼 시험 삼아 대련해 보자. 넌 머리보다 몸으로 익히는 게 빠를 거 같으니까.]

그 말과 동시에 미르마의 몸에 마력이 둘러싸이며 마투법을 발동했다.

또한 천운은 이 흐름을 잘 알고 있었다.

아마 본래 스토리대로라면 김의철은 미르마와 대련하여 주구장창 깨지게 되겠지만 말이다.

[일단 너에게 맞춰 힘 조절은 하겠지만.]

“저랑 내기하실래요?”

[내기?]

“이긴 사람 소원 하나 들어주기.”

이 말에 미르마가 가소롭다는 듯이 헛숨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하! 좋아. 네가 이기면 매일 나한테 라면을 바치는 거로 하지. 뭐, 그럴 일없겠지만 내가 지면 소원을 하나 들어줄게. 뭣 하면 한 대 때려도 되고, 맞아 줄 테니까.]

“좋아요.”

천운은 미르마가 당당하게 걸은 내기를 들은 뒤 지금까지 준비해 온 마투법을 발동했다.

[뭐! 뭣?]

“한입으로 딴소리하기 없기예요.”

익숙하게 발동된 마투법을 보고 경악을 한 그녀였다.

안정된 마력. 그리고 익숙한 컨트롤.

상황에 당도한 그녀는 그제야 지레짐작으로 천운이 속인 것을 눈치채는 듯했다.

[너…… 너 방금 막 배운 게? 설마!]

“준비. 시작!”

내 말과 함께 내가 땅을 박차고 달려들어 빠르게 주먹을 내질렀다.

훅!

어째 훈련이긴 하나 지금까지 폭력에 대한 보답이라는 듯이 원통함이 담긴 펀치였다.

아직도 멍한 표정의 그녀가 넋을 놓다가도 이내 자신에게 향하는 주먹을 주시하며 고개를 돌려 피했다.

이번에는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반격에 나섰다.

[이 녀석이!]

고개를 돌려 피한 미르마가 곧바로 천운과 똑같이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빠르게 내질러진 펀치에서 느껴지는 묵직함.

천운과 다르게 공기를 가르는 소리는 더욱 길며 크게 들렸다.

후욱!

‘이 녀석……. 뭔가 찜찜하긴 했다만 일부러 숨기고 있었네.’

고약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이 어린 나이에 호기롭게 자신을 상대로 자신 있게 덤비니 말이다.

‘그리고 이 녀석…….’

또한 천운은 미르마가 내지른 주먹을 눈으로 주시하며 몸을 돌려 피해 냈다.

그것을 본 미르마는 생각했다.

‘정신 가속 스킬도 가지고 있군.’

자신이 내지른 주먹을 끝까지 주시하며 피하는 것을 보면 이 빠르게 내지른 주먹이 보인다는 것이니 말이다.

또한 마력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은 이상 그냥 스킬이나 마법은 아닐 터.

그렇다면 고유 스킬일 게 분명했다.

[그럼 이것도 어디 한번 피해 봐!]

몸 쓰는데 자신 없는 그녀지만, 그래도 자존심이 있다.

고작 16살, 방금 막 마투법에 발을 들인 천운에게 질 그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쾅!

미르마가 있는 힘껏 땅을 차며 천운에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잔상이 사라짐과 동시에 천운의 앞에 당도했다.

무직하며 폭격 같은 주먹.

정녕 이게 마법사의 힘인지 의심이 갈 정도의 파워였다.

미르마가 쉴 새 없는 연격을 다 막기에는 천운 또한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한 맷집 스킬과 산삼의 효능이다.

피할 수 없으면 맞으면 될 뿐.

미르마도 자존심이 있지 자신을 상대로 진심을 보이지는 않을 거다.

강도를 조절한 마투법을 쓰고 있는 게 그 증거다.

또한 마법사라고 하는 존재는 애초에 근접전에 약할 것이다.

그것은 현자라도 예외는 없다.

같은 마투법의 사용자가 상대라면 더더욱!

파파팍!!

훅!

폭격처럼 내질러진 미르마의 정권.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하고.

막을 수 있는 것은 손으로 막으며, 맞아야 하는 것은 몸에 힘을 주어 맞아 주었다.

몇 번의 공방이 오가며 미르마는 생각했다.

‘뭐야, 이놈은?’

지금까지 하는 행동을 보아, 몸을 움직이는데 용이한 건 알겠지만, 근접 전투에 익숙해 보인 천운이었다.

마치 강자와 매일 대련한 거 같은.

당연하게도 천운은 매일 S급인 한민아와의 대련으로 근접 전투에 더없이 익숙해진 상태였다.

그러니 그녀를 상대로 이 정도까지 버틸 수 있던 것이다.

‘정말 대단한 인재야. 내가 아니라 그 녀석을 만났다면 아마 더없이 성장했겠지.’

검성 ‘길’.

미르마는 한 순간 과거의 동료를 떠올랐다.

자신과 대등한 존재이자 범인의 몸으로 경지에 도달한 자.

그의 밑에서 어릴 때부터 길러졌으면 아마 괴물이 됐겠지.

몇 번의 공방을 오가던 와중 천운이 드디어 반격에 나섰다.

미르마에게 빈틈이 보인 것이다.

그것이 찰나의 한순간이었지만.

의안을 발동한 천운에게는 느리게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걸 편하게 맞아 줄 미르마가 아니었다.

미르마는 천운이 그랬듯, 천운이 내지른 정권을 한 손으로 막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현자라 근접전에는 약할 줄 알았냐? 살아온 세월이 있어. 꼬맹아.]

알고 있다.

애초에 이 마투법이라는 게 근접해 오는 검사나 격투가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법이니 말이다. 사용자의 마력에 따라 그 힘은 천차만별로 나누어진다. 아마 지금 내 마력 정도로는 못해도 1정도 올라갔겠지. 그럼에도 그녀는 내 격을 맞춰 주고 있다.

좋게 말하면 방심이고 나쁘게 말하면 봐주는 거다.

[그래도 나를 상대로 이 정도까지 했으니, 그 간 큰 용기를 봐서 상을 줄게.]

“상이요?”

[마투법에 진가가 단순하게 힘과 체력 스탯을 보충해 주는 게 아니야. 내가 고안해서 만든 마법이니 말이야.]

그녀의 손에서 점점 마투법의 투기가 모이는 게 보였다.

“이런…….”

저 현상이 뭔지 당연히 알고 있다.

미르마는 몸 전체로 밸런스 있게 퍼진 체력과 힘 스탯의 마력들을 오직 한손으로 끌어모아 힘으로만 쓰이게 만드는 기술이다.

파괴력으로 따지자면 현재 이 공터의 지축을 한번 뒤흔들 정도의 파괴력일 것이다.

[천운아.]

그녀의 말이 소름 돋게 울려 퍼졌다.

[피해도 돼.]

스으윽-

슬로 모션처럼 천천히 다가오며 내지르는 주먹. 그러나 그녀의 손 주위는 미묘하게 공간이 일렁이고 있었다.

물론 의안을 발동할 필요도 없이 피할 수 있었다. 저렇게 천천히 다가오니 말이다. 그럼에도 자신을 도발한다는 듯이 천천히 다가온다는 것은 아마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보라는 거겠지.

미르마는 피해도 된다고 말했다. 아마 도발이겠지.

그 순간 위화감을 느낌 샌디가 움직이려 했으나 내가 말렸다.

“내가 알아서 할게.”

[?]

내 행동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 또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스읍! 후…….”

난 크게 심호흡을 하며 냉정을 찾았다.

자신 또한 놀랄 정도로 냉정해졌다.

저 마력이 담긴 주먹을 막으려면 아까처럼 무턱대고 덤비는 생각은 버려야 했다.

아마 그녀 또한 생각 없이 내지르는 정권이 아닐 것이다.

내가 여기서 배운 모든 것을 사용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테니 말이다.

‘남은 마력은.’

마력 : (15.3/39)

15.3 내게 남은 마력이다. 아마 모든 스킬과 그녀에게 배운 마투법을 활용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거다.

난 다가오는 그녀의 주먹 앞에서 양손을 눈높이에 맞추며 팔을 들어 몸 전체를 보호하는 식으로 가드를 한 다음.

‘마의 다리’를 발동했다.

마의 다리(B)

한계까지 몰아친 달리기를 한 자에게 주어지는 스킬.

일정 시간 다리의 힘이 증폭된다.

이 두 다리가 그녀의 정권에서 나오는 충격으로부터 나를 지탱해 줄 것이다.

난 더욱 자세를 낮추어 그녀의 정권을 대비했다.

동시에 아까부터 계속 발동하고 있던 ‘불굴의 맷집’은 적어도 몸에 닿는 통증을 조금이라도 완화해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행운의 만다라.

휘이잉-

힘 : (44.2/50) +25

연꽃 모양의 만다라의 기운이 내 몸에 다시 흡수됐다.

랜덤으로 올라간 스탯은 힘.

수치는 25!

당첨이었다.

마투법에 10이 더해 통상 내 한계치를 뛰어넘는 50을 넘는 힘을 가졌다.

지금 당장은 김의철과 힘 싸움을 겨룰 정도로 힘 스탯이 상승했다.

“후…….”

난 긴장되는 마음을 추스르고 입을 열었다.

“오세요!”

그녀는 망설임 없이 내게 다가와 정권을 내질렀다.

파아앙!

넓게 퍼지는 그녀의 마력.

내 몸에 닿자 소스라치는 그녀의 마력에 내 몸이 밀려 나가고 있었다.

“윽, 으극!!”

점점 내 몸을 밀어내는 그녀의 마력에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내지른 정권이 차원이 달랐다.

그녀가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빠각-

순간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등줄기에 오싹함이 번지며 소름 돋는 통증이 내 몸을 덮쳤다.

왼팔에 뼈가 부러진 것이다.

그럼에도 난 그녀를 응시하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

이게 마지막 시련이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그리고 천운의 생각과 다르게 뼈가 부러지는 소리에 기겁한 미르마가 입을 열었다.

[설마 받아 낼 줄이야. 피하는 선택지도 있었어! 천운아!]

고양된 마음에 호기심에 내지른 마력이 담긴 주먹.

이 손에 담긴 마력을 보고도 천운은 피하지 않았다.

천천히 내지르는 손을 피해도 그녀는 아무런 말도 안 했을 것이다.

힘 조절은 했으나 아직 천운이 감당할 만한 마력이 아니다.

그럼에도 천운은 자신의 마투법을 감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스으으-

미르마의 권압에 의해 날려진 모래 먼지가 개이고 이내 천운의 팔에서 잔류의 연기와 동시에 선혈이 바닥에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설마 이걸…… 하핫!!]

그녀의 통쾌한 웃음과 함께.

“하…… 살살 좀 하시지.”

천운은 서 있었다.

미르마의 정권을 버틴 것이다.

‘뒤지게 아프네.’

쓰러질 거 같은 몸에도 일부러 악을 물고 천운은 서 있었다.

자신 또한 왜 이걸 일부러 맞으면서까지 버틴 건지 모르겠다.

그녀를 때리고 싶어서? 아니, 이제 그거는 아무래도 좋다.

조금의 호기심.

시험해 보고 싶었다. 자신이 이 며칠 만에 얼마나 성장했는지 말이다.

그 결과는 자신 또한 만족할 만한 성과로 돌아왔다.

[정말…… 굉장해! 하핫!]

천운의 모습에 미르마의 감정이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예상외의 빠른 성장.

배우자마자 마투법을 활용하여 자신에게 덤비는 배짱.

현자는 천운이 더 없이 마음에 들었다.

[퍼펙트 힐.]

그녀의 목소리가 이 구덩이에서 울려 퍼지며 미르마의 손가락이 천운을 향했다.

손가락에서부터 나온 온화한 녹색의 기운이 천운의 몸을 감싸며 이내 천운의 몸에 상처와 피로가 치료되고 있었다.

“하…… 현자 아니랄까 봐.”

그제야 천운은 털썩- 바닥에 주저앉으며 긴장을 풀며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천운은 다시는 그녀에게 깝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현자라는 말이 괜히 그녀에게 붙여진 위명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아마 저 힘도 그녀의 아주 조금의 일부를 보여 준 거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미르마를 바라보자 미르마가 천천히 천운에게 다가왔다.

[그래. 약속은 약속이지?]

그녀가 천운의 앞에 앉으며 얼굴을 내밀고 눈을 질끈 감았다.

[때려. 한 대는 맞아 줄게. 솔직히 나도 양심에 찔렸으니까.]

그녀의 말에 난 손을 지켜 들었다.

내 손이 그녀의 얼굴로 향하자 미르마가 지레 겁을 먹은 듯 움찔거리며 움츠렸다.

[흡.]

손이 얼굴에 가까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는지 그녀가 더욱 미간을 좁히며 얼굴에 힘을 주는 게 보였다. 아무리 그녀라도 맞는 것에 익숙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내 또래 같은 외모를 보니 뭔가 때리기도 거북했다.

[빨리 때려. 힘주고 있을 때.]

그런 말을 하며 내심 겁을 먹고 있는 그녀였다. 아마 주먹으로 맞을 것도 각오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 기분 나도 알지. 뭔가 맞을 거 알고 있긴 한데 무섭고.’

딱-

[악!]

그렇다고 주먹으로 후려칠 수도 없으니 딱밤으로 대신했다.

그녀가 이마를 문지르며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걸로 끝?]

“네.”

[그래도 나름 나도 죄의식이 있는데 괜찮아?]

“마투법을 가르쳐 주셨으니 괜찮아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향했다.

“실체화 마법 쿨타임 몇 분 남았어요?”

[응? 어디 보자. 10분?]

“라면 먹을 시간은 있네요.”

남은 컵라면은 두 개.

그녀와 내가 하나씩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저기……. 천운아?]

“참치요?”

내 말에 그녀가 마음에 드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이양 이렇게 된 거 참치 말고도 내가 아 껴먹으려던 간식도 꺼내며 대잔치를 벌기로 했다.

아마 이 구덩이를 빠져나오면 그녀는 이 음식을 먹을 일이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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