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21화 (21/176)

제21화

#20

[아니!!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네? 아니에요?”

저렇게 말하는 것도 5일째였다.

마투법의 첫 번째 단계.

그것은 이해였다.

그녀가 말하길 어떻게 보면 버프 마법이면서 버프 마법이 아닌 게 마투법이라고 말한다.

이것을 인식하고 이해하며 생각해라. 그렇게 말하며 나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마따나, 말을 듣고 큰 고비가 생겼다.

[마투법의 마력을 몸에 매개체로 사용해서 발동하는 게 이 마법이야. 근데 몸으로 생각하면 안 되고 어느 마법과 똑같이 머리를 쓰는 동시에 몸에 감각까지 인지해야 돼. 알겠어?]

무슨 말이냐고?

나도 모른다.

대충 비유하자면 ‘이 음식은 먹어도 돼. 근데 입으로 먹으면 안 돼.’라는 거와 같은 이치였다.

물론 말로는 알고 있다. 내가 설정한 마투법을 발동하는 방법이니 말이다. 마력의 성질을 뒤바꾼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투기로 바꾸라는 말인데. 이게 몸이 아니라 머리로 느끼고 생각하라고 말한다.

소설을 쓸 때 나름 고안해서 쓰긴 했는데. 몸이 안 따라 주며 머리가 이해를 못하고 있다.

[흠…… 너, 재능이 없구나?]

“…….”

하긴 이제 와서이지만 김천운의 몸이다.

운만 좋은 개그캐릭터 김천운이 그녀의 설명을 한 번에 듣고 파악하여 곧바로 할 수 있을 리가 있나.

김의철이라면 모를까.

그놈은 저런 설명을 듣고 감각으로 익혔다고 썼으니 말이다.

[뭐, 그래도 영토한 것보다는 나아.]

“예? 똑똑한 거보다 났다고요??”

[뭐, 네가 멍청하다고 놀리는 건 아니야. 쓸데없이 너무 총명하면 재앙을 부르거든.]

왠지 모르게 갑자기 씁쓸한 표정을 짓는 그녀였다.

현자를 설정한 나라도 그녀의 과거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어찌 보면 가장 대단한 위명을 지닌 그녀지만, 소설 속에선 그저 주인공을 도울 한 명의 조력자인 그녀였다.

‘뭐, 빙의되기 전 김천운도 그렇고 내가 만든 인물들인데 내가 아는 게 없네.’

막상 등장인물을 만들어 낸 창조주가 그들의 속사정을 모르니 기묘하기 그지없었다.

이내 씁쓸한 기분을 떨쳐 낸 그녀가 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감정 변화가 빠른 그녀였다.

[그래!]

이내 현자가 무언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

그 말에 나 또한 눈을 빛내며 현자를 바라봤다.

일단 멍청한 나를 위해 노력하며 생각해 준 그녀이니 말이다.

[일단 컵라면 좀 줘 봐.]

“네?”

컵라면? 왜?

당연하게도 뜬금없이 튀어나온 컵라면에 어이가 없는 천운이었다.

내 그런 표정을 본 현자가 자신 있게 입을 열었다.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마. 일단 방법은 생각해 뒀으니까.]

“아, 네. 혹시 통조림도 드실래요?”

[통조림? 그건 또 뭐야?]

이왕 줄 거 아껴 먹으려 했던 통조림까지 주자.

이 답 없는 육체를 위해 무언가 해 주려 하는데 통조림 따위 아까울 수가 있나.

[히히, 이건 질리지가 않아. 이 라면이란 게 말이야.]

그녀는 그 말과 함께 또다시 내 소설에서도 가끔 쓰는 필살 마법 실체화를 쓰며 내 앞에 다가왔다. 난 그녀를 위해 물을 끓이고 이 귀한 참치 통조림을 정성껏 하나 깠다.

“드세요.”

[그래. 근데 이건 뭐냐?]

“참치라는 생선이요. 컵라면이랑 같이 드셔 보세요.”

내 말에 눈을 빛낸 현자는 익숙한 젓가락질로 참치를 떠서 라면과 같이 먹어 보았다.

[미치겠군. 이런 음식이 있었다니…….]

얼씨구, 반응 보니 김치랑 같이 먹으면 성불도 하겠네.

“근데 왜 갑자기 라면을?”

[머리로 못 외우면 몸으로 감각을 익히게 하려고.]

“몸이요? 그게 라면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그래도 하루에 한 번밖에 못 쓰는 마법이니 라면은 미리 먹어 두려고.]

“…….”

그 말과 함께 그녀는 남은 국물과 참치까지 다 비운 뒤, 벌떡- 일어난 그녀가 갑자기 몸을 풀 듯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는 현자.

그녀는 곧바로 이해가 안 되는 경고를 말하며 손을 들어 올렸다.

[지금부터 소화도 시킬 겸 너를 팰 거야. 그것도 아프게.]

“네?”

[근데 너는 그냥 처맞고만 있으면 안 돼. 감각을 인지하고 느껴 봐.]

훙!

퍽!

그녀의 묵직한 주먹이 내게 직선으로 쇄도했다.

이게 정녕 마법사의 주먹인가?

위력으로는 한설아에 버금가는 파워였다.

“악! 왜!!”

[때리면서 말할 테니 잘 들어! 주먹에 담긴 마력을 느껴! 그게 고스란히 네 몸에 담길 테니 말이야. 20분간 참아. 너무 길면 네 몸이 남아나질 않을 테니, 딱 20분만 때릴게.]

“악! 잠만! 그게 뭔 쌉소리에 악!!”

내 부탁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사정없이 나를 두들겨 팼다.

체력이 18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펀치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천운은 억울해서 나오려는 눈물을 머금고 20분 동안 처맞았다.

* * *

“타,타! 타임!! 타임!!”

[시간 없어 계속한다!!]

“아니, 뭔가 느껴질 거 같아요!”

[거짓말은 요 녀석아!]

역시 안 되나?

그 후로도 난 하루에 한 개씩 라면을 빼앗기며 신명나게 그녀에게 처맞고 있다.

산삼의 물리적 통증을 낮춰 줬음에도 그녀의 펀치는 예상 이상의 고통이었다.

그녀의 연약한 팔에서 나온다고는 생각지도 못할 위력을 보니 아마 저게 마투법이겠지.

여전히 억울함은 북받치지만, 그런데도 날아오는 주먹보다 두려운 건 이렇게 처맞고도 결과가 안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난 필사적으로 맞고 있었다.

어떻게든 무언가 이해를 하여 단서를 얻기 위해.

그렇지 않고서야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라면도 뺏기고 몸도 상하고.

[훅! 훅!]

뭔가 때릴 때마다 저런 소리를 내는데 이상하게 즐거워 보인다.

맞는 사람은 화가 나게스리.

“악! 혹시 즐기세요? 엑! 잠만!!”

[뭔 소리냐. 너 때문에 이렇게 나도 고생하는데. 때리는 게 어디 마음이 편해 보이냐.]

그렇다기에는 굉장히 즐거워 보인다.

뭔가 삶의 보람을 찾은 것처럼.

[휴…… 20분 다 됐다.]

“개운해 보이시네요.”

[오랜만에 실체화를 해서 몸을 움직였으니 말이야. 전부 네 덕분이야.]

“…….”

방긋- 웃으며 개운해 보이는 그녀 앞에서 뭐라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천운이었다.

사디스트인가?

[그러고 보니 우리 통성명을 안 했지?]

“그러게요.”

딱히 난 할 필요 없이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지만.

그녀는 아직 내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

아마 통성명을 하자는 건 그만큼 내가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겠지.

[내 이름은 미르마. 뭐, 알고는 있겠지만 마법의 진리에 가장 가까운 현자야.]

“김천운입니다. 뒈질 거 같은데 잠시 쉬어도 될까요?”

[그래. 나도 어차피 마법이 풀릴 시간이야.]

그 말에 난 기절하듯 털썩- 바닥에 드러누웠다.

물론 그냥 누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말하기를 처맞고 쉴 때도 맞았을 때 여운을 느끼라고 말했다. 그만큼 빨리 이 마투법을 이해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아직도 2일밖에 안 지났지만 몸에 멍이 들어 아프기만 더럽게 아프다.

남은 컵라면은 17개. 17개가 전부 그녀의 뱃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난 이 마투법을 익혀야 된다. 컵라면의 희생으로 그녀가 가르쳐 주는 마투법이니 말이다.

* * *

[어때? 뭐가 좀 느껴지냐?]

“뭔가 조금 미세하게 느껴지…… 커헉!”

[흠…….]

미르마가 천운을 때린 지 7일이 지났다. 미르마는 천운의 7일만의 성장에 의외로 놀라고 있었다. 천운이 감각을 느끼는 것이 이상하리만치 빨랐기 때문이다.

천운 또한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대단하네.]

“뭐가요?”

‘머리를 쓰는 게 익숙해 보이지 않아 마투법을 담은 주먹으로 몸에 때려 박아 몸이 기억하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이 녀석은 한번 이해하면 성장이 빠른 편이네.’

말로 말해도 이해를 못 하는 놈에게는 몸으로 기억하는 게 가장 효과가 빠르다.

그건 아마 어느 세계를 가도 똑같겠지. 그렇게 그녀가 고안한 방법이 이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미르마 또한 흡족할 정도로 천운이 마투법을 이해하며 그 성장은 더없이 빠르게 나아갔다.

‘그만큼 이놈은 마력 친화력이 높다는 거겠지.’

미르마의 말대로 천운의 마력 친화력은 보통 아베타들보다 예상외로 상회하여 예상보다 빨리 마투법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자신이 만든 기술이긴 하나, 마투법을 만드는 데에 1년, 자신이 습득하는 데에 1달이 걸렸다.

그 정도 속도도 자신이라서 빠르게 습득한 거지 천운의 성장은 예상외의 경이로운 성장이었다.

이 정도 템포면 예상보다 빨리 마투법을 익힐 것이다.

‘몸은 마법을 익히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기적의 산물인데. 무식하게 8일 동안 달린 것도 그렇게 이놈은 아마 칼이나 무투에 어울리겠네.’

미르마의 말 그대로 천운의 몸은 마법을 쓰기에 적합한 몸을 소유하고 있었다.

근데 문제는 머리가 안 좋다.

이건 재능의 영역이긴 하나, 일단 노력으로 커버가 가능하다.

머리까지 좋았으면 아마 자신의 가르침을 받고 몇 년도 안 돼서 훌륭한 마법사가 됐겠지.

그러나 천운을 보며 아쉽다거나 안타깝다는 후회는 들지 않는다.

과거의 일로 자신은 절대 제자를 두지 않으며 마법을 가르쳐 주지 않기로 결심했으니 말이다. 마투법같이 지식이 아닌 몸으로 익히는 마법은 상관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에게 마법을 가르치는 것은 하나의 변덕이었다.

“왜요?”

[아니, 그 축하한다고.]

뭔가 천운은 괜스레 부담스레 자신을 바라보니 물어보는 천운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네. 때리는 보람이 있어서.]

“저기요.”

[응?]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이렇게 때리는 이유가 현자님의 마투법 마력을 제 몸에 때려 박아서 스며들게 만드는 거잖아요.”

[그래. 그래도 맞으면서 이해는 했나 보네?]

“그러면 굳이 때릴 필요 없이 제 몸에 손만 대고 마력을 흘리면 되는 거 아니에요?”

[음…… 조금만 생각하면 너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미르마는 이정도로 머리가 안 좋았나? 의구심을 들 정도로 괴상하게 표정을 짓자 천운은 괜히 물어봤나 후회만 들 뿐이었다.

[물론 그런 방법도 있지. 근데 그건 하루 동안 계속 유지해야 되는 거고 우린 제한시간이 있잖아.]

“그러게요.”

천운은 쓸데없는 질문이라는 것을 인지했고 별말 없이 이해했다.

시간은 최저한으로 그러나 감각은 최대한 빠르게.

그녀의 방식은 타당했다.

그녀 또한 그냥 때리는 게 아니라 마력을 담아서 때린 후 그 마력을 내 몸에 박아 넣어 천운의 몸에 마력을 스며들게 한 동시에 그것을 기억하게 만든 것이다.

20분 동안 그 행위를 반복 후 나머지 시간, 미르마의 실체화 마법이 풀려서 도와줄 수 없을 때 알아서 그 마력을 인지할 수 있게 말이다.

몸에 때려 박은 마력을 느끼는 것은 그녀가 내 몸에 손을 닿은 후 마력을 흘리는 것과 비슷한 원리였다.

[알겠으면 시작해.]

“네. 알겠어요.”

항상 맞은 후에는 엎어져서 휴식을 취하고 그 감각을 느꼈지만, 오늘 조금 다른 방식으로 느껴볼 생각이다.

바닥에 편한 자세로 가부좌를 틀어 눈을 감아 마력을 느끼고 있었다.

7일 동안 익숙해진 여유였다.

원래라면 아픈 통증에 자빠져 누워 있었겠지만 뭔가 통증에 익숙해지니 명상까지 할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겼다.

이 모습을 보는 미르마 또한 천운의 성장을 신기해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야 좀 익숙하네.’

천운 또한 무언가 익숙하지 않은 마력이 몸에 달라붙은 걸 느끼고 있었다.

아마 이것이 미르마가 사용한 마투법의 마력이겠지.

머리는 미르마가 쓰고 천운은 그것을 받아먹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한 천운은 이 마투법의 마력을 기억하고 느끼고 있었다.

그때였다.

[스킬 ‘불굴의 맷집’이 활성화됩니다.]

“어?”

[왜?]

“아니, 스킬…… 얻었는데요?”

하도 처맞아서 맷집 관련 스킬을 얻었다.

* * *

남은 컵라면은 7개.

그로부터 10일이 더 지났다.

오늘도 어김없이 미르마의 수련이라 읽는 폭력에 대비하기 위해 스킬을 발동했다.

[시작할게!]

“넵!”

불굴의 맷집.

이 스킬 덕분에 난 한층 더 편하게 맞을 수 있는 샌드백이 되었다.

그녀가 때리면 여유를 부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에이씨! 에잇! 얍!]

그녀가 기합을 넣어 열심히 때리지만, 스킬의 효능인지 더없이 아늑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물론 그녀 또한 나를 진심으로 패는 목적이 아니라서 힘 조절을 한 펀치니 당연한 결과였다.

[뭔가 열 받네.]

“기분 탓이에요.”

[너 변태야?]

허이구, 어이없네.

막상 기분 좋게 때릴 때는 언제고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미르마다.

천운은 황당함을 머금고 그렇게 20분간 처맞으니 타임 오버가 되었다.

[이씨!]

몇 백년을 산 할머니 입에서 유치뽕짝한 치기가 들렸다.

외모가 저러니 어울리긴 하지만.

“어이쿠? 끝났어요?”

[에휴…… 시작해.]

막상 자존심이 있어 대놓고 울분을 터트리지 않는 미르마였다.

천운의 그녀의 말대로 명상을 시작했다.

항상 맞은 후에 하는 것은 가부좌를 틀고 마력을 느끼는 것이었다.

[난 좀 쉬고 올게.]

그 말과 함께 미르마의 몸이 더욱 투명해지며 순간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녀도 사람인데 당연히 이런 구덩이에서 계속 쉴 리가 있나?

아마 이 구덩이 어딘가의 그녀만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을 거다.

“……갔나?”

난 그녀의 기척이 사라진 것을 느낌과 동시에 마투법을 발동했다.

두근-

심장이 두근거림이 빨라지며 천운은 자신의 몸에 변화를 느꼈다.

‘신기하네. 몸이 날아갈 것같이 가벼워.’

마력을 투기로 바꾸어 힘과 체력 스탯을 올려 주는 마투법.

사실 그녀에게는 아직 마투법을 발동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녀 또한 의아해했을 거다.

마투법의 마력이 안정된 것은 보았으나 아직 활용을 못 하고 있다는 게.

근데 안정된 것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별개이므로 그녀 또한 이해하고 넘어갔다.

내가 못한다고 하는데 뭐라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또한 이렇게까지 숨기는 이유는 그녀가 안 보이는 장소에서 마투법을 익숙하게 수련하기 위해서다.

무조건 그녀가 안 보이는 공간에서 말이다.

아마 내가 쓴 성장의 공터 스토리에서는 마지막 훈련은 그녀와의 대련.

물론 마투법을 익히는 방법은 의철과 달랐으나 아마 마지막은 똑같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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