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20화 (20/176)

제20화

#19

[스킬 ‘행운의 만다라’가 활성화됩니다.]

“행운의 만다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니, 기억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이런 스킬을 만든 기억이 없는 거 같은데?

행운의 만다라?

분명 운과 관련된 스킬인건 확실하다. 여태 계속 샌디와 가위바위보를 했음에도 조금도 운 스탯이 올라가지 않았으니 대신 활성화된 게 이 스킬인 게 분명하다.

난 고민할 필요 없이 상태창에서 행운의 만다라의 효과를 보았다.

[행운의 만다라 (?)]

행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기적에 축복받은 사람에게만 내려지는 스킬입니다.

스킬 발동 시 힘, 체력, 지능, 마력이 랜덤으로 골라지며 0~30수치가 랜덤으로 상승합니다.

모든 것이 랜덤인 기적의 스킬입니다.

‘미친!’

천운은 스킬의 효과를 보고 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경악스러운 스킬의 효과였다.

스탯 버프 스킬 중에 본래 5아니면 10정도 올려 주는 버프 스킬도 S등급에 들어가는데 이 스킬은 무려 30까지 스탯이 향상된다고 한다.

그러니 천운은 놀라는 동시에 기뻐하고 있었다.

이 스킬이 있다면 주인공과의 격차 또한 메워질 테니 말이다.

천운은 동시에 등급을 보았다.

‘물음표라……. S등급이 아닌 이유는 어디까지나 랜덤이라서 그렇구나.’

‘?’ 등급은 말 그대로 정확한 등급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계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이 스킬에는 두 개의 제한이 걸려 있었다.

하나는 상승되는 수치와 스탯이 랜덤으로 골라지는 것과 수치가 0~30이라고 하니 0또한 나올 수도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장난 아니네. 이거…….”

오직 나를 위한, 행운에 축복받은 나를 위한 스킬!

설마 가위바위보를 연속으로 이겼을 뿐인데 이 정도 스킬이 활성화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나도 소설에 쓴 적도 없는데.

운에 관련된 행위를 연속으로 행한 결과가 이 스킬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추스르고 기대에 벅찬 상태로 스킬을 발동시켰다.

스르륵-

현재 내 마력의 반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이건…….”

내 손바닥에 작은 녹색의 연꽃 모양의 만다라가 피었다.

온화한 분위기를 품은 연꽃 모양의 만다라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녹색의 기운이 흘러나오며 내 몸을 감쌌다.

사아악.

이름 : 김천운

나이 : 16세

<상태창>

힘 : (19.2/50)

체력 : (20.1/40)

지능 : (1/100)

마력 : (40.3/39) +30

행운 : (100/?)

<스킬>

행운의 만다라(?) 의안(S) 도래까마귀 신의 눈(A) 마의 다리(B)

“하하…….”

어이를 상실한 일이 발생하여 헛웃음이 나왔다.

본래의 마력 수치는 20.

스킬을 써서 10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30으로 다시 돌려줬다.

동시에 39라는 한계치를 넘어서까지 적용될 줄이야.

“이런 게 가능할 줄이야…….”

[신기하군. 방금 뭘 한 거야?]

“뭐! 뭐야! 헉!”

순간 유심히 만다라의 효과를 보고 있던 내 얼굴 옆으로 불쑥- 얼굴을 내민 한 여인이 있었다.

그 순간 시선이 느껴졌다.

사람의 시선이 아니다.

갑자기 나타난 그녀가 바라보는 순간 한우성과는 비교도 안 되는 이 공간의 모든 마력들이 요동치며 나를 노려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막상 내 반응을 보고 그녀는 못마땅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드디어 눈이 보이는 거 같아 모습을 드러냈는데. 반응이 영…… 그것보다 넌 누구야? 복장도 참 기묘한 복장을 하고 있네? 근데 편해 보이기도 하고.]

내 시선은 그녀에게 향했다.

뭔가 마법사들이 입을 거 같은 갈색 정장과 모자. 꿀단지를 머금은 듯한 금발과 사파이어처럼 빛나는 청아한 눈빛의 아름다운 여성.

자신과 또래처럼 보이는 앳된 외모.

하지만 그런 외모와 대조되게 기이한 것은 그녀의 몸은 반투명하며 다리가 보이지 않고 지면에 닿지 않은 몸은 허공에서 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현자…….”

난 그녀가 들리지 않게 작게 읊조리는 듯 말했다.

성장의 공터의 또다른 이름.

현자의 안식처.

의철의 옆에 떠다니는 검성과 동일한 격의 소유자.

김의철의 마법의 기연이 실체를 드러냈다.

* * *

[나를 알아?]

분명 작게 읊조린 내 말에도 그녀는 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아…… 그게.”

막상 들리지 않게 작게 읊조렸는데, 그녀에게는 들린 모양이다.

그녀는 수백만 명이 존경할 만한 위업을 이룬, 대마법사를 뛰어넘는 현자이긴 하나.

그 존재를 아는 사람은 이세계에는 없을 터.

근데 내 예상과 달리 그녀의 생각은 단순했다.

[하긴 내가 생전에 좀 대단하긴 했지. 그것보다 너는 누구야? 그건 어느 나라 복장이고?]

“어? 어…… 저지라는 복장이고 한국이요.”

[그래? 처음 들어 보는군. 물론 오랜만에 손님이라 반갑기는 한데.]

그래 봤자 이곳에 찾아온 녀석은 총 2명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 이제 나까지 포함해 3명인가?

첫 번째로 한우성.

한우성이 회귀 후 하는 짓은 이곳에 처박혀 본래의 힘을 찾을 때까지 힘을 기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마 행방불명된 어느 작은 소길드의 길드장.

겁 대가리 없이 한우성한테 깝쳐서 목숨을 잃은 어리석은 길드장. 내가 기억하는 내용으로는 아마 기자 회견에서 한우성을 대놓고 저격했던가?

그리고 마지막이 나겠지?

“저기…… 아까의 실례는 죄송했습니다.”

[그래. 그래서 내 사유지에 무슨 일로 찾아왔니?]

“그게 혹시 한우성이라고 아세요?”

[응? 우성이? 아! 그놈!]

당연히 알겠지.

한우성이 아마 이곳에 들어온 첫 손님일 테니 말이다.

멍청하게 어버버한 상태에서 튀어나온 말은 그녀와 어떻게든 접점을 만들기 위해 막 던진 말이었다.

그녀와 공통점은 한우성을 안다는 것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악수라는 것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알지, 알아. 그놈 참 이상한 게 보자마자 나를 아는 척했다니까. 응? 생전 처음 보는데. 기분 나빠서 모습도 안 보였어. 나이도 어린 게 싸가지가 없어서.]

아무래도 한우성은 현자에게 미운털이 제대로 박힌 모양이다.

하긴 회귀 전이면 모르겠지만, 지금 세계에서는 한우성에게 모습도 안 드러냈을 거고 주인 있는 집에 사람 한 명을 버리듯 던져 놨으니 그럴 만하다.

[그래. 너도 수련하러 왔구나? 그놈처럼.]

“아, 네 맞습니다.”

[그래? 흠……. 뭐, 한우성처럼 말썽부리지 말고 조용히 수련하고 나가.]

현자는 그 말만 남기고 다시 모습을 감췄다.

다행이 내 입에서 한우성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왔음에도 문전 박대는 안 하는 모양이다.

‘뭐, 피해만 안 주면 조용한 사람이니까.’

그래도 인사는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천운이었다.

한우성처럼 미운털 박히면 여기에 온 이유가 없어지니 말이다.

소설 속에 현자가 의철에게 가르쳐 준 마법. 힘과 체력 스탯을 올려 주는 마력 투기 술식.

일명 마투법.

난 그녀에게 그것을 배울 생각이다.

그러려면 일단…… 음…….

‘또 뛰어 볼까?’

막상 인사는 하긴 했는데 그녀가 안 나타나니 별수가 없었다. 뭐 적어도 이 공터에 지낼 동안 한번은 다시 나타나지 않겠나?

그때를 노려 차근차근 거리를 좁혀 가면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스탯을 올리는 데 집중하자.

난 현자가 사라진 빈 허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현자님.”

* * *

현자와의 만남 이후, 내 훈련 방식은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일단 여기에 온 목적은 스킬과 스탯을 올리는 것이니 말이다.

스킬은 이미 얻었고 나머지 스탯을 올리면 될것 이다.

천운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하며 스탯을 올리고 있었다. 또한 마력 순환 훈련도 동행하며 말이다. 하지만 예상대로 스탯 수치가 20을 넘은 순간부터 스탯 성장이 현저히 느려졌으며 결국에는 정체되고 말았다. 아마 여기서부터는 보통의 수단으로는 스탯을 올릴 수 없을 거다.

조만간 시간이 되면 또 영약을 찾는 수밖에-

[흠…….]

천운의 예상과 달리 현자는 빠르게 나타났다.

물론 조금은 아니꼬운 표정이 보이긴 하다만.

그 이유를 왠지 알 거 같았다.

아마 마법에 능통한 그녀의 눈에선 내가 하는 운동이 아니꼬워 보이겠지.

마법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그녀니 말이다.

[쯧…….]

마치 미련하게 들으라는 듯이 그녀는 불만이 가득한 혀를 차고 있었다.

근데 막상 말을 걸어 주지는 않는다.

현자라는 위엄 때문에 자존심이라도 있는 건가?

그녀가 먼저 말 걸어 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후…….”

천운은 가쁜 숨을 내뱉으며 가방을 향했다.

물론 허기질 리가 없는 이 공간이라지만, 사람이 어떻게 몇 달 동안 맛을 못 느끼고 살 수 있겠나?

스킬도 얻었고 기분 전환 겸 컵라면을 하나 끓여 먹을 생각이었다.

뜨거운 물은 간단하게 물을 데우는 마력 보온차로 데울 수 있었다.

과학과 마법이 만나 만들어진 이 마도구는 마력을 주입하기만 하면 물을 데워 주는 기능이 있었다.

“후르륵- 와…….”

저절로 나오는 감탄사!

혀끝에 찌릿한 맛의 충격이 입 안을 감돌았다.

오랜만에 되살아난 미각은 어느 음식점도 비교가 안 되는 미식이었다.

그러나 아껴 먹어야 되는 라면이었다.

생각보다 넉넉하게 준비해 왔지만, 솔직히 이 구덩이 안에 몇 달은 있어야 되는 걸 생각해도 적은 양의 비상식이었다. 넉넉하게 챙기려 해도 혼자서는 그 많은 양을 들고 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한우성과의 계약으로 누구에게도 이 장소를 알리면 안 되니 말이다.

그러니 아껴 먹는 수밖에.

8일을 참고 먹는 컵라면은 기가 막혔다. 여기에 김치라도 있었으면 하고 입맛을 다시지만 들고 올 수 없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

근데…….

[응?]

언제 왔는지 고개를 돌리니 그녀가 다가와 내 라면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뭐야? 처음 보는 음식이네.]

그녀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컵라면을 보고 있었다.

“컵라면이라는 음식이에요.”

[컵라면?]

“네 모르시죠? 요즘 시대에 새로 나온 음식이에요.”

[흠…… 한 입만.]

“안 돼요.”

[치사하게.]

“아니, 그게 아니라 못 드시잖아요.”

오래 산 주제에 유치하게 애도 아니고 남의 먹을 것을 뺏으려 하는 그녀였다.

하지만 천운의 말에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는 현자였다.

[하하, 내가 누군지 몰라?]

그 말과 동시에 그녀의 불투명하던 몸이 점점 선명하게 형색을 띄고 있었다.

“뭐! 뭐!! 설마!”

‘미친! 라면 하나 먹겠다고!!’

그녀가 만든 최상급 마법.

실체화 마법!

마력의 수치 50을 빼앗는 극악의 연비를 자랑하는 최상급 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자빠졌다.

[호오, 이걸 알아보다니 마법에 꽤 식견이 있나 보네?]

“아…… 네.”

주인공의 위기 상황에 사용된 마법 중 하나인 현자 소환을 고작 라면 먹는 데에 쓰다니…….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당도하니 뭔가 멍하듯 어이가 없었다.

[자. 그 라면이라는 거 빨리 내놔.]

나는 소중한 라면을 뺏길 수밖에 없었다.

* * *

[후르륵- 오!!!]

그녀는 처음 써 보는 젓가락이 분명한데 기가 막히게 젓가락질을 하며 라면을 비우고 있었다.

남은 라면은 총 19개.

다행히 필살기인 만큼 그 마법은 오래 유지가 불가능할 것이다.

[응? 다 먹었네.]

“맛있게 드셨어요?”

[그래. 아주 오래전 진리를 추구하기 위해 미각을 잃은 줄 알았는데.]

그런 거 치고는 굉장히 게걸스럽게 드시던데.

국물도 싹 비웠네…….

[훌륭한 맛이야. 그걸 만든 주인장에게 감사 인사를 대신 전해 줘.]

“아, 네.”

[그것보다 또 없어?]

“…….”

어떡하지? ‘또 없어?’는 거의 뭐, ‘내놔’를 돌려서 말한 거 같은데.

옆에 가방 안에 라면 말고도 몇 개의 비상식이 들어 있긴 하다.

근데 라면을 주기는 아깝고…….

통조림이라도 줘야 하나?

그리고 문제는 또 있었다.

“근데? 그 몸으로 계속 유지할 수 있어요?”

필살 마법인 만큼 그 유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해 봤자 10분?

슬슬 풀려야 될 마법이 아직도 안 풀리고 유지되는 게 보였다.

이번에도 당당하게 그녀는 웃으며 자신감 넘치게 입을 열었다.

[하하! 이 공간의 마력은 전부 나의 것! 이 마법의 유지 시간을 늘리는 정도면 간단하지!.]

“아…….”

미친.

소설에 지금 같은 상황이 일어난 적이 없지만 가능하다.

이 공간의 마력은 전부 현자의 것이니 말이다.

물론 사람의 육체를 실체화시키는 최상급 마법인 만큼 쿨타임 또한 존재한다.

아마 하루정도?

그 말은 내 라면도 하루에 한 번은 뺏긴다는 말이었다.

‘내 라면…….’

내심 그런 생각을 하니 티 나게 시무룩해지는 천운이었다.

그러나 다음 현자의 입에서 나온 말에 기분이 급격하게 전환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양심이 그렇게 없는 인간은 아니야. 그 라면이라는 음식을 주는 대신, 내 마법 중 하나를 가르쳐 줄게.]

“정말요!”

[그래.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마, 너를 제자로 받아 준다는 의미는 아니니까. 너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마법은 하나뿐.]

그렇다는 말은 라면으로는 싼값에 속한다.

해 봤자 천 원짜리 컵라면 하나에 그녀의 마법 하나라니 이보다 더 이득인 게 있을까?

진리를 추구하는 현자의 마법 중 가장 배우고 싶은 마법은 당연히 하나다.

주인공의 마법 중 하나인 마투법!

아마 그것을 배우게 되면 스탯을 올리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이 마법은 과거 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마법이야. 물론 지금은 별로 사용도 안 하고 내게는 필요 없지만. 바로 마투법. 내 부족한 힘과 체력을 보완해 줄 마법이지.]

‘드디어!’

마투법.

마력을 투기로 바꾸어 체력과 힘을 몇 배로 부풀려 주는 마법.

현자가 대인전을 생각해 고안해서 만든 마법인 만큼 그 존재는 그녀만이 알고 있었다.

또한 여기에 온 목적이며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마법이기도 하다.

마투법의 가장 특별한 장점은 스탯 한계치를 불문하고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지금 내 힘의 한계치는 50.

하지만 이 마법을 배우면 굳이 그 한계치를 올릴 수고가 덜 테니 말이다.

또한 이 마투법을 사용함으로서 주요인물하고의 힘의 격차도 단숨에 메꿀 수 있을 거다.

천운은 배우고 싶다는 넘치는 의욕을 그녀에게 뽐냈다.

“바로 시작하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