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19화 (19/176)

제19화

#18

[재난 현장의 어린 두 영웅, 피난보다는 구조를 선택하다.]

- 현장에 남아 구조를 선택한 어린 두 영웅 중 한 명인 적안 가문의 한설아는 위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침착히…….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단독 보도의 헤드라인이자, 어린 영웅의 인터뷰와 사진이 찍힌 기사 내용이었다.

정작 두 영웅이라 말했지만, 사진에 찍힌 건 한설아 그녀뿐이지만…….

이 기사의 내용을 보며 한설아는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천운이는…… 맨 마지막 줄에 있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화제는 한 줄 언급된 천운보다 위세는 한설아 쪽으로 돌아갔다.

그 유명한 4대 가문 중 하나인 적안 가문이 시민들을 구하려 목숨을 불사하고 구조에 나섰다. 무려 아직 16살인 그녀가 말이다.

참고로 현장에 있던 C급 아베타인 이XX씨의 증언으로는 ‘현장의 인원 부족으로 구조가 늦어질 것이라는 말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피소를 뛰쳐나간 그녀의 판단은 현 아베타들이 본 받아야 할 영웅의 모습 그 자체였다.’ 라는 그녀는 기억도 못하 는 증언 또한 그녀를 영웅으로 내세우기에는 더없이 부족하지 않을 기삿거리였다.

한설아는 그런 원치도 않던 명예를 얻으며 바닥이 푹 꺼지라 한숨을 쉴 뿐이었다.

“하…… 걔는 대체 어디서 뭐 한데?”

“설아야. 사과 먹으렴.”

여전히 한설아는 병실에서 다친 몸을 치료받고 있었다.

한민아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사과 하나를 금세 깎으며 토끼 모양 사과를 포크로 콕 집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한설아는 별말 없이 입을 벌려 사과 하나를 아삭하고 씹었다.

“냠.”

“설아야.”

“네?”

“언니랑 같이 살래?”

한설아의 손을 천천히 그러나 다정하게 양손으로 감싸 쥐듯 잡으며 한민아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윤현을 믿고 한설아를 맡겼지만, 그것은 크나큰 실수였다.

한민아 또한 윤현의 배신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더욱 상처받은 것은 한설아 본인일 터.

더 이상 설아를 가문에 혼자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저…… 그래도 되나요?”

“오히려 집에 혼자 있으니 외롭거든.”

“……천운이 때문에요?”

김천운…….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마음 한구석의 그의 이름이 자리 잡았다.

처음 만남은 그리 좋다고 볼 수 없었지만, 이미 그와의 마음에 벽이 허물어진 지 오래이다.

“천운이는 왜 인터뷰를 안 한 걸까요?”

“응?”

“같이 했으면 좋았을 텐데…….”

영웅은 자신보다 천운에게 더욱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자신을 표현한다고 생각하면 어디까지나 민폐를 끼친 역병이니 말이다.

물론 잘잘못을 전부 따지면 그녀를 탓할 게 아니지만 한설아는 아직 그런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얘는 무슨 욕심이 없데?’

던전 때도 그랬다.

충분히 가치 있는 유물임에도 불구하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천운은 아낌없이 유물들을 전부 한설아에게 주었다.

너에게 남는 게 뭐냐고 물으면 자신은 경험을 얻었고 어차피 자기한테 쓸모없는 유물이라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왜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대해 주는지 알 수가 없…… 아니 그러고 보니 분명 팬이라고…….

“설아야!”

“네, 네?”

“세 번을 불렀는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이 하니?”

“아 죄송해요. 혹시 무슨 얘기 하셨어요?”

“만약 천운이처럼 너도 목표가 학교라면 나도 널 그냥 둘 생각이 없단다. 천운이도 나와 약속해서 허락받은 거니까.”

김천운이 길영트에 들어가는 조건.

그 조건은 예전에 천운에게 들은 적이 있다.

이제 언니는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하라고 자신을 엄하게 훈련시킬 것이다.

한설아 또한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며 동시에 원하던 것이다.

그러니 대답은 당연히 예스다.

“부탁드릴게요. 언니.”

언제까지 약자로 있을 테인가.

언제부터인가 자신보다 뒤떨어져 있던 천운이 빠르게 자신을 앞지르려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그는 언젠가 대등하게 자신의 옆에 서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쫓아오는 천운을 기다려 줄 생각은 없다.

자신 또한 아직 약자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기다려 주지 않아도 천운은 금세 자신을 쫓아올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으니까.

* * *

“샌디. 시간은?”

[?? 6h]

“……이건 안 되겠다.”

현세에서의 시간은 6시.

6시간 뒤에 깨달은 것은 지금은 마력 순환을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차피 어두우니 눈을 뜨고 마력 순환을 하면 몇 시간 뒤에 눈과 관련된 스킬을 얻을 줄 알았지만, 내가 너무 얕본 모양이다. 의철은 이 공간에 들어가자마자 몇 시간 뒤에 눈과 관련된 스킬을 얻었다고 내가 소설에 쓰긴 했지만 난 김의철이 아니다. 김천운이지. 일단 움직여야겠다.

물론 마력 순환을 할 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순환을 유지하고 있긴 했지만, 가만히 앉아 있던 것은 매한가지다. 정신이 시체처럼 걸레짝이 되기 전에 몸을 움직여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껴야 할 거 같다.

“안 되겠다, 샌디야.”

[ㅇ? ㅇㅇ.]

“허리에 둘러봐.”

그럼 어떡해야 되냐? 당연히 억지로라도 이 지겨움을 날려 줘야 되지 않겠나?

그때 아! 하는 듯이 떠오른 한 독자의 생각이 있었다.

‘이걸 진짜 하게 될 줄이야.’

먼저 샌디를 허리에 두른 다음 이 구덩이의 끝인 벽을 향했다.

생각보다 넓은 구덩이는 운동장 크기의 넓이라서 가벼운 트레이닝을 하기에는 딱 좋은 공동이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으니 샌디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허리에 감싼 샌디를 늘려 벽에 닿게 한 후, 그대로 한 바퀴를 뛰는 것이다.

이로써 벽에 부딪칠 걱정은 없어졌다.

“상태창.”

이름 : 김천운

나이 : 16세

<스탯>

힘 : (17.2/50)

체력 : (16.1/40)

지능 : (1/100)

마력 : (19.1/38)

행운 : (100/?)

<스킬>

의안(S)

“마력이 이 정도라.”

지금까지 먹었던 산삼의 효능으로 오른 마력이었다.

스킬의 사용은 마력량에 따라 발동할 수 있는 횟수가 결정된다.

그만큼 필요한 게 마력이라는 것이다.

난 보이지 않은 눈으로 가방을 뒤적거리며 산삼차를 넣어 둔 보온병을 꺼냈다.

“크! 쓰다!”

언제부터 였을까? 이 쓰디 쓴 산삼차가 마약 같은 중독성이 생겼다.

먹다 보면 적응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뭔가 이 씁쓸한 맛이 결국에는 입맛에 적응된 것이다.

“어디 보자. 마력이.”

이름 : 김천운

나이 : 16세

<스탯>

힘 : (17.2/50)

체력 : (16.1/40)

지능 : (1/100)

마력 : (19.3/38) +0.2

행운 : (100/?)

<스킬>

의안(S)

마력은 천천히 오르고 있었다.

아마 이 구덩이 안에서 남은 산삼차를 다 먹으면 마력 스탯 26까지는 넉넉하게 찍을 수 있을 거다.

“좋아!”

그럼 남은 것은 이 건더기.

아사할 걱정이 없는 공간이라지만 언제 빠져나올지 모르는 구덩이다.

그동안의 훈련은 내 피로와 정신력을 아득히 깎아 먹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산삼은 그 정신력을 강화 시켜 주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될 거다.

마력물을 빼내 산삼의 반의반을 손으로 찢어 입 안에 넣었다.

예전처럼 그냥 삼키는 것이 아닌 최대한 맛을 느끼면서 입 안에서 사르륵 부서지는 느낌이 감히 굉장한 건강한 맛이다.

좋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허리를 둘러싼 샌디가 벽에 닿은 뒤 몸을 늘려 알려 줄 것이다.

또한 이 쓴맛의 산삼을 쪽쪽 빨아 씹어 먹으며 정신력과 기력을 회복한다.

처음부터 잘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도는 해 보고 안 되면 먼저 집중적으로 마력 순환을 손보면 된다.

“사람이 할 짓은 아니네.”

[…….]

하지만 이 방법은 한 독자의 쪽지로 시작한 아주 기발한 수련 방법이다.

지금에서야 해 보는 방법이지만 3달 동안 뽕을 뽑을 방법은 이것뿐이다.

물론 몇 개는 바꾸어 리메이크 한 거지만.

[작가님 천운이도 저 성장의 공터에 던져 버려서 샌디랑 맨날 가위바위보 시키고 달리기만 시키는 게 어떨까요? 그럼 주인공보다 강해지지 않을까요? ㅎㅎ]

인기 순위 1위의 천운을 사랑하는 한 독자의 인상적이고 기발한 쪽지였다. (물론 그때는 천운이 인기 있는 줄 몰랐다.)

댓글은 귀찮아서 안보지만 쪽지를 통해 보낸 말 중 인상적이라 생각해 그 어린 독자에게 답을 보냈다.

[천운이도 사람이에요.]

물론 내놓은 결론은 황당하면서도 조금만 생각하면 동시에 너무나도 효과 만점의 훈련이었다.

달리기와 가위바위보를 동시에 행운 스탯과 체력, 힘을 늘리는 훈련 방법이다.

하지만 각하다.

왜냐고? 천운이도 일단 사람이다.

괴물 같은 주인공이라면 모를까? 천운을 이 구덩이에 보낼 생각도 없었고, 억지로 던져 버린다 해도 얘는 성격상 운만 믿고 구조만을 기다릴 놈이다.

하지만 웬걸?

“샌디야. 난 이제 사람이 아니다.”

[…….]

지겨운 고통은 참을 수 없지만, 훈련을 하여 정신적 충격 고통은 산삼이 완화해 줄 것이다.

오직 달리면서 이 3가지를 동시에 할 생각이다.

산삼 먹기, 달리기, 가위바위보.

산삼을 먹으며 훈련으로 쌓이는 정신적인 고통을 완화해 준다.

달리기는 상태창 중 힘과 체력을 올라간다.

마지막으로 샌디와의 가위바위보는 내 행운 스탯을 조금씩 올려 줄 것이다.

“이야 심심할 일 없겠네. 그치?”

[…….]

이제부터 한계치까지 이 기행을 반복해야 한다.

힘들면 입에 씹고 있던 산삼을 삼키면 된다.

무한의 루프 지옥이 시작이다.

* * *

몇 시간이 이 흘렀을까? 어두운 칠흑의 공간을 끊임없이 달리는 것은 마치 끝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를 달리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 오직 난 달리는 기계라고 생각하며,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오르는 스탯을 보며 이 지겨움을 달래며 달리고 있다.

정신적으로 지치다 쓰러질 듯싶으면 입 안에 머금고 있던 산삼을 삼키며 기력을 보충했다.

몇 가지는 내가 리메이크해서 바꾼 게 맞지만, 이걸 생각한 독자가 너무 고마워 찾아가서 자기가 그렇게 좋아한다는 김천운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었다.

“샌디야. 몇 시간이야?”

[16h ㄱㅊ?]

“뒈질 거 같아…… 샌디야 계속 말 걸어 줘. 심심하지 않게.”

문장으로 쓴 것과 전혀 다른 고문에 가까운 시간이다.

이 지옥 같은 고행을 난 김의철한테 당연하다는 듯이 했다고 쓴 건가?

문장이 현실이 되는 순간, 모든 오감이 살아난 이 세계에서 더 이상 글은 글이 아니게 됐다.

그 말은 말 그대로 내가 표현한 지옥이라는 것이 현실로 일변한 순간이다.

그리고 난 그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후- 후…….”

이 어두운 공간에서 체력적으로 고통은 없었다.

허기는 물론 힘들다는 체력적인 고통 또한 느끼지 못하겠지.

그럼에도 호흡법을 구사하며 달리고 있었다. 실제로 느끼지 못한다고 하여도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마치 살아 있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이 정신적으로 힘든 지옥 속에서 조금 멈춘 후 바닥에 널브러져 쉬어도 되겠지만, 그런데도 계속 뛰는 이유는 예전부터 찾아오는 죽음에 대한 압박감이었다.

멀게 느껴져 천천히 준비했던 죽음의 공포가 성장의 공터 덕분에 코앞까지 앞당겨 찾아온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공간에서 누워서 쉰다는 것이 더욱 죽음을 재촉하듯 어둠이 몰려와 몸 전체를 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누워서 쉰다는 것 자체가 시체가 된다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미친 듯이 뛰고 또 뛰며 찾아올 거 같지 않는 스킬을 기다리며 어느샌가 3일이 지났다.

사람은 노력이라는 말로 자신의 한계치까지 쏟아부은 후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며 기쁨을 표출한다.

그런데 이 공간은 그것을 흐리게 한다.

끝없이 흐르는 것과 같으면서 멈춘 시간은 자신의 목표를 흐리게 만들었다.

여태까지 쉬지 않고 달리기는 했지만, 아직 할 만했다. 이건 전부 기력을 다할 때마다 섭취하는 산삼 덕분이다.

그래도 다행히 계속 뛰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천천히 그러나 계속 오르고 있는 스탯 덕분이다.

스탯이 천천히 오른다. 그 말은 마지막 끝이 있다는 것이다. 부디 이 목표의 끝에 도달하기 전에 시야를 볼 수 있는 스킬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샌디야.”

[ㅇ?]

“가위바위보나 하자.”

[ㅇㅇ]

심심해서 그냥 하는 가위바위보가 아니다.

천운의 능력 중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 운이다.

언제 정확하게 발휘될지 모르며 운명을 바꾸거나 엇나가게 하는 힘.

그것이 행운이다.

죽을 운명을 벗어나게 해 준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며 원하는 방향 쪽으로 바꾸는 것 또한 운이다.

이미 100이라면 높은 수치면 높은 수치겠지만, 소설의 김천운의 행운 수치는 150까지 올랐다.

운 스탯의 한계치를 넘고 더욱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시작한다. 가위!”

[ㅇ!?! ㅃ!]

신호 없이 바로 시작하여 샌디를 골탕 먹였다.

이런 유치한 짓거리라도 안 하면 왠지 자아를 찾을 수 없을 거 같은 기분이었다.

또한 저번에 놀린 복수이기도 하고, 내 치사한 도발에 화났는지 허리에서 부들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래 봤자 평생 나랑 가위바위보를 해도 못 이길 녀석이다.

그렇게 간간히 묵찌빠를 동시에 하니 스탯은 천천히 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5일이 더 지난 후

“샌디야. 며칠 지났어? 묵.”

[…… 5d. ㅉ.]

변화는 말없이 갑작스레 찾아왔다.

화아악-

넓게 퍼지는 시야.

모든 어둠을 암흑을 없애는 듯 밝은 시야가 공간을 퍼지며 서서히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빛이라고는 일절 찾아볼 수 없을 거 같던 이 구덩이에서 안개가 개듯 퍼진 시야는 그간의 노력을 알려 주듯 하나의 창과 함께 보이기 시작했다.

[스킬 ‘도래까마귀 신의 눈’이 활성화됩니다.]

[스킬 ‘마의 다리’가 활성화됩니다.]

자신이 이때까지 노력과 관련된 눈과 달리기와 관련된 스킬이 뜨는 동시에.

‘도래까마귀 신의 눈!’

“와…… 설마!”

어둠을 밝히고 정보를 알려 주는 눈.

눈과 관련된 A급 스킬 중 상위의 스킬이다.

이 스킬에 좋은 점은 적당히 소모되는 마력량에 비해 그 효과 유지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이게 나올 줄은 몰랐네. 하하…….”

반은 운을 믿고 기대한 결과 생각보다 좋은 결과의 스킬을 얻었다.

절로 웃음꽃이 피는 스킬이다.

그러던 와중, 또다시 뒤늦게 뜬 스킬이 하나 있었다.

[스킬 ‘행운의 만다라’가 활성화됩니다.]

“이건 또 뭐야?”

자신도 설정한 적 없는 처음 보는 스킬이 눈앞에 활성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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