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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15화 (15/176)

제15화

#14

아베타 영웅 협회의 긴급 상황실.

“지금 지원 가능한 아베타들을 전부 연락해!!”

“현재 지원 가능한 A ~ B급 아베타를 전부 소집했습니다.”

“가능한 한 신속하게 출동시켜.”

현재 고작 몇 개월 전에 일어난 마물 사태가 또다시 터지고 말았다. 몇 달 전처럼 느닷없이 튀어나온 마물과 마수 무리들.

상황실 또한 사태 발생 후, 곧바로 진압을 위해 C급, D급 아베타들을 출동시켰지만,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상황실의 지휘관은 자신의 판단 미스라는 것을 깨달았다.

“길드는? 연락해 봤나?”

“상황이 발생 직후 동시에 출동한 길드가 있습니다만…….”

“그게 저 인원이란 말인가?”

길드 또한 하나의 기업이다. 아베타를 이용한 던전 공략 산업으로 성장한 길드들은

자신들의 돈줄들을 위험한 재난 현장에 출동시키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게 뻔할 터.

지원한 길드 또한 여유가 있는 대길드들뿐이었다.

“그럼 트레져헌터들이라도 연락해!!”

“지휘관님!”

“무슨 일이야?”

“현재 S급 아베타가 자발로 지원에 나섰답니다.”

국가의 보모(寶庫)이자 현재로서는 3명밖에 알려지지 않은 S급 아베타. 그들의 무력에 비해 활동이 적어 개인주의자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그런 자가 왜…….

“어쨌든 사태는 진전될 거 같습니다.”

“아무리 S급이라도 혼자서 진압이 가능하다 생각하나?”

“출동하신 아베타가 이분입니다.”

스크린이 띄어진 한 사람의 인영.

지휘관은 그의 얼굴을 보고 끝내 안심했다.

“다행이군. 지금 당장 현장에 있는 아베타들은 마수 퇴치보다 인명 피해를 우선시하라고 전해.”

* * *

무언가 이상하다.

눈앞에 있는 흰머리랑 몇 번의 칼을 주고받았지만, 아직 이 쇼핑몰 안으로 투입된 아베타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초조하나?”

“좀…… 초조하네.”

말과는 다르게 내가 애써 여유롭게 윤현을 향해 싱긋 웃었지만 윤현 또한 그것이 허세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만 포기해라. 시간 버는 것은 이미 진작에 눈치챘다.”

“알면서 놀아 준 거군.”

“지원은 오지 않는다.”

그가 주위를 둘러보라는 듯 고개를 돌렸다. 본래 습격을 하고 주위를 방황해야 할 마수들이 보이지 않았다. 자신들을 소환한 주인 빼고는 피아식별 못 하는 마수들 때문에 자주색의 후드 녀석이 배려해 준 줄 알았는데, 그렇다 쳐도 포효 소리까지 들리지 않는다니 뭔가 이상했다.

“쇼핑몰의 마수들을 전부 바깥으로 보냈다.”

“뭐?”

“바깥에는 이미 소란스럽겠지. 여기로 지원이 올 거 같나?”

“지원을 늦추려고 일부러?”

“그래. 그러니 이만 포기해라.”

그가 검을 집어넣으며 대화를 요청했지만, 여전히 손은 도검의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아가씨의 첫 친구로서 죽이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너를 인질로 잡고 아가씨를 협박하면 알아서 오겠지.”

“하…… 이제는 위선이라니. 아저씨 가족 때문에 그런 거지?”

“……알 필요 없다.”

“이미 죽은 가족 때문에 자신의 주인을 배신했다라…….”

“뭐? 네가 어떻게…….”

본래 사실을 말해도 믿지 않을 터.

‘메트론의 눈물’

죽은 사람을 소생시킨다는 기적의 유물.

메트론의 눈물은 그가 몇 년 동안 찾고 있던 유물이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언더들과 거래를 하여 이내 메트론의 눈물을 얻는 데 성공하지만

그는 최악의 후회를 가지고 마지막에는 절망하고 만다.

성스러운 이름과는 달리 지하 깊은 곳의 마물들을 끄집어내 소환할 수 있는 것이 이 유물의 실상이다. 시체는 그 유물 소환의 매개체가 되는 것.

결국 절망한 윤현은 자신이 소환한 마물에게 먹히고 만다.

너무나도 암울하고 애초에 윤현의 성정상, 한설아를 죽은 딸처럼 여겼던 그가 배신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서 제외시킨 설정이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아무래도 윤현이 제대로 독기를 물었나 보다.

“네가!!”

눈이 돌아 버린 윤현의 주먹 쥔 손은 분노로 인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네가 뭘 안다고 지껄이냐!!”

파앙!!

윤현의 포효 같은 고함과 함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이 순간 압축된 공기가 터지듯 폭발하며 주위를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언제 한번 겪어 본 상황.

누나와의 대전에서 겪었던 상황이 또다시 재현됐다.

풍의 성질을 가진 그라서 마력이 폭풍우가 부는 듯 주위를 덮쳤지만 다행인 건 이런 상황을 예전에 겪어 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

“샌디 방벽!!”

누나와 대련 이후, 혹시 몰라 여러 불, 물, 흑, 공기에 대비해놨다. 마력 폭발은 자신의 몸에 터질 듯한 마력을 원소로 바꾸어 터트리는 기술. 또한 그의 성향은 바람이다.

난 바닥에서부터 대각선으로 쭉 뻗은 벽을 만들어 그의 바람들을 흘려보냈다.

“크윽!!”

이를 으득 간 윤현은 더욱 마력의 출력을 올렸지만, 그가 올리면 나 또한 샌디의 강도를 올릴 뿐이다. 그의 바람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난 샌디의 강도를 높이고 바닥에 박힌 샌디를 땅속까지 뿌리를 두어 바람을 막아 냈다.

“죽어라!!”

더욱 강도를 높인 바람은 결국에는 쇼핑몰 건물의 천장까지 뚫어 버리며 마무리가 됐다.

나 또한 그 정도 격의 바람을 막느라 마력을 거의 소진하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 그는 여유가 있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며 서 있었다.

“대단하군. 그 정도의 마력을 버틸 줄이야.”

“더한 것도 당해 봐서.”

“하지만 이제 무리군.”

“그렇게 보이냐?”

뭐 그러겠지. 거의 이때까지 버틴 것도 기적이다. 여러 꼼수를 쓴 후, 몇 분 동안 정면 대결을 하며 버텼으니 이 정도면 많이 성장한 수준이다. 본래라면 버티는 중간에 한두 명 정도는 아베타들의 지원이 올 줄 알았지만 헛된 꿈이었다.

그다음 계획은 생각해 두지 않아서 곤란한데…….

“죽어라.”

생각 채 끝내기도 전 그의 도검이 내 목을 향하며 발도했다.

캉!!

“뭐? 왜 왔어요!!”

“너야말로 무슨 생각으로 혼자 버티려 한 거야!!”

생각지도 못하게 내 목을 향해 발도한 검을 막아 낸 것은 그녀의 검인 하르바의 이빨이었다.

* * *

캉!!

킹!!

그 이후로는 칼날의 연쇄였다. 끝없이 부딪치는 한설아의 칼과 윤현의 도검.

계속되는 혈투에 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내가 개연을 앞당겼다지만 저 정도일 줄이야.’

한설아의 검은, 내 소설의 중반부에 나오는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동격으로 칼을 맞대고 있지만

하지만 서서히 그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었다.

“으그극!!”

그녀가 이를 갈며 두 손에 쥔 하르바의 칼날에 힘을 주었지만, 그의 도검이 밀리는 일이 없었다.

“아가씨…….”

“이제 그따위로 날 부르지 마!!”

배신한 주제에 아직도 한설아에게 어중간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윤현은 더욱 검을 굳게 쥐고 무언가를 다짐한 듯 검에서는 망설임이 사라졌다.

“본래 목적을 이룬 후, 편하게 죽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이!!”

“죽이기 전, 그것만 알아 두시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개소리!! 위선자!! 쓰레기!!”

그녀 또한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칼날에 마력을 담았다.

웅웅!!

칼날이 그녀의 마음에 동조하듯 울부짖으며 검에서 나온 기운이 그녀를 감쌌다.

‘속력의 바람’ 10분 동안 바람의 저항을 없애 주는 칼날의 힘.

그녀의 속력이 더욱 빨라지며 윤현을 따라잡고 있었다.

더욱 빨라진 그녀의 속도지만 윤현이 뒤처지는 경우는 없었다. 한설아의 속도에 맞춰 따라잡듯이 속도는 올라갔다.

결국 윤현의 검격은 이내 그녀의 배를 베고 말았다.

슥-

“윽!!”

“죄송합니다.”

한설아의 옷에서 붉은 선혈이 번지는 것이 보였다.

고통에 무릎을 꿇은 한설아의 목에 그의 칼날이 닿았다.

한설아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마주 보는 윤현의 표정이 보였다.

“왜!!”

자신의 목숨을 앗아 간다는 주제에 서글픈 표정을 짓고 있는 그.

그의 표정에 더욱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나를 죽이려는 주제에 이유가 있다는 듯이 짓고 있는 표정이 역겨워서 참을 수가 없다.

위선도 이런 위선은 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천운이 재빨리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윤현의 손짓으로 제지했다.

조금만 움직이면 바로 목을 그어 버리겠다는 신호다.

“김천운인가? 내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이 상황에 뭐? 뭔 헛소릴 하려고!”

그는 손에 쥔 칼날에 더욱 힘을 주며 말했다.

“모든 것이 끝나면 나를 죽여라.”

죽여라. 그 말이 천운의 머리를 맴돌며 울려 퍼졌다.

그 말과 함께 천운은 어떻게든 생각하며 머리를 굴렸다.

한설아를 살려야 된다.

지금은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현재 자신의 힘은 나약하며 현 상황에 어찌할 수도 없는 자신이 지금 여기서 뭘 할 수 있지?

천운은 상황의 막막함에 고개를 돌려 건물이 뻥 뚫린 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 무언가를 눈치채고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가…… 거절하지.”

“뭐?”

“그럴 필요가 없어졌거든.”

후우우웅!!!

털썩!!

“뭐?!”

천장에서 떨어진 한 인영. 그도 잘 알고 있는 보라색 후드의 사내였다.

갑작스럽게 그것도 빈사 상태로 떨어진 싸늘한 그의 몸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천장을 보고 있자 윤현 또한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자신이 뚫어 놓은 천장 너머의 한 인영을 보았다.

“어째서 그가 이곳에…….”

뚫린 천장을 바라보니 허공에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유유히 우리를 바라보는 사내가 있었다.

윤현은 그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가 뚫린 천장을 통해 천천히 허공에서 내려왔다.

꾀죄죄한 흰색 티셔츠와 검은색 반바지, 자다 일어난 듯한 부스스한 머리에 슬리퍼를 신은 그.

“에이 씨! 귀찮게, 얌전히 지내라 좀! 이 X새들아!”

그가 귀찮다는 듯 머리를 벅벅 긁으며 윤현의 앞에 섰다.

“어디 보자? 원래 이런 사건은 안 일어나는데. 주모자가 너야?”

나 또한 놀랐다. 설마 이 사건에 그가 올 줄은.

구질구질한 모습과는 다르게 감당할 수 없는 마력과 힘을 가진 사내.

S급 1위 회귀자 ‘한우성’.

106회차의 회귀를 거듭한 한우성이 이곳에 찾아왔다.

* * *

허공에서 내려온 한우성은 윤현을 힐끗 본 후, 경고하는 듯이 말한 뒤, 우리 쪽을 항해 몸을 돌렸다.

“어디 보자. 모두 조금만 움직여도 어린애 할 거 없이 다 죽인다.”

“큭!!”

귀찮은 듯이 대충 말하며 우리 쪽으로 몸을 돌린 한우성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이 턱에 난 수염을 긁적이며 한설아를 주시했다.

“음……. 너 한설아지? 네가 왜 여기 있냐?”

“네?”

“분명 이맘때면 납…… 아니, 아니다.”

이번에는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향했다. 한설아와 대화할 때와는 비교가 안 되는 마력을 발하며 공기가 뒤바뀌었다. 감당할 수없는 농후한 마력들.

그것들이 일제히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한우성이 나에게 입을 열었다.

“신기한 건 너야. 넌 뭐냐?”

분명 평범한 말투였다. 분명 호기심에 물어본 그 평범한 말투에서는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한기가 묻어 나왔다.

“김천운입니다.”

“뭐?”

“아니, 이름을 물어보시는 줄 알고…….”

한우성이 내 반응이 황당하다는 듯이 표정을 짓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미친놈처럼 웃고 있었다.

“크하하! 고놈 당돌하네. 넌 내가 안 무섭냐?”

“구해 주려고 오신 거 아닌가요?”

“뭐 그렇긴 한데…….”

“일단 구해 주시면 안 될까요? 좀 몸이 쑤시네요. 저는 잠시 쉬고 있을게요.”

“크크, 거참 뻔뻔하네. 야 이놈아. 구해 주러 온 사람한테 감사해야지.”

“감사합니다.”

“오냐 꼬맹아.”

천운을 뒤로하고 고개를 돌린 한우성의 표정은 썩 기분 좋아 보였다.

‘뭐, 한우성은 이런 녀석이니까…….’

자신을 두려워하는 자보다. 자신을 편하게 대해 주는 자를 좋아하는 그다.

하나같이 한우성을 보면 비슷한 반응과 똑같은 행동을 선보였다.

두려움.

그런 따분한 반응에 진절머리가 난 한우성이었다.

자신이 구해 준 사람들부터 가만히 손도 안 댔는데 부들부들 떠는 사람들까지 그딴 무례를 취하니 한우성 또한 당연히 기분이 안 좋을 거다.

그리고 지겨운 것이다.

반응이 하도 똑같으니까. 재미가 없어서.

남녀노소, 빌런, 아베타들을 포함해 너무나 지겨웠던 것을 오랜 세월 지켜본 것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흥미.

“그 뭐냐? 이름이 김천운인가? 일단 나중에 얘기하고 우선 먼저.”

한우성은 다시 한번 윤현을 바라봤다.

윤현은 식은땀이 흐르며 한우성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눈도 깜빡거릴 수가 없었다.

한순간의 깜빡거림에서 머리가 날아갔다는 것은 한우성에 대한 유명한 일화다.

윤현은 떨리는 손에 더욱 힘을 주어 도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거기 아저씨.”

한우성의 한마디에 순식간의 주위에 온도가 낮아지는 듯 오싹함이 온몸을 조여들었다.

방금 내가 어떻게 대범하게 그에게 말했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그쪽이 이 사건의 주모자 맞나?”

“큭!!”

“얌전히 있어. 곧 끝나니까?”

한우성이 뻗은 손이 천천히 윤현을 향하자.

“뭐?! 뭐야 X발.”

순식간에 윤현과 자주색 후드가 서 있는 바닥에서 칠흑의 블랙홀이 나타났다.

자주색 후드의 시체 또한 증거 인멸을 위해 가져가는 것이 분명할 터.

한우성은 윤현을 향해 빠르게 손을 내뻗었지만.

“이런 X! 귀찮게 순간 이동 스킬을 가진 놈이 있네!!”

윤현이 행동하기도 전에 그 블랙홀은 그들은 삼키고 돌연히 자취를 감췄다.

한우성은 윤현의 사라진 바닥에 거하게 침을 뱉고 귀찮다는 듯이 하품을 하며 우리 쪽을 돌아섰다.

“에휴…… 쫓는 것도 귀찮고 일단 확인했으니 됐고, 집에 가자.”

사실 그의 유일한 취미 중 하나는 자신이 회귀하면서 일어난 사건 중 뒤바뀐 미래 구경하기다. 무언가의 원인으로 원래 일어났어야 할 미래가 없어지고 다른 사건이 터지는 것.

그는 그때마다 사건에 출동하여 빠르게 저지한 뒤, 그 미래를 일으킨 원인 제공자에게 흥미를 갖는다.

“야 천운아!”

그가 방긋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다시 한번 하늘에 뜨고 있었다.

“나중에 보자.”

“안녕히 가세요.”

내가 정중하게 90도로 고개를 숙이니 그가 키득거리며 빠르게 들어온 천장을 통해 바깥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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