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7
‘방금 뭘 본 거지?’
한설아는 방금 본 광경이 믿어지지 않았다. 칠흑 같던 갈라진 땅 사이에서 무수히 들끓는 수많은 마물들, 소름 끼칠 정도의 사람들의 단말마, 한설아는 아주 잠시지만 지옥도를 본 느낌이었다.
이 광경은 알고 있다.
며칠 전, 뉴스에 방영된 유명한 사건인 ‘크레바스 마물 사건’이다.
그 지옥 같은 광경에서 그녀는 보았다. 유일한 안식처라고 생각되는 피난 시설에서 김천운과 똑같이 생긴 남자를 아니, 김천운을.
정작 본인은 이 광경을 잘 모른다는 듯이 말했지만.
한 가지 알 것 같았다.
그의 표정을 보니 모르는 게 아니라 아마……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아마 그도 여러 사정이 있을 거라고 한설아는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내 깊은 고민 같은 생각을 잘라 내며 무언가를 찾았다는 듯이 나를 불렀다.
“한설아 씨 도착했어요.”
이내 생각을 그만두고 천운이 가리킨 곳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제단이네.”
보스방 안쪽의 작은 통로를 통해 걸은 지 몇 분 후, 통로의 끝에는 단출하지만 정성스럽다는 듯이 고운 검은 모래 위에 2개의 유물이 올려져 있었다.
“이건…….”
“와. 이건 대박이네요.”
{하르바의 이빨}
등급 : A급
설명 : 재해급 바람의 늑대 하르바의 이빨로 만들어진 칼이다. + {바람을 조종하는 하르바의 힘이 깃들어 있다}
<하르바의 바람 : 주위의 바람을 통제하고 아주 잠시 동안 진공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속력의 바람 : 10분간 사용자는 바람의 저항을 덜 받는다.>
<현현(顯現): 사용자의 부름에 따라 어디서든 소환할 수 있다.>
“와, 대박 대박.”
“……뭔가 연기 톤 같은데? 너 이미 알고 있던 거 아니야?”
“하하, 설마요.”
뭐, 이미 이 유물이 나올 거란 건 알고 있었다.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던전이니 당연히 유물도 그녀를 위한 유물이니 말이다.
“근데 이건…….”
“왜요?”
“이건 내가 못 써, 내 적성에 안 맞는 유물이야.”
아직 한설아는 인지하지 못했을 거다. 불 계열에 능통한 적안 가문에서 자신의 적성은 불이 아닌 풍(風)이라는 것을. 본래라면 길영트 아카데미에 입학 후, 자연스레 그녀의 적성을 천천히 알아가며 바꾸겠지만, 아직은 모르는 게 당연했다. 그녀는 불 적성에 재능이 없는 게 아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노력 끝에 A급 아베타 정도의 위력을 낼 수 있겠지만, 거기서 끝이다. 그녀가 더욱더 위를 바란다면 적성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을 조금 내가 한 발 밀어주면 된다. 그렇게 된다면 풍과 불 적성을 동시에 사용하게 될 것이다.
“이건 나한테 필요 없겠네.”
예상하듯 그녀는 역시 이 유물은 자신에게 필요 없는 유물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직 자신의 진짜 힘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억지로 각성 이벤트를 진행한 결과, 아마 자신이 진짜 적성을 모를 수밖에 없었을 거다. 여기선 억지로라도 이 유물을 사용하게 만들면 된다.
“70 : 30 이죠? 그래도 일단 가져가세요. 혹시 모르잖아요?”
“미안한데 난 바람 적성이 아니라서.”
“혹시 모르죠? 불하고 바람을 동시에 쓸 수 있을지?”
아직 자신의 적성을 고민할 때 한설아는 바람과 불을 동시에 사용하며 자신에 몸에 맞는 힘을 찾고 있었다. 결국에는 둘 다 사용하게 될 테니 말이다.
“불하고 바람을 같이 쓸 수 있으면 멋지잖아요.”
“음…… 그래도. 근데 역시 수지타산이 안 맞아. 솔직히 나보다 너 덕분에 공략할 수 있던 거 같은데?”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긴 한데. 저도 필요 없는 물건이에요. 저는 검을 못 쓰거든요.”
솔직히 말해 일주일간 노력해 어지간한 힘과 체력을 길렀지만, 생전에 한 번도 검을 만져 본 적 없는 몸이다. 만져 봤자 과일을 깎으려고 쓰던 과도 정도? 그리고 애초에 김천운은 검을 안 쓴다. 아니 못 쓴다, 재능이 없어서…… 이렇게 보니 재능이라곤 진짜 운밖에 없는 운빨충 같네.
“그래? 음…… 그럼 검은 내가 가질 테니까. 이건 네가 들고 가.”
그녀는 검 옆에 나란히 놓인 유물을 가리켰다.
{밀리엄의 망토}
등급 : B급
설명 : 대마법사 밀리엄이 제작한 투명 망토다. + {착용자의 존재감이 한순간 옅어지며 몸을 숨길 수 있다.}
<은신 : 1분 동안,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다.>
‘해리포터에 영감을 받아 만든 유물이네.’
말 그대로 그냥 몸을 숨길 수 있는 투명 망토이다. 아마 패기 스킬을 가진 그녀한테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저도 필요 없는 유물이네요.”
“뭐?”
“그냥 한설아 씨가 다 가지세요.”
“아니, 그럼, 너무, 미안한데…….”
“전 그냥 던전 공부한 거로 만족해요.”
그녀의 표정이 당황에 물들었다. 이건 뭐 70 : 30도 아닌 그냥 100 : 0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원하는 물건은 하나뿐이다. 아마 그녀는 생각지도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쉽사리 받으려 하지 않으니 내 자랑거리 중 하나를 알려 줘야겠다.
“저 부자예요. 이런 유물 돈 주고 얼마든지 얻을 수 있으니까. 그냥 가지세요.”
“어?”
돈 지랄. 한번 해 보고 싶긴 했는데 한설아 앞에서는 아니다.
예상대로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멍하니 한설아가 쳐다봤다. 나도 부끄럽지만, 그녀도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 몰랐던 모양이다. 멸시받았다 해도 일단 그녀도 적안 가문이다. 아마 그녀 앞에서 돈 자랑은 일류 미슐랭 셰프 앞에서 자신도 라면 끓일 줄 안다고 자랑하는 격일 것이다.
“하…… 뭐 알겠어. 그럼 연락처 줄 테니까. 나중에 도와줄 거 있으면 연락해.”
“알겠어요.”
“욕심도 없네. 이런 걸 코앞에 두고 그냥 건네주고…….”
뭐 정확히는 욕심이 없다기보다는 내가 원하던 유물은 이것들이 아니다. 애초의 그녀를 위한 유물들이니 그녀가 사용하는 게 바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진짜 원하는 유물은 따로 있었다.
“이 검은 모래는 제가 챙겨 갈게요.”
“어? 그거 뭐 쓸모 있어?”
“네. 저한테는 많이 쓸모 있을 거예요.”
소설 속에서는 주인공 일행들과 한설아가 이 던전에 들어간 뒤, 몇 분 후 김천운도 따라서 이 던전에 들어간다.
물론, 이미 공략된 던전이라 위험 없이 편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 주인공이 지나간 제단에는 이미 유물은 없고 곱게 갈려진 듯 작은 입자로 되어 있는 검은 모래만이 남아 있었다. 김천운은 이것도 유물일 거 같아 조심스레 가져갔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유물이 맞다.
“이제 돌아가죠. 여기 귀환석이 보이네요.”
“어 잠깐. 저기도 길이 보이는데?”
그녀가 가리킨 곳은 제단 뒤, 사람 2, 3명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통로였다.
“거기는 안 돼요. 아직 저희 힘으로는 못 들어가요.”
“그건 어떻게 알아?”
“마기 수치가 조금 높거든요.”
“그런 것도 알 수 있어?”
“측정기로 재 봤어요.”
“아…….”
이다음 공간에서는 마기와의 공명으로도 알 수 없는 방벽이 쳐져 있다.
그러니 한설아 또한 모르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아직 우리가 감당 못 하는 던전이기도 하고.
한설아는 아직 이 통로 밑으로는 공략할 수 없을 것이다. 지하로 통하는 길. 본래, 이 던전은 보스를 공략할수록 점점 더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다. 당연하게도 내려갈수록 던전의 난이도는 높아진다. 1층의 문지기 ‘레트아몽’ 같은 경우 정보만 있다면 둘만의 힘으로 쉽게 상대할 수 있겠지만, 여기 밑으로는 잔머리만으로는 공략이 불가능한 던전이다.
“이만 가죠.”
“그래. 일단 던전 공부는 됐지?”
“충분할 정도로요.”
“……너 정말 던전 처음인 거 맞아?”
“미리 조사해서 그런 거예요.”
둘은 귀환석을 손에 쥐고 바닥에 힘껏 내던져 깨트렸다. 귀환석에서 깨진 금 사이로 연기가 피어올라 우리 둘의 몸을 감쌌다. 아주 잠깐 보이지 않던 눈에서 빛이 보이더니 우리의 몸은 어느샌가 동굴 입구로 이동돼 있었다.
“신기하네요. 이건 어떤 원리로 이렇게 되는 걸까요?”
“나도 몰라.”
나도 사실 이 설정은 던전을 다시 빠져나오는 것까지 쓰기 귀찮아서 만든 설정이다. 당연하게 원리는 설명 안 했다. 대충 마력으로 인한 고대 문명의 고도 기술로 만들어진 아이템이라고 써 놨다. 아마 이 세계도 이런 공백 부분을 채우진 않은 모양이다.
“난 이만 가 볼게.”
“저는 조금 할 게 있어서요.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그래.”
그녀가 유물을 손에 쥐고 기분 좋은 듯이 살랑거리며 천천히 산을 내려갔다. 순간 무언가 깜빡한 게 있는지 뒤돌며 우물쭈물 가만히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초콜릿 남았네요. 가져가실래요?”
“……응.”
그녀는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는 표정으로 기분 좋게 산을 내려갔다.
난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다, 아까 챙긴 모래를 꺼냈다.
“일어나.”
난 이 검은 모래에 손을 얹어 마력을 주입했다.
푸르릉-
모래들이 조금씩 떨더니, 그 많던 모래가 내 손바닥 안에서 둥그렇게 압축되어 주먹만 한 슬라임 형태로 변했다.
{고대의 형태 기억 모래}
등급 : ?급
설명 : 지성을 가진 형태 기억 모래다. 지성을 가진 만큼 대화가 가능하여 여러 형태로 변환 할 수 있으며, 착용자는 어딜 있든 모래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마력 : 2/100
지능 : 10/100
<형태 기억 복사(흡수) : 마력 수치에 따라 본 것은 무엇이든 복사할 수 있으며 유물을 흡수하여 그 형태로 변환도 가능하다.>
<경화 : 모래가 형태를 유지한 상태로 단단한 경화를 할 수 있다.>
<텔레파시 : 모래가 어디 있든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으며 대화가 가능하다.>
<무게 조절 : 많은 양의 거대한 모래는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무게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됐다.’
마력을 주입해서야 알 수 있는 유물의 상태창.
소설 속 재능 없는 김천운의 유일한 무기인 형태 기억 지성을 가진 모래, 별칭은 ‘샌디’다.
활용 방법을 모르는 김천운은 방어형으로만 사용하거나 샌디에게 모든 걸 맡겨, 샌디 본연의 힘을 썩게 뒀지만 난 이 녀석을 그렇게 둘 생각이 없다.
참고로 등급이 ?인 이유는 이 유물의 가능성을 정확히 측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따라 그 강함이 결정되는 게 이 유물이니 말이다.
본래 좋은 무기일수록 주인을 잘 만나야 하는 법.
난 샌디를 김천운처럼 방어형으로만 쓸 생각이 없다.
[?]
“안녕.”
[ㅎㅎ ㅊㅇ!]
일어나자마자 반갑게 살갑게 맞이해 주네.
ㅊㅇ? ㅊㅇ이 뭔 뜻이지?
물론 샌디는 텔레파시를 통해 초성으로 대화할 수 있는 모래다.
아직 지능이 낮아 초성으로만 가능하지만, 아마 지능을 높이면 문장으로 대화가 가능할 거다.
“일어나자마자 미안한데, 혹시 저기 있는 여자한테 몰래 따라붙을 수 있어?”
[ㅇㅇ.]
샌디는 자신의 몸 일부를 떼어 내 빠르게 한설아 쪽으로 달라붙었다.
“됐다. 집에 가자.”
[ㅇㅋ.]
일단 준비는 끝났지만, 마지막으로 갈 곳이 있다.
* * *
“어서 오십쇼.”
“안녕하세요.”
산을 내려가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이 세계관에서 가장 유명한 대장장이 D가 만든 ‘D의 유물 가게’다. 보통 던전에서 얻은 유물들은 대장장이가 만든 것과 비교가 안 되는 성능을 가졌지만, 이곳은 다르다. 100%까지는 재현이 불가능하지만
대장장이 D의 진심에 따라 그 재현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하지만 오늘은 유물을 사러 온 것이 아니다.
“샌디.”
[?]
“여기 주위에 있는 것들 전부 기억할 수 있어?”
[ㄴㄴ]
역시나 예상했지만, 아직 지능과 마력 수치가 낮은 결과, 모든 무구를 기억할 수 없는 모양이다. 마력은 어떻게 내가 노력하면 해결될 일이지만, 지능은…… 인간과는 다르니 올라가는 기준을 모르겠다. 일단 똑같은 방식대로 책이라도 줘야 하나?
“그럼 몇 개까지 가능해?”
[3]
3개라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샌디의 지능을 생각하면 3개라도 만족할 결과다.
일단 능력치가 낮은 샌디라 복사한 유적의 효과를 전부 쓸 수는 없을 거다.
복사하고 나서 알겠지만, 아마 예상으로는 유물의 60% 정도만 효과를 쓸 수 있을 거 같다.
100% 정도의 유물을 사용하려면 그 유물을 삼키는 방법밖에 없다.
“그럼 저거 기억할 수 있어?”
난 유물점 안쪽에 있는 겁나 비싸 보이는 기다란 장검을 향해 가리켰다. 이 장검 가격만 봐도 후덜덜 떨린다. 지금 내 용돈의 30배나 달하는 가격이다.
[ㄴㄴ.]
“어? 안 돼?”
[ㅇㅇ]
“왜?”
[…… 2]
‘2? 2가 왜…… 아 마력!’
현재 샌디의 마력은 2.
지금 내가 샌디에게 줄 수 있는 마력량이다. 못난 주인이라 좀 미안하네.
생각해 보니 너무 억지 부린 모양이다. 갓 태어난 강아지한테 뼈다귀를 던져서 물어오라 한 격이다. 아직 지능과 마력이 낮은 샌디가 저 정도 격의 무기를 복사하는 것은 역시 무리인 듯하다. 그렇다면 샌디도 복사할 정도의 낮은 가격의 유물을 찾아보거나 흡수할 수 있게 하나 사 둬야겠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돈이니 말이다.
“이건 어때?”
[ㅇㅇ]
난 근처 선반에 올려져 있는 손목 밴드를 하나 가리켰다. 계속 둥근 댤걀 형태로 들고 다니니 불편해서 편하게 손목에 차면 좋을 거 같다. 내 현재 손목 밴드보다 유물 형태의 손목 밴드로 복사하는 게 좋을 테니 말이다.
샌디가 손목 밴드를 보고 인식했는지 곧바로 편하게 찰 수 있는 밴드로 변하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이건…….”
“저기…… 혹시 괜찮으신지?”
“네?”
내가 주의 깊게 밴드를 보니, 어느새 저 멀리 카운터에 있던 점원이 내게 다가왔다.
아마도 점원은 저 멀리서 내가 샌디와 대화하는 것을 계속 지켜본 모양이다. 생각해 보니 남들 눈에는 허공에 대화하는 미친놈으로 보일 것이다.
“신경 쓰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까부터 계속 혼자서 뭐라 말씀하시길래 걱정이 돼서요. 혹시 괜찮으신지?”
“아, 네. 죄송합니다.”
“흠…… 알겠습니다.”
내가 정중하게 사과하자, 점원은 뒤로 돌며 뭐라고 구시렁거리며 다시 카운터로 돌아갔다, 뭐라고 하더라? ‘저 나이에 젊은 청년이 안타깝’ 뭐시기 라던데…….
앞으로 이어폰을 끼든 텔레파시로 대화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 * *
결국 샌디가 복사한 유물은 손목 밴드뿐이었다. 차라리 복사보다 조금 가격이 싼 유물을 사서 샌디에게 흡수시키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 단검.
{크리티컬 단검}
등급 : F급
설명 : 마력을 주입하면 랜덤으로 크리티컬이 터지는 단검이다.
<크리티컬 : 10분의 1확률로 크리티컬이 뜬다.>
던전 보스인 레트아몽을 쓰러트릴 때 쓴 단검이다. 혹시 몰라 이것도 기억할 수 있나 샌디한테 물어보니 복사는 불가능하고 바로 단검을 그대로 꿀꺽 삼켜 버렸다.
흡수한 유물의 효과는 페널티 없이 전부 그대로 부여받을 수 있었다. 물론 F급 유물이라 가능한 결과였다. 아마 그 이상의 유물은 지금의 샌디에게는 버거워 흡수해도 그 전부를 사용이 불가능할 거다.
다음은 무조건 필요할 거 같은 실을 하나 샀다.
{튼튼한 얇은 실}
등급 : F급
설명 : 보통 실보다 튼튼하다. 그것뿐이다.
말 그대로 그냥 튼튼한 실이다. 하지만 역시 장인이 만든 실인지 얇지만, 보통의 두꺼운 밧줄보다 튼튼함을 보여 줬다. 난 이것을 복사하는 것보다, 샌디한테 흡수시키는 게 좋을 거 같아 구매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더럽게 비싸다. 저 튼튼한 실 하나가 50만 원이다.
설정에서는 그냥 ‘D의 유물들은 전부 비싸다’라고 적었더니 이 세계는 이렇게 멋대로 가격을 설정한 거 같다.
계속 생각해도 후회되네.
그냥 D를 은둔 장인처럼 실력만 좋고 유명하지 않은 장인으로 만들 걸 그랬다.
“좋아 아까 내가 말했던 거 기억하지?”
[ㅇㅇ]
내 손목에 붙어 있던 샌디의 몸에서 가느다란 실이 튀어나왔다. 그 실의 끝부분이 점점 부풀어 오르더니 아까 흡수한 단검의 형태로 변했다.
‘됐다!!’
이 3가지를 합성해서 만든 이름하여 원격 조종 단검이다. 내 마력량이 적어 오래 유지는 못 하겠지만 괜찮다.
마력은 산삼으로 인해 높게 오를 것이고 크리티컬 확률이 낮은 단검은 내 운 스탯으로 커버가 가능하니 어떻게 보면 한방 필살 무기이다. 오래 유지를 할 필요는 없을 거다.
또한 샌디의 몸 전체는 모래로 돼 있어 굳이 하나의 유물로 변할 때 샌디의 몸 전체를 쓸 필요는 없었다. 이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 손목의 흉터는 손목 밴드로 변한 샌디가 지켜 줄 테니 말이다.
이제 만반의 준비는 끝났다. 윤현이 배신하는 것은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고 자세히 서술하지도 않았지만, 그녀가 아카데미를 입학하기 전의 과거이니 아마 이 1년 사이에 그는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놨을 것이다
이제 때가 될 때까지 훈련하며 기다리는 것만이 남았다.
띠리리리링-
현재 시각을 보니 밤 11시다.
오늘은 늦었으니 돌아가자, 던전 때 사건도 있고 오늘따라 몸이 무겁고 피곤하다.
띠리리리링-
계속해서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너무 늦기 전에 얼른 들어가자.
너무 늦게 들어오면 민아 누나의 성격상 화를 내도 이상하지 않으니 말이다.
삑-
“아, 죄송해요. 지금 갈게요.”
- 하…… 너란 애는 지금 어디니?
“죄송합니다. 지금 곧장 달려가겠습니다.”
아무래도 걱정을 끼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