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2
목표는 정해졌다!
대재해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해지자!
죽음의 운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한다.
그리고 원래 몸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그 후로도 충분하다.
살고 봐야 판단할 수 있는 계획이지 않은가?
“후…… 어? 그러고 보니.”
일단 다른 건 제쳐두고 소설 속의 세상이다.
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상태창.”
삑-
“오오오오오오!!”
망막 사이에서 하나의 창이 떠올랐다.
지금 내 눈앞에는 내가 글로만 쓴 상태창이 보인다.
이름 : 김천운
나이 : 16세
<스탯>
힘 : (9/50)
체력 : (5/30)
지능 : (1/100)
마력 : (5/30)
행운 : (100/?)
현재 나의 상태창이다. 5는 뭐야? 1년 전에 이 정도였다고?
여튼 아베타라고 하기에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스탯창이다.
작대기 뒤에 숫자는 아마 김천운의 한계치겠지…….
물론 한계치를 뚫을 방법은 존재한다.
그건 후에 차차 진행하면 되고 그래도 스탯이 한 자릿수라…… 뭐 일단 개그 캐릭터라 해도 김천운의 장점 중 하나가 노력이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는 스탯이다.
아마 내가 서술하지도 않은 1년 전.
김천운은 노력으로 스탯을 올린 모양이다.
일단 과거다 보니 행운 또한 내 소설처럼 150대가 아녔다.
“어? 그러고 보니.”
기분전환 시킬 겸, 그렇다.
마력이다.
일단 5라도 마력은 마력이다.
아마 마법을 쓸 수 있을 거다.
갑자기 가슴이 뛰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마법은 남자의 이룰 수 없는 로망이지 않은가? 하늘을 날거나 번개를 일으키고 불을 쏘아대며 물을 만들 수는…… 있을 거 같지는 않다.
마력 수치를 보니……. 하지만 아주 간단한 초등학생도 쓸 수 있는 일상 마법이 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생각한 김에 곧장 해 보기로 하자. 분명 누구나 쓸 수 있는 간단한 마법.
원소 마법의 기초!
“파이어!”
화륵.
“오오오오오오오!!!!”
지금 내 손가락에는 라이터 불길 정도의 작은 꼬마 불이 피어올랐다.
그렇다.
마법을 쓴 것이다! 두근거림이 하늘을 치솟았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꿈을 노트로 적어 놓은 게 있다. 그걸 바탕으로 소설을 쓰긴 했는데. 이룰 수 없는 꿈 중 하나를 이룬 것이다!
그러나 들뜬 기분도 잠시.
“어…… 어? 뭐야?”
몸이 말을 안 듣고 시야가 흐려진다.
아, 이게 소설로만 쓰던 마력 결핍 증상이구나. 두 번째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루었다는 기쁨과 동시에 눈이 서서히 감긴다. 버티려고 정신을 잡아 보려 하지만 마력 결핍으로 기절하는 것은 생리 현상처럼 막을 수는 없었다. 천천히 눈이 감기며 다리에 힘이 풀렸다.
털썩-
바닥에 엎드리니 차가운 바닥이 기분 좋다.
아…… 이대로 몇 시간만 자면 아마 다시 멀쩡하게 일어날 수 있을 거야.
잠이 스르륵 몰려오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아악!!!!!”
아……. 아무래도 누나가 다시 돌아온 모양이다. 아 말해야 하는데 너무 잠이 온다. 또 굉장한 오해를 하며 눈물을 펑펑 쏟을 게 훤히 보인다. 일단 자고 일어나서 상황을 설명하자.
* * *
잠에서 일어나니 본 적도 없는 낯선 천장이 보였다. 아무래도 그녀의 집인 거 같다. 보통이라면 바로 병원에 가야 정상일 듯한데……. 아마 검사를 하고 이상 없는 것을 확인하고 집으로 바로 왔나 보다.
“천운아…….”
그녀의 측은한 눈초리가 내게로 향한다. 아마 마력 결핍으로 인해 착각한 모양이다.
“한의사님.”
내가 일어난 걸 확인한 뒤, 그녀는 누군가를 불렀다. 그런데 의사? 여기는 집이 아닌가? 병원이라기에는 너무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들이 보였다. 그리고 뒤에서 걸어 나온 처음 보는 하얀 정장의 남성은 나를 보더니 또 측은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 이제 그만……. 멀쩡한 나까지 우울증 걸릴 거 같아. 제발…….
“몸에 이상은 없습니다. 마력 결핍 증상이니 지금은 이미 다 나았을 겁니다.”
“하…….”
그녀가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리듯이 한숨을 쉬며 표정을 풀었다. 아마 불안한 마음에 답답했을 거다. 그런 사건 이후 방 안에서 기절하듯 쓰러졌으니 오해를 살 만하다. 난 불안을 덜어 드리려 입을 열었다.
“누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잠깐 마력을 쓰니 피곤해서 기절한 거뿐이에요.”
“너라는 애는……. 하…….”
“걱정 끼쳐 드려서 죄송해요. 그래도 이제 누나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당연하다. 애초에 난 지금 살려고 발버둥 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스탯으로써는 너무 나약하다. 이 상태로 학교에 입학하면 아마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선가 객사할 스탯인 게 확연하다.
이름 : 김천운
나이 : 16세
<스탯>
힘 : (9/50)
체력 : (5/30)
지능 : (1/100)
마력 : (5.1/30)
행운 : (100/?)
응? 0.1?…… 오른…… 건가? 아무래도 마력 결핍 증상일 때 마력을 다시 흡수하는 과정에서 0.1 정도 마력이 오른 모양이다. 본래 쉽게 올라갈 수치는 아니지만 너무나도 작은 마력량에 어렵지 않게 오른 모양이다. 높은 수치의 스탯일수록 올리기 힘든 게 스탯이니 말이다.
“천운아. 혹시 필요한 거 있니? 짐은 내가 가져다줄 테니까 오늘은 쉬렴.”
“네. 감사합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렴. 일단 카드를 줄 테니까.”
“네……. 어?”
그녀가 내게 카드를 쥐여 줬다. 근데 카드 색깔이 이상하다. 검은색?
“저기 누나? 이거?”
“응? 일단은 필요한 게 있으면 그 카드를 사용하렴. 미안해 천운아. 바쁜 일이 생겨서 먼저 가 봐야 될 거 같아. 또 무리한 짓은 하지 말고 알겠지?”
그녀가 생긋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내게 주고 간 카드를 보았다. 검은색…… 블랙이다. 아무래도 되고 싶은 두 가지 목표 세계관 최강자 + 갑부 중 하나는 이미 이룬 거 같다.
* * *
누나가 자리를 떠난 후, 근처에 계신 한의사라는 분에게 물어봤다. 아무래도 김천운의 어머니는 4대 가문의 자녀이며 사랑의 도피를 하신 모양이다.
가문의 맹렬한 반대를 뚫고 결국 도피를 성공한 그녀는 20살에 김천운을 낳고 행복하게 살다가 그런 불운을 겪은 것이다.
하긴,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천운인데 친척이 아니라 어머니와 친한 민아 누나가 찾아온 것도 이상하긴 했다.
천운의 어머니는 친척들과 선을 그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난, 전에도 말했다시피 그런 불우한 설정을 김천운에게 만든 적이 없다.
본래 이놈은 아주 평범한 가정사를 가진 어떻게 보면 짤막한 개그를 주는 엑스트라에 불과하니 말이다. 말 그대로 시작하자마자 이상하게 꼬이고 말았다.
‘허, 거참…….’
이러면 계획이 조금 어긋날 수도 있다. 미래를 비틀지도 않았는데 벌써 스토리 설정이 변해 있었다. 이렇게 되면 내가 아는 치트 키 개연들의 위치도 자신감이 없는데…….
이미 틀어져 버린 설정이니 말이다.
“하……. 별수 있나?”
지금 뭐 이렇다 저렇다 해도 아마 스토리 전개가 변하는 건 확정일 것이다. 지금부터 내 죽음의 미래를 없애기 위해 스토리를 비틀어야 하니 그렇게 썩 나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근데 4대 가문이라…….’
그리고 무려 4대 가문이라고 한다. 이 세계관에 4대 가문은 특징마다 다르지만, 그들 하나하나 일반 아베타와 다른 마력을 쓸 필요 없는 특별한 고유 스킬을 가지고 있다. 물론 특출한 재능을 가진 아베타들도 고유 스킬이 발현되는 경우가 있지만, 4대 가문의 핏줄은 그냥 먹고 들어간다 생각하면 된다. 아마 몸에 스펙과 성장 속도 또한 보통의 아베타와 차원이 다를 터.
“그럼 어떻게 도련님이라 불러도 되겠습니까?”
“네?”
물론 연을 끊었다 해도 핏줄은 4대 가문이지만 이건 좀 부담스러우니 그만두라고 하자.
“김천운이에요. 그냥 그렇게 불러 주세요.”
“예? 아무리…… 그렇게 부르는 건…….”
“지금까지 평범하게 살았으니까요. 연도 끊었을 테고 그렇게 부르시니 부담스럽네요.”
“그럼 천운 님이라 부르겠습니다.”
“아…… 네. 저기 혹시 저희 어머니가 어디 가문이신지 아시나요?”
“흠…… 민감한 소재인 나머지 자세하게 알려진 경황이 없습니다. 저 또한 어디 높은 가문의 자녀라고 들었을 뿐이죠. 확실한 건 4대 가문 중 하나라는 겁니다.”
“아…… 네.”
“일단 마력은 회복되셨으니 너무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혹시 성함이?”
“한의사라고 불러 주십시오. 여기서는 다들 저를 그렇게 부릅니다.”
“아, 네. 한의사님 혹시 괜찮으면 바깥을 나가 봐도 될까요?”
“예. 하지만 곧 늦은 밤이니 늦지 않게 들어가 주시길 바랍니다.”
그의 말을 듣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종일 누워 있으니 몸이 찌뿌둥하다. 산책 겸 집 주위 동네를 돌아보려고 했지만, 문을 열자마자 입이 떡 벌어졌다.
“뭐야…….”
집 바깥 정원은 거의 그림으로만 보던 풍경화에 가까웠다. 아름답게 만들어진 돌길 옆에는 대리석으로 된 커다란 연못이 있었다. 그 연못에서는 보석처럼 빛내는 비단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문까지는 조금 멀 수도 있으니, 오늘은 정원을 구경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에 따라 그 넓디넓은 집 주위를 구경하며 천천히 산책했다. 구경할 게 너무 많다. 일단 연못의 비단잉어들, 이런 건 처음 본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4대 가문의 자녀였던 어머니와 친했으니 그녀도 자연스레 높은 가문의 자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건 처음 보네요.”
“예. 한민아 님께서도 이 정원을 보여 드리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렇군요……. 응?”
한? 성이 한이라고? 그럼 한민아? 누구더라? 분명 내가 아는 인물인데……. 아!
S급 아베타 한민아!!
왜 이제야 생각난 거지? 이 정도 넓은 부지의 소유자며 어머니와 친했으니 당연히 그녀 또한 4대 가문일 게 분명할 터. 그리고 ‘한민아’. 4대 가문 중 하나인 적안 가문의 장녀이다. 그녀는 1년 후 내가 다니게 될 주인공 반 학교의 담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집은 분명…….
“혹시 여기가 적안 가문 자택인가요?”
“예? 하하하. 여기는 일 때문에 한민아 님이 개인으로 소유하고 있는 사저私邸이기에 적안 가문의 자택이라고는 할 수 없군요. 이 작은 별장은 한민아 님이 편하게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작다고? 이게 작으면 예전에 내 집은 개집인가?
“슬슬. 해가 지는군요. 밤바람이 추우니 안으로 들어가시죠.”
“아. 네.”
“그럼 저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이제 몸은 괜찮으신 거 같으니.”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가 천천히 깔끔하게 포장된 돌길을 걸었다. 얼마나 넓은지 한참 동안 걸어도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쯤 난 다시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 * *
이름 : 김의철
나이 : 17세
설명 : 정의감이 투철한 사나이가 되라고 부모님이 이름을 지었다. 스탯을 보았다시피 힘숨찐따다. 멸망한 세계에서 넘어온 검성 ‘길’로 인해 검의 수련을 받고 있다.
<상태창>
힘 : 30/100 (60/100)
체력 : 30/100 (50/100)
지능 : 40/100 (50/100)
마력 : 30/100 (60/100)
행운 : 20/100 (20/100)
이름 : 한설아
나이 : 17세
설명 : 이 소설의 메인 히로인. 적안 가문의 막내이다. 처음에는 주인공의 소심함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그의 능력을 보고 그를 주시하기 시작한다. 또한, 힘든 과거로 인해 성격이 까칠하다.
<상태창>
힘 : 40/100
체력 : 30/100
지능 : 40/100
마력 : 50/100
행운 : 20/100
이름 : 윤시혁
나이 : 17세
설명 : 4대 가문 중 하나인 검성 가문의 자제다. 힘에 대한 집착이 강하며 권위 의식이 강한 인물이다.
<상태창>
힘 : 50/100
체력 : 50/100
지능 : 40/100
마력 : 40/100
행운 : 20/100
“이 정도면 됐나?”
늦은 밤.
일단 주인공과 일행들의 설정을 되짚어 보며 조사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몇 명이 더 있지만, 지금 신경 쓸 건 아니다.
그리고 여기 소설의 히로인 한설아.
내 예상이 맞다면 아마 이번 연도 안에 한민아와 같이 동거하게 될 거다.
한민아의 동생 한설아.
좀 쉽게 건들기 힘든 사정이 많은 여자인데.
일단 첫 번째로 성격.
내 설정상 초반에는 조금 도도하고 거만하고 까칠하며 자신보다 실력이 아래라고 생각하는 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런 세상 물정 모르는 부잣집 아가씨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한숨이 절로 나온다.
분명 이 집에 동거하게 되면 나와 마주칠 확률이 99.1%다. 여기서 나머지 0.9%는 혹시 모를 뒤틀린 전개를 바라며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소설의 시작은 17세 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시작된다.
그렇다.
현재 내 나이 16세 김천운.
17세가 될 때까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내 소설 속 시간대이다.
“어떻게 하냐. 이걸…….”
반대로 생각하면 아무 일도 안 벌어질 수도 있다.
소설의 시작부터 사건·사고가 난무하는데, 난 주인공과 비중 있는 캐릭터들의 입학 1년 전, 과거를 크게 묘사한 적은 없다.
사건이 있다 해도 아마 이보다 더욱 어릴 적 과거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럼 정해졌다.
1년.
1년 사이에 적어도 학교에 가서 객사하지 않을 정도로 스탯을 올리자. 말 그대로 노오력이다. 일단 마력과 체력을 위주로 늘리자. 내 현재 스탯은 학교에 입학한 김천운보다 약하다. 김천운은 입학하기 전에 많은 노력을 했을 테니, 나도 그와 같은 길을 간다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그와 다른 점은 난 많은 치트 유물을 얻을 수 있다.
“후후후…… 히히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먼치킨도 그렇게 먼 이야기가 아닐 거다. 하지만 노력하기 전에 꼭 얻어야 하는 아이템이 있다.
{불굴의 산삼}
등급 : A급
설명 : 마력이 농후하게 깃든 산에서 자란 100년 산삼. 이름 말 그대로 불굴의 투지와 정신력을 높여 준다.
(영구 지속)
‘불굴의 산삼’ 분명 나의 집중력을 높여 줄 아이템이다. 원래 소설 작가라 집중력이 높긴 했지만 죽을 정도로 악을 쓸 노력을 할, 난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다. 이 산삼은 그런 나의 정신머리를 뜯어고쳐 줄 것이다.
“좋아 정했다.”
일단 내일 산에 가 보자. 여기서 제일 가깝고 훈련하기 딱 좋은 산은 ‘개천산’이다. 이제 1년 동안 그 산을 오르며 체력을 기르자.
“흐아암~.”
벌써 시간이 새벽 1시다. 그래 자기 전에 훈련은 하고 자자. 난 손가락을 들며 ‘파이어’ 한마디를 외치고 기절하듯 침대에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