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소설 속 운만렙 캐릭터가 되었다-1화 (1/176)

제1화

#프롤로그

“스읍- 하~.”

어둡고 칙칙한 방 안. 홀아비 냄새와 담배 냄새가 뒤섞인 방 안에서 누군가 모니터 화면의 스크롤을 내리며 페이지의 댓글을 읽고 있다.

- 와락오락 : 와……. 할 말이 없다.

- 애라 모르겠다 : ……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 분석 소설 독자 : 작가님. 아무리 생각해도 갑작스럽게 작가님 소설의 마스코트 캐릭터를 죽이는 건 이해가 안 되네요. 아마 작가님이 생각하는 스토리상 전개 때문에 죽였다고 생각되는데. 굳이 지금 죽일 필요 없이 조금만 쨌든 하차 ㅋ.

˪착한 참견 : 아갈해 말 존나 많네.

˪칭찬해 멍멍 : 멍!! 멍!! 크르르르르 멍!!!

˪분석 소설 독자 : 뭐야 이 새끼들?

이정원, 26세, 소설가.

3단어로 간단한 나의 소개이다.

그리고 지금, 난 현재 진행형으로 만 명의 독자들에게 욕을 먹고 있다.

250화. 위에 댓글은 자신이 어제 쓴 250화의 댓글들이다.

난 250화에서 어쩔 수 없는 스토리상 전개로 내 소설 속 캐릭터 ‘김천운’을 죽였다. 근데 문제가 있다면…….

‘이건 또 뭐 이런…….’

지금껏 취미로 쓴 소설이 선호작 2만 명에 달하는 인기작이 될 줄은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그 기세를 몰아 누적 판매 수 1위의 인기작 소설이 됐다. 그걸 보며 뿌듯한 마음에 즐겁게 써 내린 250화이지만…….

한 가지. 크게 간과한 게 있다.

소설을 쓰는 게 즐겁지만, 자신이 쓴 소설 캐릭터에 뭐라 하는 애정이나 애착을 느끼지는 못했다.

아마 조금이라도 애착을 느끼는 캐릭은 메인 히로인 정도? 모티브가 내 짝사랑이니 말이다.

일단 그건 별로 중요한지 않다.

하여튼 그런 마음가짐으로 그냥 상상하며 써 내린 글이다.

이렇게 하면 재밌을 거 같고, 저렇게 하면 긴장되는 분위기가 연출될 거 같고, 그리고 마지막. 반전의 떡밥들을 구석구석에 던져 놓으면 끝!

독자들이 소설을 읽고 흥미를 느끼며 떡밥들을 조사하고 두근거리며 즐겁게 읽는 게 상상이 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자신의 캐릭터에 애정을 못 느꼈다. 나에게 소설 캐릭터란 이 소설의 전개를 재밌게 할, 말 그대로 등장인물일 뿐이다.

그리고 이 캐릭터. 내가 만들었지만 일단 개그 캐릭터 ‘김천운’. 이 자식은 가끔 튀어나와 주인공 일행을 엉뚱한 짓으로 방해하거나, 우연히 행운이 발동해 가끔 주인공 일행을 위기에서 구해 주는 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 그런 캐릭터로 내가 만들었다.

그리고 스토리 전개상 어쩔 수 없이 250화에서 천운의 죽음은 필연이었다. 김천운의 죽음으로 주인공의 각성도 있지만, 다른 마지막 결전에 말 그대로 소설의 엔딩을 쓰려면, 천운의 죽음은 필수 불가결이었다.

그리고 현재.

내가 만든 이 캐릭터의 죽음은 창조자인 내게 커다란 후폭풍으로 돌아왔다.

- 꿀하트소설 : 하차.

- 와락 : 와 실화냐? 얼마나 대단한 결말을 쓰려고 인기 캐릭터 1위를 죽이냐? 물론 작가 마음이긴 한데.

- 말 걸지 마 : 일단 다음 화 보고 하차할지 결정함 ㅅㄱ.

‘이걸 누가 알았겠냐.’

그렇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소설의 개그 캐릭터인 ‘김천운’ 이 자식이 비공식적으로 독자들 사이에서 소설 인기 캐릭터 랭킹 1위라고 한다. 지금까지 소설을 쓰며 댓글을 안 봐 몰랐다. 잘나가던 소설 리뷰 블로그에 이번 화인 문제의 250화에 대해 굉장한 혹평이 적혀 있어 여태 보지 않던 댓글을 처음 봐 버렸다.

- 로피 : 살고 싶다고 말해!!!!

˪김천운 : 살!!! 고!!!! 싶!!! 어!!

˪박님 : ㅋㅋㅋㅋ 미친놈.

˪해돌짓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누군가가, 사이트 게시판에 내 소설 캐릭터 인기투표를 한 모양이다.

상상도 못 한 결과.

아무리 그래도 얘가 어떻게 인기투표 1위를 한 캐릭터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내가 그렇게 매력적으로 표현했나?’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이 캐릭터는 정말 운만 좋은 캐릭이니 말이다.

설정상 이 소설 주인공의 스탯은 힘 60, 체력 50, 지능 60, 마력 60, 행운 20 같은 나이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스탯의 소유자다. 17살의 이 정도 스탯이면 이미 학교에서 그를 이길 자는 없을 스탯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물론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모든 스탯의 한계치는 100. 하지만 세계관 최강자들의 스탯은 보통 100을 뛰어넘는 한계 돌파라는 것을 한 자들이다. 그리고 그 세계관 최강자들과 맞먹으며 주인공을 뛰어넘은 스탯을 가진 이가 있었다.

힘 20, 체력 20,지능 10, 마력 20.

마지막으로 행운 150.

보잘것없는 다른 스탯은 상관없지만, 오직 한쪽으로만 치우쳐진 어마어마한 행운 수치.

모든 것이 우연히 그의 행운으로 짤막하게 사건이 일어나며 가끔 우연히 주인공을 돕게 되고 김천운도 행운으로 인해 기사회생으로 살아날 때도 있었다. 그런 얼빵형 운빨 캐릭터가 인기투표 1위라니……. 소설 쓴 작가인 나도 예상 못 한 일이다.

“하…… 미치겠네.”

그들이 받은 충격으로 인해 3가지 유형의 독자가 생겼다.

긍정파.

결말을 모르는 그들은 아직 김천운이 다시 신화급 유물로 인해 다시 살아날 거라고 예상한다.

부정파.

김천운의 죽음을 부정하고 언젠가는 몰래 다시 튀어나와 주인공 일행들을 놀라게 해 줄 거라 생각한다.

감성파.

김천운의 죽음은 의미 있을 거라 생각하며 김천운의 죽음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그가 죽기 전에 느꼈던 서글픈 감정이 뭐시기 뭐라고…… 어쨌든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

“X발.”

내가 조사한 3가지 유형의 독자들이다. 나를 오지게 머리가 아플 정도로 까는 댓글도 있지만 일단 무시하자.

하여튼 간에 일단 다들 김천운이 다시 살아날 거라고 독자들은 믿고 있다.

한번 댓글을 보니 예전처럼 자유롭게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소설이 써지지가 않았다.

그렇다. 눈치가 보였다. 이때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독자들의 눈치가. 처음으로 슬럼프가 찾아왔다.

“하…….”

이럴 줄 알았으면 그 판도라의 댓글을 보지 말았어야 하는 후회가 막연히 들었다.

“미치겠네…….”

나는 다시 소설을 쓰던 손을 멈추고 연초에 불을 붙였다.

연초의 연기가 방 안을 가득 메웠을 때쯤 어지러운 두통이 찾아왔다.

“너무 많이 폈나? 머리가 아프네.”

의자에 일어나 뒤뚱뒤뚱 천천히 침실을 향해 걸었다. 머리가 너무 어지럽고 눈이 돌아갈 듯 흔들리며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안 되겠다.

오늘은 일찍 자야 할 거 같다.

난 그렇게 바로 근처에 있는 침대에 누워 그대로 눈을 감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