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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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건 내가 ‘책임’지기로 한 일이니까.”

주민의 굳센 눈빛에 지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시 물을게. 다음에도 날 도와줄 수 있을까?”

“‘부탁’이에요?”

“그래. 힘들면 하지 않아도 되는 ‘부탁’이야.”

지연이 자신의 의견을 묻는 어른을 조용히 쳐다봤다.

부드러운 미소가 걸린 사장님의 얼굴이 보였다.

어떠한 선택도 종용하지 않는 그의 얼굴에 지연이 입술을 뗐다.

“사장님 ‘부탁’이면요.”

“저도 사장님이 부탁하면 도울 거예요!”

“둘 다 고맙다. 그럼 다음에도 잘 부탁할게.”

아이들의 활짝 웃었다.

“네!”

“네!”

아이들은 다음번에도 주민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 공 회장의 저택을 방문했다.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또 그다음에도

그러다 어느 날부터 아이들은 주민의 ‘부탁’ 없이도 공 회장의 저택에 드나들게 되었다.

“회장님! 생일 축하드려요!”

“이제 회장님이라고 하면 안 되지.”

“아 맞다.”

지연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태산이 회장에서 내려왔으니 이제 다르게 불러야 했다.

“생일 축하드려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축하드려요.”

“생신 축하드립니다, 아버지.”

“너는 애들도 생일이라고 하는데 꼭 생신이라고 해야겠어?”

“왜요. 맞잖아요. 생신.”

“쯧쯧. 유나야 너는 저놈 닮지 마라.”

“네! 저놈 안 닮을게요!”

“아이고. 머리야.”

“아, 아버지!”

주민이 금세 나쁜 말을 배워버린 딸을 보고 버럭 소리 질렀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태산이 이마를 쳤다.

지연과 지한이 웃음을 터트렸고, 수경이 아이들이 가져온 선물을 한곳에 가지런히 정리했다.

가족들이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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