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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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먹었는데 어떡하죠?”

너무 긴장해서 심장이 멎을 거 같다고 말하는 여주인공의 말에 지한이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그냥 외국 축제 현장에 왔다고 생각하세요. 우린 지금 축제 때 열리는 공연 보러 온 겁니다.”

“네, 네에.”

환하게 웃는 지한의 얼굴을 보고 넋이 나간 것 같은 여주인공의 모습에 범수가 투덜거렸다.

“저놈은 저거 긴장을 풀어주려는 거야 아니면 홀리려는 거야.”

“그래도 지한 씨 덕에 세아 씨 긴장이 풀린 것 같지 않습니까?”

“주연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저도 긴장 풀어줬으면 좋겠네요.”

범수가 옆에 있던 성재를 쳐다봤다.

이런 현장이 처음이라 긴장되는지 계속 손을 주무르며 안절부절못하는 게 보였다.

쯧. 어째 다들 저기 있는 녀석만큼 대담하지 못한 건지.

이런 자리에 처음 오면 누구나 다 긴장한다는 걸 모르는 범수가 지한을 불렀다.

“오 배우.”

“네, 감독님.”

“와서 경험담이나 좀 풀어봐.”

“네?”

지한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범수를 쳐다봤다.

갑자기 감독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단 얼굴로 다른 배우들도 범수를 돌아봤다.

“여기서 레드카펫 밟아본 건 오 배우뿐이잖아.”

“저도 칸은 처음이에요, 감독님.”

“헹. 오스카도 가 본 녀석이 퍽이나.”

“하하하.”

범수의 말에 지한이 웃음을 흘렸다.

배우들이 지한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생각해 보니 지한은 이보다 더 어릴 때 오스카에서 상을 받았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같은 팀에 한국 사람도 없어서 더 떨렸을 텐데.

“오 배우님. 그땐 어떤 생각이셨어요?”

“그때라니요. 오스카 때 말하는 거예요?”

“네. 지금 저 너무 떨려서 오 배우님의 노하우가 필요해요.”

“노하우까지야.”

하지만 간절하게 보는 시선이 애처로웠다.

메이크업을 뚫고 창백하게 질린 피부색이 드러날 것 같았다.

장난의 스토리상 배역의 연령대가 거의 다 지한의 또래였다.

덕분에 이렇게 큰 무대에 온 것만으로도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아직 어린 배우들이니까 저렇게 긴장하는 게 이해가 되기도 해서 지한이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때는 잘 모를 때여서 그냥 즐겼어요. 솔직히 주위에서 상 받을 거라고 대단하다고 했는데 별로 와닿지도 않았구요. 다음 날 누나랑 같이 수족관 가기로 했는데 오스카보다는 수족관 갈 생각에 더 설렜던 거 같아요.”

오스카 간 기념이라며 놀러 가자고 했었지.

아직 날 알아보는 사람이 적을 때 더 많이 돌아다녀야 한댔다.

어릴 때 할 수 있는 경험을 하는 것도 좋았고, 평범한 가족들이 즐기는 걸 체험하는 것도 좋다고 했었다.

그래서 그때는 누나랑 같이 어딜 가는 데 더 신경 쓰느라 오스카에 대한 건 솔직히 뒷전이었다.

상 받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었고.

나중에 생각하면 누나는 오스카가 유색인종에게 인색하다는 걸 알고 미리 상처받지 않게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안심시켰던 것 같다.

어릴 때를 회상한 지한이 빙그레 웃자 범수가 기가 찬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너 이 녀석 기만자냐.”

“그때 다들 지한 씨가 상 받을 거라고 했었는데.”

“상은 이미 자기 몫이니까 내일 할 일을 생각했다는 걸까요.”

팀원들의 눈빛이 불순해졌다.

어라. 이게 아닌데.

“재수 없는 놈.”

“지한 씨 같은 천재는 이런 곳에서 별로 긴장 안 한다는 거군요.”

“저 같은 사람은 평생 올까 말까 한 곳인데 그런 곳에서 다른 생각을 하다니. 이게 바로 천재와 범재의 차이일까요.”

“우린 이만 갈까? 저기 저 천재 놈은 알아서 하라고 해.”

“그럴까요, 감독님?”

“같이 가시죠.”

장난 팀이 지한을 두고 걸음을 옮겼다.

의도치 않게 저 세 사람이 연대하게 만든 것 같은데 잘 된 건가?

‘어쨌든 긴장이 풀렸으면 다 된 게 아닐까?’

지한이 뒷모습으로 잔뜩 삐진 티를 내는 세 사람을 따라갔다.

어쨌든 ‘장난’ 팀 입장이었다.

* * *

삐진 티를 내는 사람들이었지만 장난 팀은 함께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극장 안에는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빼곡했다.

이게 다 어제 거·사 팀이 성황리에 상영을 마친 덕이라는 걸 안 장난의 배우와 감독이 지한을 돌아봤다.

“재수 없는 놈.”

“또 왜 그러세요.”

“내가 살다 살다 이 자리가 이렇게 다 찬 건 처음 본다.”

“그건 라스트 미닛 덕이 아닐까요? 레드카펫 입장이 제시간에 끝나서 오래 기다린 팬들이 들어올 수 있게 됐잖아요.”

“그거 때문은 아닌 거 같은데요.”

지한의 변명에 옆에 있던 배우들이 고개를 저었다.

이 자리가 가득 찬 것은 전부 오지한 때문일 거다.

무려 칸조차 주목하던 배우였다.

어제 거.사에서 지연의 연기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관계자들도 많았다.

지연 역시 칸에서 주목하고 있던 배우였으니 그 전부터 관심을 보였던 지한의 영화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아온 게 이해가 됐다.

많은 사람이 자신들을 주목한다는 생각에 세아와 성재는 다시 긴장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게 느껴졌다.

“이제 앉을까요? 우리가 안 앉으면 사람들도 앉을 거 같지 않은데요?”

“오 배우의 말이 맞아. 얼른 앉자고.”

“네!”

“네.”

두 사람이 딱딱하게 굳은 동작으로 자리에 앉았다.

지한과 범수까지 자리에 앉자 박수 치던 관객들도 자리에 앉았다.

상영관 내부가 서서히 조용해지자 조명이 꺼졌다.

옛날 영화처럼 빛바랜 색감이 스크린에 떠올랐다.

과거인 듯 뿌연 색감이 하천을 비췄다.

개골, 개골, 개골

개구리 울음소리가 정겨웠다.

하천 옆에서 떠드는 아이들 소리가 들렸다.

[저기 개구리다!]

[어디, 어디?]

아이들이 개구리를 보고 돌을 들었다.

[누가 개구리 맞추는지 내기할까?]

[잘 봐. 내가 바로 선화의 유승현이다!]

[난 삼승의 이선엽이다!]

[이선엽은 타자야!]

아이들이 장난치며 돌멩이를 던졌다.

갑자기 날아온 돌멩이에 개구리가 깜짝 놀라 이리저리 뛰었다.

퍼억, 으직

무언가가 으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개구리의 울음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282. <장난>(1)

개구리가 으깨지는 소리에 사람들이 소름 돋은 팔을 쓸어내리고 있을 무렵 개인 방송을 하는 지한의 모습이 떠올랐다.

“트하! BJ진선입니다.”

-트하!

-ㅌㅎ

-트하! 오빠 윙크해주세요!

-ㅌㅎ!

-진선 오빠 오늘도 빛이 나네요ㅎㅎㅎㅎㅎㅎㅎ

-오빠 얼굴 보러 왔어요!!

-빠순이들 또 왔네.

인사만 했을 뿐인데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진선이 매니저에게 눈빛을 보내자 매니저가 분탕을 치는 유저들을 차단했다.

-크 오늘도 매니저 열일하네.

-형! 오늘은 뭐 할 거야?

“지금 12시가 얼마 안 남아서 전레부터 한 다음 추천받은 공포게임을 해 볼 거예요.”

-시간 얼마 안 남았는데 마스터 가넝?

-이놈 뉴빈가 우리 형이면 챌린지도 ㅆㄱㄴ

-뉴비 모를 수도 있지 왜 그럼. 어이 뉴비 알아서 봐라. 우리 형이 딱 보여준다.

-딱 보여준다 ㅇㅈㄹ

온갖 어그로가 난무하는 개인 방송이라 그런지 채팅창이 불타올랐다.

이 정도면 양호한 수준에 진선이 게임을 켰다.

서로 내가 잘 안답시고 훈수를 두던 사람들이 진선이 방송을 켜자마자 입을 다물었다.

-워우. 형. 도대체 거기 숨어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잡은 거야?

-우리 형은 한국이 비밀리에 만든 AI가 분명하다.

-아! 그래서 저렇게 외모가 비현실적인 거구나.

-어쩐지 과거를 아무리 뒤져도 안 나온다 싶더라니.

-개인 신상 좀 그만 털어라 새끼야.

-왜 갑자기 욕하고 난리?

-너 때문에 우리 형 해명 방송하고 난리였잖아.

-개인정보보호법도 있는데 왜 자꾸 신상 캐려고 난리야.

-형이 저번에 한 번만 더 그러면 방송 접을 거라고 했다고.

-매니저님 이 새끼 밴해주세요!

채팅창이 시끄럽든 말든 게임에 빡집중한 진선이 순식간에 게임을 끝냈다.

어그로 때문에 시끄럽든 채팅창이 진선의 화려한 무빙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형사랑해’ 님 달풍선 ‘1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오늘도 미친 피지컬 잘 봤어, 형!]

게임이 끝나고 티어를 확인하자마자 후원이 줄지어서 이어졌다.

멋진 영상을 보여준 것에 대한 답이었다.

게임할 때 진선이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못했음에도 시청자들은 그의 화려한 컨트롤과 얼굴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달풍선을 상납했다.

‘형나만바라봐’ 님 달풍선 ‘5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형 이제 공포 게임이지? 팝콘 준비하면 돼?]

‘게임을시작하지’ 님 달풍선 ‘1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공포 게임에 온 걸 환영한다.]

-이제 시작인가. 우리 형의 똥꼬쇼가!

-똥꼬쇼라니! 어디 불결한 단어를 우리 형한테 들이미는 거야?

-하악 난 좋아, 형!

-경찰아저씨 이 새끼에요!

공포 게임이라는 말에 시청자들이 아우성쳤다.

BJ를 좋아하지만 그들이 당하는 모습을 즐기는 게 바로 시청자들이 본분 아니던가.

진선이 오늘 할 공포 게임 설명을 읽자마자 질색한 얼굴을 했다.

“이거 진짜 무섭대요.”

-응 알아 ㅎㅎㅎㅎㅎ

-진선아 뭐해? 얼른 시작해야지.

-오빠 우는 모습 너무 좋아 하앜

-너 이 새끼. 남자새끼지.

-아닌데? 덜렁덜렁

-덜렁덜렁 ㅇㅈㄹ

게임 BJ로 화려한 컨트롤을 보여주는 진선이었지만 그런 그도 못하는 게임이 있었다.

바로 공포 게임이었다.

공포 게임에서는 그 잘난 피지컬도 보여줄 수 없었다.

그렇지만 동영상 카테고리에 올라온 목록 중에 진선의 미친 피지컬로 하드캐리한 영상만큼이나 조회수가 높은 게 바로 공포 게임이었다.

그렇다 보니 진선도 어쩔 수 없이 계속 미션으로 걸려 오는 공포 게임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꿀꺽

“그럼 시작합니다.”

-공포 게임하는 게 저렇게 비장할 일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무서워 하는 형 얼굴도 좋아.

-그깟 공포 게임쯤이야 1시간이면 충-분

-안방 훈수충 또 나왔냐

-본인 오늘 형 우는 거 보고 엄마랑 같이 잘 예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지금 우리집 초코랑 같이 보고 있다. 초코야 귀신 나오면 형한테 말해줘.

-초코)개소리하네

팝콘각이라며 시청자들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모니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예상한 대로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진선이 오들오들 떨었다.

“이거 뭐야. 브금 왜 이렇게 무서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입장도 안 했어, 형.

-형 울어?

-야 우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빠 우는 것도 귀여워요.

“허으아아아아아아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대급 리액션 나왔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형. 아직 시작도 안 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뭐 나온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더해줘’ 님 달풍선 ‘1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이 집 맛집이네.]

호들갑 떠는 진선이 모습에 시청자들이 즐거워했다.

“으아아아아아!!!!!!!!!!!”

“아아악!!!!!!!!”

“엄마앜!!!!!!!!!!!!!!”

“살려줘어!!!!!!!!!!!!!!”

그렇게 몇 번의 애원과 엄마가 나왔을까.

“죽었어요.”

화면이 붉게 물들었다.

소리만 질렀던 것 같은데 어느새 게임오버가 되어 있었다.

이거 스토리가 뭐였지.

너무 무서워서 일시적으로 기억 상실에 걸린 진선이 멍한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형 목소리가 왜 그래?

-리액션 개혜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2의 변성기?

-허스키한 형의 목소리? 오히려 좋아ㅋㅋㅋㅋㅋㅋㅋ

초췌해진 진선이 쉰 목소리로 시청자들과 대화했다.

이미 클립 영상이 따여 흑역사가 박제된 지 오래였다.

진선이 눈물을 글썽였다.

“저 이제 진짜 공포 게임은 못 할 거 같아요.”

-응. 다음 게임도 공포 게임.

-기다려 바로 미션 들어간다.

또 다른 공포 게임을 가져오려는 시청자들의 모습에 진선이 눈썹을 늘어트리며 애원했다.

“제발 더 하지 마세요.”

잘생긴 얼굴로 진선이 호소하자 시청자들은 마음이 흔들렸다.

진선의 얼굴을 보고 시청자들이 고민했다.

-더 빌어봐.

-점핑큰절하면 인정.

-우리 형 도가니 나간다.

-괜찮아 원래 고생은 젊어서도 사서 하는 거랬어.

-이상 방구석 꼰대의 말이었습니다.

개꿀잼 콘텐츠를 이대로 보낼 수 없는 시청자들이 웃으면서 다음 게임을 물색했다.

그때 누군가의 후원에 진선과 시청자들이 동작을 멈췄다.

‘GAME MASTER’ 님 달풍선 ‘1000000’개 후원하셨습니다!

[리얼 공포 게임에 참석하시겠습니까? ]

* * *

1억이라는 거액의 후원과 함께 나타난 GAME MASTER의 초대장 때문에 뉴튜브가 떠들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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