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이야. 이번 일로 저기 위에 계신 엉덩이 무거운 분들도 일어나야 하거든.”
사장님이 직접 나서는 건 그 뒤였다.
하지만 그 전에 화력을 키워야 했다.
소영이 지시를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직원들이 타이핑을 시작했다.
└나 어떻게 그놈들이 지연이한테 연락했는지 알 거 같음!
└└님 얼른 설명 좀
└└빨리 다음 ㄱㄱ
└└뭔데. 어떻게 아는데?
└└너 (관)계자야?
대댓글이 수두룩 달렸다.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대댓글을 보면서 직원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ㄷㅆ)공원에서 봤음. 지연이가 산책하는 공원에 나도 자주 산책하러 가는데 그날 지연이 본 듯. 산책하는 강아지랑 고양이가 흔한 건 아니잖아? 지연이 뉴튜브에서 자주 보기도 했고. 그래서 힐끔거렸는데 웬 여자애가 지연이한테 다가가더라?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숨넘어간다. ㅃㄹㅃㄹ
└└ㄷㅆ)그 여자애가 다가가니까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는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분들)이 둘러싸더니 지연이랑 그 여자애랑 둘이서 어디 가더라. 그 이후에 지연이 건강 이상설이랑 장기기증 기사 뜬 듯.
댓글을 읽은 네티즌들의 촉이 섰다.
그때 접촉한 게 분명했다.
목격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말에 네티즌들이 분노했다.
└└└와 씨. 연락 안 되니까 찾아온건가?
└└그런데 여자애라며.
└└혹시 지연이 친척 동생인가?
└└와 씨. 그럼 간이식 받겠다고 전령으로 지연이 사촌 동생을 보낸 거임?
└└└ㅁㅊㅁㅊㅁㅊ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 * *
“지한아.”
“….”
“오늘 촬영 있는 거 아니야?”
“촬영 미뤄졌어.”
대한민국이 난리가 났는데 촬영장이라고 멀쩡하겠는가.
이런 일이 있었는데 기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촬영하는 것도 힘들 정도로 찾아와 인터뷰해 달라는 기자 때문에 지한은 며칠 동안 촬영장에 못 나가게 되었다.
박 감독님을 포함한 스태프 일동에게 일일이 사과의 문자를 보내고 사과를 대신하여 촬영장에 커피차와 뷔페를 보냈다.
그거 때문에 또 옷이 터진 사람들이 몰려와 의상실 스태프가 입에서 불을 뿜었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연이 등을 돌리고 있는 동생을 보며 눈치를 살폈다.
“지한아. 너도 알잖아. 이래야 사람들 인식이 바뀌고 법도 바뀌는 거.”
“알아.”
“그런데 왜 그렇게 화가 났어. 화 좀 풀어.”
애교 섞인 누나의 말에 지한이 숨을 크게 들이쉬며 고개를 홱 돌렸다.
답답함과 분노, 억울함, 짜증, 미안함 등이 담긴 동생의 눈빛에 지연이 지한이의 시선을 피했다.
“좋아. 필요해서 한 일이라고 치자.”
“응응. 전부 다 필요한 일이지.”
“근데 왜 누나가 검사받아. 안 받아도 됐잖아.”
“이왕 하는 거 건강검진도 할 겸?”
“그럼 나는?”
동생의 말에 지연이 시선을 피했다.
그거 때문에 화가 난 거구나.
이 일에서 지한이를 뺀 게.
“누나. 나는 정말 화가 나.”
“미안해.”
“누나한테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나한테 화가 나는 거야.”
끓어오르는 화를 눌러 참는 듯 지한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
내가 일을 다 계획하고 나서 알려준 것 때문에 그러는 건가?
나는 그게 아니라.
지한이 너는 지금 촬영 중이니까.
그리고 친척들이 계속 지한이 널 넘보니까, 그래서 다시는 꿈도 꾸지 말라고 할 생각으로.
그래도 지한이도 이 일에 당사잔데 내 멋대로 일을 진행한 건 잘못이었다.
“나는. 진짜. 화가 나.”
“누나가 진짜 미안해. 다음부터는 네가 촬영 중이더라도 꼭 전화해서 얘기할게.”
“혼자 감당하는 것도 하지 마.”
“응응. 검사하는 것도 같이하자고 할게.”
고개를 끄덕이며 조건을 수용하는 지연을 보고 지한이 숨을 깊게 내쉬며 몸을 완전히 돌렸다.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단순히 건강검진을 하면서 적합 검사를 받았다는 것도 알지만 환자복을 입은 누나를 보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래서 검사 결과는 언제 나온대.”
“한 일주일 정도? 일단 최대한 빨리 해 준다고 했는데 잘 모르겠네.”
“그때까지 여기 입원해 있을 거야?”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지. 그리고 병원 VIP 병동에 있으면 기자들이 함부로 들어오지도 못할 테고 말이야.”
들어오지 못하는 인물 목록에는 친척들의 이름도 있었다.
이제 사람들은 그 사람들까지 여기서 검사를 받았다는 걸 알았겠지.
앞으로 흘러갈 일을 예상하며 지연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는 지연을 보고 지한이 화들짝 놀라며 지연을 부축했다.
“누나 진짜로 아픈 거 아니다.”
“알아. 그래도 앉아 있어. 뭐 가져다줄까?”
“내가 할 수 있어.”
“안 돼. 앉아 있어.”
지은 죄가 있는 지연이 동생의 말에 꼼짝도 못 하고 다시 침대에 앉았다.
얌전한 누나를 본 지한이 살짝 안도하며 물었다.
“뭐 해 줄까?”
“냉장고에서 과일 좀 갖다줘. 깎아 줄게.”
“안 깎아 줘도 혼자 먹을 수 있어.”
“이건 미안해서 바치는 공물?”
지연의 장난스러운 말에 지한이 눈을 흘겼다.
봐 달라는 누나의 얼굴에 지한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냉장고로 향했다.
똑똑
“얘들아 안녕!”
“어? 아영 이모?”
“이모 여기 어쩐 일이에요?”
노크하고 거의 동시에 열린 문으로 호영호텔의 사장이자 주민의 누나인 아영이 들어왔다.
그녀의 뒤로 다른 사람도 고개를 내밀었다.
“우리도 왔지롱.”
“우린 안 보여?”
“도진이랑 이나도 안녕?”
“두 사람도 여긴 웬일이야? 지금 미국에 있는 거 아니었어?”
“방학이라서 놀러 왔지! 그리고 내일은 특별한 날이기도 하고!”
내일?
지연이 갸우뚱 고개를 기울이자 도진과 이나가 경악한 얼굴로 외쳤다.
“세상에! 내일 언니 생일이잖아!”
“7월 16일! 내가 이날 맞춰서 오려고 미리 비행기표도 끊어놨었다고.”
“아.”
내일이 내 생일이었구나.
어쩐지 지한이가 오늘따라 더 화난 얼굴이더라니.
내 일로 여기저기서 난리여서 생일도 까먹고 있었다.
“우리가 제일 먼저 축하해 주려고 이렇게 달려왔는데.”
“그건 힘들걸? 누나 생일은 내가 제일 먼저 해 줄 거거든.”
“훗. 오늘은 힘들걸? 나 오늘 여기서 자고 갈 거야!”
“도진이 넌 어디 감히 남자애가 지연이랑 같은 곳에서 자려고. 지연아. 우리 파자마 파티할까?”
“치사해! 지한이도 같이 있잖아.”
“나는 친동생이니까.”
다들 사회에 나갈 나이가 됐는데도 왜 이렇게 초등학생처럼 싸우는 걸까.
유치하게 싸우는 아이들을 뒤로한 채 아영이 도도하게 걸어서 지연의 옆자리에 앉았다.
“우리 지연이 잘 지냈어? 세상에 애 얼굴이 반쪽이 됐네! 아니 내가 보낸 도시락은 잘 먹고 있는 거야?”
“잘 먹고 있어요. 걱정 마세요. 저 나일롱 환자잖아요.”
“잘 먹고 있다면서 얼굴이 왜 이래!”
“엄마. 지연이는 원래 얼굴이 작았어.”
“맞아. 그리고 새치기하지 마시죠, 아줌마.”
“호호호호호.”
자식들의 태클에 아영이 웃으면서 도진과 이나의 옆구리를 쳤다.
습격을 당한 아영의 자식들이 옆구리를 잡으며 침대 위에 엎어졌다.
“의, 의사아.”
“갈비뼈, 나간 것 같아.”
“어머 안됐다. 지연이 옆 병실이 비었는지 모르겠네. 너희 오늘 거기서 자렴.”
“치사해.”
“이건 횡포야.”
옆구리를 잡고 부들부들 떠는 친자식들에게 코웃음을 날려 준 아영이 지연을 보고 병실을 둘러보았다.
아영의 얼굴에 아쉬움이 떠올랐다.
“올해 생일은 병실에서 맞이하겠구나.”
“어쩔 수 없죠.”
“어른들이 못나서 이런 곳에서 생일을 보내야 한다니. 내가 대신 사과할게.”
“에이. 이모가 왜 사과해요.”
지연이 아영의 손을 꼭 잡으며 달래 주었다.
오형우와 이미란처럼 나쁜 어른들이 있는 반면에
사장님이나 아영 이모처럼 착한 어른들도 있었다.
자신들은 그런 어른들 덕에 잘 자랄 수 있었다.
“바쁜데도 와 주셔서 감사해요.”
“조카가 입원했는데 안 올 수야 있나.”
아영이 눈을 찡긋했다.
어릴 때부터 봤지만 여전히 유쾌한 아영의 모습에 지연이 웃음을 터트렸다.
똑똑똑
“뭐야. 누나 벌써 와 있었어?”
“형님 먼저 와 계셨어요?”
“아영이 이모다! 이모오!”
“어이쿠 우리 유나. 안녕? 주민이 너랑 제수씨도 들어오세요.”
주민이 먼저 와 있는 아영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지만 아영이 여유롭게 웃으며 두 사람을 환영했다.
아영에게 달려와 안긴 유나가 침대 위에 벌러덩 누워있는 도진과 이나를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언니, 오빠. 왜 누워있어?”
“으응. 유나의 이모가 우릴 이렇게, 컥.”
“호호호. 유나아 언니랑 오빠가 비행기 타고 와서 피곤하대.”
“피곤해? 그럼 푹 자라고 해.”
“들었지? 유나가 자라고 배려해줬으니까 저기 찌그러져 있어.”
“우우. 무슨 엄마가 이래.”
“치사해서 진짜.”
투덜대면서 이나와 도진이 일어나 반대편에 앉았다.
어느새 침대를 빙 둘러싸고 앉은 사장님네 식구를 보면서 지연이 입꼬리를 올렸다.
누나와 제일 가까운 곳에 앉은 지한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누나 생일은 내가 먼저 축하해주려고 했는데.”
“해 주면 되지.”
“경쟁자가 늘었어.”
집에 있었다면 제일 먼저 해 줄 수 있었는데 밖에 나와 있다 보니 경쟁자가 늘었다.
심통 난 지한이의 얼굴을 본 지연이 상체를 붙여 동생의 귀에 속삭였다.
“저녁에 다른 사람들 몰래 제일 먼저 축하해줘.”
누나의 말에 지한의 얼굴에 웃음이 걸렸다.
“아! 둘이 무슨 얘기 해!”
“형한테는 비밀이야.”
“그럼 누나한테는 말해 줄 수 있는 거지?”
“이나 누나한테도 비밀.”
“지한이 오빠. 유나는? 유나한테도 비밀이야?”
“유나는 알려줄까?”
“응!”
유나가 지한이 품에 달려들었다.
옆에서 도진과 이나가 자신도 알려달라면서 지한이한테 엉겼다.
화기애애하고 떠들썩한 병실을 보면서 지연이 웃음을 터트렸다.
즐거운 생일 전날이었다.
272. 귀환
지난 일주일간 대한민국은 난리도 아니었다.
무려 월드스타가 얽힌 일이었다.
일반인이라고 해도 기사 한 줄 날 사안인데 당사자가 유명인이었다.
기자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후속기사를 보도했고, 정치인들은 이때다 싶어서 시류에 편승했다.
지연의 일로 부모 자식의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가 화두에 올랐다.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의 사연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뿐만 아니라 자식이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흥청망청 놀던 가족들이나 이름을 팔아 사기를 친 사람들에 대한 제보가 속속들이 보도됐다.
빚투 운동의 시작이었다.
다만 회귀 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부모들과 친척들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이 싸늘했다.
[천륜을 버린 부모의 만행. 이런 부모에게도 효도를 해야할까?]
[자식 버리고 28년 만에 나타난 母, “보험금 가져가겠다는데 억울”]
[평생 연락 없다 자식이 죽자 나타난 부모들]
[상속권상실제도가 있지만 여전히 법 테두리 밖에 있는 자들]
[“가수 Rainy의 부모를 고발합니다.” Rainy 부모 사기 의혹]
[‘父 관련 논란’ 무무무 정아 소속사 확인 중]
[차세라, 父 사기 사과, 네티즌들의 응원이 이어져]
[현대판 연좌제? 연예인들의 가정史 강제 공개 중]
이때다 싶어서 도의적 책임을 운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번 일로 많은 연예인의 불우한 가정사들이 공개되었으며, 자식을 버린 부모의 행태가 낱낱이 드러났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주목했고, 저녁 뉴스에서는 매일 이번 일에 대한 사건이 보도되었다.
언론에서도 때리자 정치인들도 나섰다.
[민법상 상속 결격 사유에서 나오는 ‘부양의무의 현저한 해태’란?]
[국회에서 민법 개정안 논의!]
사람들은 조속히 이 법이 처리되길 바랐다.
자식을 버리고 간 부모의 행태도 행태였지만 자식이 죽고 나서, 또는 잘되고 나서 거기에 들러붙어 등골을 빨아먹는 모습이 더욱 국민 정서에 반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저런 부모의 낯짝이 궁금하다면서 일부 예외적인 사안을 제외하고 뻔뻔한 부모의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배드 패런츠’라는 사이트에서는 이미 악마 같은 부모의 얼굴이 공개되어 대중들이 몰려와 돌을 던졌다.
이 상황 속에서 속 시원한 소식이 들려왔다.
[지연, 장기기증 부적합!]
[악마 같은 친부에게 장기기증 하지 않아도 된다!]
[부적합 판정, 지연 장기기증 않기로]
[지연 소속사 측, “지연을 말렸으나 마지막이란 말에 어쩔 수 없이 검사를 허용했다.”]
[지연, 친척들에게 ‘접근금지가처분’ 신청. 탑엔터 “소속 연예인 보호차원”]
대중들은 탑엔터의 결정에 환호했다.
15년 만에 지연의 사촌 동생을 이용하여 접근했던 사람들이었다.
이번에 지연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으니 또 어떤 식으로 접근할지 몰랐다.
그렇게 탑엔터에서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나섰다.
-사장님 믿고 있었습니다.
-우리 지연 누나 지켜줘서 감사합니다.
-혹시 지한이한테 접근할까 봐 걱정했는데 접근금지가처분이라니. 안심했습니다.
SNS에 우리 회사를 응원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우리가 왜 돈 아깝게 그쪽 집안사람들을 전부 입원시켜서 검진을 받게 했겠는가.
검사와 더불어 비싼 건강검진을 받게 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실제 적합 검사에서 지연과 사촌 동생 몇 명, 오형우의 누나들은 부적합이라고 판정받았다.
기타 병력과 간 비율이 맞지 않은 게 이유였다.
적합 판정을 받은 사람 중에서 가장 조건이 좋은 사람은 바로 오형우의 조카이자 지연의 사촌 동생인 오수환이었다.
“자. 과연 어떻게 나오려나.”
그쪽에서 물고 들어가려던 지연이는 부적합 판정이 나왔고, 그 대신 다른 후보자가 나왔다.
가족애로 포장한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그쪽 집안의 실체를 드러낼 기회였다.
* * *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던 만큼 오형우의 집안 역시 떠들썩했다.
직장에는 이미 소문이 다 나서 편하게 다니기 어려울 지경이었고, 사촌들 역시 남매와 사촌 관계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직장 내에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
특히 이번 일에 지연을 직접 찾아간 나영은 밖에 나가기가 무서워 다음 학기 휴학을 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나영의 오빠이자 형석의 장자인 수환이 적합 판정을 받다니!
형석의 입장에서는 코가 막히고 귀가 막힐 지경이었다.
그의 아내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모인 자리에서 결사반대를 외쳤다.
“우리 애는 지금 취업 준비 중이라 수술할 수 없어요. 기증했다는 게 알려지면 취직할 때 안 좋다고요.”
“그럼 형석이 너는? 너도 적합 판정이 나왔잖아.”
“저는 곧 지사장 승진이 내정되어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자리를 비우면 다른 후보자에게 밀린다고요, 누님.”
“아이고. 하필 지연이가 부적합이 나올 게 뭐니.”
서로 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루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이 후보자로 점찍어놨던 지연이 부적합 판정을 받아 일이 꼬여버렸다.
이미 뉴스에까지 나와서 어쩔 수 없이 자신들 사이에서 장기 기증자를 정해야 했다.
“이거 수상하지 않아? 우리 중에서 왜 하필 지연이가 빠지냐고.”
“방송에서는 그렇게 날아다니더니. 영화 찍을 때도 액션 직접 했다면서 호평하지 않았어? 그렇게 건강한 애가 왜 하필 이럴 때만 부적합인 거야.”
“수상한데. 혹시 소속사랑 병원이 짜고 검사 결과 조작한 거 아니야?”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친척들이 음모론을 펼쳤다.
시간을 내서 모였는데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사실 해결은 간단했다.
적합 판정이 나온 수환과 장기이식수술을 하는 것.
그러나 형석은 자신의 소중한 아들을 절대 수술시키고 싶지 않았고, 다른 친척들 역시 자신들의 자산을 관리해 주는 형석의 아들에게 이식을 하라고 강요할 순 없었다.
그렇다고 형우를 포기하자니 이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집안 사정을 전부 알아버린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