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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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아. 그나마 그 집안에서 네가 제일 나은 사람이란걸 알아. 그런 네가 염치 불구하고 날 찾아올 정도라면 네 부모님의 부탁밖에 없겠지. 너는 그걸 거절하기 힘들었을 거고.”

“미안해.”

날카로운 지연의 지적에 나영이 고개를 숙였다.

미안할 것까지야.

고작해야 20살이 된 애의 등을 떠밀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뻔뻔하고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사람들.

어쨌든 할머니는 오늘내일하고 오형우는 아프단 말이지?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 정정하시던 분이 오늘내일하시다니.

오형우 건으로 충격을 많이 받으신 건가?

아니면 이것도 거짓말?

지연이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채 갓 20살이 된 사촌 여동생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디가 얼마나 안 좋은데?”

“나도 잘은 모르는데 간이식이 필요하신가 봐.”

“그렇구나. 기증자 명단엔 올려봤고?”

“아. 그거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가족 중에서 맞는 사람을 찾아보자고 했어.”

원래 이런 건 가족 간 기증이 일반적이니까.

하지만 내가 뭐 하러 오형우를 위해서 내 간을 떼 줘야 해?

그렇게 잘난 형제들한테 부탁해보지 이제 와서 날 찾는다고?

심기가 불편해진 지연이 고운 미간을 구겼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영의 어깨는 더 좁아졌다.

“일단 어떤 상황인지는 알겠는데 나는 그 사람한테 내 장기를 기증할 생각이 없어. 가족들 검사받을 때 나는 빼 달라고 해.”

“언니한테 먼저 말해보라고 해서 어른들도 검사 안 했어.”

하. 진짜!

그러니까 그렇게 우리 집안, 우리 핏줄, 우리 형제, 우리 가족 외치던 오형우네 집안에서 간이식 얘기가 나왔는데 나한테 먼저 물어본다고 검사 날짜도 안 잡았다는 거야?

이게 말이야 방귀야.

형제 운운하더니 자기 장기 떼 주는 건 아까웠나 보지?

그래서 15년 만에 가족이랍시고 날 찾아온 거였어.

자기 거 주기 아까워서!

사촌 여동생의 말에서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안 지연이 기가 막힌 심정으로 헛웃음 터트렸다.

“그 말. 왜 어른들도 아니고 네가 와서 해? 큰아버지랑 작은아버지들은 어쩌고. 하다못해 고모들이라도 와야 하는 거 아니야?”

“그게. 어른들이 언니한테 연락해 보려고 했는데 언니네 소속사 사장님이 함부로 연락하면 고소할 거라고 해서 연락 못 했대.”

우리 사장님 나이스.

내가 직접 받았으면 분명 욕을 박았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그 사람들은 내 개인번호도 몰라서 회사로 연락할 수밖에 없었지만 워낙 개인 정보가 비밀이 아닌 시대라.

아무튼 법적으로 우리 보호자는 사장님이었으니까 사장님 허락 없이 연락하기도 힘들었을 거다.

우리 집에는 경호원들이 상주하고 있어서 찾아오기 힘들었을 거고.

그래서 경호원들이 경계하지도 않고, 사장님한테 차단되지도 않을 나영이를 공원에서 우연히 만나도록 보냈단 말이지?

“그래. 어른들은 그렇다 치자. 다른 사촌들은 뭐 하고 이제 대학생이 된 네가 왔어.”

“성우랑 성희는 학생이라서 못 와.”

“너라고 안 어린 줄 알아? 나는 언니랑 오빠들을 말한 거야. 하물며 수환이가 왔을 수도 있었잖아. 수환이는 뭐해?”

“오, 오빠는 취업 준비한다고 이런 일에 시간 쓸 수 없다고 엄마가….”

자~ 알 한다. 진짜.

그 위에 있는 사촌들은… 지금쯤이면 다들 가정이 있거나 사회초년생이겠네.

평일에는 오기 힘든 건가?

그렇다고 이렇게 어린 애를 보냈다고?

진짜 별의별 꼴을 다 보여주는구나, 망할 오씨 집안!

나영이는 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 20살이었지만 회귀 전후 도합 나이가 50이 되어가는 나에게는 한참 어린 애기로 보였다.

그런 애기를 다 큰 어른들이 등을 떠밀어 내 앞으로 보낸 것이다.

“용케 여기까지 혼자 왔네. 사정은 알았으니까 이제 집으로 내려가.”

“아. 나 지금 계절학기라서 기숙사 살아.”

“너도 참 성실한 건 여전하네.”

“응?”

아차. 이건 회귀 전에 알았던 내용이었지.

지금의 나는 나영이가 무슨 대학에 갔는지, 어떤 수험생 생활을 보냈는지 전혀 모른다는 걸 깜빡했어.

지연이 아무렇지 않은 척 화제를 전환했다.

“아니야. 학교가 어딘데? 거기까지 데려다줄게.”

“아. 나 성대.”

회귀 전이랑 똑같네.

“좋은 데 갔네. 공부 열심히 했어?”

“응. 언니처럼 잘하고 싶어서.”

“나처럼?”

“언니 수능 만점 받았잖아. 가수도 하면서 공부까지 한다니 언니는 진짜 대단해.”

아. 그거?

수능이야 한 번 다시 쳐보고 싶었거든.

누군가에게 보란 듯이 보여주고 싶었던 게 있어서.

물론 그 사람은 지금의 나를 모르지만.

“날 따라 하고 싶다고 해도 성대 간 건 네 노력 덕이잖아. 잘했어.”

지연의 칭찬에 나영이 볼을 붉히며 웃었다.

어차피 마지막인데 난 또 뭘 칭찬하고 있을까.

나영의 웃는 얼굴에서 시선을 뗀 지연이 딱 잘라서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일로 날 찾아오지 마. 어찌 됐든 이제 나는 오씨 집안이랑 상관없는 사람이야.”

“으응.”

“이만 가자.”

“저기. 지연 언니,”

딸랑-

“거기까지야. 아가씨.”

“사장님.”

종소리가 들리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나영을 막아 세웠다.

나영은 자신을 막아 세우는 목소리에 종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다.

시간 내서 운동한 덕에 탄탄한 몸과 남매와 아이의 보챔에 50대임에도 관리받아 30대 후반처럼 보이는 탱탱한 피부.

재벌가의 일원이며 회사를 업계 정상으로 끌어올린 덕에 저절로 드러나는 카리스마.

그런 사람이 무시무시한 기세를 내뿜으며 나영을 또렷이 주시하고 있었다.

“아.”

주민을 본 나영이 자신도 모르게 지연에게 향하던 손을 거두었다.

뚜벅뚜벅

가게를 가로질러 주민이 걸어왔다.

그의 뒤를 남 비서가 그림자처럼 따랐다.

“더 이상 지연이를 그쪽 집안일에 끼워 넣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주민이 차가운 눈으로 나영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알 수 없는 위압감에 주눅이 든 나영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강제로 동의를 받아낸 주민이 지연을 보고 표정을 풀었다.

“지연아. 이 아가씨는 경호팀이 알아서 바래다줄 거야. 모처럼 휴일인데 뭐 하러 네가 움직여.”

“그래도 사촌 여동생 때문에 경호원 언니 오빠들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네가 거기 가면 어차피 다 따라가게 되어있어.”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주민의 말에 지연이 웃었다.

지연의 웃는 모습이 주민도 더 이상 무게를 잡을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본 나영은 어쩐지 묘한 감정을 느꼈다.

조금 전까지 딱딱하고 무섭던 남성이 지연 언니를 말썽꾸러기 막냇동생이나 딸을 보는 것 같은 눈으로 보고 있었다.

나영이 튀어나오려는 말을 삼키기 위해서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아주 작은 행동이었지만 나영의 행동을 알아차린 주민이 시선을 나영에게로 돌렸다.

다시 가게에 들어왔을 때처럼 차갑게 얼어붙은 눈동자에 나영이 비명을 삼켰다.

‘히익!’

자신을 보고 기겁하는 나영에 주민이 눈살을 찌푸렸다.

여자라고 해서 주민은 봐주지 않았다.

“아가씨는 이만 가 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네, 네에.”

“그럼 남 비서 밖까지 잘 모셔다드려.”

“알겠습니다. 가실까요?”

남 비서의 말에 나영이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향했다.

나영이 뒤를 힐끔거려 지연을 보려고 했지만 남 비서가 온몸으로 나영의 시선을 차단했다.

카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두 사람을 본 지연이 그제야 불편했던 숨을 편하게 내쉬었다.

“하아아.”

“힘들었어?”

“조금요. 돌아오고 나서는 15년 만에 보는 동생이거든요. 솔직히 돌아오기 전에 다 큰 모습을 봐서 망정이니 아니었다면 15년 만에 보는 사촌 동생 못 알아볼 뻔했어요.”

다른 친척들에게는 단호하던 지연이 동정을 베푼 건 그 이유 때문이었을까?

지연의 말에 주민이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모르는 척하지, 그랬어.”

“그래도 그 집안에서는 그나마 때가 덜 탄 애예요.”

때가 덜 탔어도 그쪽 집안사람이었다.

오늘 지연이한테 찾아온 것만 봐도 그랬다.

지연의 변호에 주민이 심기가 불편한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사장님의 불편한 얼굴을 본 지연이 웃음을 빵 터트렸다.

“아. 그러지 마요. 이제 안 볼 건데. 아니다. 볼 수도 있나?”

“그게 무슨 말이니.”

“그게 말이죠.”

지연이 나영이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설명이 이어질수록 주민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우와. 누가 보면 사천왕상인 줄.

귀신들도 보고 기겁하며 도망칠 몰골에 지연이 구겨진 미간에 손을 가져가며 말했다.

“사장님 인상 좀 펴요. 유나가 보면 아빠 무섭다고 할걸요?”

“후우우우. 그래. 펴야지.”

“화 많이 났어요?”

“조금.”

말이 짧아진 거 보니까 조금이 아니라 많이 화나신 거 같은데?

내 일을 자기 일처럼 화내 주는 사장님을 보니까 지연은 답답하던 속이 조금 풀리는 기분이었다.

나 대신 화를 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든든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러다간 나 대신 화내다가 사장님한테 화병이 올 것 같다.

역시 스트레스 해소에는 거기가 최고지.

“사장님 우리 오랜만에 오락실이나 갈래요?”

가서 펀치 좀 치시죠.

계속 참다가 우리 사장님 화병 날라.

지연의 권유에 주민은 지연이 스트레스가 심한 줄 알고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오락실 가고 싶으면 경호원들 데리고 전세 내서 쓰렴. 심심하면 회사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가도 좋고.”

“아니죠. 사장님도 같이 가요.”

“나는 일이 생겨서.”

일을 언급하는 주민의 얼굴이 싸늘했다.

그 일은 아마 방금 있었던 일 때문에 생긴 건가요?

어차피 남 비서님이 알아 올 때까지 기다리실 거잖아요.

기다리면서 화병 나기 전에 풀러 가시죠.

지연이 주민이 거절할 수 없는 최강의 패를 꺼냈다.

“유나도 불러서 같이 가요.”

“…나는 일하러,”

“알 가실 거예요? 유나랑 저랑 둘이서만 놀라고요? 오늘 이런 일도 있었는데 저 혼자서?”

지연이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촉촉한 눈으로 올려다보자 주민이 항복했다.

“…가자.”

그렇게 주민의 행선지가 바뀌었다.

* * *

우리 사장님 헬스장에서 기구만 쓸 줄 알았는데 주먹도 쓸 줄 아시는 분이었구나?

나랑 유나가 인형 뽑기에 정신이 팔린 사이 사장님은 펀치, 해머, 사격 등 온갖 치고 맞추는 게임으로 화를 풀었다.

분노한 사장님의 펀치 기계 최고점수는 무려 713점이었다.

오락실을 나오면서 어딘가 후련해 보이는 사장님을 본 지연이 조금 뿌듯한 심정으로 스트레스 해소의 절정인 매운 음식들을 포장하여 회사로 향했다.

유나와 사장님 포함 다른 사람들의 위벽 보호를 위해 우유와 쥬스쿨을 사는 건 필수였다.

양손 무겁게 회의실로 들어가니 이미 모인 사람들이 우중충한 얼굴로 세 사람을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사장님.”

“다들 모였군. 아. 유나야. 잠시 밖에 있는 비서 언니 오빠들이랑 놀고 있을래?”

“왜? 유나도 같이 있고 싶은데.”

“아빠랑 삼촌, 이모들이 일하는 모습 보고 유나가 놀랄까 봐.”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설명하면 또 정색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유나에게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주민이 유나에게 권유했다.

“유나 안 놀랄 수 있어.”

“아빠가 유나한테 안 좋은 모습 보여주기 싫어서. 유나한테는 언제나 멋진 아빠가 되고 싶거든.”

“아빠는 유나한테 언제나 멋진 아빠야.”

유나의 말에 주민이 잠시 가슴에 손을 대고 눈을 감았다.

내 딸은 너무 사랑스럽구나.

딸바보인 주민을 대신에서 지연이 대신 나섰다.

“유나야. 언니가 유나 아빠랑 이모, 삼촌들이랑 일해야 하는데 인절미랑 모짜를 봐줄 사람이 없네?”

“유나가 대신 봐줄게!”

“고마워. 여기 인절미랑 모짜 간식. 너무 많이는 주지 말고.”

“응!”

“유나 덕에 언니랑 유나 아빠랑 일 빨리 끝나겠다. 고마워.”

“히힛. 언니랑 아빠랑 일 빨리 끝내고 나와.”

“응. 알았어.”

순식간에 유나를 밖으로 내보낸 지연을 보고 주민이 흐뭇한 얼굴로 웃었다.

유나가 지연이를 잘 따르는 것 같아 다행이야.

나이 차이가 크게 나서 걱정했는데 지연이도 동생을 잘 보고 유나도 지연이와 지한이를 잘 따랐다.

손을 흔들어 유나를 배웅하는 지연이를 보고 주민이 무심코 말했다.

“지연이 넌 애도 잘 보는구나.”

“보통 그 뒤에 ‘이제 시집가면 되겠다.’라는 말이 붙던데요?”

장난스러운 지연의 말에 주민이 아까보다 더 차가운 얼굴로 대답했다.

“절대 안 돼. 아니. 지연이 네가 가고 싶으면 모르지만. 아니야. 그래도 안 돼. 적어도 연봉 10억 이상, 자가 보유, 제사 안 하고, 집과 시댁과의 거리 200km 이상인,”

“안 가요.”

지연이 주민의 말을 자르며 단호하게 말했다.

애초에 갈 생각도 없지만, 사장님이 말하는 조건에 맞는 사람이 있긴 한 거야?

극성 엄마처럼 조건을 따지고 드는 주민을 말린 지연이 주민을 자리로 끌고 갔다.

조금 전 사장님의 추태를 모른 척하느라 먼눈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초점을 잡았다.

다시 엔터계의 전설, 카리스마 사장님으로 돌아온 주민이 사무적인 어투로 말했다.

“다들 와 주어서 고맙군. 오늘 긴급회의 안건은 다름이 아니라 지연이와 지한이의 친가와 관련된 일이네.”

이미 회의 소집할 때도 들었던 사항이지만 다시 들으니 또 혈압이 오르는 것 같았다.

주민이 남 비서에게 눈짓했다.

남 비서가 짧은 시간에 알아낸 정보를 브리핑했다.

“오형우. 올해, 만 54세. 며칠 전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병원에서 간경변 말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경남에 있는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고 알코올성 간경변이라 이식 대상자에도 올릴 수 없었던 것으로 나왔습니다. 공여자가 나오면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이식 수술을 진행할 예정이며, 아직 확정된 공여 대상자는 없습니다.”

남 비서의 브리핑에 회의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불편한 기침 소리를 냈다.

“그래서 그 공여 대상자로 지연이를 찾아왔단 말이지. 자기들이 하기 싫어서.”

“네. 오형우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검사를 받은 친척은 없습니다.”

안 봐도 뻔히 그려지는 막장 드라마 같은 상황에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270. 우리 애 간은 절대 못 줘!

남 비서의 브리핑을 들은 순간 상황이 더욱 명확해졌다.

회의실에 모여 있던 임 전무와 각 파트 이사, 홍보팀 팀장과 지연과 지한이 소속되어 있는 실장들의 생각은 확고했다.

오형우 쪽 친척이 접근했다는 말에 한달음에 달려온 영훈이 말했다.

“검사를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영훈의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 똑같았다.

절대 지연이의 간을 오형우에게 줄 수 없었다.

“애초에 남이나 다름없는 사이입니다. 양심이 있다면 간 이식 해달라는 소릴 하지 말았어야죠.”

“최소한의 양심이 있었다면 찾아오지도 말았어야죠. 이미 그쪽은 인간도 아닌 집안이에요.”

“그리고 간 이식 하면 후유증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아십니까?”

“얼마나 오래가는데요?”

“흐흠. 제 지인의 지인의 지인의 지인의 아들이 간 이식을 해 줬는데 무려 1년 가까이 후유증이 갔답니다. 걔가 20대였는데도요!”

지인의 지인의 지인의 지인의 경험담에 회의실 분위기가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

모두의 의견이 반대로 향하고 있을 때, 홍보팀의 수장인 한소영 팀장이 입을 열었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쪽이 100% 잘못했지만 수술해야 한다는 상황에 대중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니까요.”

예를 들자면, 연예인이 악플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면 일단 호응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대처 때문에 악플러가 처지를 비관해서 자살을 기도한다면 대중들은 악플러를 고소한 연예인을 비난하게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유교 사상이 깊숙이 박혀 있어서 자칫하다가는 지연이 패륜아 프레임을 뒤집어쓸 수도 있는 일이었다.

메리골드 프로젝트 때 지연이 쌓아온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오형우의 일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처하면 반발이 생길지도 몰랐다.

소영의 설명에 무조건 안 된다고 하던 사람들이 입을 다물었다.

“검사, 받을게요.”

“지연아!”

“그건 안 돼.”

“네가 왜 그 사람 때문에 검사를 받아!”

“오형우 일은 잊어. 술 먹고 간 이식 받은 사람은 건강해지면 또 술 먹을 거야.”

“그때는 지한이가 간 이식 해 줘야 할지도 몰라.”

“천 이사 말이 맞아. 한 번이 쉽지 두 번 찾아오는 게 어렵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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