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온다면 또 얼마나 많은 걸 준비하실지 모르지만 준비 못 했다며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보단 나았다.
지한이 촬영이 언제 끝나더라?
지연이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기억을 떠올리고 있을 때, 멀리서 지연을 보던 누군가가 주먹을 꼭 쥐고 걸어왔다.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인영에 지연의 웃음이 멈췄다.
“교수님…제가 내일 다시 전화할게요.”
-…그래. 내일 보자.
아무렇지 않은 척 내일 보자고 말했지만 함께한 세월이 세월인지라 알아차리셨나 보다.
말없이 내일 보자며 통화를 멈춘 헨리의 배려에 지연의 기분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지연은 헨리가 전화를 끊을 때까지 폰을 들고 있다가 통화가 뚝 끊기자 화면을 끄고 앞에 선 사람을 올려다봤다.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경호원들이 주위를 둘러싼 게 보였다.
“괜찮아요. 아는 사람이에요.”
지연의 말에 경호원들이 더는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폰에 손을 대고 뭐라고 하는 걸 보니 이 상황을 보고하는 모양이었다.
사장님이 너무 혼내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지연이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 때문에 잔뜩 긴장한 소녀를 보고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네. 나영아.”
“…지연이 언니.”
어릴 때 보고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사촌 동생이 조금 안도하며 힘겹게 웃었다.
20년 가까이 만나지 못했던 사촌 동생을 집 근처 공원에서 만났다.
20살이 된 사촌동생의 모습이 선명하면서도 흐렸다.
작위적인 만남에 지연이 벤치에서 일어났다.
“더운데 일단 어디 안으로 들어갈까?”
“응.”
지연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인절미와 모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없이 앞으로 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지연의 감정이 더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들의 뒤를 지연의 사촌, 나영이 따랐다.
피도 안 섞이고 종도 다른 개와 고양이보다 더 먼 거리였다.
* * *
탑엔터의 최상층.
사장실이 있는 그곳에는 지금 무거운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것들은 질리지도 않는군.”
방금 지연을 경호하는 팀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주민이 입술을 비틀어 올렸다.
정말 지긋지긋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같잖은 핏줄 운운하며 들러붙을 건지 궁금했다.
“오후 일정은 전부 취소해.”
“알겠습니다.”
“지연이가 지금 어디라고 했지?”
“단골 카페 ‘헤븐’입니다. 경호팀이 가게를 통째로 빌려 경호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 팀장이 팀원을 잘 가르쳤군.”
처음 아이들의 경호를 맡은 사람이자, 현재 남매의 전담 경호팀의 팀장인 형석을 칭찬하며 주민이 사장실을 나섰다.
그 뒤를 남 비서가 묵묵히 따랐다.
268. 고향에서 온 소식(2)
사촌 여동생을 마지막으로 본 건 오형우의 선고일이었다.
가정폭력, 특수폭행, 특수협박 등 여러 가지 죄목으로 오형우는 입건되었다.
워낙 떠들썩했던 사건이라서 재판을 보기 위해서 방청석들이 가득 찼었다.
그곳에서 나는 증인이었다.
사회복지사는 말렸지만 나는 증언을 하겠다고 떼를 썼다.
가장 가까이에서 가정폭력의 현장을 본 증인을 막기 위해서 일가친척들이 전부 몰려왔다.
‘지연아 그래도 네 아빠 아니가.’
‘그래. 우찌 자식이 돼가꼬, 친아버지를 고발할 수 있노.’
‘이거 너거 엄마가 시켰제? 지연아. 잘 생각해라. 니는 우리 핏줄이다.’
‘요새 니 아빠가 많이 힘들어가꼬, 술김에 그랬는데 지연이 네가 도와달라고 어른 불러온 거다이가. 안 그렇나?’
어린 조카를 세뇌해서라도 정상참작을 받게 하려고 안달이 난 사람들이었다.
우리에 대한 미안하다는 말은 없었고, 하나같이 비겁한 말들 뿐이었다.
너희 자식, 형제는 중요하고 우리는 안 중요해?
이기적인 사람들, 구역질 나는 사람들.
너희들이 우릴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나도 당신들을 내 할머니, 삼촌, 고모로 생각 안 해.
지연은 독한 마음을 먹고 증언하기로 했다.
‘아빠는 술 먹으면 자주 엄마를 때렸어요. 상도 엎었고요, 술병도 깼어요.’
어린 자식이 아버지를 고발하는 내용에 방청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술렁였다.
보통의 어린아이라면 무서워서 말도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보통의 어린이가 아닌 회귀자였다.
이딴 게 무서웠으면 그날 동생의 손을 잡고 뛰쳐나가지도 않았다.
그렇게 지연은 법정에서 꿋꿋하게 증언했고,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의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40시간 사회봉사를 명한다.’
땅! 땅! 땅!
오형우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아무리 가정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덜한 때라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도 너무했다.
그런데 저들은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아이고, 형우야! 내 새끼. 어억!’
‘어무이!’
‘어떻게 자식이 돼서 아버지를 고발하노!’
‘어릴 땐 안 그랬는데 저거 다 애엄마 때문이다!’
교도서에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이름에 빨간 줄이 그였다는 말에 노모가 뒷목을 잡고 넘어갔다.
노모를 붙잡은 오형우의 형제들이 다급하게 119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완전 개판이구만.
얼마 안 있어 온 구급차에 노모와 형제가 실려 갈 때까지 지연은 사회복지사의 보호를 받으며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같이 간 큰아버지를 제외한 친척들이 건물 뒤편 주차장으로 향했다.
가는 방향이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숨어서 저들이 갈 때까지 기다렸는데 그때 친척들이 하는 말이 지연의 고막에 꽂혔다.
‘지연이는 그렇다고 쳐도 지한이는 우리가 데려와야 하는 거 아니가?’
‘데려오면 누가 키우고?’
‘크흠. 그 형님이 여기 있으니까 애 좀 보시면 안 되겠습니까?’
‘우리 애도 셋이고 하나는 수험생인데 우째 내가 데꼬 오겠노.’
‘지한이 데려오면 촬영장에 데꼬 댕겨야 할 텐데 우리 중에 그거 잘 아는 사람 있나? 정 없으면 내가 애 데리고 다닐게요.’
‘아이고. 네가? 너는 네 갓난쟁이나 돌봐. 내가 할게. 가게야 우리 남편이 혼자 할 수 있으니까.’
와. 진짜 뻔뻔한 것엔 정도가 없구나.
그러니까 나는 짐덩어리고 지한이는 돈이 되니까 맡아보려고 하는 거야?
계산적인 친가에 더 학을 떼게 된 계기였다.
그런 어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촌들이 서 있었다.
유치원복을 입은 사촌 여동생이 제 오빠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쟤들은 지금 일어나는 일이 뭔지 알기나 할까.
어른들이 안 좋은 분위기라는 걸 알았는지 사촌 동생들은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손만 붙잡고 있었다.
‘쯧.’
그게 지연을 거슬리게 했다.
어른들의 보호 없이 서로 의지해야 했던 어린아이의 모습들이 지연의 눈앞에 떠올랐다.
사촌들 위로 자신과 지한이가 투영되자 지연이 혀를 차곤 어른들 몰래 둘에게 다가갔다.
‘나영이랑 수환이. 여기 왜 있어.’
‘언니.’
‘누나.’
낯선 상황 속에서 익숙한 사람을 발견해선지 아니면 같이 놀 생각에 신이 난 건지 모르지만 사촌 동생들이 날 보고 해맑게 웃었다.
어른들과 동떨어진 맑고 순수한 웃음에 지연도 마음속에 세워둔 벽을 조금 낮췄다.
‘누나도 여기 왔어?’
‘나는 여기가 집이잖아. 그런데 너흰 여기 왜 왔어? 설날이나 추석도 아닌데.’
‘아빠가 할머니랑 언니 보러 가쟀어.’
‘너희 아빠가?’
‘응! 아빠가 일하는 동안 언니랑 지한이 오빠랑 놀래.’
‘아빠가 누나랑 지한이랑 사촌이니까 잘 놀라고 했어. 지금 누나랑 지한이가 많이 힘드니까 우리가 달래줘야 한다고도 했어.’
아항. 그러니까 내 마음 좀 돌려 보려고 어린 사촌 동생들을 데려왔단 말이지?
확실히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사촌 언니, 오빠들보다 얘들이랑 더 친하긴 했지만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지연이 너희 아빠의 실체를 아냐며 사촌 동생들에게 폭로하려다가 아직 순수한 동생들의 눈망울을 보고 그 말을 집어삼켰다.
그래. 너희가 무슨 잘못이니.
‘미안해. 이제 너희랑 못 놀아.’
‘왜? 왜 못 놀아?’
지연의 말에 유치원복을 입은 나영이 울먹울먹하며 말했다.
그 옆에서 수환이 동생의 손을 꼭 잡으며 시선을 내렸다.
그래. 옛날부터 너는 눈치가 좋았지.
아마 그건 친가 친척들이 전부 못난 어른들이었기 때문일 거야.
이기적인 어른들 사이에서 눈치만 는 아이들이 이유도 모른 채, 이별을 고해야 했다.
‘우리가 아주 멀리 가거든.’
‘멀리 어디?’
‘저어어어기 멀리. 그래서 설날이나 추석 때도 못 볼 거야.’
‘히잉.’
‘뚝. 울지마.’
‘흐이잉. 오빠까지 왜 그래.’
어린 동생이 울려고 하자 수환이 동생을 다그쳤다.
오빠의 행동에 더 서러워진 나영이 울음을 터트리려고 할 때 지연이 손을 내밀었다.
그 행동에 나영이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눈을 크게 떴다.
‘이거 잘가요 인사.’
‘히잉. 언니. 안 가면 안 돼?’
사촌 동생의 귀여운 투정에 지연이 미소 지었다.
이대로만 커 주렴.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너희 부모를 닮지 말고.
‘커서 나영이가 언니 미워하지 않으면 다시 만날지도 몰라.’
‘나 언니 안 미워할 거야.’
그래그래. 지금은 그렇겠지.
그런데 너네 부모가 우리 뒷담을 안 깔 거 같지 않은데.
나영의 눈물을 닦아주며 악수를 한 지연이 수환을 돌아봤다.
‘나영이랑 사이좋게 지내. 지켜주고. 수환이 넌 오빠니까.’
‘…응.’
똑같이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았지만 오빠라고 꾹 참으며 고개를 끄덕인 수환이 지연과 악수했다.
그게 우리들의 마지막이었다.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 * *
지연이 훌쩍 큰 나영을 보고 속으로 감탄했다.
잘 컸네. 회귀 전에도 친가 집안에서 제일 잘난 아이였다.
그러면서도 ‘언니.’ 하면서 이건 어떻게 하는 건지, 저건 어떻게 하는 건지 물으며 잘 따랐었다.
만약 오형우랑 이미란이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 만났을 때 더 잘 대해줬을 텐데.
두 사람이 별거하고 이혼하면서 우리는 명절 때마다 작은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
그놈의 세뱃돈이 뭐라고 그거 받아오라면서 이미란이 등을 떠밀어서 안 갈 수가 없었다.
제대로 된 일자리도 구하지 않고 저소득층 복지비를 타 먹은 이미란도 이미란이었지만 양육비도 주지 않았던 오형우 탓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게 울며 겨자 먹기로 간 큰집에서 우리가 편하게 숨을 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숨 막히는 큰집에서 우리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온 사람은 나영이 유일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네가 먼저 다가왔구나.
“몰라보겠네. 올해 나영이 네가 20살이었던가?”
몰라보긴커녕 회귀 전이랑 똑같아서 나도 모르게 먼저 말 걸 뻔했다.
“응. 어릴 때 보고 처음이지? 나는 언니 한눈에 알아봤어. 워낙 TV에 자주 나오니까.”
용케 집에서 내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봤구나.
오형우의 재판과, 양육권 소송으로 그쪽에서는 우리라면 학을 뗄 줄 알았는데.
아니다. 그쪽 사람들이라면 뻔뻔하게 자기들이 오지한, 지연을 안다고 자랑하고 다녔을지도 모른다.
어릴 때 있었던 건 전부 다 애 엄마 탓이라면서 둘러대면서 여론 형성했을지도?
지연이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 있을 때 나영이 추억을 회상하는 얼굴로 말했다.
“언니가 언닐 미워하지 않으면 다시 만날 수도 있다고 했잖아.”
“그걸 기억하고 있었어?”
“응. 언니는 내 롤모델이니까.”
“롤모델?”
내가?
처음 듣는 소리에 지연이 커다란 눈을 깜빡였다.
당황한 것 같은 지연의 얼굴이 긴장이 조금 풀린 나영이 웃으면서 말했다.
“진짜야. 어릴 때라도 다 기억해. 언니 엄청 예뻐서 삼촌이랑 고모들이 언니보고 미스코리아 하라고 했던 것도 기억하고. 공부도 엄청 잘해서 둘째 큰아버지가, 아.”
큰아버지란 말에 나영이 말을 멈추고 지연의 눈치를 봤다.
나영의 입장에서 둘째 큰아버지는 바로 오형우였다.
그쪽 집에서 내 얘기 한 게 한두 번도 아닌데 뭘 그런 걸로 눈치를 보는지.
지연이 아무렇지 않게 나영의 말을 받아주었다.
“그때 나영이 네가 유치원생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맞아?”
“맞아!”
“대단하네. 그걸 다 기억하고.”
지연의 칭찬에 나영이 볼을 붉혔다.
예나 지금이나 참 잘 따르는 동생이었다.
지연이 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빨고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신기해. 그렇게 똑똑한 너라면 아무 이유 없이 날 찾아오지 않았을 거 같아서.”
“아….”
조금 전까지 순수하게 웃던 나영의 얼굴에 먹구름이 꼈다.
고개를 숙이면서도 이따금 날 힐끔거리는 게 나에게 할 말이 있는 건 분명했다.
“나영이 너도 이제 알겠지만 나는 친척들이랑 얽히고 싶지 않아.”
“…응. 나도 알아.”
20살이면 알 거 다 아는 나이였다.
처음에는 만나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에 이해가 안 가 서러웠지만 지연이 언니와 지한이 오빠한테 있었던 일과, 둘째 큰아버지가 했던 일에 대해서 찾아보면서 나영은 단념했다.
자신은, 아니. 자신들은 언니랑 오빠를 만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그리운 사촌 사이에서 나영은 가족을 선택했다.
그래서 진실을 알게 된 날 밤새 울었다.
지연과 지한에게 미안했지만 나영에게는 가족이 더 소중했다.
가족을 대신해서 사과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 평생 멀리서 응원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다짐했는데 결국 그 다짐도 깨버리고 말았다.
“언니.”
“편하게 말해. 나는 너한테 아무런 악감정이 없어.”
악감정이 있는 건 친척 어른들이니까.
말하지 않아도 지연의 뒷말을 알아차린 나영이 어두운 얼굴로 입을 벙긋거리더니 간신히 문장을 뱉었다.
“할머니랑 둘째 큰아버지가 많이 아파.”
“그렇구나.”
큰맘을 먹고 두 사람의 안부를 대신 전하러 왔는데 생각보다 건조한 지연의 반응에 나영이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옛날부터 가족을 소중히 생각했던 너라면 이런 내 반응을 이해할 수 없겠지.
너는 뭘 해도 응원받고 사랑받았으니까.
하지만 양가의 허락 없이 결혼한 오형우랑 이미란의 자식인 우린 달랐다.
끊임없이 우리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럼 그렇지.’라는 반응이 따라오니까.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는 사촌 여동생의 눈동자를 보면서 지연이 입을 열었다.
“나영아. 나는 할머니와 오형우를 본 시간보다 안 본 시간이 더 많아. 함께해서 즐거웠던 시간보다 아팠던 시간이 더 많았고, 행복보다 불행이 더 많았어.”
“그치만 할머니랑 둘째 큰아버지는,”
“그래. 오형우는 내 친아버지야. 하지만 내 가족은 아니야. 피가 이어진 내 가족은 지한이 하나뿐이야.”
지연의 말에 나영이 충격받은 얼굴로 목이 졸린 것 같은 소리를 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 나에겐 전혀 중요하지 않아. 뉴스에서 모르는 사람이 사망했다는 걸 듣는 거랑 같아.”
“언니! 할머니 곧 돌아가실지도 모른대!”
“그렇겠지. 할머니 연세가 연세니까. 올해 90이 넘었던가?”
“할머니도 힘드시지만 둘째 큰아버지는 간이 안 좋대! 수술해야 한다고 했어.”
“그거 때문이었구나.”
지연이 차갑게 웃었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나영이 입을 틀어막았다.
“아니. 나는 그게 아니라. 할머니랑 둘째 큰아버지가 아프시니까. 혹시나 언니가 걱정할까 봐.”
변명할수록 나영의 고개가 아래로 향했다.
오형우는 내가 기억하는 순간부터 알코올 중독자였다.
회귀 전이나, 회귀 후나, 어릴 때나, 커서나.
그렇게 술을 달고 다니니 간이 멀쩡할 리 없었다.
그나마 회귀 전에는 우리가 병원에 강제로 끌고 가 상담받게 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과연 오형우가 혼자가 됐다고 그의 어미나 형제가 오형우를 챙겼을까?
그럴 리 없지.
“나영아. 오형우랑 일치하는 간 이식 대상자가 필요한 거야?”
지연의 물음에 나영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갔다.
정말이지 끝까지 우리의 발목을 잡는구나, 오형우.
“누가 너보고 날 찾아가 보라고 했어?”
혹시 네 아빠니?
나영이 호흡을 멈췄다.
269. 고향에서 온 소식(3)
“언니. 나는 그러니까, 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