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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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난> 시작합니다!”

와아아아아아!!!

대박을 기원하며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함성을 질렀다.

제작사 직원, 촬영스텝, 배우, 기자까지.

촬영장에 모인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한곳으로 향했다.

“히익. 이게 다 뭐야.”

“뭐긴 뭐야. 뷔페지.”

“이거 딱 봐도 예사롭지 않은데?”

“호영호텔에서 출장뷔페 왔다더라.”

“미친.”

호텔에서 뷔페까지 보내다니 첫 촬영 날이라서 그런 걸까?

아니다. 그런 걸 고려해도 첫 촬영부터 호텔 뷔페를 준비한 것은 다른 현장과 달랐다.

조리복을 입고 화려한 불쇼를 하고 있는 요리사를 보고 스태프들이 넋을 놓고 구경했다.

취재하러 온 기자들도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뭐냐.”

“뭐긴 뭐야. 스테이크지.”

“워후. 스테이크 원래 저렇게 굽냐?”

“나도 몰라.”

만담 같은 대화를 나눈 스태프들이 나란히 스테이크를 받아 갔다.

지금 여기가 결혼식장 뷔페인지 영화 촬영장소인지 구분이 잘 안될 지경이었다.

기자들 역시 편하게 먹고 가라는 제작사 직원의 말에 주춤하다가 궁둥이를 붙이고 앉았다.

스태프들의 분위기를 살핀 승욱이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편하게 먹어도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편하게 드세요. 이거 탑엔터에서 쏘는 거예요.”

“예에?”

“오지한 배우 잘 봐 달래요. 그리고 우리가 편하게 먹어야 오지한 배우도 편하게 먹을 수 있대요.”

“아아.”

“그렇구나.”

“역시 할리우드 스타.”

몸값이 남다르니 소속사의 지원도 빵빵했다.

그런 생각과 무관하게 전부 공 사장의 개인적인 지원이었지만, 그걸 모르는 다른 사람들은 업계 1위인 탑엔터와 할리우드 스타는 역시 남다르다며 감탄할 뿐이었다.

든든하게 밥을 먹고 나온 스태프들이 배를 두드릴 때 만난 것은 촬영하는 톱스타에게 조공되는 것으로 유명한 커피차였다.

“어?!”

“어어어?!”

“으헉!”

이제는 낯설지 않은 커피차지만 커피차를 보는 사람들의 반응이 특이했다.

인기가 많은 스타에게 커피차가 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어떨 때는 팬카페에서 어떨 때는 지인들에게서, 스타의 사진을 달고 오는 커피차는 촬영장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그런 커피차를 사람들이 못 볼 것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는 이유가 있다면

그건 바로,

“여기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톨사이즈 나왔습니다. 우리 지한이 잘 부탁드려요.”

“제가 더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요, 제가 더.”

“아닙니다! 제가 더 잘 돌보겠습니다!”

스태프와 누가 더 잘 부탁하는지 경쟁하며 커피를 건네는 사람이 무려 오지한과 똑같은 월드 스타이자 대한민국의 딸, 세계가 낳은 보물, 지상에 강림한 여신 등으로 불리는 오지연이기 때문이었다.

오지한과 같이 촬영한다는 것조차 낯선 스태프들에게 월드 스타가 1+1이 되는 상황은 머릿속에 핵폭발이라도 터진 것 같은 충격을 주었다.

두 손으로 황송하게 커피를 받아드는 스태프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멍했다.

밥을 먹고 온 사람들은 커피를 받아들고도 ‘이게 꿈인가’라고 중얼거리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조금 후에 있을 자신들의 미래라는 것을 몰랐다.

아직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을 못 하고 멀뚱히 서 있는 사람을 발견한 지연이 손을 흔들었다.

“아! 거기 계신 두 분은 뭐로 주문하시겠어요?”

“네? 저희요?”

“저 말씀이신가요?”

“네.”

지연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 웃음을 보고 구미호에 홀린 것처럼 ‘아메리카노 시럽 2번 샷 추가’를 말한 두 직원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손에 시럽 2번에 샷이 추가된 아메리카노가 들려 있었다.

“이게 뭐지.”

“그러게.”

두 사람이 커피를 쪽 빨았다.

달콤했다.

여신님이 준 거라 그런지 향도 좋은 것 같았다.

아직도 너무 강렬한 인상에 정신적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에게 승욱의 목소리가 들렸다.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다들 모여주세요!”

“가자.”

“응.”

호텔 뷔페에 여신이 축복을 내린 커피를 마신 스태프들이 의욕을 불태웠다.

그날 <장난>에 대한 기사 제목은 ‘대작냄새 풀풀 ‘장난’, NG없는 촬영현장’이었다.

지연의 커피차가 불러온 나비효과였다.

* * *

지연이 촬영장에 직접 커피차를 가져온 것은 이유가 있었다.

얼마 전, 영훈에게서 박범수 감독에 대한 얘기를 들은 지연이 남 비서에게 부탁했다.

지연의 부탁을 들은 남 비서는 박범수 감독에 관한 것을 모조리 알아와 지연에게 얘기했다.

그 얘기를 들은 지연은 촬영할 때를 제외하고 온통 동생 생각만 했다.

“오빠. 지한이 오늘 대본리딩이라던데 박 감독님이 지한이한테 뭐라고 하면 어떡해?”

“일단 지한이가 연기로 무슨 소리 들을 거 같지 않은데.”

“그 감독님 성격이 보통이 아니라던데. 특히 투자자랑 끈이 있는 사람을 그렇게 싫어한대!”

“응. 그런데 고 실장님 말을 들어보니까 최근에는 잘 지내는 거 같던데.”

“지금이야 촬영을 안 하니까 그렇지! 촬영장에서 막 마음에 안 든다고 일부러 NG주면 어떡해!”

지연이 장훈을 붙잡고 지한이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았다.

쉴 새 없이 지연의 걱정을 옆에서 들은 장훈이 핼쑥한 얼굴로 은주에게 하소연했다.

“실장님. 안 되겠어요. 도대체 무슨 소리를 들었으면 애가 촬영하는 시간 외에는 지한이 걱정뿐이에요. 무슨 수를 마련해야겠어요. 안 그러면 제가 죽겠어요.”

지연이가 그럴 애가 아닌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난생처음 겪는 지연이의 반응에 은주가 장훈에게 에너지드링크를 내밀었다.

“며칠 전에 지연이가 남 비서님이랑 얘기하는 거 같던데. 그때 무슨 일 있었나?”

“남 비서님은 도대체 뭐라고 하셨길래…!”

남 비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투자자의 간섭이 심했을 무렵. 현장에서 박 감독의 고성이 안 나온 날이 없었다는 것과 그딴 식으로 할 거면 때려치우겠다며 촬영장을 박차고 나갔다는 얘기밖에 하지 않았다.

있는 사실 그대로 전달했으나 ‘박 감독님 어땠어?’라는 질문에 지한이 지친 얼굴로 ‘음… 조금 어려우신 분이야.’라고 대답한 게 원인이었다.

스태프로 위장해 배우들을 지켜본 것과 장시간 오디션을 심사한 것 때문에 정신적으로 피로가 쌓인 지한의 지친 얼굴을 보고 지연은 감독이 괴롭힌 것이라고 오해했다.

‘감독님이랑 무슨 일 있었나 봐.’

지한이가 하고 싶은 시나리오고, 회사에서 고심해서 고른 감독이었다.

이미 캐스팅도 끝나서 감독을 바꿀 수도 없었고, 바꿀 만한 감독도 없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

회귀 후 처음으로 동생이 촬영 현장에서 감독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 지연이 거.사 촬영장에서도 동생을 걱정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안 되겠다.”

“예? 실장님. 그럼 어떻게 하시려고요.”

“직접 보면 안심하겠지.”

그렇게 보다 못한 은주와 영훈의 합작으로 지연의 촬영 시간이 조정됐다.

현장에서는 빈틈 하나 없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NG를 내지 않는 지연이었기에 강해성 감독은 고개를 숙이며 스케줄 조정을 부탁하는 은주의 부탁을 허락했다.

“사실 이때까지 스케줄 조정 요청이 없었던 게 더 신기하죠. 현장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연장 촬영은 당연한 거였으니까요. 오히려 이때까지 지연 씨가 큰 요구 없이 일정을 조정해 준 게 대단한 거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죄송해요, 감독님. 당분간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이게 다 지연 씨가 현장에서 잘해 줘서 그런 건데요. 지연 씨 덕에 촬영 협조도 무사히 받았고, 다른 촬영도 금방 끝나지 않았습니까.”

“감독님과 다른 분들 덕에 제가 잘할 수 있는 건데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아무튼 두 손을 든 은주 언니와 너그러운 거.사 팀 덕에 지한이 촬영 현장에 내가 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장난’ 팀에서는 올 때마다 커피차나 뷔페를 끌고 오니 지연을 싫어할 리 없었다.

커피차로 기사도 난 덕에 덩달아 홍보가 되고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이런 상황에서 ‘장난’ 비하인드 사진이나 스틸 컷에 지연이 찍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스틸 컷에 두 사람이 함께 찍히자 기자들과 대중들 사이에서 또 화제가 되었다.

[인기] 동생 밥 챙기러 현장에 오는 누나(Feat. 지연×지한)

(커피차 앞에서 사진 찍는 오지한.jpg)

(커피 건네주는 옹달샘 사장님.jpg)

(동생 보고 웃는 여신님.jpg)

얘두라 좋은 건 두 번 봐야 한댔어.

(서로 아이컨택하고 웃는 여신남신.gif)

얘두라 좋은 건 세 번 봐야 된대써.

(커피차 앞에서 나란히 손가락 하트 하는 미의 신님들.jpg)

└미친미친미친

└얘들아 나 방금 안구 녹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쓰다가 실명해ㅆ

└└선글라스를 준비하지 않다니. 나약한 녀석들이군.

└└준비되지 않은 자는 오니버스 회원이 될 자격이 없다.

└그런데 우리 애들 따로 촬영하는 거 아님?

└분명히 다른 작품 찍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근데 왜 계속 같이 찍히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우리 지연이가 커피차 타고 출장 영업 중이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ㅋㅋㅋㅋㅋㅋ정신 차려!

└└생각해봐. 우리 언니가 출장 영업하면 언제든지 부를 수 있어.

└└└어…?

└└└언니 거기 전화번호가 뭐예요.

└└└어디로 예약하면 되죠?

커피나 뷔페, 도시락 등을 들고 동생의 촬영장에 방문하는 지연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었다.

한국의 조공 문화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저게 무슨 일이냐면서 번역기를 써가며 묻고 있었고, 친절한 한국 팬들이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이해했어. 그래서 저게 지금 촬영이 아니라는 거지?

└나는 또 동생이 일하는 곳에 가서 밥이라도 해 주는 예능 프로그램인 줄 알았어.

└지연은 가수이자 배우이지만 요리도 잘한다고 알고 있어. 나도 언젠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직접 맛보고 싶어:)

└키친마스터 제작진들은 뭐 하는 거야! 어서 지연을 초청하지 않고!

뭐만 하면 난리가 나는 남매다 보니 회사에서는 여기저기서 접촉해오는 제안을 거절하기 바빴다.

“죄송합니다. 지금은 두 사람 모두 촬영에 집중하느라 시간이 안 되네요. 제안은 감사합니다.”

“예? 도시락이요? 하하. 일단 검토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 실장님 미국에서 프로그램 제안서가 들어왔는데요! 지연이를 초대하고 싶답니다.”

“이 실장님! 여기는 영국이요! 괜찮다면 지연이가 요리하고 지한이가 요리를 먹는 걸로 특별편을 촬영하고 싶답니다.”

“실장님. 메일 확인해주세요!”

“여기! 당장 오늘 답변 주기로 한 제안들입니다.”

잘만 촬영하고 있는 애들에게 들어온 쓰나미 같은 제안들에 은주와 영훈이 회의실을 빌렸다.

계속해서 몰려오는 제안에 은주와 영훈이 뒷목을 잡았다.

* * *

“어?”

“왜 그러냐?”

“아니. 나 갑자기 단추가 터졌어.”

“살쪘냐? 저기 의상실 가서 도와달라고 해.”

영화 <장난>을 촬영하는 스태프가 펄럭이는 상의 아랫단을 잡고 의상실로 향했다.

“엥?”

“너도 왔어?”

“이거 다 뭐야?”

“뭐긴 옷 터진 사람들이지.”

의상실에 모인 사람은 한 명이 아니었다.

배우들이 아닌 스태프들이 나란히 줄 서서 의상실 스태프에게 잔소리를 듣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뭘 했으면 버클이 터져요?”

“아니. 요즘 좀 잘 먹었더니 옷이 안 맞아서.”

“그럼 사면 되지!!!”

“아깝잖아.”

“아까우면 본인이 기워 입으시던가요!”

바느질하는 스태프의 손놀림에 화가 가득했다.

배우들의 의상을 신경 쓰느라 바빠 죽겠는데 옷이 터진 스태프들이 죄마다 단추, 버클 등을 들고 와서 도와달라고 하니 히스테릭할 수밖에 없었다.

꿰매고, 꿰매고 계속 꿰매던 의상실 스태프들 나날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승욱에게 하소연했다.

“정말이지 우리 복장 규정 같은 거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들 고무줄 바지를 입든 몸빼를 입든 하라구요!”

의상실 직원의 민원은 승욱을 통해 범수에게까지 전달됐다.

“갑자기 다들 왜 옷이 터지고 난리야?”

“그게. 으음.”

범수의 말에 승욱이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그 모습에 범수가 화를 내지 않을 테니 말해보라고 했다.

“다들 너무 잘 먹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뭐?”

“날마다 먹을 게 많으니까 그런 거 같은데요.”

범수가 할 말을 잃었다.

살다 살다가 촬영하면서 밥 잘 먹어서 옷 터진다는 소리를 처음 들어봤다.

그 터진 옷을 꿰매다가 의상실 스태프의 민원을 들은 적도 처음이었고.

“그러니까 이게 다 잘 먹어서 그런 거라고?”

“네. 솔직히 우리 날마다 삼시 세끼 밥 잘 챙겨 먹고 간식까지 먹잖아요. 게다가 촬영 시간도 딱 정해진 것 지키고. 그러니까 다들… 살이 찐 거죠.”

사고가… 터졌나?

범수가 난생처음 겪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눈만 끔뻑였다.

265. 크랭크업

영화 ‘장난’ 촬영장에 출입 금지를 당했다.

물론 농담과 과장 섞인 표현이었다.

여느 때처럼 커피차를 끌고 온 지연은 정중하게 부탁받았다.

“지연 씨 덕에 저희 영화 홍보도 잘 됐고, 촬영장의 사기도 좋습니다. 그런데… 부작용이 있어서요.”

서글서글한 인상의 중년인이 미안한 얼굴로 찾아와 말했다.

‘장난’의 조감독, 류승욱이 덧붙여 말한 말에 지연이 앞뒤 정황을 이해했다.

부작용.

촬영장에 있는 사람들이 갑자기 체중이 불어서 이런저런 말썽이 생겼다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지한이와 감독님이 내가 생각하던 사이가 아니라는 걸 확인했으니 슬슬 그만둘 생각이었는데 나 때문에, 그런 부작용이 있었을 줄 몰랐다.

승욱이 떠나고 민망함에 얼굴을 가린 지연이 작게 반성했다.

“오해한 게 미안해서 더 챙겼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나도 이런 일은 처음 들어. 지연이 너, 이젠 네가 과했다는 걸 인정하는 거지?”

‘장난’ 촬영장에 동행한 은주가 지연을 보고 혀를 찼다.

그래. 어쩐지 여기 있는 사람들 얼굴이 빵빵한 것 같더라니.

그게 전부 눈앞에 있는 자기 배우 때문이었다.

승욱과 은주의 말에 깊게 반성한 지연이 손을 치우고 고개를 들었다.

“응. 그래서 이제 안 하려고.”

“잘 생각했다. 엄연히 따지면 관계자도 아닌 네가 촬영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건 선을 넘는 일이야.”

“반성하고 있어.”

이번 일은 전적으로 내 탓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투자자의 간섭을 그렇게 싫어하는 박범수 감독이 용케 내 출입을 용인해 주고 있었다.

영화에 간섭하는 게 아니라서 그랬나?

아무튼 내가 지나쳤다는 건 인정한다.

2년 가까이 동생을 군대에 보냈더니 나도 모르게 가까이서 확인하고 싶었던 걸지도.

지연이 다시 한번 반성하며 은주에게 일정을 물었다.

“언니 우리 촬영도 이제 다 끝나가지?”

“예정에 따르면 다음 달 초에 끝날 거 같은데.”

“다음 달이라. 이번 작품은 촬영이 길어지네.”

“이게 다 지연이 네가 잘나가서 그런 거 아니겠어?”

은주가 흐뭇한 얼굴로 웃었다.

언니가 저런 얼굴을 하는 것 보니까 바쁜 일의 원인이 꽤 뿌듯한 모양이다.

그럴 수밖에.

언니가 그렇게 노래 부르던 상을 받았으니까!

지한이의 영화가 크랭크인 하기 전.

별들의 축제라고 불리는 백상예술대상이 열렸다.

이번에는 특히 더 화제가 됐던 게 회귀 전 최고의 히트작이었던 <도깨비 신부>와 내가 출연한 <미스 뷰티>가 여러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 치열한 경쟁을 했기 때문이다.

TV대상, TV연출상, TV극본상, TV남자최우수상, TV여자최우수상 등 <도깨비 신부>와 <미스 뷰티>는 각 분야의 후보에 올랐고, 번갈아 가며 상을 받았다.

‘음. 어쨌든 오랜만에 상을 받아보는 거였지.’

상을 타고 돌아오는 순간 은주 언니가 허공에 펀치를 날리며 ‘이제 다 죽었어!’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우리가 상 타는 걸 그렇게 기대하고 있었는데 하나 안겨 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찌 됐든.

이번 작품 촬영 기간이 길어지게 된 건 내 스케줄 탓도 있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백상 때문에 내 촬영 스케줄도 조정했었는데 지한이 일로도 조정해 주시다니.

강해성 감독님께 어쩐지 죄책감이 들었다.

마지막 촬영까지 최선을 다해야지.

결심을 한 지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언니. 내일 촬영 몇 시야?”

“1시. 왜?”

“내일 뷔페가 몇 시랬지?”

“11시까지는 도착할 거야.”

“좋아. 우리 팀이 양해해 준 게 얼만데 이제 내가 돌려줘야겠지?”

“…어?”

불길한 예감이 은주의 등을 타고 기어올랐다.

에이. 설마. 방금 반성했다며.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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