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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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사회자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개인 뉴튜브에 영상도 올릴 수 있다고 하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간 곳에는 연령도, 성별도, 직업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우승한 자에게는 막대한 상금이 주어지고 자신은 그저 사회만 보면 되는 일.

그런데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이 죽어가기 시작하는데

로 시작하는 게 바로 <장난(The Game>)>의 내용이었다.

시나리오만 들어도 앞으로의 전개가 예상될 것 같은 이 시나리오는 배틀, 방탈출, 스릴을 장르로 했다.

여기서 지한이가 관심을 가지는 역할은 바로 사회자.

“나 뉴튜브 한 번 해 보고 싶었거든!”

“내 채널에도 자주 나오잖아.”

“엄연히 말하면 그건 누나 채널이잖아. 그리고 나는 하면 게임 뉴튜버가 되고 싶어.”

취미가 대본 보기, 산책, 게임인 지한이 다운 말이었다.

게임도 나쁘지 않지.

거기서는 모르는 사람들과 편하게 대화할 수 있거든.

얼굴이 좀 알려지고 난 다음에는 이쪽과 관련 없는 사람 만나기가 힘들었다.

어딜 가나 주목받는 연예인의 숙명이라고 생각하지만 가끔씩 또래와 대화하고 싶은 욕구가 불쑥 치밀곤 했으니까.

지한이도 마찬가지.

나는 RPG를 좋아하는 반면 지한이는 FPS를 좋아했다.

물론 다른 장르를 못하는 건 아니었다.

“이번 기회에 그 꿈을 간접적으로 이뤄볼 수 있겠네?”

“응. 그래서 더 마음에 들어.”

지한이라면 실제 게임 뉴튜버를 했어도 잘했을 거다.

쟤도 은근히 관심받고 사랑받는 걸 좋아하니까.

만약 지한이가 연기보다 게임을 더 좋아했다면 어땠을까?

‘게임으로 세계를 제패했으려나?’

* * *

볼일을 마친 영훈 오빠가 다음 날 바로 합류했다.

“지한이 작품도 내년 5월이면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 박 감독님이 지금 신기 들린 것처럼 각색 중이셔.”

“그렇게 빨리?”

“각색이 그렇게 많이 될 거 같진 않대. 지금 각색하는 것도 우리가 돈이 얼마나 들어가든 하고 싶은 거 다 촬영해 보라고 해서 고치는 거라서.”

“그러다 1,000억 넘게 들면 어떡해?”

“그건 너희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야. 수출이야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고. 그보다 지연이 너 손 줘 봐.”

다른 걸로 화제를 돌리려고 했는데 소용없었군.

지연이 순순히 두 손을 바쳤다.

손바닥에 잘 붙어 있는 습윤밴드를 보며 영훈은 자신이 다친 것처럼 눈을 찌푸렸다.

“아팠겠다.”

“많이 안 아팠어. 피도 거의 안 났고 진짜 점 찍은 것처럼 몇 방울밖에 안 났어.”

“몇 방울이라도 난 건 난 거야. 당분간 상처 소독 잘 하고 밴드 잘 붙이고 다녀.”

“네.”

변명하면 내 입만 아프지.

지연이 더는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오빠. 지한이 캐스팅 된 거 맞아? 오디션 봐야 할지도 모른다며.”

“그거 박 감독님이 겁준 거야. 지한이 연기하는 영상 보여드리니까 바로 캐스팅하기로 했어.”

“다행이다. 지한이가 그거 꼭 하고 싶어 했거든.”

“나도 알아. 그러니까 박 감독님을 붙잡으러 간 거지. 그리고 오디션 했어도 지금 작품 안 들어간 배우 중에 사회자 역할을 맡을 만한 배우가 거의 없어.”

오빠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을 줄 몰랐다.

영훈 오빠가 전설의 매니저라고 불리며 매니저들 사이에서 우상이 됐단 얘기는 들었지만 머릿속에 있는 영훈 오빠의 이미지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영훈 오빠는 전설의 매니저보다는 영훈 엄마가 더 잘 어울리는걸.’

어쩔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본 사이라 더 이미지가 고정된 걸지도?

“그럼 형. 나 이거 준비하면 돼?”

“그래. 각색 끝나는 대로 대본 바로 받아올게.”

“응. 내 역할이 크게 바뀌는 게 없으면 난 그대로 준비할게.”

머릿속에서 새 배역을 위해서 뭘 하면 좋을지 전부 계획해 놓은 지한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지한의 얼굴을 본 영훈은 머릿속에 있던 근심걱정이 싹 사라졌다.

“뭐 필요한 거 없어?”

“형 나 달풍선 쏴보고 싶어.”

“네가 쏴보고 싶으면 쏘는 거지.”

“좀 많이 쏠 건데 괜찮지?”

지한의 입에서 ‘많이’라는 단어가 나오다니.

영훈이 등이 바짝 섰다.

평소 검소하게 살며 낭비와 사치라는 걸 일절 하지 않던 애 입에서 ‘많이’?

“형이 세무사한테 얘기해 놓을게.”

“고마워, 형.”

“BJ 리액션 반응 참고하게?”

“응. 개인 방송 시청자들은 우리 팬들이랑 성향이 좀 다르잖아? 그래서 어떤지 좀 보려구.”

“좋은 생각이야. 미션도 걸어보고 그래.”

“미션?”

“응. 어떤 거 하면 얼마. 이런거.”

“그런 것도 있구나.”

옆에서 달풍선을 어떻게 쓰면 좋은가 팁을 알려주는 지연을 보고 영훈이 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네. 저기 혹시 달풍선 충전하는 건 어떻게 세금신고 하나요?”

전파를 타고 당황한 음성이 들려왔다.

259. 대기업 지한이

“방송 시작합니다. 트하! 여러분들의 트찬이가 왔습니다.”

-트하

-ㅌㅎ

-트찬하!

-트하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구독자들이 줄지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500명을 넘겨버린 시청자 수를 보면서 트찬이 슬슬 시동을 걸었다.

“오늘 할 컨텐츠는 바로! 전설의 레전드입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시간 후)트찬이 키보드 부심

-아 스포충 밴하라고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형! 브론즈 따리가 어딜 감히 전레를 해.

팬들 사이에서 똥손, 개발, 돈 처발라서 게임하는 놈 등으로 불리는 트찬이기에 현질 없는 게임에서의 승률은 처참했다.

오늘도 저 밑바닥 브론즈에서 허우적거릴 게 뻔히 보이는 트찬이에 시청자들은 벌써 개꿀잼을 예상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형울지말고얘기해’ 님 달풍선 ‘1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사다리 타고 나온 캐릭터로 이기면 10000개]

“야. 울긴 누가 울어.”

단골 시청자에게 툭툭 말을 뱉으면서도 BJ트판의 손은 빠르게 사다리 타기를 클릭하고 있었다.

자본에 솔직한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그럼 그렇지 하는 심정으로 채팅을 쳤다.

-퉁명스러운 말과 그렇지 못한 손ㅋㅋㅋㅋㅋㅋㅋㅋ

-형 츤데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형은 충실한 자본주의일 뿐이야.

-저 미제 앞잡이 같은 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잡이는 무슨! 어차피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야.”

-네. 다음 변명

-형 돈 필요해? 얼마면 돼? 얼마면 형을 살 수 있어!?

“뭘 사! 나 파는 거 아니야!”

시청자들과 티키타카를 하며 트찬의 손이 빠르게 캐릭터들을 사다리칸에 집어넣었다.

얼핏 싸우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시청자들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BJ트찬의 컨셉.

자신이 당하면 당할수록 시청자들은 더욱 좋아하기 마련이었다.

이렇게 강하게 나가는 발언이 용납되는 이유도 다 자신이 당하는 역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BJ트찬이나 시청자들이나 서로의 말에 기분 상하지 않고 티키타카를 즐겼다.

그때 난생 처음 보는 시청자가 터트린 풍선에 BJ트찬과 시청자들이 동작을 멈췄다.

‘그렇게하는거아닌데’ 님이 달풍선 ‘100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오늘 방송하는 동안 1번이라도 이기면 100만개]

한 번에 터진 달풍선에 시청자들도 BJ트찬도 깜짝 놀라며 행동을 멈췄다.

그러다 곧 봇물이 터진 것처럼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와

-헐

-?

-지금 0이 몇 개야?

-ㄷㄷㄷㄷ

-10만개?

-10만개면 얼마야;;

-지금 건 것도 천만원인데;;;;;;

-뭐야. 뭔데.

-우리 형한테 저렇게 큰돈을 쓴다고?

스턴이라도 걸린 것처럼 멈춰 있던 채팅창이 빠르게 갱신됐다.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대박이 터지는 상황에 채팅이 눈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올라왔다.

꿈인가 싶을 정도로 현실적이지 못한 상황에 잠시 정신을 놓고 있던 트찬이 올라오는 채팅창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

“끼야아아아아아앗호오오오오오오!!!!”

벌떡 일어난 덕에 의자가 큰 소리를 내며 뒤로 밀려났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미션이 걸려있긴 하지만 역대급 후원이었다.

트찬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미션을 성공해 역대급 후원을 달성한 자신만 떠오르고 있었다.

“아이고!! 형님. 감사합니다!!!!!!!”

쿵-!

트찬이 뒤로 물러나더니 점핑큰절을 하며 바닥에 절을 박았다.

조금 떨어져 있어도 들리는 무릎과 바닥이 부딪치는 소리에 시청자들이 또 한 번 깜짝 놀라며 채팅을 쳤다.

-방금 트찬이 무릎 박살남.

-아니;;;역대급이긴 한데 저러다가 무릎 수술비로 다 나가는 거 아님?

-일단 미션을 깨야 백만개를 받지

-트찬아 일단 진정해봐

-아니지금이게진정하게생겼음나라도머리박는다

‘그렇게하는거아닌데’ 님이 달풍선 ‘100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무릎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형님! 형님을 위해서라면 이 무릎 따윈 어찌 되든 상관없습니다!!!”

걱정도 후원으로 하는 큰손을 보며 시청자들이 ‘ㄷㄷㄷㄷㄷ’만 치고 있을 때 트찬이 감동한 얼굴로 눈물을 글썽이며(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대답했다.

이미 뇌가 달풍선에 절어버린 트찬을 보며 시청자들이 혀를 차면서 ‘그렇게하는거아닌데’의 정체를 궁금해했다.

-저 사람 누구냐?

-처음 보는 아이딘데.

-대기업들 중에서 저런 사람이 있다는 거 들어본 적이 없음.

-금수저다! 금수저가 나타났다!

-아니야. 이 정도면 중국 졸부 정도는 되는 거 같은데.

-우리 형이 해외에 진출했을 리가 없음

-아 맞네.

-우리 형은 리액션하다가 몸 상할까 봐 꿈쩍도 안 하는 형인데 낯설다;;

-너네가 후원하는 것보다 내가 방송에 쓰는 돈이 더 많다며 수금하던 형인데.

-당신 누구야. 우리 트형 어쨌어.

‘그렇게하는거아닌데’의 정체를 추론하다가 다시 자신에게 딜을 넣는 시청자들을 보면서 트찬이 다시 컨셉대로 버럭했다.

“진출했을 리가 없다니!”

-우리 형 맞네.

-도플갱어가 우리 형 먹은 줄 알았는데 맞았네.

-형! 살아돌아 왔구나!

-그런데 형 우리한테 하는 거랑 머기업 형한테 하는 거랑 너무 다른 거 아니야?

“째째하게 100개, 1000개, 10000개 후원하는 너네랑 같냐.”

-아, 우리 형 맞네.

-이래야 우리 형이지.

-이 형은 우리 형이 맞습니다.

-이렇게 막대하는 형 좋아 더해줘♥♥♥♥♥

마지막까지 정체를 의심하던 시청자들까지 트찬의 본인설을 믿으면서 방송은 다시 원래의 활기를 되찾았다.

아니.

평소보다 더욱 뜨거웠다.

대기업 큰손의 등장.

역대급 후원.

소문을 듣고 늘어난 시청자 수까지.

오늘 방송은 여러모로 대박이었다.

트찬이 이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 미션으로 화제를 모았다.

“꺼져 이 변태들아! 나 형님 미션 해 드려야 해!”

-어떻게 사랑이 변해

-흑흑흑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날 거야.

“소름 돋는 소리 하지 말고.”

트찬이 자신을 매도하는 채팅을 무시하며 게임을 켰다.

사다리 칸까지 전부 다 채워 넣었으면서 시작을 하지 않는 트찬을 보며 시청자들이 갈고리를 올렸다.

-형 왜 캐릭터 안 골라?

-사다리 타야지 형

-왜 내 미션 안 해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금 그 미션이 중요해? 내가 한 번이라도 이기는 게 중요하지!”

자본은 더 큰 자본에 먹히기 마련.

소소한 사다리 미션 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어진 지 오래였다.

시청자들이 초심을 잃었다며 아우성하는 사이 100만 개에 눈이 돌아간 트찬이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주캐릭을 골랐다.

“내가 오늘 내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지.”

그렇게 7시간 후.

-형의 진정한 모습 잘 봤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정한 모습=개똥손

-이거 보여주려고 빌드업한 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한 번을 못 이기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럴 거면 사다리라도 타지 그랬어, 형

“….”

그동안 남몰래 뒤에서 연습했던 캐릭터로 뛰어들었지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어떻게 팀 운도 없단 말인가!!!!

오늘따라 만년 브론즈들이 몰렸는지 7시간을 하는 동안 던지지 않는 놈을 한 판도 못 봤다.

“아니야. 이럴 수 없어. 이건 저격이야! 누구야! 누가 날 노린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실부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형. 아무도 형 안 노려.

-맞아 형이 뭐라고 저격을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도 안 돼! 이건 아니야!”

트찬이 망연자실하며 책상을 내리치고 있을 때 맑은 기계음이 들려왔다.

‘그렇게하는거아닌데’ 님이 달풍선 ‘100000개’를 후원하셨습니다.

[아쉽네요. 기대했었는데. 수고하세요.]

“형님! 한 번만 더 기회를! 형니임!!!!!!!!!!!!!”

트찬이 애타게 ‘그렇게하는거아닌데’를 불렀지만 그는 뒤도 안 돌아보고 방을 나간 뒤였다.

시청자들은 그 모습을 클립으로 따며 대대손손 트찬을 놀릴 때마다 써먹었다.

그리고 이 일은 BJ트찬에게만 일어난 게 아니었다.

유명 게임 BJ들에게 차례대로 트찬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오빠들 오늘 제가 0.03%의 확률로 뜬다는 템을 저격해 볼 건데요? 그렇습니다. 오늘 컨텐츠는 바로 상자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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