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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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할 때보다 더 힘든 거 같아.”

“어허. 어디 최저시급도 안 받고 한 군대 일이랑 우리 인절미 쓰다듬어 주는 거랑 비교해.”

인절미가 서운하다는 듯이 올려다봐서 지한이가 절대 그런 게 아니라며 웃는 얼굴로 젤리를 꾹꾹 눌렀다.

한 번만 봐준다는 듯이 인절미가 다시 지한이의 허벅지에 머리를 대었다.

저자세로 집 안에 있는 모든 식구를 모시는 동생을 보고 지연이 편안한 얼굴로 웃었다.

이제 우리 가족 다 모인 것 같네.

지연이 자연스럽게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옮겼다.

[오늘 오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월드 스타 오지한 씨가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했습니다. 1년 8개월이라는 공백에도 불구하고 오지한 씨를 보기 위해 많은 분이 찾아주셨다면서요? 송현주 리포터?]

[네. 저는 오늘 오지한 씨의 전역을 보기 위해 강원도 한 군부대 앞에 다녀왔습니다. 영상 보시죠.]

“아. 지한이 너 나온다.”

“그러게. 저거 보니까 아까 질문에 다른 대답을 할 걸 그랬어.”

“무슨 질문?”

“전역한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 나는 내일이 되어야 실감이 날 줄 알았는데 저렇게 TV에 내 얼굴이 나오는 거 보니까 진짜 전역한 느낌이 나.”

무슨 그런 걸로 실감한대?

군인들은 다 저런 건가?

나도 뭐 내일 아침에 일어났을 때 동생이랑 같이 밥 먹으면 실감이 날 거 같긴 하다.

마지막에 휴가를 몰아 써서 불과 일주일 전에 봤었는데도 조금 어색하다니.

“아, 맞다!”

“깜짝이야. 누나 갑자기 왜 그래?”

혼자 생각하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큰 소리를 낸 지연을 보고 한 사람과 두 마리가 똑같은 얼굴로 지연을 쳐다봤다.

땡그랗게 떠진 눈동자가 똑같아서 잠시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이내 지연이 동생을 돌아보고 미안한 얼굴을 했다.

“어쩌지. 나 내일 지방 촬영 가서 아침밥 혼자 먹어야 할 거 같은데.”

“아니 뭐 그 정도쯤이야. 몇 시에 출발하는데 아침밥도 못 먹고 가?”

“4시? 가는 데 4시간 정도 걸린대.”

“아니 어딜 가길래 가는 데만 4시간이야.”

“그렇게 안 멀어. 부산?”

“부산?!”

그렇게 보지 말렴.

나 때문에 장훈 오빠는 오늘 부산에 내려가서 대기하는걸.

장훈 오빠는 내일 아침에 공항에서 날 픽업한 다음 촬영지까지 데리고 갈 예정이다.

“아침에 가서 공항에서 비행기 타고 부산에서 이동하면 아마 그쯤? 그래도 덜 피곤하라고 사장님이 비행기 타고 가라고 한 덕에 조금 더 잘 수 있는 거야. ‘거.사’ 팀도 오늘 하루 내 스케줄 빼 준 걸로도 감사한걸.”

“아니. 그래도 누나가 주연인데 다른 사람들 먼저 찍으라고 하면 안 돼?”

“주연이라고 생색내는 거 싫어. 다른 사람들이라고 스케줄이 없겠니?”

지한이 할 말이 많은지 입을 벙긋했지만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 입을 다물었다.

모처럼 자유의 몸이 됐는데 가족들과 함께할 수 없다니.

다른 집도 다 그런가?

‘다른 집도 부모님이 출근하니까 이럴지도. 그치만,’

지금 한창 촬영 중일 테니 바쁜 건 이해가 간다.

다른 집도 그럴 거란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지만

마음은 쉽게 수긍할 수 없었다.

“그럼 나 내일 뭐 해?”

“인절미랑 오붓하게 산책하고 이제 군인이 아니니까 안에서 못 했던 거 마음껏 해. 누나 금방 올 거야.”

“금방 언제?”

“3일 뒤?”

“3일이나?”

국내에서 무슨 로케 촬영을 그렇게 오래 하는 거야?

그동안 자신이 갔던 해외 촬영이나 로케 촬영, 화보 촬영 등등을 전부 잊은 지한이 불합리함에 억울해졌다.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외로웠다.

나랑 놀아줄 다른 친구들도 바빠서 불러내기 힘들었다.

나 혼자 뭐 하지.

“아!”

“왜 그래?”

“나도 내일 따라갈래.”

“너도?”

지한의 돌발 발언에 이번에는 지연과 두 마리가 눈을 크게 떴다.

인절미가 ‘형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라고 말하는 듯 배신당한 눈빛으로 지한을 올려다봤다.

“예전에는 나 촬영할 때 누나가 따라다니면서 이것저것 챙겨줬잖아. 이번에는 내가 그럴게.”

“그때는 네가 너무 어려서 그런 거였잖아. 커서는 혼자 촬영 잘 다니더니.”

“누나가 하고 싶었던 거 하라며.”

“겨우 그게 하고 싶었던 거야?”

“응. 할래. 그러니까 내일 따라갈 거야.”

보고 싶다고 할 땐 안 오더니 인제 와서 일하는 곳에 따라가겠다고?

청개구리 같은 동생을 보는 지연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럼 인절미는 어쩌고.”

끄어우어으응

인절미가 조금 전의 약속을 잊은 지한을 보고 꿍얼거렸다.

딱 봐도 삐진 것 같은 인절미의 모습에 지한이가 방싯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다 같이 가면 되지!”

왕?

먁?

“애들도 같이 가고 싶대. 그치? 너희도 누나랑 같이 있고 싶지?”

지한의 말에 설득되는지 인절미와 모짜의 귀가 쫑긋쫑긋 움직였다.

이게 어디서 약을 팔려고.

“응? 누나? 나 어릴 때 누나가 해 줬던 것처럼 할 수 있어. 은혜를 갚게 해 줘.”

“네가 무슨 까치도 아니고 무슨 은혜를 갚는다고. 그리고 가족끼리 당연한 거지 무슨 은혜야.”

“아니. 가족이라도 당연한 건 없어. 그렇게 말했던 건 누나잖아.”

내가 그랬었나?

이미란과 오형우한테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그걸 입 밖으로 꺼냈던가?

막 회귀했을 땐 동생 얼굴도 보기 싫어서 쌀쌀맞게 대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말했을지도?

지한의 진실한 음성과 눈빛에 지연의 기억이 ‘그랬겠지’라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아무튼 나 간다! 영훈이 형한테 전화해야지.”

“어? 어어. 잠시만.”

“지금 비행기 좌석 있으려나? 누나 내일 사장님 비행기 타고 가?”

“나 비행기 타는 건 다 사장님 비행기지. 아니, 그보다 잠깐만.”

“사장님이라면 전화드려야겠다.”

“지한아, 잠깐만!”

지연의 부름도 무시한 지한이 폰을 들고 주민에게 연락했다.

아까 연락했는데도 주민은 바로 지한의 전화를 받아 화기애애하게 통화했다.

-지한이 너라면 괜찮겠지. 인절미랑 모짜도 얌전한 녀석들이니까.

“감사합니다, 사장님.”

-뭘. 네 영화 제작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고 5월 중으로 촬영 들어갈 수 있게 준비하고 있어. 그때까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렴.

“네. 조만간 누나랑 애들 데리고 유나 보러 갈게요.”

-그럼 나야 좋지. 안 그래도 유나가 지한이 오빠 언제 나오냐고, 언제 보러 오냐고 물어서 난감하던 참이었어.

“유나 많이 컸죠? 절 기억할까요?”

-못 기억할 리가 없지.

“그럼 조만간 뵐게요.”

-그래. 푹 쉬어라.

사장님의 최종허가까지 떨어지자 지한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지연을 바라봤다.

그래, 하고 싶었던 거 다 하라고 했던 내 잘못이다.

“뭐 해? 짐 싸야지.”

“응.”

동생의 고집에 두 손 두 발을 다 든 지연이 오래전에 넣어놨던 캐리어를 꺼내러 올라갔다.

* * *

[HOT] 얘들아! 나 오지한 봤다!

반려견이랑 여행 가는지 공항에서 산책하고 있던데?

그런데 옆에 리드 줄 채운 냥님도 계셨음.

아마 지연이 반려냥님으로 추정됨.

1박 2일로 서울에서 볼일 보고 회사 출근 때문에 첫 비행기 타고 가려는데 공항에서 지한느님을 만날 줄이야.

아니 어제까지 군인이었던 사람 맞아요?

왜 이렇게 연예인미 뿜뿜함?

내가 계속 쳐다보니까 날 알아차렸나 봄(미안해 지한아. 얼굴 뚫리는 줄 알았지?)

고운 입매가 초승달처럼 휘어지더니

하얀 검지를 세워 입술에 대더니

‘조용히 해 주세요’ 라고 말하는구나

나도 모르게 홀린 듯이 고개 끄덕이니까 경호원분들이 지한이 둘러싸고 VIP 라운지로 데려감.

하. 나 비행기 타러 왔다가 극락감.

하느님 안녕하세요? 오늘 옆집에 온 사람입니다

└쓰니 미쳤어? 마지막 뭐야?ㅋㅋㅋㅋㅋㅋ

└하. 씨. 나라도 극락갈듯. 어제 연밤 보니까 지한이 군인이어도 피부 백옥같던데 흐 그 얼굴을 가까이서 보다니.

└나도 연밤봤는데 리포터가 지한이 안 놔 주니까 지연이가 등장해서 동생 손잡고 간 게 개 멋있었음.

└└우리 언니 카리스마 쩔어.

└└이건 리포터가 잘못했다. 우리 언니한테 동생 돌려줘요.

└└ㄱㅆ) 돌려준 듯. 지연이랑 같이 뱅기 타던데?

└└?

└└?

└└? 너 왜 그건 말 안 해 줌?

└└빨리 목격담 더 내놓으셈.

전역한 지 한 달이 되기라도 했나, 아님 일주일이 되기라도 했나.

바로 다음 날부터 SNS을 불태운 지한의 목격담을 본 한소영 팀장이 이마를 쳤다.

“고 실장님 지금 어딨어?”

“오늘 외근이십니다.”

“고 실장은 지금 상황 알고 있어?”

“네. 조금 전에 연락왔습니다. 여기저기서 연락이 와서 알았다고 하더라구요.”

하필 이럴 때 외근이라니.

어휴. 기자들이 현장에 찾아갈 수도 있으니 이쪽에서 알아서 대응할까.

“기자들이랑 커뮤니티 반응은 계속 살피고 지금 애들이 있는 현장에 누가 있지?”

“이은주 실장이 오늘 촬영 현장에 따라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은주 실장한테 전화해서 현장에서 무슨 일 있으면 대응해 달라고 부탁해.”

“네.”

지시를 내린 소영이 SNS를 확인했다.

그녀의 손이 빠르게 화면을 두드렸다.

└오늘 지연이 거.사 촬영한다고 하던데?

일이 터졌어도 소영은 홍보팀의 본분을 놓치지 않았다.

└누나 촬영장에 따라갔구나.

└└아무래도 지한이가 누나 껌딱지긴 하지.

└└뭐야. 그 껌딱지 어디서 팔아요.

└└└비매품입니다 손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쭉 올라오는 커뮤니티 반응을 보며 소영이 입꼬리를 올렸다.

소영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현장에서 스틸 컷 몇 장 보내 줄래요? 그리고 지한이랑 같이 있는 사진도 좀 보내 주세요. 아아. 영화 홍보랑 지한이 복귀 신호탄 좀 제대로 터트려 보려구요. 네. 그럼 수고하세요. 이 실장님.”

오늘도 홍보부는 바빴다.

255. 목표

‘거부할 수 없는, 사랑’ 줄여서 거.사.

지연의 차기작이자 촬영하기 전부터 여러모로 주목받았던 팀이다.

강기율 촬영감독이 강해성 감독을 설득해 복귀시켰고, 강해성 감독은 알고 지내던 스태프를 모아 블레스 스튜디오와 계약시켰다.

화제도 되고 캐스팅도 좋고, 투자고 빵빵하고 근무 환경도 좋은 그야말로 신이 내린 작업 환경에 모두가 웃음을 실실 달고 촬영했다.

그러나 오늘은 다들 못 볼 거라도 본 것 같은 얼굴로 어딘가를 바라봤다.

“우와. 내가 오지한 실물을 다 보네.”

“예전에 한빈이 CG냐 아니냐로 농담 삼아 하는 말이 있던데 그걸 이제 이해할 거 같다. 지금 내 눈앞에 CG가 살아 움직이네.”

“우리나라가 기술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

말로만 듣던 오지한을 처음 본 스태프들이 기술의 발달에 감탄하며 멍하게 바라봤다.

두 손 놓고 구경하는 스태프들의 뒤를 다른 스태프가 지나가면서 한 소리 했다.

“아니 뭘 그렇게 떠들어요? 움직이는 CG 처음 봐요? 지연이 볼 때는 안 그러면서.”

“그분은 여신님이고.”

“맞아. 애초에 인간이 아니라고.”

전작인 ‘미스 뷰티’에서 지연이 맡았던 여신해가 워낙 인간 같지 않은 천상의 미모로 화제가 된 탓에 사람들은 지연을 보고 감탄할지언정 놀라지는 않았다.

어차피 우리랑 다른 종족이었다.

드라마로 단련된 덕에 애초에 다른 종족으로 인식한 사람들이 지연을 한결 자연스럽게 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지한은 달랐다.

군대에 갔다 온 걸 보면 같은 대한민국 남잔데 왜 저쪽은 우리랑 다른 종족 같냐.

군인이었다는 사실과 실물로 보는 괴리감이 사람들이 지한을 보고 혼란스러워하는 원인이었다.

스태프들의 시선이 유독 이쪽으로 머무르는 것 같아서 지연이 동생을 콕콕 찔렀다.

“촬영장의 주인공이 된 소감이 어때?”

“왠지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의 기분을 알 것 같아.”

인절미를 품에 안고 있는 지한이 기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시선을 받는 것이 한두 번도 아니었지만, 지한이의 심정도 이해가 갔다.

어제까지 다 큰 남자들과 살을 부대끼고 있었던 지한이가 아니던가.

오랜만에 받는 시선에, 오랜만에 만끽하는 촬영장의 공기였다.

조만간 익숙해지겠지.

“누나 따라오길 잘했어. 여기 안 오고 차기작 촬영에 들어갔으면 조금 낯가렸을 거야.”

“아닐걸? 슛 들어가면 바로 연기할 거면서. 내가 널 모르니.”

“그런가? 그렇겠네. 사실 어색하지만 두근두근하기도 해.”

천생 배우인 동생의 발언을 들은 지연이 피식 웃으며 동생의 손에 핫팩을 들려주었다.

따뜻한 온기에 손끝이 녹자 그제야 지한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역시 촬영장에서 긴장하는 건 지한이답지 않았다.

“오늘은 이거 내 몫이야. 내가 할 일을 가져가지 말라고.”

“네에네에. 그럼 어디 네 할 일을 해 보거라.”

장난스럽게 말하는 지연을 보고 지한이 준비해 왔던 걸 하나둘씩 꺼냈다.

숙소에 안 보내고 왜 가져왔나 했더니 이거 때문이었나?

지연이 수련회라도 가는 것처럼 빵빵한 가방의 비밀을 알고 웃음을 참았다.

“자. 누나 목도리.”

“고마워.”

“발은 안 시려워?”

“안에 털 있어서 괜찮아.”

“목은 안 말라?”

“조금? 물 좀 마셔야겠다.”

“다음번에는 커피차도 불러야겠다.”

“그건 멈춰.”

도대체 어디까지 할 셈이야.

지연이 급발진하는 동생을 말렸다.

제대하자마자 기삿거리를 팡팡 터트려 주려고?

안 그래도 오자마자 장훈 오빠가 공항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단 말이야.

그것도 모자라서 전역 다음 날에 누나 촬영장에 커피차 보낸 걸 기사로 보고 싶지 않았다.

“영훈 오빠가 왔으면 너 꼼짝 못 하게 어디 묶어 뒀을 거야.”

“형이 못 와서 다행이다.”

능청스럽게 대꾸하는 동생을 지연이 얄밉다는 듯이 흘겨봤다.

이제 긴장이 좀 풀렸나 봐?

천생 배우 체질인 동생을 보니 조금 전에 했던 걱정이 아까웠다.

그런데 지한이 말대로 영훈 오빠가 못 온 게 신기하긴 했다.

무슨 일 있으면 대신 사람이라도 보냈을 텐데 아까 은주 언니한테 미안하다며 잘 부탁한다고 한 게 끝이었다.

“오늘 무슨 일 있나?”

“누구? 영훈이 형?”

“응. 우리한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왔었는데 전화만 하고 사람도 안 보내서.”

“애정이 식었나 봐.”

영훈 오빠가 그럴 리가.

이제 담당하는 배우와 실이 확장돼서 현장에 나가는 일이 드물지만 그래도 우리 일이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던 오빤데.

어제도 지한이가 군대 들어갔을 때부터 D-day로 설정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역 날이라며 직접 데리러 갔다고.

지연이 의심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쳐다보자 지한이 바른말을 실토했다.

“누구 만나러 간다고 바쁘대. 다른 직원이랑 같이 어딜 간다던데?”

“그래? 어지간히 중요한 사람인가 봐. 영훈 오빠가 널 두고 갈 정도면.”

“아니. 사실 오겠다는 걸 아직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고 오지 말라고 했어.”

그럼 그렇지.

어제도 같이 지한이를 데리러 갔던 오빠가 지한이를 두고 갈 리가 없지.

그래도 중요한 일이라니.

도대체 누굴 보러 가는 거기에 영훈 오빠가 지한이 말을 고분고분 들었을까.

“누나 이거 더 마셔.”

“물배 차겠다.”

“날이 추울 땐 조심해야지. 누난 배우기도 하지만 가수기도 하잖아. 목 조심해.”

“지한아. 여기 나 있다.”

“응. 은주 누나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아까부터 옆에 있었는데 투명인간 취급을 받던 은주가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지금 누가 누굴 챙기는 건지?

지연이가 내 배우기는 하지만 엄연히 지한이도 우리 회사의 소중한 배우였다.

그런데 그런 소중한 배우가 스스로 나서서 매니저들이 할 일을 하다니.

탑엔터의 충직한 매니저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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