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9 (249/296)

* * *

[‘미스 뷰티’ 시청률 파죽지세!]

[또 자체 시청률 돌파! ‘미스 뷰티’ 16화 21.1%]

[‘미스 뷰티’ 천시후×안서준 차가운 눈빛, 최고의 1분 장식]

[‘미스 뷰티’ 신드롬 TOP3]

[대한민국은 지금 ‘미스 뷰티’ 열풍!]

[능력 있고 돈 많은 젊은 본부장 vs 지고지순 수호괴물, 갖고 싶은 남자친구는?]

[美친시청률, ‘미스 뷰티’ 시청률과 음원차트 전부 올킬한 레전드의 등장]

종방까지 1주를 앞두고 시청자들이 지금까지 나온 떡밥을 정리하며 정주행을 했다.

└어제 미뷰 본 사람? 한도 손 갑자기 흐릿해진 거 뭔가 있는 거 같지 않음?

└└ㅇㅇㅇㅇㅇㅇㅇ킹리적 갓심

└아니 이제 2화밖에 안 남았다는 게 더 안 믿기는 데 실홥니까?

└└그럴 리 없어. 연장했다는데 왜 2화밖에 안 남음? JBC 지들 끼리만 보려고 숨긴 거 아님? 빨리 내 놔라.

└└JBC 털러 갑니다.

└└└님 후기 좀요.

└아니 그것보다! 본부장님은 신해를 데려가려고 하는 곳이 인간 세상이 아닌 걸 우째 앎?

└└10화 떡밥 보셈. 본부장님이 보고 있던 자료가 날개 달린 괴물에 대한 자료였음

└└헐. 아니 님. 그걸 어케 봄?

└└└(확대한 사진) 이걸 왜 못 봄?

└└└FBI 출신입니까? 아니 이걸 이렇게까지 확대해서 봤다고? 해상도 안 깨짐?

└└└그 쯤이야 프로그램 돌리면 간-단

└└└우리나라 인재가 이렇게 많구나.

시청자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을 때 탑엔터에서는 회의가 한창이었다.

정확하게는 탑엔터의 자회사로 소속된 제작사 ‘블레스 스튜디오’에서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지연이 있으니 현지 협조는 잘 될 거 같습니다.”

“나머지는 캐스팅이 끝나고 세트를 만드는 게 어떨까요?”

“감독님이 생각하신 캐스팅 순위 말인데요. 최대한 맞추려고 하지만 현재 남자 주인공 후보들이 전부 스케줄이 꽉 찼습니다.”

“아. 그건 제가 예전에 생각해 둔 거라서 상관없어요. 이미지만 맞으면 괜찮습니다.”

“네. 그럼 후보는 저희가 추려 볼게요.”

“여기 이 배역들은 오디션 보실 건가요?”

“캐스팅되면 좋지만 안 되면 어쩔 수 없죠.”

“체크해 놓은 배우는 아쉽지만 제안을 넣지 않을 거예요. 탑엔터에서 요주의 대상으로 지정한 인물들이거든요.”

“이 배우들이요?”

“탑엔터는 촬영에 지장을 줄 만큼 태도나 인성이 좋지 않은 배우는 배제하거든요.”

제작부 직원들의 말에 해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이제 막 합류한 시점.

스태프들 역시 자신과 기존에 손발을 맞췄던 사람으로 구성하느라 탑엔터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기존에 있던 제작부와 의견을 조율해가며 해성이 판을 정리했다.

다른 사람들은 해성의 의견을 들으며 각자 맡은 역할을 체크했다.

“필요한 장비가 있다면 미리 신청하세요. 일단 회사에서 보유 중인 장비에 대해서는 여기 파일을 참고해 주시구요.”

“이런 것도 있습니까?”

“히야. 이거 괜히 탑엔터 하는 게 아니구만.”

“여러분. 우리가 탑엔터 산하에 있긴 하지만 여긴 엄연히 블레스 스튜디오라구요. 본인이 몸담은 회사 이름 정도는 제대로 외우시죠?”

“아이고. 미안합니다.”

“난 기억하고 있어요!”

제작부장이 사람들의 주의를 일깨우며 회의에 집중시켰다.

모처럼 마음에 드는 회사였다.

이전에 몸담고 있던 곳들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 모두가 다시 집중하며 의견을 나눴다.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이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진행됐다.

249. 스케줄 비워줘

“지연이 넌 세부 안 갈 거지?”

“안 갈 거라고 말했잖아. 계속 묻는 걸 보니 언니 세부 가고 싶은가 본데?”

“이렇게 바쁜 시기에 내가 가긴 어딜 가겠니. 지연이 네 스케줄이 산더미 같이 쌓였는데.”

‘미스 뷰티’가 잘나가니 들어오는 제안도 전부 S급이다.

물론 전에 들어오는 제안들도 하나같이 탑급이었지만 가수 지연에게 들어오는 제안과 배우 지연에게 들어오는 제안은 종류와 분야에서 천지 차이가 있었다.

역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 나이가 나이다 보니 1020을 대상으로 하던 광고와는 느낌이 달랐다.

“지연아. 이제 시작이야. 네 화려한 연예계 생활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구.”

은주가 신이 나서 엉덩이를 들썩였다.

언니가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네.

들어온 제안들이 전부 다 좋아서 그런 건가?

내가 언니 월급을 벌어오고 있지만 그렇다기에는 묘하게 들뜬 거 같은데?

“언니 무슨 좋을 일 있어?”

“응?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데? 평소라면 바빠 죽겠다면서 죽는소리하고 있으면서 오늘따라 밝아 보여.”

“그거라면 아까 그것 때문이겠네.”

“그것?”

지연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뭔데 그게?”

“흐흐흐흐흐. 지연이 네가 내년 백상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거?”

“어? 내가?”

“그래! 그동안 지연이 너랑 지한이 너랑 국내에서 상 한 번 제대로 못 받았잖아.”

“그거야 우리가 영화는 대부분 할리우드에서 찍어서 그렇잖아.”

“드라마도 마찬가지야. 너랑 지한이가 연기를 얼마나 잘하는데 고작 신인상이나 인기상 주고 말이야. 너희 인기는 다 빨아먹고 정작 상은 다른 사람들한테 주는 게 말이 돼?! 맨날 후보에만 올라가고. 해외에서는 어려도 실력으로 평가해 줬잖아.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게 뭐야. 맨날 어리다고 아역이나 인기상 같은 카테고리만 넣고. 대상은 한 번도 못 받고.”

은주가 그동안 쌓였던 걸 토해내듯이 다다다 쏘아냈다.

그거야 우리가 국내에서 영화 활동이 적어서 그런 것도 있지.

국내에는 어린 배우를 주연으로 써 주는 시나리오가 거의 없었거든.

나는 배우 활동한 지 얼마 안 됐고

국내 영화제들이 말이 많은 것도 한몫하긴 하지.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국내에서는 유독 상이 드물긴 했다.

“상 좀 안 받으면 어때.”

“어떻다니! 누가 봐도 우리 애들이 잘했는데 다른 사람이 상 받아 가는 거잖아. 그깟 상이라고 하지만 상 못 받았다고 뒤에서 말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그랬었구나.

하긴 앞에서 대놓고 욕하는 사람은 없는 편이긴 하지.

언니가 저렇게 상을 원하고 있었으면 더 열심히 활동할 걸 그랬나?

가요 프로그램도 좀 나갈 걸 그랬어.

“앞으로는 상 많이 타 올게.”

“그렇다고 무리하라는 건 아니야. 내 말 알지?”

“그럼. 알지. 그리고 상 안 받아도 내가 어디 떨어질 급이야? 나 지연이야.”

자신감 넘치는 지연의 말에 은주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렇지. 넌 지연이지.

누가 뭐라고 해도 어떤 일이 있어도 모든 걸 증명해 낸 게 지연이란 사람이었다.

“무슨 일이든 갖고 오기만 해. 내가 다 해 줄게.”

“지연아…!”

지연의 말에 은주가 입을 틀어막으며 감동했다.

어흑. 우리 지연이 너무 착해.

“12월부터 2월까지만 빼준다면.”

“응?”

잘 나가다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은 지연의 말에 은주가 의아해했다.

12월이랑 2월?

그때가 제일 바쁠 땐데.

왜 하필 제일 바쁠 시기에 빼 달라고 하는 거지?

당황한 은주가 눈꺼풀을 깜빡이며 답을 도출하려고 할 때 지연이 대신 해답을 냈다.

“지한이 곧 제대하잖아. 밀린 휴가 한꺼번에 써서 나온대. 그러니까 12월부터는 스케줄 비워줘.”

“아.”

지한이 제대하는구나.

벌써 제대라니.

처음 들어갈 땐 언제 나올까 싶었는데 벌써 나올 때가 되긴 했었구나.

시커먼 수컷들이 우글거리는 곳에서 할 떨기 여린 꽃 같은 지한이가 험한 꼴을 당하진 않을까 뜬눈으로 지샜는데 어느새 제대할 때가 되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 싶었다.

“벌써 제대할 때가 다 됐네.”

“벌써라니 언니. 곧 있으면 1년 반이야.”

진짜 반년에 한 번 나오는 게 아니었으면 가만두지 않았다.

군대에서 있었던 일이라든가 왜 안 나왔냐는 말에 아무런 대답도 안 해 주던 동생을 떠올린 지연의 미간이 좁아졌다.

이번에 나오기만 해 봐라.

반년에 한 번 휴가 쓰겠다는 약속이 아니었으면 지연은 시간이 날 때마다 면회하러 갔을 거다.

남들은 가족들이 면회 와 달라고 한다던데 내 동생은 그런 게 일절 없었다.

오히려 제발 오지 말라고 했었다.

한 번은 그게 너무 걱정돼서 사장님한테 하소연한 적이 있었는데 사장님은 지한이한테 뭘 들은 건지 대신 변명해줬다.

남들도 다 군대 가서 고생하는데 자기만 특별히 힘든 것처럼 말하고 싶지 않다고 지한이가 말했댔나?

회귀 전이나 회귀 후나.

군대 때문에 속 썩이는 건 매한가지였다.

“지한이 언제 나오는데? 스케줄 빼 놓을게.”

“10월 17일부터 3박 4일.”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좋은 점은 평일에도 놀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언제든지 상대방의 휴가 일정에 맞출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알았어. 그럼 그날 빼놓을게.”

“응. 되도록 그 전에 일 몰아서 할 수 있을까?”

“그건 언니한테 맡겨. 조금 힘들어도 괜찮아?”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일정을 조정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지. 괜찮아. 그렇게 해 줘.”

“알았어.”

지연의 허락을 받은 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폰을 들고 곧바로 지연의 일정을 살핀 은주가 변경 가능한 일정부터 확인했다.

“그럼 난 먼저 갈게.”

“그래. 장훈이한테 태워달라고 해.”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휴식기 때랑 다르게 지금은 어딜 가나 사람들이 따라붙을 때니까.

최근에는 집 근처에도 죽치고 있는 기자들과 사생팬이 있는 것 같았다.

그놈의 사진이 뭐라고.

오늘도 집 근처에서 죽치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지연이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 * *

‘미스 뷰티’의 마지막 화는 추석 연휴에 방영되었다.

남들은 추석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 JBC는 ‘미스 뷰티’에 배팅했고 그 배팅은 성공적이었다.

[불판] 추석에도 같이 달리실 분들

함께해요

└사랑해요 JBC 미뷰 방영해줘서 고마워요.

└진짜 신의 한수인 듯. 덕분에 취업 잔소리 안 들었다. 고마워요 JBC

└└난 결혼 얘기 안 들음 고마워222222222222

└└맨날 만날 때마다 대학은 어디 갈 거니, 취업은 어떻게 됐니, 만나는 사람 있니, 결혼은 언제 할 거니, 애는 언제 낳을 거니라고 스트레스 주던 숙모 Bye~

└└└ㅊㅋㅊㅋ

└맨날 명절 때마다 친척 만나는 거 스트레스였는데 이번 추석에는 JBC에서 하루종일 미뷰 재방송 해 줘서 살았다. 고마워요 제비씨333333333

학업, 취업, 결혼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이들이 도피처로 ‘미스 뷰티’를 이용한 덕분에 JBC는 웃음을 다른 방송사들은 울음을 터트렸다.

열정적인 영업으로 인해 온 가족을 TV 앞으로 모이게 만든 ‘미스 뷰티’는 추석이라는 이벤트를 두고도 높은 시청률을 이어 나갔다.

└시작한다!

한동안 JBC에 대한 감사행렬이 이어지고 있을 때 드디어 마지막 화가 방영됐다.

주안을 끌어내리지 못해 안달이던 윤 이사는 끝내 회장에게 그간의 행적을 들키고 ‘마지막 기회’를 박탈당하고 만다.

인정받지 못하고, 모든 걸 잃어버린 윤 이사의 분노는 주안에게로 향했다.

[신주안. 죽여 버릴 거야.]

새파란 분노가 주안에게로 향하고 윤 이사는 그의 소중한 것을 전부 없애버리기로 한다.

그의 가족, 그의 연인, 그의 생명.

그간의 굴욕과 수치를 갚아주기 위해서 윤 이사는 그의 부모와 신해를 납치한다.

그리고 주안에게 선택하라고 한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 하나는 살려주지.]

폭주한 주안은 그렇게 말했지만 모두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나는 모든 걸 잃었는데 너는 모든 걸 가지면 불공평하잖아?

너도 나처럼 전부 다 잃어야지.

윤 이사가 미친 것처럼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 소름 끼치는 웃음에 시청자들은 자신의 팔뚝을 쓸어내렸다.

└웃는 거 소름. 연기 미쳤네.

└아니 지가 잘못해놓고 남탓하는 거 오지네.

└찌질해서 그럼. 자기가 못한 건 생각안하고 자기보다 잘난 사람들을 끌어내려야 만족하는 듯.

└소오름ㄷㄷ

└주안아 가지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가면 너도 죽어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근데 사랑하는 사람들이 잡혔는데 어떻게 안 감ㅠㅠㅠㅠㅠㅠㅠ

└경찰에 신고해!

└우리나라 경찰은 사건이 끝나면 온다고!

└└이런 #!%#^$%*

다급한 상황에서 주안은 선택해야 했다.

[‘신해 씨한테는 그놈이 붙어있으니까.’]

주안의 선택은 가족이었다.

신해의 옆을 지키고 있는 괴물이 있으니까 가족을 선택하는 것이 맞았다.

그러나 긴박한 상황 속에서 주안이 오판을 한 것은.

애초에 그 괴물이 정상적이었다면 신해가 윤 이사에게 납치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점이었다.

그 사실을 간과한 주안이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 그때 저에게 하신 말씀 아직도 유효합니까?]

[-무슨 말 말인가.]

[무슨 일이 있어도 딱 한 번 도와준다고 하셨죠.]

젊고 유능하고 리더십까지 있는 신주안이 회장에게 총애받는 이유.

그것은 모자란 아들의 러닝메이트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윤 이사의 곁에 주안을 붙여 보고 배우라고, 그를 중용해 거대한 그룹을 이끌기 위한 도구로 삼으라고 붙여줬거늘 못난 아들은 어린애 같은 질투심에 눈이 멀어 스스로 회장의 선물을 땅에 버려버렸다.

[-말하거라.]

[윤민재 이사가 제 부모님과 여신해 씨를 납치했습니다. 전부 다 죽일 거라면서요.]

철없는 아들의 행동에 회장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미안하다.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마.]

[네. 그리고 윤 이사가 꼭 처벌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도 그리하마.]

[감사합니다.]

회장의 결단을 들은 주안은 서둘러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향했다.

└회장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쩌다 저런 아들놈이 나와서ㅠㅠㅠㅠㅠㅠㅠ회장님은 멀쩡한데

└호부아래 견자, 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멋진 결단을 보여준 회장에게 시청자들의 눈물이 쏟아졌다.

한편 주안이 부모를 구하러 간 사이 신해가 있는 곳은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주안이 향한 곳을 안 윤 이사가 신해를 조롱했다.

결국 너도나도 똑같이 버림받은 신세라면서 낄낄거리며 웃던 윤 이사가 공장에 잡혀 와 꽁꽁 묶인 신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능력의 사용이 온전치 않아서 신해를 찾는데 오래 걸린 한도가 윤 이사에게 날아들었다.

[가만 안 둬.]

[익! 너 이 새끼! 너 뭐야! 너 뭔데 내 일을 방해해!]

보고 덕에 한도의 얼굴을 기억한 윤 이사가 발악했다.

악귀처럼 일그러진 얼굴로 시커먼 오물 같은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윤 이사를 보고 한도가 노랗게 눈을 빛냈다.

그 눈을 본 윤 이사가 숨이 막히는 것 같은 소릴 냈다.

[케헥.]

[너 같은 인간은 죽어도 싸.]

한도가 짐승 같은 눈으로 윤 이사를 바라보자 그가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몸을 떨었다.

한도의 손에 잡힌 윤 이사의 몸이 거칠게 파닥거렸다.

[구한도!]

[!]

[켁.]

비명처럼 자신의 이름을 외친 신해의 부름에 한도의 눈빛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손에서 힘을 빼자 윤 이사가 젖은 빨래처럼 바닥에 철푸덕 떨어졌다.

[구한도오. 그러지 마.]

신해가 울음을 참으며 힘겹게 말했다.

자기가 무서운 걸까?

아니다.

그녀의 눈동자에서는 자신을 걱정하는 감정밖에 없었다.

사람이 죽는 것보다 자신을 더 걱정한 신해를 보고 한도가 사나운 마음을 가라앉혔다.

[괜찮아?]

[난. 난 괜찮아. 넌 괜찮아?]

[안 괜찮을 리 없잖아.]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거칠게 쓸려 붉어진 신해의 피부를 본 한도의 눈에 안쓰러움이 담겼다.

한도가 신해에게 다가가 손쉽게 신해를 결박한 끈을 끊었다.

그때였다.

[키, 키힉. 힛. 히히히히.]

엎어진 윤 이사가 기이한 웃음을 흘린 것이.

그 모습에 몰입해서 드라마를 보고 있던 이들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다, 다 같이 가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