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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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의 몸이 서서히 잔해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왜, 왜.”

내가 없으면 넌 자유롭게 살 수 있어.

괴물의 신부로서 살지 않아도 되고

여기서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친구들과, 가족들과, 동료들과 함께 살 수 있는데.

왜!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해도 그게 누군가를 희생시키면서 하고 싶은 일은 아니야.”

기율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좋아하는 사람이랑 함께 있는 거라고.”

꽈아악

기율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가 드물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지만, 지연과 시후의 열연에 모두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향해있었기에 기율의 드문 행동을 알아보는 이는 없었다.

마침내 신해가 무너지는 잔해에서 한도를 끌어냈다.

한도를 구하고 안도한 신해가 그의 품 안에 쓰러졌다.

“여신해 씨!!”

윤 이사의 협박을 들은 신 본부장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본 광경은, 먼지투성이가 된 신해와 그런 신해를 품에 안고 있는 구한도였다.

두 남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커-엇!”

“와아. 이건 진짜 대박인데요?”

“이야. 괜히 지연, 지연하는 게 아니구만. 연기 진짜 장난 아닌데.”

“괜히 오지한 연기를 지연이 가르쳤다고 하겠냐. 그런데 진짜 이걸 두 눈으로 직접 보니까 호강하는 기분이네.”

짝짝짝짝짝!!

휘익!!

스태프들의 환호를 받으며 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이윽고 모니터를 확인한 세 사람과 정 PD가 만족스럽게 서로를 보고 웃었다.

“오케이!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진짜 멋졌어요!”

“우리 이번에 시청률 20% 넘는 거 아니에요?”

“어라, 정 PD님 시청률 20% 넘으면 뭐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시청률 20% 가즈아-!

가즈아-!!

PD의 말에 모두 가즈아를 외치며 손을 들어 올렸다.

247. 강기율 (3)

대규모 씬을 아무런 사고 없이 끝냈다.

이번 씬이 방영될 화를 기대하는 스태프들의 얼굴은 구름이 갠 맑은 하늘 같았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어어. 그래. 기율아 들어가!”

현장을 정리한 기율이 인사를 꾸벅하고 등을 돌아 나갔다.

이번 현장은 촬영도 빨리 끝나는 데다가 페이도 좋아 마음에 들었다.

기율이 지하철 시간을 확인하고 있을 때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왔다.

“기율아! 강기율이!”

“감독님?”

“아이고. 뭐 벌써 여기까지 왔어.”

뛰어왔는지 자신의 앞에서 멈춰 숨을 헥헥거리는 감독을 보고 기율은 그가 호흡을 고를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기율이 너! 아직도 프리로 다니지?”

“네. 그래야 원하는 현장에 갈 수 있으니까요.”

“거참. 다른 놈이라면 무슨 시건방진 소리냐고 하겠지만 너니까 이해가 간다.”

실력이 좋아 불러주는 곳이 많은 기율.

일도 깔끔하고 어느 현장에서나 1인분 이상을 해내기 때문에 부르는 곳이 많았다.

본인도 그래서 기율을 부르지 않았던가.

“혹시 고정 생각 있으면 탑엔터로 가 봐. 탑엔터에서 영화 인력 모집한단다. 이 실장이 현장에 있는 인원한테 특별히 먼저 말해준 거야. 탑엔터에도 제작사 있는 거 알지? 예전에 독립영화도 만든 적 있다며? 이번 기회에 너도 어디 정착 좀 해 봐. 나는 드라마판 말고는 영 체질이 아닌데 네 생각나서 말해주러 왔어.”

감독과 자신은 연예인과 매니저의 사이도 아니고, 같은 회사 선후배 사이도 아니다.

그저 오다가다 알게 된 그런 사이.

그런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얘기를 해 주러 뛰어온 감독을 보고 기율이 묵묵히 감사 인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탑엔터라면 네가 원하는 페이도 꽤 괜찮고 근무조건도 좋아. 다른 곳보다 계약조건도 좋으니까 한번 생각해 봐. 그쪽에서도 실력 좋은 인재를 찾고 있는 모양이더라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래. 그럼 오늘도 고마웠다! 조심해서 들어가!”

감독이 손을 방방 흔들며 멀어졌다.

주차장에 차가 있을 텐데도 이 얘기를 알려주러 지하철까지 뛰어온 감독이 고마웠다.

‘영화 인력을 구하는 거라면 진짜 제작하려나 보네. <거부할 수 없는, 사랑>’

계약서를 준비해 오고 몇 년 내에 제작하겠다고까지 했는데.

정작 영화 제작 인력을 구한다는 말에 그것이 실감이 났다.

기율이 등을 돌려 지하철로 향했다.

* * *

오늘은 촬영 스케줄이 없는 날이다.

정확하게는 오늘 ‘미스 뷰티’가 방영하는 날이라 마지막 편집 작업을 하느라 PD들만 죽어나는 날이었다.

기율은 오랜만에 베이커리에서 초코 케이크를 들고 아버지의 병실로 향했다.

드르륵

6인용 병실 구석.

창가에 있어 햇빛이 드는 자리에 해성은 어둠이 내려앉기 직전 저녁노을을 맞으며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않고 몰두하던 중이었는지 식판에 있는 음식은 거의 그대로였다.

“뭐 하세요?”

“어. 어어. 기율이 왔냐?”

기율의 등장에 해성이 깜짝 놀라며 성급히 쓰고 있던 무언가를 가리기 위해 애썼다.

그런 아버지의 행동에 기율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들고 온 케이크를 옆 선반에 올려두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식사는 제대로 하셔야죠.”

“아? 으응. 그래.”

“뭐 하는지 묻지 않을 테니 일단 식사부터 하세요.”

기율이 아버지의 손에서 펜을 빼고 숟가락을 쥐여 주었다.

무뚝뚝하지만 상냥한 아들의 배려에 해성이 얼떨떨한 얼굴을 하고 밥을 떠먹었다.

“아이고. 아들이 착하네.”

“그러게 말이야. 강 씨는 좋겠어. 맨날 늦은 시간이어도 얼굴 보고 가던 아들이 오늘은 이렇게 일찍 와서 저녁까지 챙겨주고.”

“크흠. 그랬어?”

“강 씨 잠들 때마다 와서 얼굴 보고 가는 거 몰랐지? 호호호호. 아들 잘 키웠네.”

“비밀로 해 달라고 했습니다만.”

“어머나. 내 정신 좀 봐.”

“나도 모르게 그만. 미안해.”

병실에 있던 아주머니들이 기율의 말에 입을 가리고 웃었다.

미안하다면서 빙그레 웃는 얼굴이 일부러 그런 게 틀림없어 보였다.

그래도 이때까지 참아 준 걸 고맙게 여겨야 하나.

기율은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아버지의 숟가락 위에 반찬을 올려 주었다.

그런 아들을 보고 해성은 밥을 입 안에 쑤셔 넣어 솟구치는 무언가를 억눌렀다.

‘그랬구나. 그랬어. 내가 보기 싫어서 안 온 게 아니었구나.’

가족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아비라 얼굴을 보여 주지 않는 줄 알았는데.

이런 못난 애비의 얼굴을 늦은 시간이라도 보러 왔다는 아들의 말에 해성의 눈가가 붉어졌다.

울음을 삼킨 저녁 식사 시간이 지나고 기율이 식판을 반납하고 왔다.

자리에 돌아온 기율은 침대에 붙은 간이식탁을 닦고 다시 아버지 손에 펜을 쥐어 주었다.

“아까 하시던 거 콘티인 거 같던데.”

“어?!”

기율의 말에 해성이 펄쩍 뛰었다.

그가 느끼기로는 몸이 잠시 붕 떴다고 느낄 정도로 해성은 놀랐다.

그걸 봤었어?

“아아. 그게 말이지.”

“새 시나리오라도 쓰고 계셨어요?”

“어?”

생각보다 거부감이 없어 보이는 아들의 반응에 해성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기율이 평소나 다름없이 무표정하고 감흥이 없는 것 같은 얼굴로 아버지를 쳐다봤다.

기율이 본 게 맞는다면 그건 콘티였다.

애지중지하던 시나리오를 넘기고 새 작품을 구상하고 계셨던 걸까.

뭐든 아버지가 기운 없이 있는 것보다는 좋다고 생각했다.

“새 시나리오를 쓰는 것도 괜찮겠죠.”

“아아. 그게 아니라.”

해성이 어물쩍거리며 치웠던 노트 표면을 쓸었다.

“괜찮으면 봐도 돼요?”

“네가?”

“싫으시면 안 볼게요.”

“아니야. 싫긴. 그냥 네가 싫어할까 봐 그러지.”

“제가 왜 싫어해요? 그래도 이 바닥에서 일하고 있는데. 혹시 제가 무슨 일 하고 있는지 모르시는 건 아니시죠?”

“아니다. 내가 그걸 왜 몰라. 우리 아들 실력 좋은 것도 다 알지. 카메라 말고 다른 것도 잘하는 것도 알고.”

아무리 일하느라 바빠 집에 제대로 들어오는 날이 적었어도 아들이 무슨 학과를 가고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안다.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한 적이 없어도 아들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럼 봐도 되는 거죠?”

“그래. 얼마든지.”

사장에게 사기를 당하고 은퇴를 결심하기까지 했지만 평생 카메라만 잡고 살아와서 그런지 불쑥불쑥 떠오르는 걸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혼자 몰래 촬영구상안이나 콘티 같은 걸 짜고 있었는데 그걸 아들에게 들켰다.

해성이 조심스러운 손으로 노트를 내밀었다.

아까보다 주저함과 망설임이 줄어든 것 같은 손길이었다.

아버지에게서 노트를 건네받은 기율이 한 장씩 노트를 넘겼다.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이네요. 촬영 구상안을 쓰신 거예요?”

“맞아. 그냥 써 본 거야. 절대 내가 뭐 어떻게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여긴 왜 이렇게 잡으신 거예요?”

“거기 말이냐? 거긴 주인공인 은지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스토커의 존재를 느끼고 방향을 돌려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려는 장면이야.”

“좋네요. 굳이 두 사람의 발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건 은지와 스토커의 감정을 대비되게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 거죠?”

“맞아.”

기율이 자신의 의도를 알아주자 해성이 자신도 모르게 신이 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다 자신이 한 행동을 깨닫고 다시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것도 잠시, 또 궁금한 점에 관해서 물어보는 아들의 말에 신이 나서 이것저것 대답했다.

“그럼 이건 뭐예요?”

“아, 그건 말이다.”

기율은 그런 아버지의 대답을 머릿속에 차근차근 쌓아두었다.

“…그래석, 큼. 흐흠.”

모처럼 들떠서 이것저것 말하다 보니 목이 갈라진 해성이 헛기침을 했다.

기율이 물병에서 물을 따라 아버지 앞에 내려놓았다.

“조금 쉬었다 해요.”

“또 물어보려고?”

“그것도 그거지만 아버지께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요. 보여 드릴 것도 있고.”

뭔지 모르지만 기율의 말에 해성은 몸을 긴장시켰다.

오늘따라 뭔가 아들이 살갑다고 느껴졌더니 다 이걸 위해서였나?

아직 아들이 말할 내용이 뭔지 모르지만 지레 안 좋을 거라고 짐작한 해성이 가라앉은 얼굴로 대답했다.

“그래.”

“일단 먹죠. 배고프시죠? 몇 시간 동안 말하셨잖아요.”

“몇 시간?”

기율의 말에 해성이 시계를 쳐다보았다.

벌써 8시가 넘어 9시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밖을 보니 깜깜한 밤에 달이 빼꼼 떠 있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갔는지.

이렇게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떠들었다는 생각에 해성이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이거 오랜만에 재미난 얘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아니야. 우린 괜찮아.”

“언니 말이 맞아. 그보다 오늘 강 씨를 다시 봤어. 이렇게 말이 많은 사람인 줄 몰랐는걸?”

“아들이랑 같이 대화하는 게 보기 좋구만 뭘. 우리 집 자식들은 전화만 하고 오질 않는데.”

“전화하는 게 어디야. 우린 전화도 없구만.”

“지금 자기는 자식한테 연락이라도 온다고 유세 떠는 건가?”

“커흠. 그런 게 아니잖은가.”

옆에 있는 아줌마들의 말에 자식에게 전화만 온다고 말하던 중년의 사내가 재빨리 부인했다.

다급한 그 모습을 본 병실 사람들이 또 까르르 웃었다.

비슷한 시기에 입원해 언니, 동생 하는 아주머니들의 수다 말고 병실 안이 이렇게 화기애애한 건 처음이었다.

해성이 모처럼 즐거운 병실 안을 보고 아들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아들은 아까 가져온 초코케이크를 꺼내 병실 사람들 몫만큼 자른 뒤 그릇에 옮겨 담고 있었다.

“자, 이거 드세요. 빵집에서 사 온 겁니다.”

“아이고. 이거 오늘 강 씨 아들 덕에 케이크도 먹어보네.”

“다음에도 사 올게요. 최성수 아저씨는 당뇨 때문에 안 되죠? 따로 당뇨 환자용으로 사온 게 있으니까 이거 드세요.”

“아니 이거 먹어도 돼? 빵인데?”

“당뇨 환자도 먹을 수 있게 만든 빵이래요. 설탕이랑 밀가루 빼고 만들었대요.”

“이게?”

“네. 확인도 받아 왔어요. 편하게 드세요.”

기율의 말에 옆 침대에 있는 최성수가 기뻐하며 받아들었다.

그런 아들의 모습을 해성이 낯설게 바라봤다.

최 씨가 당뇨 있는 건 어떻게 알았대?

아. 자기가 잠들었을 때 병실에 자주 왔다고 했었지.

같은 병실 식구까지 챙기는 기율의 모습에 해성이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아버지도 드세요.”

“…그래.”

해성이 먹먹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해 준 게 없어도 자신의 아들은 이렇게 멋지고 배려심 넘치는 어른으로 자랐다.

그게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해성이 목구멍으로 케이크를 집어넣으며 고개를 숙였다.

* * *

한바탕 간식 타임이 끝나고 나니 병실 안의 분위기가 더욱 훈훈해졌다.

“아! 언니. 미스 뷰티 할 시간이야.”

“내 정신 좀 봐. 오늘 강 씨 아들이 와서 즐겁게 노는 바람에 잊을 뻔했네.”

드라마 시간이 되었단 말에 재빨리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옮겼다.

다행히 막 광고가 끝나고 지난 화에서 끝난 부분을 이어서 하는 중이었다.

“아버지 저 드라마 보셨어요?”

“나도 봤지. 재방송 많이 해 주던걸? 하도 보라고 극성이어서 봤는데 재밌더구나.”

해성에게 보라고 한 사람들이라면 뻔했다.

맞은편에서 추임새를 넣으며 드라마를 보고 있는 아주머니들이겠지.

“제가 보여 드리고 싶다고 한 게 저 드라마예요.”

“저걸 왜?”

“저 편부터 제가 촬영에 참가했거든요.”

그 말에 드라마를 보던 아줌마들의 시선이 기율에게로 향했다.

“뭐어? 아니 저걸 강 씨네 아들이 찍었어?”

“직접 찍은 게 아니라 촬영하는 걸 도와준 거지만요.”

“그러니까 그 뭐냐. 드라마 스태프? 드라마 만드는 사람이란 말이지?”

“네. 드라마가 워낙 잘나가서 사람이 부족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기부터 합류해서 만들었어요.”

차마 잘나가는 드라마에 사고 때문에 스태프들이 입원했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관계자 외 비밀이기도 했고, 자칫하다가는 드라마에 똥물이 튈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잘나가서 사람이 부족한 건 맞는 말이지 않은가?

기율이 태연하게 대답한 말에 병실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기율과 드라마를 오가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히야. 이거 강 씨가 아들 자랑을 그렇게 하드만 다 맞는 말이었네.”

“그러게 말이야. 아들이 실력이 좋다면서 그렇게 자랑하더니 저기 저 드라마에 불릴 정도면 진짜 잘하는가 봐.”

“강 씨는 좋겠네. 아들이 이렇게 잘 커서. 도대체 뭘 하면 이런 훤칠한 아들을 키운 거야?”

아줌마들의 칭찬에 해성이 쑥쓰러워하며 말했다.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애 엄마랑 기율이가 혼자 잘 큰 거죠.”

“어릴 때부터 아버지 하는 일을 보고 자라서 그런가 봅니다. 저도 아버지 보고 카메라 잡겠다고 결심했거든요.”

아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에 해성이 눈을 크게 뜨며 기율을 돌아봤다.

흔들리는 눈으로 자신을 보는 아버지의 시선을 무시하며 기율이 이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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