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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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가 허리에 손을 올렸다.

영화사가 망한 덕에 시나리오 행방을 찾기가 힘들었다.

거기 소속된 직원들을 모조리 뒤지고 혹시나 고스트 라이터가 있을까 시나리오 작가들 주변을 모조리 뒤졌다.

알고 보니 시나리오의 주인은 그 사람들이 아니었지만.

아무튼 돌고 돌아서 싹 뒤진 덕에 겨우 찾았다.

“이 바닥을 떠서 찾는 데 오래 걸렸지만 결국 찾았어! <거부할 수 없는, 사랑>!”

은주의 말에 지연이 귀를 쫑긋 세웠다.

반년이 넘게 걸려 겨우 찾았다.

당사자가 이 바닥을 떠나 있었다니 이해가 갔다.

은주 언니랑 탑엔터가 이 바닥에 끼치는 영향이 커도 흥신소는 아니니까.

오히려 그 정도면 일찍 찾은 게 아닐까?

“그래서 그 사람 지금 어디 있는데?”

“놀라지 말고 들어.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대.”

“아.”

그래서 찾기 힘들었구나.

지연이 시나리오의 주인을 찾았다는 것에 기쁨도 잠시 병원이라는 말에 안 좋은 상상을 했는지 얼굴이 어두워졌다.

“걱정하지 마. 큰 병은 아니래.”

“휴우.”

“아무튼 조만간 찾아가 볼 생각이야.”

“나도 같이 갈까?”

“촬영 때문에 바쁜데 어딜. 언니 혼자 가도 돼.”

은주가 자기만 믿으라며 가슴을 쳤다.

245. 강기율 (1)

“준비 다 끝났어?”

“네.”

“기율아. 이번에도 믿고 있다고.”

촬영감독이 기율의 등을 팡팡 내리치며 말했다.

등을 내리치는 손길이 아플 법도 한데 기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남들이 보면 무뚝뚝하다고 오해하겠지만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해내는 게 기율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남을 배려하는 것임을 아는 감독은 막바지 점검을 하러 떠났다.

뚜벅뚜벅

“강기율 씨 되십니까?”

자신을 부르는 낯선 목소리에 기율이 시선을 돌렸다.

옆에 다가온 여성을 보고 기율이 드물게 목소리를 냈다.

“당신은?”

탑엔터의 이은주 실장이다.

이 바닥에 있는 이상 업계 1위인 탑엔터의 실장을 모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그걸 떠나서 이은주 실장이 유명한 이유는 가수 겸 배우인 지연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잠시 얘기하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

“곧 촬영에 들어갈 거라서요.”

“용건에 대해 짧게 말할게요. 3분만 주세요. 어차피 또 뵈러 와야 하거든요.”

쉽게 물러나지 않음을 예상한 기율이 감독을 찾았다.

은주 실장을 본 감독은 얼른 다녀오라며 기율의 등을 또다시 팡팡 내리쳤다.

“감사합니다. 금방 돌려드릴게요.”

“하하하하. 천천히 돌려줘도 됩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중요한 인력을 늦게 돌려줄 수야 있나요. 3분 안에 해결 보고 오겠습니다.”

은주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기율이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초침이 30분을 가리키려면 아직 28분이 남았다.

3분이면 용건을 듣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은주의 뒤를 따라 인적이 드문 통로로 향한 두 사람이 가볍게 통성명을 나눴다.

“안녕하세요, 탑엔터 이은주 실장입니다.”

“강기율입니다.”

명함을 나눈 두 사람이 각자 다르게 반응했다.

은주는 기율의 명함을 명함집에 소중하게 넣은 반면 기율은 무심하게 손에 들고 있었다.

본인의 이름에도 저렇게 무심하게 나오는 사람은 오랜만이었다.

‘실력은 있지만 이 바닥에 대한 의욕은 없는 사람. 시간과 페이가 맞으면 어느 현장이라도 간다고 했던가.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닥치는 대로 일한다고 하더니.’

미리 조사한 내용을 떠올리며 은주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거부할 수 없는, 사랑> 알고 계시죠?”

“아버지의 시나리오죠.”

기율이 건조한 음색으로 대답했다.

“저희가 그 시나리오에 관심이 있어서요. 권리를 사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 실례지만 강기율 씨와 부친인 강해성 씨를 조사하면서 알게 된 건데 형편이 좋지 않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원하시는 조건 최대한 맞춰드릴 의향이 있습니다.”

은주의 말에 기율이 말없이 그녀를 쳐다봤다.

인형처럼 아무런 반응이 없는 기율을 보고 은주가 조사한 내용을 떠올렸다.

‘강해성 씨는 소담에 있었고, 소담의 사장이 이번에 투자사기로 형을 선고받았다고 했지. 강해성 씨도 그 사기 피해자라고 들었어. 전에도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사기 사건 때문에 더 안 좋아졌다고 하던가.’

워낙 출퇴근과 근무가 뒤죽박죽인 이 업계에서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기율의 아버지, 강해성은 시나리오 제작을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받았고 그 돈을 고스란히 소담의 사장에게 사기를 당한 상황.

관계가 좋을래야 좋을 수 없는 일이었다.

“<거부할 수 없는, 사랑> 제작하실 겁니까?”

“맞습니다. 탑엔터에서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을 제작하고 싶습니다.”

“시나리오 권리를 사려고 오신 거면 다시 연락을 주시죠. 지금은 일하는 중이라서요. 시나리오는 아버지께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원하시는 조건은 없으신가요?”

“없습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기율이 은주에게 꾸벅 인사하고 자리를 떠났다.

원하는 목적을 달성한 건 좋았지만 이렇게 용건만 간단하게 보고 끝날 줄은 몰랐다.

여러 조건 같은 걸 검토할 줄 알고 이런저런 사항을 미리 결재받고 왔는데.

“뭐. 이쪽이야 좋지만.”

회사에서 직접 제작에 나선다면 여러모로 회사에 이득이 되면 됐지 해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저쪽에서 깔끔하게 나와 준다면 좋은 일이겠지.

“그런데 왜 이렇게 찝찝할까.”

아마도 그건 아버지가 쓰러질 정도로 애착이 가던 시나리오를 아무렇지 않게 포기해버린 기율 때문일까?

“됐다. 나는 이만 회사로 들어가 봐야지.”

은주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용건을 마쳤으니 이제 제작 준비에 들어가야 했다.

* * *

일을 마친 기율은 병실에 일찍 방문했다.

마침 아버지가 눈을 뜨고 계셨다.

“저 왔어요.”

“…왔니?”

“네.”

해성이 피곤해 보이는 아들의 얼굴을 보고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안색이 안 좋구나. 쉬어가면서 일하는 거야?”

“이쪽 업계가 다 그렇죠. 제때 쉴 수가 있나요.”

“그래. 그렇지.”

아들의 말에 해성이 씁쓸하게 말했다.

제때 쉴 수 없긴 하지.

본인도 밤낮없이 현장에서 일하다가 지금 이렇게 병원에 입원한 신세가 아닌가.

물론 입원한 이유는 사기를 당했다는 정신적 충격이 더 크게 작용했지만.

“그보다 알려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뭐니?”

“탑엔터에서 아버지 시나리오를 사고 싶대요.”

“뭐?”

해성이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자신이 입원하기 전까지도 탑엔터는 업계에서 이름난 곳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엔터회사였고.

“내 시나리오를?”

“네. 그쪽에서는 원하는 조건은 전부 다 맞춰주겠다고 했어요.”

“그래?”

업계 1위가 자신의 시나리오를 알아봐 줬다는 소리에 오랜만에 해성의 얼굴에 생기가 넘쳤다.

몇 번이고 읽어서 닳은 시나리오.

그걸 제작할 수 있단 소리에 해성은 아이처럼 신이 나 보였다.

“아버지만 좋다면 탑엔터에 팔고 싶어요.”

“제작만 해 준다면 더 바랄 게 없지.”

“그쪽에서 계약금도 최대치로 줄 것 같았습니다. 그거면 빚도 빨리 없앨 수 있겠죠.”

빚이란 말에 해성의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기율이 최근 업계 표준이 뭔지 탑엔터에서 받을 거라 예상하는 계약금이 얼마인지 차분하게 늘어놓고 있을 때 해성이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네 뜻대로 하거라.”

“더 바라는 조건은 없으십니까?”

“그 정도면 됐다. 계약금 받고 빚을 갚자. 빚을 갚고 나면 기율이 네가 원하는 걸 해.”

“제가 원하는 거요?”

“그래. 카메라 잡는 거 싫어하잖냐.”

움찔

해성의 말에 기율의 손이 움찔했다.

그걸 본 해성은 입안이 썼다.

어릴 때 아버지가 하는 일이 좋다고 한 아들이 커서 카메라를 잡는 걸 싫어하게 됐다.

배운 게 못난 아비라 자신과 같은 일을 했지만 그 일을 하는 아들의 얼굴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다 나 때문이지.’

밤낮없이 촬영한다고 그 흔한 아들의 생일도 잘 못 챙겨 줬다.

입학식, 졸업식에 못 간 건 물론 명절에 얼굴 보기도 어려웠다.

그렇게 일하고도 버는 건 변변찮았으니 가족들 얼굴을 볼 낯이 없었다.

아들이 연극영화과에 입학하고 독립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했을 때만 해도 꼭 본인이 쓴 시나리오로 같이 촬영하고 싶었는데

자신이 쓰러지고 나서 한 톨의 감정 변화도 보이지 않는 아들을 보고 자신이 많이 늦었음을 깨달았다.

이제 보내주자.

아들과 같이하려고 했던 시나리온데 정작 아들이 저렇게 싫어하면 보내줄 수밖에 없지 않나.

“네 말이면 계약금을 많이 받을 수 있겠구나. 그 정도면 빚도 갚을 수 있겠지. 탑엔터면 빚을 갚고도 남겠구나. 혹시 남으면 그걸로 네가 하고 싶은 일 해.”

“…그럴게요.”

“피곤하구나. 너도 이만 가서 쉬렴.”

“내일 또 올게요.”

“자주 안 와도 된다.”

해성이 아들을 배웅했다.

이거면 됐다.

이거면.

해성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 * *

메이크업을 받던 지연은 옆에서 일이 빨리 끝났다며 맥이 빠져 돌아온 은주를 보았다.

일이 빨리 끝났다면 잘 된 거 아닌가?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우리가 잘나가고 나서 무슨 계약 하려고 하면 못 뜯어 먹어서 안달인 사람을 많이 봤거든? 그런데 순순히 우리가 내민 조건을 받아들이니까 뭔가 찝찝하더라. 뭐랄까. 유망주를 쉽게 트레이드해 왔는데 시한폭탄을 받은 느낌? 그거 있잖아 학교 다닐 때 학폭했다든가 스폰관계가 있다든가 연애관계가 엄청 복잡하다든가 알콜 중독자라든가 그런 거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다.

괜찮은 시나리오라 가져왔는데 저쪽에서 순순히 넘기니까 문제 있는 건 아닌가 의심이 든단 말이지.

혹시 회귀 전에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을 영화관에서 보지 못한 건 그 이유 때문일까?

이전에는 제작된 적이 없는 영화니까 그럴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지.

그러나 지연은 그 생각을 이어진 은주의 말에 깔끔하게 날려버렸다.

“시나리오에는 문제가 없었어. 권리도 깔끔하고 얽힌 것도 없고. 애초에 소담에서 사장이 사기 쳤던 작품은 다른 작품이니까. 무산된 작품 이름이 뭐더라. <황혼>이었던가?”

“그런 사람 때문에 엄한 사람만 피해 봤네. 나는 범죄 중에서 살인보다 더 악질인 게 사기라고 생각해.”

“나도 그래. 더 큰 피해자를 만든다는 점에서는 사기가 살인보다 더하지. 거긴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친척, 친구까지 다 잃게 만드니까.”

은주가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떨었다.

생각만 해도 진절머리가 난다는 반응이었다.

유독 이 바닥에 사기꾼들이 많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마다 피해를 보는 사람은 착한 사람들인 것 같아서 입안이 씁쓸했다.

“계약한다고 강해성 씨랑 강기율 씨를 같이 봤었는데 강해성 씨가 뭔가 포기한 것 같은 얼굴을 한 게 계속 떠올라. 마지막에 도장 찍을 때는 마치 자식을 떠나보내는 것처럼 절절한 눈이던데 정작 강기율 씨는 그런 아버지를 보고도 담담하더라. 조사한 대로 아버지랑 사이가 최악인가 봐. 그러면서도 촬영 실력은 강해성 감독님을 쏙 빼닮아서 좋단 말이지.”

“실력도 좋고 아버지와 같은 길을 갈 정도면 그렇게 싫어하는 것 같진 않은데.”

“실력은 있지만 강해성 감독님이 있던 영화판에는 얼씬도 안 한대. 영상은 확실히 잘 찍어서 이쪽에서 나름대로 평판도 높아. 정말이지 이렇게 가까이에 단서가 있었는데 못 찾고 있었다니 굴욕이야.”

지연이 연기를 병행한다고 하지만 엄연히 소속은 은주가 있는 가수 3실.

가요계 쪽은 앞마당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앞마당에 있던 보석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은주는 제법 자존심이 상한 것 같았다.

“그럴 수도 있지. 너무 자책하지 마.”

지연이 은주를 토닥였다.

“어쨌든 계약까지 끝났다며. 조금 쉽게 끝난 감이 없진 않지만 찾는 데 오래 걸린 만큼 일이 쉽게 해결됐다고 생각하자.”

“끄응. 그래. 무튼 이 일은 제작본부에 넘겼으니까.”

지연이가 주연으로 들어간다고 했으니까 탑엔터에서 투자를 하는 건 당연하고 다른 투자자도 쉽게 모일 것이다.

우리 쪽에서 권한을 가지고 있으니 소속 배우들을 채워 넣기도 좋을 테고.

“그런데 제작까지는 조금 걸릴지도 몰라.”

“왜?”

“너도 알다시피 우리가 영화제작 경험은 거의 없잖아? 그래서 인력을 충원하려는 거 같더라고.”

“그렇구나. 난 괜찮아. 어차피 제작할 거잖아. 그때까지 미스뷰티에만 집중할게.”

“오구오구. 우리 지연이 기특하네. 이 언니만 믿어. 우리 지연이 영화 첫 주연 작품인데 무슨 일이 있어도 잘되게 해 줄게!”

“응. 언니만 믿고 있을게.”

지연이 이 언니만 믿으라며 기합을 넣는 은주를 보고 웃었다.

다시 기운을 차린 거 같아서 다행이네.

그러다가 전화가 들어와 은주가 자리를 떴다.

‘실력은 있지만 강해성 감독님이 있던 영화판에는 얼씬도 안 한대.’

흐음. 묘하게 걸리네.

그 사람도 뭔가 사정이 있겠지.

지금은 내 일에만 집중하자.

계약도 끝났는데 설마 또 보겠어?

지연은 한동안 강기율이란 사람을 볼 일이 없을 거라 안일하게 생각하며 거슬렸던 걸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 * *

‘그런데 세상에 설마라는 건 없군요.’

지연은 며칠 뒤 촬영장에서 강기율 씨 만나게 되었다.

평소보다 부산스러운 현장을 보던 지연의 귀에 익숙한 이름이 들려왔다.

“기율아! 여기! 그거 들고 여기 오면 돼!”

“가요!”

말로만 듣던 강기율이란 이름에 지연의 고개가 자신도 모르게 돌아갔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짐을 들고 이동하는 사람이 보였다.

저 사람인가?

이번 현장에 처음 왔을 텐데도 익숙한 것처럼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안면이 있는 스태프도 있어 보이고.

페이랑 시간만 맞으면 뭐든 다 한다더니 오가면서 아는 사람이 많았나 보다.

지연은 문득 드는 호기심에 차에서 짐을 내리는 기율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강기율 씨 맞으시죠?”

“절 아십니까?”

“모를 리 없죠.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꼭 출연하고 싶다고 말한 건 저니까요.”

기율은 들고 있던 짐을 잠시 내려놓았다.

탑엔터에서 이은주 실장을 직접 보낸 이유가 이거였군.

“오늘 어떻게 오셨어요?”

“최 감독님이 급하게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요. 오늘 촬영팀 사람들이 갑자기 빠졌다면서요?”

“아. 그거 때문이구나. 촬영팀 몇 분이 이동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대요. 가벼운 접촉사고라는데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무서우니까 며칠 입원하기로 했거든요.”

팀별로 이동하다가 뒤에서 정차 중인 차를 들이박는 바람에 다들 병원 신세를 지게 생겼다.

차질이 생겼다면서 오겠다는 팀을 말린 건 우리였다.

지연을 필두로 주연 배우들이 나서서 촬영 일정에 협조적으로 나오자 촬영팀은 한결 편한 마음으로 입원할 수 있었다.

그래도 현장에 중요 인력이 빠져서 불편하지 않을 리 없었다.

급하게 연락이 닿는 대로 필요 인력을 수급했고 올 수 있었던 사람 중에 기율이 있었다.

“그렇습니까. 일단 감사합니다.”

“‘일단’이요?”

“어찌 됐든 지연 씨가 아버지의 시나리오에 관심을 가져 준 덕분에 탑엔터와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었으니까요.”

은주 언니 말로는 다른 계약 조건을 덧붙이지 않았다고 했는데.

우리가 한 거라고는 몇 년 안에 제작하겠다는 것과 신인치고는 높은 계약금과 수익분배뿐이었다.

강해성 감독은 아직 입봉을 못한 사람이니까 신인 취급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제 덕은 아니죠. 시나리오가 좋았으니까 강해성 씨한테도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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