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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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순서대로 한 번씩 켜 주세요.”

“거기 선 조심해!”

“이거 여기 두면 안 된다고 했지! 얼른 옮겨!”

“10분 뒤에 티켓 교환 시작된다고 합니다.”

팬미팅 준비에 스태프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이번 팬미팅에서는 지연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팬들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그걸 기다리지 못한 해외 팬들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덕분에 기존에 대관했던 장소 중 규모가 작은 곳은 위약금을 물고 취소한 뒤, 근처 경기장이나 대학 운동장이나 대강당으로 변경까지 하는 해프닝이 일어났었다.

그렇게 하고도 팬들은 좌석이 부족하다며 아우성치는 상황.

망원경으로 봐도 좋으니 제발 더 큰 곳에서 팬미팅을 열어달라며 날마다 팬카페 글이 수백 개씩 올라오는 실정이었다.

좋은 의도로 기획한 지연을 위해서라도, 지연을 위해서 이 자리를 함께 해 준 팬들을 위해서라도 실수가 일어나서는 안 되었다.

무대에서는 스태프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을 때, 지연은 대기실에서 의상과 머리를 점검하고 있었다.

“푸르르르르르르르.”

오늘따라 유독 입을 많이 푸는 지연을 보고 미나가 지연의 의상의 주름을 다림질하며 물었다.

“지연아 긴장했어?”

“어? 으음. 조금?”

아니라고 할 법한데도 솔직하게 대답하는 지연을 보고 주변에 있던 스태프들이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지연이 네가 긴장하는 거 엄청 오랜만에 보는 거 같다.”

“나 긴장 많이 해. 무대잖아. 날 위해서 무려 거금 5만 5천 원을 내고 오신 분들인데.”

“그래도 다른 가수들 팬미팅이나 콘서트보다 싼 값인데.”

“말이 팬미팅이지 콘서트나 다름없잖아.”

“게스트도 많이 섭외했다면서요?”

“이번 프로젝트에 다들 한몫하고 싶댔어요.”

“알타이르랑 메시아도 흔쾌히 온다고 해서 다행이야.”

누군가의 말대로 콘서트나 다름없는 팬미팅이기에 게스트로 초대받은 가수들도 많았다.

게스트는 탑엔터 식구들이 함께해 주기로 했다.

다들 이런 자리에 빠질 수 없다면서 어찌나 가게 해 달라고 하던지.

“팬들 입장 시작했습니다.”

“어휴. 떨린다.”

“지연아 너무 긴장하지 말고. 다 네 팬들이라는 거 알지? 실수해도 잘 봐 줄 거야. 정 떨리면 몇 번 실수해.”

“아니 다들 힘들게 와 줬는데 실수하라고 하면 어떡해.”

미나의 말에 지연이 황당한지 눈만 깜빡였다.

그러나 다들 미나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지연을 향해 한마디씩 건넸다.

“미나 팀장님 말이 맞아.”

“지연이 네가 실수한다고 뭐라 할 사람 아무도 없어.”

“팬들이라면 오히려 좋아할지도.”

“귀엽다면서 소리 지르겠네.”

“지연이 실수라니. 이건 찍어야지.”

저마다 팬들의 입장에 빙의하여 장난스러운 말을 했다.

그렇게 별거 아닌 말로 잡담을 하고 나니 어느새 팬들이 전부 자리에 앉았다는 말을 들었다.

“지연아. 가자.”

통로를 걸어가는 동안 스태프들이 힘내라는 눈빛을 보내왔다.

무대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섰을 때, 스태프가 무전을 보냈다.

“지연, 입장하겠습니다.”

후우. 이제 시작이다.

지연이 계단을 올라갔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

지연아! 사랑해!!!!!

언니이이이!!!!!!

누나아아악!!!!

가지각색의 함성이 어우러져 폭죽소리처럼 들렸다.

2층까지 꽉꽉 채운 팬을 본 지연이 벅찬 가슴을 안고 마이크에 입을 댔다.

[안녕하세요, 지연입니다.]

235.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팬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즐거웠다.

노오란 메리골드의 꽃길이 깔린 계단을 걸어 팬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손을 잡기도 했으며

“세상에!”

“완전 똑같아!”

“누가 진짜 지연이야?”

가림막 뒤에 숨어서 내 모창을 잘하는 팬들과 노래로 대결하기도 했고

[이거 머리에 쓰면 되는 거죠?]

[어때요?]

[저 잘 보여요?]

팬들이 준비한 소품을 몸에 걸치고 포토타임을 갖기도 했다.

미팅을 준비한 나도 팬들도 모두가 즐거웠던 시간.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 마지막 코너가 다가오고 있었다.

[여러분 팬미팅 오기 전에 공지가 하나 올라갔는데 다들 기억하시나요?]

네에에에에!!

[공지가 ‘여러분이 지연과 함께하면서 제일 위로가 됐던 순간을 보내주세요.’라는 제목이었어요. 부담스럽지 않도록 각자의 사연을 탑엔터 홍보팀 메일로 보내달라고 했고, 메일이 엄청 많이 들어와서 그거 보고 나서 홍보팀 언니 오빠들이 지금 다들 휴가 쓰러 갔어요. 하하하.]

다른 곳에서 업계 1위, 철옹성이라고 불리는 탑엔터의 일각을 무너트렸다는 소리에 팬들이 와하하- 웃었다.

분위기를 띄운 지연이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당첨된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과 함께 제가 팬미팅에서 직접 읽어드린다고 했는데 여기! 제 손에 이렇게 당첨된 분들의 사연이 들려 있습니다. 정말 많은 사연을 보내주셔서 선정하기 힘들었는데요. 이거 제가 오늘은 1일 라디오 DJ가 되어야 할 거 같아요.]

지연의 말에 팬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라디오 DJ처럼 사연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지연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사연을 낭독하기 시작하자 팬들이 눈을 감고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경청했다.

[안녕하세요, 언니. 저는 연바라기 3기 회원 ‘언니나만바라봐’입니다.]

귀여운 닉네임에 객석 사이로 작은 웃음이 생겨났다.

웃음을 참은 지연이 마저 읽었다.

[음. 언니와 함께하면서 제일 위로가 됐던 순간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사실 가장 위로가 된 순간은 없어요. 매분, 매시간, 매일 위로가 되거든요. 사실 저는 엄마아빠가 이혼했어요. 아빠가 맨날 때렸거든요.]

사연자의 가정사가 밝혀지자 여기저기서 안타까움과 분노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지연의 일이 많이 알려지고 관련 법률과 단체들이 생기면서 경각심을 가졌지만 여전히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는 끊이질 않았다.

[아빠가 오면 맨날 방에 들어가서 이어폰을 꼽고 이불을 뒤집어썼어요. 그때 들은 노래가 언니 노래예요. 언니 노래를 들으면 그 순간만큼은 잊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 물론 고등학생이 된 지금은 아빠랑 같이 안 살아요. 엄마랑 둘이서만 살고 있어요. 이것도 다 언니 덕인 거 같아요. 제가 언니 보고 와서 엄마한테 아빠랑 이혼하라고 했거든요. 맞다! 팬사인회는 예전에 간 적이 있는데 언니가 그때 제 이름을 처음 불러줬어요. 그때 진짜 너무너무 좋아서 그제서야 제가 저로 존재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지금 고등학생이 되었다면 내 팬사인회를 온 건 더 전일 거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내가 불러줘서야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더니.

담담하게 읽고 있었지만 지연은 벌써 이 팬을 무대 위로 부르고 싶어졌다.

객석 어디선가 작게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앗. 제 얘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아무튼 언니 덕에 매일 위로를 받았고, 제가 뭘 하고 싶은지도 정했어요. 제 최애곡은 블로썸이구요. 제 장래희망은 플로리스트입니다! 이번에 언니가 메리골드를 발표했다고 해서 혼자 꽃다발 만들어 봤어요. 선물은 안 받아서 여기에 사진 찍어서 보내요. 고마워요. 사랑합니다.]

사연이 끝났다.

글을 다 읽었음에도 지연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건 스크린에 띄워진 노랗고 주홍빛 메리골드가 다른 꽃과 풀과 함께 소담하게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아무 말 없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메리골드 꽃다발을 보고 있을 때 지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그거 아세요? 제가 이별에 대해서 찾다가 메리골드를 알았는데 사실 메리골드에는 아주 멋진 꽃말이 또 있답니다.]

지연의 말에 평소에 꽃말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과 지연 덕에 메리골드에 대해 조사해 본 팬들이 미소를 지었다.

[메리골드의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래요.]

이미 꽃말에 대해 알고 있던 사람도, 모르고 있던 사람도 절로 탄성을 뱉었다.

노란 꽃송이와 어울리는 멋진 꽃말이었다.

[처음에 공지를 올릴 때 당첨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이 있다고 했었죠. ‘언니나만바라봐’님 계시죠? 오늘 오신 거 이미 확인했어요.]

지연의 말에 팬들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곳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소심하게 손을 든 팬이 나타났다.

‘언니나만바라봐’를 발견한 팬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무대 위로 올라와 주시겠어요?]

얼굴을 푹 숙인 작은 체구의 소녀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지연의 앞까지 도도도 달려온 ‘언니나만바라봐’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더니 지연과 눈이 마주치고 푹 숙였다.

[오랜 시간 절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아줘서 감사합니다. 한번 안아봐도 될까요?]

끄덕끄덕

지연의 말에 사연이 당첨된 팬이 고개가 떨어질 것처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다들 훈훈한 분위기로 바라보았다.

도와주러 나온 스태프의 손에서 선물을 건네받은 지연이 ‘언니나만바라봐’에게 건넸다.

작은 케이크 상자와 함께 표창장 같은 무언가를 받은 팬이 이게 뭔지 궁금하다는 얼굴로 지연을 힐끔 올려다봤다.

[이건 힘들게 살아온 최아림 씨에게 주는 선물이에요. 제가 신도 아니도 산타도 아니지만 그분들을 대신해서 준다고 해도 괜찮겠죠? 케이크 상자에는 제가 ‘카페 옹달샘’ 하면서 만들었던 수풀레 케이크가 들어가 있어요. 집에 가서 엄마랑 같이 먹어요. 그리고 상장은 직접 열어볼래요?]

지연이 펼쳐 보라는 듯이 케이크 상자를 대신 들어주었다.

손이 가벼워진 ‘언니나만바라봐’는 상장을 펼치고 깜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이, 이, 이거!”

[열심히 살아온 최아림 씨에게 주는 선물이에요. 멋진 플로리스트가 되는 날까지 제가 응원할게요.]

지연의 말과 함께 스크린에 상장의 내용이 띄워졌다.

후원증서

어리고 힘든 팬들을 위한 지연의 작은 선물이었다.

대학 등록금, 생활비, 가게 창업까지 지원해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내용.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아니 그보다 더한 내용에 팬들이 깜짝 놀라 엉덩이를 들썩였다.

[앞으로도 멋진 바라기가 되어주세요. 아림아.]

“흐어어어엉. 사랑해요. 진짜. 너무 사랑해요.”

지연의 선물을 받은 팬은 무대 위에서 펑펑 울었다.

막힌 댐이 무너지듯이 울음을 터트리는 팬을 본 다른 팬들도 박수 치며 눈물을 훔쳤다.

아림이 스태프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 돌아가고 다음 사연자의 소개가 계속됐다.

저마다의 이유로

저마다의 환경으로

꿈을 포기하고 미래를 포기했던 팬들이 희망을 찾았다.

사연에 선정되지 않아 아쉬워하던 팬들도 채택된 이들을 응원하며 환호를 보내줬다.

마지막 사연자가 무대에서 내려가자 지연이 마지막 멘트를 쳤다.

[아직 제가 받은 사랑에 전부 보답할 수 없지만 가까운 사람부터 챙겨보려고 해요. 오늘 와 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 전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일하는 지연이 되겠습니다. 다들 사랑해요.]

지연아 사랑해!

고마워!

행복해!

내 가수 최고다!!

팬들을 배웅하기 위해서 지연이 무대에서 손을 흔들었으나 팬들은 지연이 자리에서 떠날 때까지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서로를 배웅하겠다는 미묘한 기 싸움 끝에 지연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

무대 뒤로 사라질 때까지, 사라지고 나서도 팬들의 박수는 한동안 계속됐다.

* * *

[지연] 지연 팬미팅 후기(feat. 역조공)

연바라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가 드디어 글을 올리네요.

이미 기사나 다른 글들로 팬미팅 후기를 읽은 바라기들이 많겠지만 그래도 좋은 소식 함께 나누고 싶어서 글을 올립니다.

저는 팬미팅 내용 보다는 팬미팅에서 받은 역조공 선물 내용물에 대해 말해 볼게요.

(노란 메리골드 꽃이 수채화로 그려진 선물상자.jpg)

지연이 팬미팅은 플미나 되팔이 방지를 위해서 현장에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티켓을 받는데요.

티켓을 받으면서 메리골드 선물상자도 함께 받았어요.

소중하게 품에 안고 와서 집에서 열어보았답니다.

(종이 메리골드 꽃잎이 깔린 상자 안.jpg)

상자 안에는 메리골드가 이렇게 깔려 있구요.

이 안에 지연이 손수 그린 메리골드 카드와 앨범 자켓이 될 뻔한 포토 카드, 그리고 반지!!! 가 담겨 있어요.

(지연이 직접 그렸다는 메리골드 카드.jpg)

지연이가 우리 주려고 직접 그렸고, 그걸 여러 인쇄업체에 문의한 결과 이런 고품질의 카드가 나왔네요!

책갈피로 써야겠다ㅎㅎ

(투명한 한복 저고리를 입은 채 아련한 미소를 지은 지연.jpg)

이건 팬미팅에서 풀린 썰인데요.

이 사진이 앨범 자켓이 될 뻔했는데 아쉽게도 안 됐다고 했네요.

ㅎㅎㅎㅎㅎ

지연아 버전을 2가지로 만들어서 내지 그랬어.

그랬으면 둘 다 소장할 수 있었을 텐데.

참고로 너무 예뻐서 탑엔터에 문의 넣어놨습니다.

텍마이머니

(Thanks to BARAKI 라고 쓰여 있는 로즈골드 반지.jpg)

그리고 대망의 반지!

세상에 이 반지 뭐야!!!!!!!

이거 뭐야!!!!!!!!!!!

지연이가 집에 가면 놀라지 말고 꼭 함께해 달라고 해서 기부 얘긴가?

이러고 있었는데

함께 해 달라고 한 게 이 얘기였냐고!!

바라기들 이게 뭔지 모르는 거 아니지?

지연이가 팬미팅 한다면서 슨스 글 올렸을 때 손에 끼고 있던 거랑 똑같은 반지예요!

그때 ‘Thanks to’라고 적혀있고 어디서도 찾을 수 없어서 지연이 특별히 제작한 건줄 알았는데 세상에 이 반지였을 줄이야.

지연이가 함께 해 달라고 한 게 뭐였겠냐고.

우리랑 같이 커!플!링!을 끼자는 거 아니겠냐고!!!!!!!!!!!!!

바로 당장 착용함.

이제 길가면 이걸로 바라기 구분할 수 있음.

오천만 바라기들과 커플이 됐지만 지연이랑 커플이라는데 안 낄 수 없지.

내일부터 만나는 사람들 손만 쳐다볼 듯

우리 만나면 서로 웃어주고 가기로 해요.

└지연아!!!!!!!!사랑해!!!!!!!!!

└타팬인데 지연 팬 너무 부럽다ㅠㅠㅠㅠㅠㅠ

└지연 팬사랑 짱

└지연 팬들이 왜 지연 따라서 기부하겠다고 모금했는지 알겠음. 저러는데 어떻게 같이 안 하고 배겨.

└진짜 팬질할만한 가수 인정!

└지연이 진짜 얼굴도 마음도 너무 예뻐ㅠㅠㅠㅠㅠㅠㅠㅠ

└팬미팅에서 사연 선정된 팬들 후원해 주는 것도 대단함. 세상에 꿈과 미래를 포기하지 말래요. 세상에 이런 가수가 어디 있나. 평생 덕질해야만.

지연의 팬미팅 역조공이 공개되자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아니 도대체 이번 팬미팅에 쓴 돈이 얼마야?

입장료를 더 올려도 부족할 판에 수익금은 전부 기부한다고 했다.

업계 종사자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을 때 지연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만 갔다.

* * *

지연의 팬미팅은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거쳐 유럽으로 퍼졌다.

가는 곳마다 지연은 팬들에게 역대급 조공을 선보였으며 매번 꾸준히 사연 신청자들을 선정해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연의 이런 선한 행보에 동참하는 사람들과 스타들이 점점 늘어나는 한편, 이런 기회를 틈타 범죄를 저지르려는 자들에 대한 우려 역시 커져갔다.

하지만 두 눈의 불을 켜고 모니터링하는 탑엔터와 공 씨네 일가족들, 전 세계 경찰들까지 있던 덕분에 지연의 팬미팅을 해를 넘고, 대륙을 넘어서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됐다.

“지연아. 미국에서는 어디에다가 기부할 거야?”

“음. 한국에는 가출 청소년 쉼터랑 저소득 아동 후원에 썼고, 다른 곳은 현지 단체 확인해서 썼었지. 출생신고랑 낙후지역 개발이랑 교육 기회 제공 쪽으로 주로 했었던 거 같은데 맞아?”

“맞아. 사용처를 꼼꼼하게 살필 수 있는 곳으로 정하기도 했고, 재단을 만들어서 아이들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집 짓는 것도 하고 있어.”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을 제외한 국가의 아동 환경은 대부분 좋지 않았다.

그래서 지연이 생각한 건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를 바꿔주는 것이었다.

특히 신경 쓴 것은 주거(집)이었다.

집은 아이들의 1차 안전망이었으니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지연의 명성과 팬들이 모은 기부금 덕이었다.

지연의 팬들이 기부한 돈은 그만큼 큰돈이었다.

나라를 돌며 팬미팅을 하고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 관련 기사가 몇백 개씩이나 쏟아지는 상황.

하나둘씩 합류하는 각 국가의 스타들과 팬들로 인하여 메리골드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다.

“으음. 미국은 아동 인권이 우수한 곳 중 하나라서 크게 걱정되는 건 없는데. 하지만 필요하다면 의료지원을 하고 싶어.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동에게 후원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물론이지.”

은주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남들이 이번 일을 가지고 돈을 퍼주느니 적자라느니 지연의 정산이 마이너스일 거라니 떠들어도 전혀 아니었다.

이번 일로 인해서 지연의 이름이 몇 단계는 상승한 것과 더불어 전 세계에 한류라는 새로운 문화를 알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각국에서는 한국의 성숙한 팬문화에 대해서 여러 번 보도하기도 했다.

K-POP이나 한류 드라마를 서브컬쳐 취급하던 것을 떠나 주류 문화에 편입되려는 곳도 있었다.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전 세계에 지연과 탑엔터를 홍보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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