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 미니앨범 <메리골드>로 컴백]
[‘드래곤 엠페러2’ 상영 종료 후 공개된 지연의 근황 공개 “곧 뵙겠습니다”]
[지연 2년만에 미니앨범 컴백…‘팬미팅 일정에 눈길’]
[2014 지연 팬미팅 투어 일정 공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지연 팬미팅 일정 공개. ‘예매 전쟁’ 예고]
[지연, 미니앨범 ‘메리골드’ 콘셉트 포토 공개 ‘아련+몽환+청순’]
└으아아아아!! 기다리고 있었다고!
└세상에 컨셉포토 뭐임? 지연아 날 가져어어어어어어!!
└└으아! 아!! 흐아아!!
└세상에 지연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도대체 왜 더 예뻐진 거야!
└애쉬머리 지연이라니. 여기가 내가 누울 곳인가.
└└같이 누워요 ●▅▇█▇▆▆▅▄▇
└└●▅▇█▇▆▆▅▄▇(2/nnnnnnn)
└└●▅▇█▇▆▆▅▄▇(3/nnnnnnn)
└└뭐야 여기 왜 다 누워있음?
SNS와 지연의 개인 채널 덕에 컴백한다는 소식과 앨범 제목이 ‘메리골드’라는 것까지 전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기사를 보니 그게 실감이 났다.
심지어 기사를 통해 공개된 콘셉트 포토가 너무 멋져 팬들이 아우성쳤다.
└어? 지연이 기사 또 올라왔는데?
└└앨범 홍보 기사 아님?
└└아니야. 팬미팅에 관한 거임. 근데 그냥 팬미팅이 아님?
└└???????
[지연, ‘자선 팬미팅’ 천사 같은 얼굴, 천사 같은 마음]
[가수 지연, 놀라운 결심. 전 세계 자선 팬미팅 투어]
[지연 다음달 자선팬미팅 ‘메리골드’ 개최]
└이거 뭐야?
└우리 팬미팅 자선콘서트였음?
└기사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팬미팅 형식을 통해서 지연이 우리와 함께 사랑을 나누고 싶었대.
└‘뜻깊은 활동을 팬들과 함께 하고 싶어’ 지연아 나 울어ㅠㅠㅠㅠㅠㅠㅠ
└우리 지연이는 천사야. 날개 없는 천사.
└└자세히 봐봐 지연이 등에 날개 있어.
└└내가 잠시 놓쳤네. 라식 하러 간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난 이 말이 더 좋아.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그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다.’래. 지연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댓글창에 울음이 넘쳐났다.
너무 고마워서.
너무 기뻐서.
너무 사랑스러워서.
지연의 모든 것이 좋았다.
데뷔한 지 벌써 11년이 되었지만 지연은 여전히 바르고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팬들에게 지연은 가족만큼 소중한 존재였다.
└얘들아 우리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
└팬미팅 n회차 갑니다.
└안 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티켓팅이 피켓팅이 돼버렸어.
└젠장ㅠㅠㅠㅠㅠ하지만 안 갈 수 없지.
└지연이 그동안 후원한 곳 목록이래. 카페에 기부금 모집 글 올라왔어. 1인당 5천원 제한이래.
└└젠장 왜 5천원이야. 더 낼 수 있어! 제한 풀어줘!
└└지연이가 이런 걸로 부담주고 싶지 않다면서 자제해 달라고 SNS 글 올림
└└지연이 천사야ㅠㅠㅠㅠㅠㅠㅠ하지만 내가 우리 가족 이름으로 전부 다 기부할 거지롱.
└└받고 사돈의 팔촌까지 끌어모음
└└받고 학교, 동아리, 직장동료까지 다 끌어모은다. 이름만 빌려줘 돈은 내가 낼게.
지연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땅에 떨어진 작은 공이 커다란 파문을 그려나갔다.
* * *
“뭐? 얼마?”
“100억은 진즉 넘었고, 벌써 모인 금액이 500억이 넘었습니다.”
남 비서의 보고에 긴급회의로 모인 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러니까 이게 지금 지연이 팬카페에서 모인 기부금 내역이라고? 그것도 1인당 5천 원으로 제한한 기부금이?”
“네. 전 세계에 있는 지연의 팬카페에 모인 금액이 약 500억 정도이며 지금도 그 금액이 실시간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잘 버는 연예인을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지연은 중소기업 수준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컴백한 거기도 했지만 이번 팬미팅이 ‘자선’인 것도 있어서 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지연의 행보에 동참했기에 일어난 결과였다.
“이거. 맨날 말로만 경제효과 몇천억이니 조에 가깝다느니 했지만 실제로 액수를 보니까 놀랍습니다.”
“지금 지연의 팬미팅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거 그냥 기자들이 과대평가한 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외교부와 국세청, 관광공사에서 협조 공문이 왔습니다.”
그쪽에서 공문까지 보냈다면 기사가 과장된 건 아닐 거다.
이게 진짜 지연이 혼자 이루어 낸 거란 말이라고?
‘우리 애 대단하다’ 마인드를 장착하고 콩깍지가 수백 장 씐 탑엔터 직원이라고 해도 이번 일은 놀라웠다.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 결과가 눈앞에 실제로 펼쳐진 것은 와닿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외신에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에 지연이 팬이 많이 늘었다고 하더니 그쪽에서도 관심을 갖는 모양입니다.”
“흐음. 이거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
탑엔터는 한국의 대형 기획사다.
오지한과 지연을 보유하고 있으며 소속 연예인들도 많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성공적으로 콘서트와 팬미팅을 진행한 적이 있으며, 해외에 진출한 연예인들의 관리는 물론이고 해외의 방송국들과의 관계 역시 원만했다.
그러나 이런 사태는 처음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사장님?”
모두의 시선이 주민에게 향했다.
주민이 평소보다 더 심각한 얼굴로 책상을 두드렸다.
“이번 일은 나도 어쩔 수 없군. 힘 좀 빌려야겠어. 호영호텔에 협조 요청을 보내겠다. HJ그룹 계열사에 연락해 숙소, 교통, 인원까지 전부 도움을 받도록 해 보지.”
주민이 가족찬스를 꺼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의 얼굴에서 먹구름이 한 층 사라졌다.
“팬미팅이 일어날 곳 관할 경찰서에 협조 요청하고, 해외에 있는 곳도 관할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봐. 경호인력을 더 배치하고, 필요하다면 해외 용병 업체 고용도 알아보지. 이 프로젝트는 무조건 아무 사고 없이 일어나야 한다. 다들 알았지?”
지연이 이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어떤 마음으로 기획했는지 주민은 잘 알고 있었다.
첫 장소로 그곳을 정한 것도
기부를 할 곳이 아동과 청소년인 것도
팬미팅이란 형식을 한 것도
그 마음을 잘 알기에 주민은 이번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시키고 싶었다.
“다들 움직여. 팬미팅은 곧이야. 남 비서. 팬클럽 회장이랑 운영진들 지키면서 기부금이랑 후원금이 엉뚱한 곳으로 가지 않게 감시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야. 지연이 팬들이야. 그걸로 장난치는 놈이 있으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다.”
“알겠습니다.”
회장과 카페장은 오랫동안 지연을 사랑하고 좋아해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견물생심이라고 이렇게 많은 돈이 모였으니 시커먼 마음이 생겨도 어쩔 수 없었다.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지시까지 내린 주민이 회의실을 나섰다.
234. <메리골드> (3)
꽤 유명한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국내외 할 것 없이 유명한 셀럽이 나와서 미래에 주목을 받았던 JBC의 ‘뉴스 하우스’
원래대로였으면 뉴스 하우스를 처음 선보이는 때는 조금 더 미래였지만, 미래를 앞당긴 탓인지 생각보다 빨리 코너가 신설됐다.
그리고 JBC에서는 뉴스 하우스의 첫 게스트로 지연의 출연을 요청했다.
“살다 보니 지연이가 뉴스에 나오는 걸 다 보게 되네요.”
“나도 놀라워. 지연이가 여기에 오게 될 줄을 몰랐어. 나중에 아나운서 역할이 들어오면 그때나 와 볼 줄 알았는데.”
“애초에 뉴스에서 셀럽을 초대해서 대담을 한다는 거 자체가 신기하지 않아요?”
“JBC에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건 알았지만 뉴스까지 이럴 줄이야. 되게 신선하네.”
흔쾌히 출연 요청을 받아들인 지연이 덕에 함께 움직이는 스태프들이 뉴스 보도가 이루어지는 스튜디오에 와 한마디씩 했다.
지연의 뉴스룸 출연을 두고 탑엔터 직원들도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다들 그만 놀라고 지연이 출연 준비시켜야지. 우리 지연이 정도면 여기에 초대받는 게 당연한 건데 뭘 그렇게 유난을 떨어.”
은주가 산만한 스태프들에게 한마디 했다.
실장의 말에 지금 여기가 어디고, 지연이 왜 초대됐는지 자각한 스태프들이 지연이를 둘러싸고 대기실로 향했다.
“실장님 말씀이 맞아. 우리 지연이 정도면 이런 데 첫 게스트로 초대받을 만하지.”
“지금 상황을 보면 첫 게스트로 지연이를 부르는 게 이해가 가긴 해.”
“저라도 불러서 물어보고 싶을걸요? 이렇게 생각하니까 저쪽에서 왜 꼭 출연해 달라고 하는지 알 거 같아요.”
“뭐든 처음이 제일 중요하니까. 첫 방송, 첫 출연, 첫 단추. 첫사랑 등등.”
“음? 마지막이 조금 이상하지 않아요?”
“왜 뭐.”
출연하는 건 본인인데 더 난리인 것 같은 매니저, 코디 언니 오빠들을 보고 지연이 웃었다.
다들 말은 그렇게 해도 놀랐으면서.
고작 방송 한 번 하는데 스태프들이 이 정도나 붙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누가 보면 나 여기서 드라마 촬영하는 줄 알겠어.
의상이랑 소품은 또 왜 저렇게 많이 챙긴 거야.
“지연아. 질문 내용 기억하지? 너무 긴장하지 말고 그냥 다른 기자나 잡지 인터뷰하는 거랑 똑같다고 생각해.”
“응. 알았어.”
언니 오빠들이 뉴스 공식 첫 데뷔전이라면서 기합을 주고 꾸몄다.
앨범 사진 촬영 때보다 더 진지한 거 같은데?
어디 가서 기죽지 말라고 꾸며주는 느낌이라 지연이 말없이 코디를 받았다.
그리고 드디어 지연이 앵커가 기다리고 있는 스튜디오로 걸음을 옮겼다.
[네. 7월 첫 번째 목요일 문화초대석을 준비해 봤습니다. 오늘 가수이자 배우인 지연 씨가 주인공이신데요, 아마 대한민국에서 지금 이분을 모르시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바로 모셔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사실 저희 문화초대석을 만든다고 했을 때 첫 손님으로 누굴 모실지 많이 고민했었는데요 가장 많이 언급된 게 지연 씨였습니다.]
[저 말고 더 대단한 분들도 많았는데 제일 먼저 불러주셔서 영광입니다.]
지연이 긴장하지 않고 대답하자 앵커가 눈을 빛냈다.
베테랑 아나운서라고 해도 긴장을 하고 실수도 일어나는 곳이 이 스튜디오였다.
아무리 자신이 편하게 대담을 진행하려고 해도 상대방이 받아주지 않으면 전부 소용없는 일.
그걸 생각하면 오늘 대담은 꽤 재밌을 것 같았다.
가벼운 근황을 물은 뒤 앵커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번 앨범 제목이 ‘메리골드’네요. 그 이름으로 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네. 물론입니다. 메리골드가 상징하는 게 제 작곡 의도와 딱 맞아떨어졌거든요.]
[작곡 의도라. 어떤 생각으로 작곡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이번 곡들을 작곡할 때 영감을 받았던 게 ‘드래곤 엠페러2’ 촬영 때였는데요. 그때 아이린으로 연기하면서 제가 죽고 난 뒤 남아있을 동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 마음으로 작곡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별에 대해 관련된 걸 찾아보게 됐는데 멕시코의 한 명절이 눈에 띄더라고요.]
[멕시코 명절이라 아직 우리에게는 생소하군요. 어떤 명절인가요?]
[‘죽은 자의 날’이라는 명절이에요. 이날 멕시코 사람들은 메리골드를 곳곳에 두어 망자들이 집을 헤매지 않게 한다고 해요. 신기한 건 죽은 자의 날이지만 한국의 제사처럼 무겁고 슬픈 분위기가 아니라 사랑했던 자들을 다시 만나는 즐겁고 흥겨운 축제 같은 날이라는 거예요. 메리골드는 산 자와 죽은 자를 다시 만나게 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해 주는 거죠.]
[사랑했던 이와 다시 만난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거군요.]
[맞아요. 저는 이번 앨범에서 남겨진 자들을 위해서 곡을 썼어요. 그들의 슬픔이 오래가지 않기를,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그때까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작곡 의도를 들은 앵커의 얼굴에 옅은 웃음이 생겼다.
죽음이 끝이 아니며 죽음 뒤에 남겨진 자들을 위해 곡을 썼다니.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생각하는 것이 어른 같았다.
[대단하네요.]
[하핫. 감사합니다.]
마치 잘 컸다. 기특하다. 라고 말하는 것 같은 눈빛에 지연이 활짝 웃으며 입을 가렸다.
그 뒤로도 가수와 배우의 길을 함께 걷는 것에 대한 소감, 앨범 프로듀싱이 어땠는지에 관한 질문이 오가고 드디어 마지막 시간이 되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습니다만 이 질문을 안 하고 넘어갈 순 없겠죠. 자선 팬미팅입니다.]
[물으실 줄 알았습니다.]
[미리 질문지를 드렸으니까요.]
재치 있는 반응과 대답이 오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화하면서 조금 편해진 두 사람이 웃으면서 말을 주고받았다.
[팬미팅에 자선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도 생소한데 가수의 뜻을 따라 팬들이 너도나도 모금하기 시작했다면서요? 그 금액이 벌써 수백억 원이라고 하는데 이런 상황을 예측하셨습니까?]
[아니요. 전혀요. 저는 그냥 팬미팅 수익을 기부할 생각이었어요.]
[그 생각도 대단합니다. 왜 기부할 생각을 하셨을까요?]
[아시겠지만 저는 동생과 둘이서 살았어요. 어린 나이에 동생이 데뷔했다고 하지만 그땐 저랑 동생 둘 다 어렸잖아요. 많은 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와 동생은 없을 거예요.]
지연이 가슴 깊이 담아둔 이야기에 스튜디오의 분위기가 엄숙해졌다.
아직까지도 지연과 지한이의 가정사에 대한 것은 모두가 다 아는 금기나 다름없었다.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도 지연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이때까지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고,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저와 동생은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었고, 둘 다 무사히 자랐다는 생각에 이제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어요.]
[그렇군요.]
[여유가 생기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이분들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겠다.’ 그래서 팬미팅을 기획했고 저 같은 아이들을 위해서 사랑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에 기부를 생각했어요. 그게 다예요. 지금 난리 난 것치곤 별거 없죠?]
[아닙니다. 충분히 멋진 생각입니다.]
정말이었다.
앵커의 진심이 담긴 말에 지연이 조금 쑥스럽다는 듯이 시선을 피하며 웃었다.
[제가 모두를 대변할 수 없지만 한 사람의 어른이자 연바라기로서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잘 자라줘서 고맙습니다.’]
앵커의 말에 지연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지 않으면 뭔가 참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도 멋진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기대합니다. 오늘 엔딩곡은 ‘Blossom’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스튜디오에 지연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터뷰가 끝난 후 자리에서 일어난 지연에게 앵커가 다가왔다.
“조금 전에 한 말은 전부 진심입니다.”
“예? 아.”
“정말 잘 자라주었습니다. 앞으로도 팬으로서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네요.”
지연이 앵커와 악수를 나누곤 스튜디오를 나왔다.
“킁. 지연아!”
“어이구. 어이구. 우리 지연이.”
“잘 컸다. 진짜 잘 컸어.”
밖으로 나오자마자 달려들 것처럼 다가와 하는 말이 잘 컸다는 소리라니.
조금 전의 인터뷰를 가까이서 지켜본 언니오빠들이 저마다 촉촉해진 눈으로 지연의 머리와 어깨를 쓰다듬었다.
“다른 사람들도 많은데 우리 좀 나갈까?”
“그래그래. 어이쿠. 지연아 여기 슬리퍼!”
“아니 나 힐 신은 것도 아닌데.”
“그래도 주차장까지 가는데 편해야지. 얼른.”
“지연아 업어줄까?”
“안 그래도 돼.”
“아냐. 오래 앉아 있느라 힘들었는데 업혀. 주차장까지 편하게 모실게.”
호들갑 떠는 언니오빠들을 보고 지연이 난감해했다.
그런 지연을 은주가 구해줬다.
“다들 쪽팔리게 이러지 말자. 지연아 신발은 그냥 갈아신고 얼른 주차장으로 가자.”
“고마워, 언니.”
“뭘. 움직여, 얼른.”
“실장니임.”
“아니 제가 업으면,”
우리 지연이 발을 땅에 닿게 할 수 없다며 칭얼거리는 매니저, 코디들을 본 은주가 엄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지연이 밥 먹이러 가야 하니까 다들 빨리 움직여.”
“옙!”
“알겠습니다!”
“참고로 소고기다.”
“예에!!”
“아, 고기는 못 참지.”
“계산은 사장님 카드.”
“다들 짐 안 챙기고 뭐해?”
“엘리베이터 잡으러 갑니다!”
소고기, 사장님 카드 콤보에 매니저 오빠가 달려 나갔다.
코디 언니가 이미 양어깨에 짐을 메고 씩씩하게 걸었다.
내 발목을 잡고 유리구두를 신겨 주는 것처럼 슬리퍼를 신겨 준 다른 코디 언니가 신발을 들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응. 다들 일 잘하네.
지연은 뭐라고 태클 걸 힘을 잃었다.
* * *
대망의 팬미팅 날.
직장인뿐만 아니라 학생 팬들도 배려하기 위하여 정해진 팬미팅 날짜는 토요일이었다.
뜨거운 햇살에 너 나 할 것 없이 미니선풍기와 부채를 들고 있었지만 팬미팅 장소에 모인 팬들의 얼굴에는 짜증 한 톨 보이지 않았다.
“아. 떨려. 빨리 들어가고 싶다.”
“애들이 부러워 죽겠데.”
“헤헤헤헤.”
“하여튼 오늘 팬미팅에는 당첨된 게 너랑 나밖에 없으니까 스포 금지야.”
“응!”
빛나가 팬미팅에 온 게 좋은지 실실 웃으면서 대답했다.
저거 분명 내 말 흘려 넘긴 거 같은데 괜찮은지 몰라.
“오늘은 도나 너랑 같이 가고 다음 주는 소민이랑. 부산에는 가영이랑 같이 갈 거야.”
“항상 생각하는 건데 빛나 너. 당첨 운은 좋다.”
“응. 나 운 좋아. 헤헤헤헤.”
누가 들으면 약 올리냐면서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겠지만 도나는 알고 있다.
제 친구는 덜렁거리고 머리에 꽃 단 것처럼 참 순수한 아이지만 절대 나쁜 아이는 아니라는 것을.
도나를 포함한 친구들이 빛나와 오랜 친구 사이인 건 다 천상이 밝고 착한 빛나 덕이었다.
“그런데 구빛나. 오늘 좀 과하게 노란 거 아니야?”
“응? 하지만 메리골드는 노란 꽃이잖아.”
“아니야. 메리골드에는 노란색만 있는 게 아니라고. 주황색에 더 가깝고 노란빛이 섞인 오렌지나 흙색 오렌지랑 비슷하다고 봐야 해. 개인적으로는 황금 오렌지가 더 메리골드에 어울리는 색이라고 생각해.”
“으, 으응. 알았어.”
누가 미술 하는 애 아니랄까 봐 그냥 노란색이라고 했다가 도나한테 장대하게 메리골드의 색상에 대해 듣게 된 빛나가 몸을 움츠렸다.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갔으면.
빛나가 도나의 메리골드의 색에 대해서 강의를 듣고 있을 때 팬미팅이 열릴 홀 내부에서는 막바지 점검이 한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