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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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에게서 배웠다고는 하나 오랫동안 손 놓고 있었던 분야기에 지연은 자신감이 조금 떨어졌다.

“지연아. 조금이라며.”

“조금인데?”

은주가 지연이 가져온 USB 안을 확인하고 이마를 쳤다.

안에는 샘플이라고 만들어 온 곡들이 수두룩했다.

“이거 전부 네가 다 한 거야?”

“응. 직접 만들었어. 매튜한테서 배운 대로 하긴 했는데 좀 많나?”

“매튜? 아! 빌보드 작곡가 매튜 스튜어트! 몇 년 전에 지한이랑 같이 매튜한테서 작곡을 배웠다고 했었지. 나는 네가 그 이후로 작곡 공부 안 하길래 이쪽에는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가수가 작곡에 관심이 없을 수 있나. 아무튼 곡 평가받고 싶은데 괜찮을까?”

“어이쿠 잠시만.”

은주 언니가 시간을 확인하고 어디론가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잠시 후.

임 전무님이랑 본부장님 가수 3실을 맡은 은주 언니, A&R팀 팀장님까지 모두 회의실에 모였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사장님까지?’

곡 평가받는 것 한번 요란했다.

아무 생각 없이 수시 상담하러 왔다가 교무부장 쌤에 교감, 교장까지 다 함께 면담하는 기분이었다.

자신을 쳐다보는 부담스러운 시선을 느낀 지연이 USB가 꽂힌 노트북을 보았다.

“이게 뭐라고 바쁜 사람들이 다 모였어요.”

“네 일인데 딴 일 다 제쳐두고 와야지.”

“그래. 이번에는 작곡이라면서?”

“이 실장이 그러는데 곡도 엄청 많이 만들어 왔다면서? 지연아. 너도 드디어 작곡의 길을 걷는구나.”

흰머리가 힐끗 보일 나이가 된 어른들이 손주 재롱잔치 보는 눈으로 쳐다봤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사람들을 웃겨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뭔가 조금 부끄러웠다.

특히 이번에는 자신의 감정.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받았던 생각. 속에 담아두었던 말 등을 전부 끄집어내어 작곡한 거라서 뭔가 조금 쑥스러웠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지연의 손가락이 마우스를 클릭했다.

* *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드디어 지연의 USB에 담겨 있던 모든 곡이 재생됐다.

딸칵!

지연이 재생을 멈췄다.

“…다들 어때요?”

지연이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물었다.

매튜한테 작곡을 배운 이후로 처음 작곡해 보는 거라서 긴장됐다.

거기다가 안 써 먹은지도 몇 년 되기도 했고.

원래는 이렇게 선보이는 게 아니라 피드백을 받을 생각으로 온 거였는데.

일이 커져도 너무 커졌다.

“흐음.”

“….”

“흠. 흐으으음.”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은 거 같은데.

회귀하고 자신이 뭔가 할 때마다 다들 좋은 반응을 보여줬었는데 처음으로 냉랭한 반응을 받아버렸다.

아 역시 공부 더 꾸준히 할 걸.

내 머릿속에 있는 걸 잘 끄집어 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듣기에는 모자랐나 봐.

지연이 조금 침울해하며 그동안 작곡을 손 놓고 있던 자신을 자책했다.

‘바보같이. 신이 내린 축복이 재능을 거저 주는 게 아닌 걸 알면서도 게을렀어. 하지만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을 했는걸. 아니, 아니야. 그래도 틈틈이 그림은 계속 그렸잖아. 바빠서 하지 못했다는 건 핑계야.’

그래도 혼자 듣기에는 괜찮았는데.

내 곡이어서 콩깍지가 씌었었나?

지연이 재빨리 노트북을 닫았다.

“죄송해요. 별로였죠? 다시 만들어 올게요.”

“응?”

“왜?”

“별로?”

“하하하하. 지연이가 또.”

“네?”

지연의 말에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그 반응을 본 지연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했다.

잠시 멀뚱히 앉아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던 사람들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지연아.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 노래 좋다.”

“그래. 오랜만에 내 귀가 호강했어. 역시 빌보드 작곡가한테 배운 게 어디 안 가는 거구나.”

“그게 아니라 지연이는 예전부터 귀가 좋았어요. 예전에 헤라 애들 앨범 기억 안 나요? 그거 지연이가 다 골라 준 거잖아요! 크. 나는 그때부터 알고 있었지. 지연이 네가 작곡에도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황 팀장님. 그래서 지연이 다음 곡은 언제 낼 거냐고 지난 몇 년간 저를 들들 볶으신 거군요.”

“하하하하. 미안해 이 실장. 하지만 너무 싫어하진 마. 윤 실장한테는 더 그랬어!”

은주 언니가 황 팀장님을 베어버리기라도 할 것 같은 눈으로 쳐다봤다.

윤 실장은 가수 3실이 생기기 전까지 은주와 지연이 몸담고 있던 가수 2실의 실장이었다.

자기도 힘들었는데 전 상관한테는 더 귀찮게 굴었다는 사실에 은주는 자신도 모르게 전 상사인 윤 실장을 동정했다.

짝!

“다들 잡담은 거기까지 하고. 어때?”

“어떻긴요. 다 너무 좋죠!”

“마음 같아서는 전부 다 쓰고 싶지만 그럴 순 없겠죠?”

“그건 지연이 의사에 달렸지. 지연아. 넌 어떻게 하고 싶니?”

“다른 분들도 괜찮다면 좋아요. 대신 3번 7번 22번은 꼭 넣고 싶어요. 아! 그리고 정규는 조금 부담스러워요. 계획했던 대로 미니로 할래요.”

“좋아. 3번 7번 22번이라. 다들 어떻게 생각해?”

“당연히 좋습니다. 저도 셋 다 체크해 뒀습니다. 사실 체크 안 한 곡이 없지만요.”

“저 3곡을 꼭 넣는다면 33번이랑 34번도 같은 넣는 건 어떨까요? 곡 색깔도 잘 어울리는 거 같은데요.”

“나는 15번 28번이 더 좋을 것 같은데. 서정적인 걸 하되 밝은 분위기도 넣어서 서사를 넣는 건 어때?”

“미니앨범이라 곡 수가 적은데 그거까지 넣으면 너무 산만할 거 같은데요.”

“오히려 다채로운 매력을 한 번에 보여준다고 생각해야지.”

은주 언니와 황 팀장님이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장님은 높은 곳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허허허. 어디 계속해보거라.’라며 방관하는 분위기였다.

그보다 내가 만든 곡을 다 좋아해 주다니.

조금 안심했다.

작곡 공부를 게을리해서 찔리던 참이었는데.

다음에는 이런 실수 안 하도록 작곡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

지연이 중간고사 등수 떨어진 전교 1등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주민이 상황을 정리했다.

“자 그만해. 그거 전부 다 하다가는 앨범이 몇 장이라도 부족하겠어. 이번에는 지연이가 미니앨범으로 하고 싶다고 한 거 잊지 말고. 제대로 된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하는 것도 처음이라는 걸 염두에 둬. 곡은 총 6개. 지연이가 선택한 3곡이랑 이 실장이랑 황 팀장이 하나씩 골라봐.”

“? 그러면 한 곡 모자라는데요?”

“나머지 한 곡은 어떻게 할까요?”

은주 언니와 황 팀장님이 손가락까지 써 가며 곡 수를 확인했지만

3+1+1=5였다.

의아하게 쳐다보는 두 사람을 보면서 임 전무는 아직 멀었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고, 사장님은 대외용 얼굴을 한 채 당연한 걸 물어본다는 듯이 대답했다.

“당연히 내가 선택한 곡이지.”

“아.”

“아, 그렇군요. 넵. 알겠습니다.”

나도 사장님이 한 곡 선택할 줄 알았다.

은주 언니랑 황 팀장님은 그렇게 사장님을 겪어 놓고 아직도 사장님을 잘 모르나 보네.

“지연아. 이번에도 작사 네가 할 거니?”

“네. 그러고 싶어요.”

“그래. 작사 다 하면 말해줘.”

은주 언니가 부드러운 얼굴을 한 채 말했다.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배려하는 언니의 마음이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도 자상한 얼굴로 날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진짜 다들 너무 사람이 좋다니까.

쳐다보는 시선이 뜨거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어쩐지 작은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지연아 이번 앨범 이름은 뭐로 하고 싶니?”

“정해놓은 게 있어요.”

“뭔데?”

조금 전까지 고개를 돌렸던 지연이 네 사람과 당당하게 시선을 마주쳤다.

“이번 앨범의 제목은 <메리골드>예요.”

“좋은 이름이네.”

“3번, 7번, 22번을 고른 이유가 다 있었구나.”

“이렇게 된다면 난 28번으로 선택해야겠네.”

“그럼 나는 33번. 34번보다 그게 더 잘 맞을 거 같아.”

<메리골드> 준비가 순항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 *

메리골드가 순항할 것 같다는 지연의 예감이 있어서일까.

지연의 개인 뉴튜브 채널에 새 앨범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인터넷에는 ‘드래곤 엠페러2’와 더불어 ‘메리골드’라는 이름이 사라질 낌새가 안 보였다.

└메리골드라니! 빨리 나와줬으면 좋겠다.

└지한이 리벤져스2 촬영한다고 못 봐서 아쉬웠는데 떡밥이 쉴 새 없이 몰아치구요. 너무조아

└저번에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집으로 캡틴이 걸어 들어왔다’ 업로드된 것도 좋았는데 지연이 차기작 얘기가 없어서 아쉬웠거든. 그런데 기는 바라기 위에 나는 지연이가 있었죠?

└└나도 그거 봄. 크리스 우드 상남잔줄 알았는데 먹는 거 보고 내적 친밀감+9999999999999쌓음.

└└└나도. 먹는 거 보니까 완전 먹방요정이던데?

└└└예? 요정이요?

└└└└뭐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최근 업로드된 지연의 개인 채널 영상에 대한 글이 수십 페이지에 걸칠 정도였다.

한국 연예인이 할리우드 유명 배우와 친근하게 밥을 먹는 모습을 볼 줄이야.

물론 로건과 함께 예능을 찍긴 했지만 아직 한국인에게는 최근에서야 주목받는 로건보다 리벤져스의 리더로 유명한 크리스가 한국 연예인과 같은 영상에 나왔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었다.

└이렇게 보니까 우리 애 완전 월드스타였네.

└지한이는 어릴 때부터 월드스타였는데요?

└└우리 오빠도 할리우드에서 영화 찍었거든요?

└└병훈이 팬이니?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를 모니터링하던 홍보실 직원이 뿌듯해했다.

“이야. 처음에 뉴튜브 채널이라고 해서 뭐 얼마나 홍보가 될까 했는데 역시 지연이는 지연이네요.”

“다른 BJ들이랑 파급력이 다르지. 그쪽은 너무 언어가 거칠잖아? 그에 반해서 지연이는 전문 촬영, 편집팀에 콘텐츠도 더 화려하고 게스트는 더 화려하지.”

“이러면 우리가 언론이랑 줄다리기 할 필요도 없겠는데요?”

“그건 아니야. 그쪽에서 자기 파이 넘보는데 말 없을 리가 없잖아.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지.”

“아.”

팀장의 말에 직원이 배웠다는 듯이 탄식했다.

하지만 확실히 이걸로 기자들이랑 줄다리기 할 카드가 하나 더 생겼긴 하지.

홍보팀 팀장 한소영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다음 영상이 올라오는 건 언제라고 했지?”

“티저 영상이랑 함께 메이킹 필름도 공개할 예정입니다.”

“그래. 계속 떡밥 주는 거 잊지 말고. 친한 기자들한테는 미리 말해 놔. 홍보자료는 정리 다 됐지?”

“넵!”

홍보팀 직원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대답했다.

오늘 영상이 업로드되고 나면 또다시 화제란 화제는 전부 다 씹어 먹을 게 보였다.

“홍보팀. 힘내자. 이번 일 끝나면 사장님이 보너스 주신단다.”

“우어어어어어!!”

“휘이익! 사장님 사랑해요!!”

“와아아아아악!!”

탑엔터 홍보팀의 전투력이 +10000 상승했다.

233. <메리골드> (2)

“아! 마음이 언니. 오랜만이에요.”

“그, 그래. 잘 지냈어?”

오늘도 지연의 개인채널 업로드를 위해서 카메라를 들고 찾은 소마음은 평상복 차림을 한 지연을 보고 힘겹게 입사를 건넸다.

일하면서 자주 보기도 했고, 오늘은 아이돌 메이크업이 아닌 생얼이기도 했는데 여전히 지연의 얼굴을 볼 때마다 터질 것 같은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지연이 멋져! 최고야! 생얼도 완벽해!’

다른 아이돌들은 방송에 나오는 거랑 아닌 거랑 다르다고 하던데 왜 우리 지연이는 이렇게 예쁘고 착하고 멋지지?

사랑에도 유통기간이 있다던데 지연을 향한 팬심은 유통기간이 없는 것 같았다.

특히 이번에 지연이 미니 앨범 발매와 동시에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듣고 내 가수는 마음도 예쁘다면서 눈물을 흘렸었다.

어쩔 수 없었다.

평생 덕질해야 했다.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꾹 누르며 촬영을 이어갔다.

“이제 올 사람 다 온 것 같으니까 회의를 해 볼까요? 미리 공지했던 대로 오늘 회의 주제는 지연이 새 앨범 발매와 동시에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것입니다.”

“와아아아.”

“저는 이날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연이 소속된 가수 3실의 식구들이 드디어 이름에 맞는 일을 한다며 좋아했다.

가수지만 연기자 활동도 같이하는 지연을 위해서 팀이 개편된 것이 몇 개월 전.

지난 몇 년 동안 가수로서의 지연보다 배우로서의 지연을 더 많이 서포트한 가수 3실 식구들이 눈물을 머금었다.

드디어 우리도 이름에 걸맞는 활동을 하게 된 거구나 기뻐했던 게 얼마 전이었다.

물론 다른 소속 가수들 서포트가 싫었던 건 아니지만 역시 뭐니 뭐니 해도 가수 3실의 대표 가수는 지연이었다.

오랜 배우 활동 끝에 다시 찾아온 가수 활동이었다.

하물며 앨범과 동시에 진행하는 거대 프로젝트라니.

새로 개편되고 나서 맡는 큰일이라 다들 기합이 들어가 있었다.

“자. 그럼 장소 대관부터 확인해 볼까요? 장훈아?”

“옙! 국내에 있는 지자체에서는 전부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약간의 대관 일정 조정은 있지만 모두 대관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당분간 대관할 장소를 직접 방문하면서 시설 등을 확인할 예정입니다.”

“좋아. 잘하고 있어. 혹시 장소가 여의찮으면 근처 대학 강당이나 극장 같은 것도 알아봐 줘. 뭣하면 호텔 연회장이나 예식장도 괜찮아. 이번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비용은 전부 회사가 낼 테니까 걱정 말고 막 질러. 알았지?”

“네!”

총알이 무한대라니.

이러면 장소를 조금 더 신경 써서 정할 수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연이 꼭 하고 싶다고 해서 들어가는 비용이 가뜩이나 많았는데 프로젝트 기획한 이유를 듣고는 무려 사장님이 지갑을 열었다.

사장님의 지갑을 등에 업은 가수 3실 직원들은 든든해졌다.

“그럼 해외는 어떻게 됐어?”

“해외에 있는 지사나 에이전시들에게 공문을 보냈고 몇몇 장소는 확정됐다고 합니다. 여기 보시면 픽스된 곳과 진행 중인 장소 목록을 정리해 놨습니다. 현지 협조를 얻었고 다음 달까지 정해질 것 같습니다.”

“오케이. 프로젝트 시작일까지 신경 써 주고. 다음. 지연이 앨범 자켓은 나왔어?”

“현재 시안이 나왔습니다. 여기서 고르시면 됩니다.”

스크린에 2가지 시안이 떠올랐다.

투명한 한복 저고리를 입은 지연의 옆모습과 입가에 걸린 아련한 미소가 걸려 있는 사진

긴 머리카락을 펼치고 누운 지연의 상체 위로 노오란 메리골드가 소복이 덮인 사진

둘 다 분위기가 일품이었다.

팀원들 사이에서 작은 탄성이 터졌다.

“으으으. 이거 고르기 너무 힘들어요, 실장님.”

“둘 다 하면 안 돼요?”

“정규앨범이면 둘 다 해도 상관없지만 미니잖아.”

“으아. 이거 너무 어렵다.”

“자자. 투표할 테니까 다들 손 들 준비해.”

“조금만 더 고민할 시간을 주세요.”

“안 돼. 셋 세면 들 거야.”

자비 없는 은주의 말에 모두의 눈동자가 1번 시안과 2번 시안을 바쁘게 오갔다.

“하나, 둘.”

“아악! 잠깐만요.”

“1번? 아냐. 2번도 좋아.”

“척척박사님께 물어봅시다. 딩동 댕 동!”

“셋. 1번 손!”

마지막 신호와 함께 곳곳에서 손이 올라왔다.

은주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반이 안 넘었으므로 2번 시안으로 결정.”

“아아아.”

“하지만. 아니야. 2번도 좋았어.”

“크흐. 감사합니다. 척척박사님.”

손을 들지 않은 지연이 아쉬워하고 기뻐하는 매니저 언니 오빠를 보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마음은 그 찰나의 미소를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다.

“이제 다음! 셋업리스트 나왔지? 지연이는 연습 잘하고 있니?”

“회의 끝나고 또 연습하러 갈 거예요.”

“그래. 너라면 알아서 잘하겠지. 내가 괜한 걸 물었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도 열심히 하는 아이였다.

이번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면서 데뷔 때보다 더 열심히 준비하는 걸 본 탑엔터 사람들은 모두 한마음이 되어 지연을 응원했다.

소속 가수가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무리하지 말고. 다치지도 말고.”

“네.”

“필요한 거 있음 말하고.”

“네.”

착실하게 대답하는 지연을 모고 모두의 얼굴에 엄빠미소가 걸렸다.

어휴. 누구 애길래 저렇게 예쁘고 착하대.

이번 프로젝트를 생각한 것도 기특하기 그지없었다.

“며칠 후에 기사가 나갈 거고. 티켓판매 공지 올라갈 거야. 수연아 그때 홍보팀이랑 같이 팬카페랑 티켓판매 사이트 확인해 줘.”

“넵, 실장님.”

“장훈아. 지연이 숍 예약은 언제야?”

“11일입니다. 보안 유지를 위해서 일찍 갔다 올 예정이에요.”

“오케이. 그럼 이제 곧 시작인 거 알지? 다들 프로젝트 끝나는 날까지 힘내자고!”

“으아아아! 가즈아!”

“3실 파이팅!”

“아자아자!”

“지연아 사랑해!”

저마다의 기합을 외치며 모두 프로젝트 성공을 희망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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