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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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이 경찰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려고 할 때, 상대방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연 씨를 만나게 해 주면 최팔녀에 대해서 증언할 게 있다고 하더군요.

최팔녀.

이제 갓 20살이 된 지한이를 노리고 손아귀에 쥐고 흔들려고 했던 사람.

그걸 위해서 공권력을 사사로이 이용하고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지한이를 음해하려고 했던 사람.

그 수단은 막았지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정민혁을 미국까지 보내 일을 꾸미려던 사람이었다.

확실히 정민혁이라면 최팔녀에 대해 증언할 게 많겠지.

경찰에서도 대한민국을 뒤흔든 게이트의 주인공에 대해 증언한다고 하니까 쉽게 놓칠 수 없었을 거고.

“누나. 가지 마.”

“그래. 네가 갈 필요는 없어.”

“사장님 말이 맞습니다. 지연아. 이미 그 사람은 징역 확정이야. 정민혁이 진술하지 않아도 재판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옆에서 통화내용을 들을 세 사람이 지연이를 말렸다.

나도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굳이 자신의 입으로 최팔녀에 대한 증언까지 약속하면서 날 보자고 한 이유가 궁금했다.

걔는 도대체 왜 날 그렇게 미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거지?

“알 게 뭐야. 범죄자의 생각 따위.”

“지한이 말이 맞아. 그런 놈들을 상식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안 돼.”

“하지만 걔가 지한이 이름을 확 불어버리면 어떡해요? 최팔녀가 지한이를 노리고 있었다고 불어버리면 기사가 안 나온다고 확신할 수 있어요?”

“끄응.”

“…사장님 해 보이겠습니다.”

퍽이나.

우리나라에서 피해자 신상이 제대로 지켜지는 꼴을 본 적이 없다.

하물며 이번 게이트에 눈을 벌겋게 뜨고 있는 기자들이 사방에 진을 치고 있는데.

“갈게요. 대신 딱 1시간이에요. 1시간만 보고 올게요.”

“1시간도 길구나.”

“그럼 10분?”

“그놈한텐 10분을 주는 것도 아까워.”

“…그럼 얼마가 좋아.”

자신을 못 보낸다며, 범죄자놈한테 시간을 쓰는 것도 아깝다며 가족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그 결과, 지연이 정민혁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은,

“8분. 그 안에 나한테 하고 싶다고 했던 말 다 하는 게 좋을 거예요.”

“….”

8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지연은 8분이란 시간밖에 줄 수 없다며 말했고, 의외로 정민혁은 순순히 그 시간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막상 오니까 정민혁은 날 쳐다보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연이 시계를 쳐다보았다.

벌써 3분이 지나갔다.

“말 안 할 거면 저 나가도 돼요? 괜히 제 시간이 아깝네요.”

여기까지 와서 얼굴 감상이나 하는 거야.

고작 그런 걸로 날 부른 거면 더 이상 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이만 일어날,”

“…잘 …어?”

“네?”

“너는 뭐가 그렇게 잘났냐고.”

이건 또 무슨 개떡 같은 소리래.

“앞뒤 다 잘라먹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말해요.”

“좋냐? 병신 같은 몰골 보니까 기분이 째질 거 같아?”

“대화를 할 거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지. 이만 갈게요.”

“내 말 아직 다 안 끝났어.”

“네. 그런데 겨우 그딴 말을 제가 들어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이 들어서요.”

지연이 일어나려고 하자 정민혁이 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터트렸다.

그의 속에 담긴 말을 들은 지연이 헛웃음을 뱉었다.

230. 겨울의 끝

“너는 뭐가 그렇게 잘났어! 부모 버리고 동생 팔고 사장한테 빌붙어서 여기까지 온 주제에 너는 뭐가 그렇게 잘났어! 오지한이랑 공주민 없었으면 네가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천만에! 넌 그 둘 팔아서 여기까지 온 거야!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도 배신한 년이!”

정민혁이 속에 담아두고 있던 말은 하수구보다 더 악취가 날 것 같은 말이었다.

날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이지.

아직도 날 보면서 동생이랑 사장님 없었으면 잘 안 됐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아니지. 그냥 회피하는 건가?

자기가 잘못한 건 생각하지 않고 남 탓만 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평생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곪아가겠지.

상대할 가치가 없었다.

정민혁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지연이 차갑게 말했다.

“한 번도 누구보다 잘났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지금 널 보니까 내가 너보다 잘난 것 같긴 해.”

“너만 아니었으면!! 너만 아니었으면 내가 이런 꼴로 여기 있지도 않았을 거야! 다 너 때문이야!”

지연은 발악하는 것처럼 구역질 나는 말을 내지르는 민혁을 쳐다봤다.

망상을 진실로 믿고 있는 것처럼 그의 얼굴에는 추악한 질투심이 가득했다.

“아니. 내가 없었어도 넌 여기까지였을 거야.”

슈퍼노바라는 멤버들은 계약기간이 끝나자마자 뿔뿔이 흩어졌으니까.

그 계약기간에도 수없이 많은 사건사고를 일으켰다.

비밀연애를 들키지 않나, 그걸 알아낸 팬을 폭행하질 않나, 심지어 그 비밀연애가 무려 세 사람과 동시에 사귄 것이었다.

지연의 말에 민혁이 발악했다.

“웃기지 마. 내가 여기서 끝날 것 같아? 내가 다 말해버릴 거야. 네가 동생이랑 가족 팔아서 연예계에 데뷔한 거랑. 성공하기 위해서 어떤 사람을 만나고 다녔는지도 전부!”

“나도 궁금하네. 내가 누굴 만나고 다녔는지.”

“하! 모른 척하지 마. 더러운 게.”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리다가, 망상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던 정민혁은 이제 그 망상을 진실인 것처럼 믿고 있는 듯했다.

그저 자기가 만든 망상에 빠져서 자기연민에 빠진 환자나 다름없는 몰골에 지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 내 말 안 끝났어!”

“글쎄. 내가 왜 여기서 네 감정 쓰레기통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겨우 그딴 말 하려고 날 부른 거면 남은 시간을 볼 필요도 없이 여기서 나가겠어.”

할 말이 있어서 불러놓고 기껏 한다는 말이 비난과 욕설이라니.

지연이 나가려는 모습을 보이자 민혁이 안절부절못하며 소리쳤다.

“난 열심히 살았어! 최선을 다해 살았단 말이야!”

“정말 네가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해?”

“그래! 난 정말 잘해보려고 했단 말이야. 다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 내가 무슨 짓을 했는데!”

“무슨 짓을 했긴. 네 발로 마지막 기회를 걷어차 버렸지.”

“그게 다 누구 탓인데! 너 때문이야! 너만 아니었으면 내가 이런 꼴이 되지 않았을 거라고!”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으면 한 줌밖에 안 남은 정민혁의 팬들은 그를 받아줬을지도 모른다.

사고를 쳤다고 해도 남자 연예인이라면 잠시 자숙하고 돌아올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정민혁은 용서를 비는 대신 최팔녀에게 구걸하고 자신을 팔아서 돌아오려고 했다.

“야. 넌 왜 연예인이 되고 싶었는데? 돈? 인기? 명성?”

“….”

지연의 물음에 민혁이 말을 잃었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왜 연예인이 되고 싶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혼란스러워하는 정민혁을 보면서 지연이 말했다.

“됐다. 넌 글러 먹었어.”

“…누구보다도 높은 자리에서 빛나고 싶었어.”

그래. 나는 누구보다도 빛나고 싶었다.

눈앞에 있는 지연이나 그의 동생인 오지한처럼.

“그래? 그런데 왜 이딴 행동을 했을까? 최팔녀 같은 줄을 잡으면 네가 빛날 거라고 생각했어? CF 좀 많이 찍고 출연료가 높아지면 네가 가장 빛날 거 같았어? 전부 아니야. 연예인이 빛날 수 있는 건 전부 우릴 사랑해주는 팬들이 있어서야. 그런데 정민혁. 넌 그 팬들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욕하고 배신함으로써 네가 돌아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걷어 차버린 거야. 네가 진짜 돌아오고 싶었으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팬들한테 먼저 용서를 빌었어야 했어.”

“…내가 배신했다고?”

정민혁에서 정의의 팩트 폭격을 날려준 지연이 다시 발을 움직여 밖으로 향했다.

더는 저런 멍청하고 이기적인 녀석이랑 한 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지연이 떠난 방에서 정민혁이 홀로 남아 지연의 말을 중얼거렸다.

“내가 배신했다고. 내 손으로 마지막 기회를 날려 버렸다고?”

망상과 자기연민으로 가득 차 세상을 제대로 볼 줄 모르던 정민혁의 콩까지가 한 꺼풀 벗겨졌다.

민혁이 혼자서 멍하니 지연의 말을 되새겼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추운 겨울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다.

겨울의 마지막 달.

<드래곤 엠페러: 왕의 길>이 개봉했다.

* * *

비선 실세 게이트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대한민국은 어느새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맞이할 준비를 했다.

전 세계는 유례없는 평화적인 시위로 대통령을 끌어내린 한국을 주목했고, 한국 사람들은 다시 한번 위기 앞에서 단결하는 모습을 널리 알렸다.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갔고,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모두가 노력하고 있을 때, 모두의 관심이 오늘 개봉한 영화로 쏠렸다.

“구빛나 또 지각.”

“오기만 해 봐라. 주리를 틀 것이야.”

“받고 커피까지 얻어먹자.”

오늘도 지각한 빛나를 두고 모두 빛나는 벗겨 먹을 생각에 눈에 힘을 줬다.

“얘에드을아-!”

“아 쪽팔려.”

“그냥 모르는 척하고 먼저 들어갈걸.”

괜히 만나서 다 같이 입장할 생각에 기다리고 있던 게 잘못이었다.

칠칠찮은 모습으로 손을 흔들며 이쪽으로 달려오는 빛나는 보고 세 명의 친구가 등을 돌리고 외면했다.

“헥헥헥. 미안. 헥. 늦었.”

“됐고. 구빛나. 닥쳐.”

“쪽팔리니까 그냥 가자.”

“나 먼저 간다.”

“헥. 같이!”

빛나가 친구들의 뒤를 따라갔다.

오는 길에 버스가 막히지만 않았어도 지각은 안 했을 텐데.

숨도 제대로 고르지 못한 빛나가 허겁지겁 뒤를 따라가자 도나가 미리 뽑은 티켓을 그녀에게 건네줬다.

“자, 네 거.”

“도나야…!”

“달라붙진 말고.”

빛나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모두 빛나를 버리고 영화를 보러 가지 않았을 거다.

초중고를 함께한 빛나와 친구들이 ‘드래곤 엠페러’를 상영하는 5관으로 향했다.

이미 불이 어두워지고 광고가 이어지고 있던 상영관에 몸을 숙이고 들어가 빛나와 친구들이 나란히 앉았다.

“아직 광고 중이네.”

“다행이다.”

“어? 광고 끝났다.”

“이제 시작하나 봐. 역시 난 행운의 여신!”

“시끄러워. 구빛나.”

“쉿.”

“조용.”

“…옙.”

친구들의 타박에 빛나가 입을 닫았다.

배급사, 제작사의 로고가 지나가자 영화가 시작됐다.

마치 판타지 세계를 보는 것처럼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이 눈앞에 펼쳐졌다.

무성한 풀이 우거지고 이색적인 새 소리가 들렸다.

정글이라도 되는 것처럼 온갖 울음소리가 들리던 도중 작은 소음이 들린 뒤 모든 소리가 멈췄다.

부스럭…

소리가 사라진 숲을 카메라가 조명했다.

음소거가 된 것처럼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숲이 스산했다.

카메라가 서서히 한 곳을 줌인하자 관객들은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에 숨죽였다.

파스슥!

수풀을 가르고 하얀 손이 나타났다.

관객들이 숨을 들이켜며 어깨를 좁혔다.

흠칫

움찔

[체력이 영 형편없군.]

[아이린. 리사는 인간이야.]

[하악. 하악.]

수풀을 헤치고 나타난 아이린과 에반이 뒤에서 힘겹게 따라오는 리사를 보고 말했다.

리사가 두 용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당신들이, 체력이, 좋은, 거예요.]

[허약하구나. 인간은 다 그러한가.]

[모든 인간이 다 저런 건 아니야. 신전에만 있지 말고 바깥도 돌아다니지, 그랬어.]

[나는 신전을 지켜야 하는 몸. 너와는 다르다.]

[그래. 아이린 넌 항상 그랬지.]

에반이 씁쓸하게 웃었다.

두 용이 대화하는 동안 조금 쉰 리사가 땀을 훔치며 말했다.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습니까?]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의심은 받은 게 불쾌하다는 듯이 아이린의 고운 미간에 금이 갔다.

[시련의 장소는 저쪽이다.]

아이린이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 어느새 거대한 유적지가 드러나 있었다.

[언제, 저기에.]

[안 보이는 게 정상이다. 저 유적은 시험의 때만 나타나니까.]

[저곳이 바로.]

거대한 유적을 보고 입을 벌린 리사와 굳은 얼굴을 한 에반을 보며 아이린이 말했다.

[왕의 시련이다.]

하얀 아이린의 손에서 오색으로 빛나는 하트 스톤이 빛을 냈다.

[Dragon Emperor: Road of the King]

영화가 시작됐다.

* * *

에반과 리사, 아이린은 하트 스톤에 공명하여 모습을 드러낸 유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에반은 왕에 걸맞은 시련을 받고, 유적이 보여주는 과거에 괴로워했다.

[아이린. 너는 알고 있었지.]

[무엇을 말이냐.]

[우리가 어린 시절 받았던 습격. 그건 전부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걸.]

아직 어려 제대로 힘을 쓸 줄도 모르는 그들을 용살자들이 습격했다.

어떻게 용살자들이 자신들이 있는 곳을 알고 습격했는지.

또 왜 강력한 힘을 가진 부모가 용살자들에게 힘없이 당했는지 여기서 전부 알게 됐다.

그건 바로 하트 스톤 때문이었다.

자신과 함께 등장한 하트 스톤이 문제였다.

자괴감에 일그러진 에반의 얼굴을 본 아이린이 무심하게 말했다.

[왜 신전이 불가침의 영역인지 알고 있나?]

[내 말에 대답이나 해.]

[신전에 있는 하트 스톤 때문이다. 하트 스톤이 모든 힘을 억누르기 때문이지. 그 때문에 용도, 인간도, 용살자도 신전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아이린의 말을 듣고 에반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의 말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

[에반. 넌 예외지만.]

[….]

[오직 너만이 하트 스톤의 힘 아래에서도 온전히 제힘을 발휘할 수 있지. 그게 바로 네가 다음 대 용제가 될 자란 증거다. 용살자들이 하트 스톤을 노리는 이유? 당연히 우리를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지. 저들이 하트 스톤을 지니게 된다면 어떨 것 같니. 과연 증오하는 우리를 모조리 죽여 버릴까, 아니면 우리의 목줄을 쥐고 이용하려고 할까.]

[그래서 공격한 거였어. 하트 스톤을 뺏으려고. 우릴 발밑에 두려고 했던 거야.]

[널 죽이려고 하는 것도 저들의 목적의 일부다. 널 죽여야 하트 스톤을 정당하게 취득해 써먹을 수 있으니까.]

자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제 부모와 하나뿐인 혈육이 이런 무거운 운명을 짊어지고 있었는데 자신은 태평하게 인간들 틈에 섞여 유희를 즐기고 있었다.

[왜 말하지 않았어.]

[아직 때가 아니었으니까.]

[완전 날 머저리로 보고 있었군.]

[너는 어린 용이었다.]

[그럼 당신은. 아이린 너도 그때는 어린 용이었어.]

[우리의 부모가 죽은 이후로 내가 네 부모이자 스승이었다.]

똑같이 어렸음에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무거운 짊을 홀로 지탱하고 있었던 아이린을 보고 에반의 얼굴이 형용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

나만 아니었으면!

내가 하트 스톤과 함께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부모도, 아이린도, 친구들도 전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유적의 시련, 과거의 비밀, 아이린의 행동의 이유까지 전부 안 에반은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것 같았다.

요동치는 감정을 제어하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이대로 내가 사라져버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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