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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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고 교사의 증언. 정유현 母 “교육부 장관에게 말해 교체해 버리겠다.”]

[“나는 공부 안 해도 갈 대학이 정해져 있다.” 정유현 발언의 진실은?]

[도대체 정유현이 누구길래? 승마협회도 교육부도 꼼짝 못 하는 이유]

의혹이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대한민국 학부모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할 문제인 대학입시.

그런데 그 입시를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애가 남들을 짓밟고 통과한다?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사람들이 아니었다.

정유현이 다니는 청연고 학부모들은 즉각 학교로 찾아가 교장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점점 모여들고 정유현에게서 그녀의 배경이 된 여성에게까지 의혹이 확산됐다.

└아니 진짜 쟤가 대통령 딸이라도 돼? 쟤가 뭔데 협회며 경찰이며 교육부며 전부 다 못 봐줘서 안달이야.

└대통령 숨겨진 딸이라도 되는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재벌도 저렇게는 안 하겠다.

└정유현 엄마는 뭔데? 지가 무슨 수로 교육부 장관한테 말해?

└돈 많은 강남 아줌마던데?

└저 사람 성격 더럽기로 유명함. 모전녀전이라고 엄마나 딸이나 똑같음

암중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던 여성의 정체가 점점 드러나고 있었다.

그녀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다급하게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뛰어다녔다.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겁니까?”

“아니 언론에서 왜 이 일을 터트려요? 제정신이랍니까?”

“애초에 이 일을 왜 이렇게 키운 겁니까? 누가 한 짓이에요?”

“크흠. 그분이 직접 지시한 사항이랍니다.”

“아니, 대체 그걸 왜….”

여성에게서 직접 내려온 지시라는 말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 아연실색했다.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여성이 개입하지 않은 게 없었지만 이번 일은 정말 눈이 질끈 감기는 일이었다.

이제 단순하게 댓글조작이나 게시글 삭제로는 멈출 수 없었다.

“이거 어떻게 할 겁니까?”

“거, 다른 사건을 터트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또 연예인 마약이나 스캔들 같은 걸 터트리면 무지몽매한 대중들도 관심을 돌리겠지요.”

“하아. 그 수밖에 없겠지요.”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관련자들의 증언 역시 하나둘씩 공개되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수습하려고 애를 썼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보수 언론사 몇몇을 제외하고는 전부 그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결국 다른 사건으로 이 일을 덮을 수밖에.

“그럼 그렇게 알고 진행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당분간은 그분과 정 선수에게 밀착마크를 해서 더 논란이 되지 않도록 조심합시다.”

“하아. 가만히 있을 분들이 아닌데.”

“어쩌겠습니까. 당분간만 조심합시다. 우리나라 국민들 냄비 근성, 알잖아요.”

“쯧. 하여간 개돼지들이.”

“어허. 우리끼리 있을 땐 모르지만 밖에서 그런 말 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아이고. 제가 잠시 화가 나서 실언했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그럼 지시 내려놓고 우린 잠시 밥이라도 먹으러 갈까요? 이럴 때일수록 더 잘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좋은 생각입니다. 가십시다.”

모처에 있던 사람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들이 향한 곳은 비밀스러운 모임이 이루어지는 고급 일식집이었다.

* * *

“예. 예.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검은 천 아래에 단련된 몸을 숨기고 나라가 아닌 개인을 위해서 먼 나라에 와 있던 요원이 통화를 종료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섣불리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직업이지만 정말 좆같았다.

아무리 위의 지시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하지만 이게 정말 나라를 위한 일일까?

고작 20살 된 어린 남자애 하나를 누군가의 손에 쥐여주기 위해서 약점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 정말 나라를 위한 것이라고?

그게 아니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후우. 엿같지만 이게 내 일이다. 이게 조국을 위한 일이야.’

사내가 자기최면이라도 하듯이 임무를 되새겼다.

감정의 동요를 가라앉힌 사내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무뚝뚝한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사내가 민혁을 내려다봤다.

이 멍청한 놈은 곧 지연의 연락이 올 거라면서 희희낙락하며 호텔 서비스로 술을 처먹고 뻗어 있었다.

‘본성은 어디 안 가는군.’

정민혁에 대한 정보를 떠올린 사내의 눈이 잠시 날카로운 빛을 발했다.

하지만 곧 감정을 숨긴 사내가 정민혁을 흔들었다.

“일어나라.”

“으음. 조금만 더.”

사내가 두 번은 없다는 듯이 자비 없이 정민혁의 뺨을 내리쳤다.

자다가 봉변당한 민혁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벌떡 일어났다.

“뭐, 뭐야.”

“일어나라.”

“아 씨. 깜짝이야. 뭐예요. 왜 깨워요. 흐아암.”

민혁이 까치집이 된 머리를 긁으며 몸을 돌렸다.

한량이나 기둥서방과 다름없는 모습에 사내가 한국에서 온 연락을 말했다.

“다음 지시 사항이 내려왔다.”

“다음 지시? 흐응. 곧이구나?”

곧 오지한에 대한 기사가 터질 거란 연락이었나 보군.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가족의 의혹 기사를 본다면 그 도도한 지연도 연락을 하지 않고 배길 수 없을 것이었다.

‘그래. 제까짓 게 아무리 공주민이 있다고 하지만 VIP한테 버틸 수 있으려고?’

지연의 연락만 온다면 지난날 자신이 겪었던 치욕을 그대로 갚아줄 생각이었다.

거기에 자신을 버렸던 소속사와 멤버들에게 당당한 모습으로 복수해 줄 것이다.

달콤한 상상을 하며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던 민혁은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사내를 보고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왜 그래요? 표정이 안 좋네.”

“너. 도대체 그날 무슨 말을 한 거야.”

예상과는 다른 말에 민혁이 귀를 후볐다.

“왜요? 공주민이 움직였어요? 지난번도 그렇고 지연만 연관되면 되게 빠르게 움직인다니까. 진짜 그렇고 그런 사이란 건가?”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하고 헛소리나 늘어놓는 민혁을 본 사내가 속으로 마지막 참을 인을 그렸다.

“당분간 조용히 있으란 지시가 내려왔어.”

“…지연이요?”

“아니. 네가.”

사내의 말에 민혁이 환청을 들은 것처럼 고개를 털었다.

그러나 사내는 그의 뇌에 직접 사실을 새겨 넣어줬다.

“일이 수습될 때까지 정민혁, 넌 여기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

멍하니 있던 민혁이 한참 뒤에야 이해했는지 경악한 얼굴로 바뀌었다.

228. 습격

[JBC에서 단독 입수한 최 모 씨의 태블릿 PC에 나온 내용에 의하면 최 모 씨는 대통령 연설문뿐만 아니라 국가 기밀도 보고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추가로 여라 재단과 I스포츠 재단을 설립해 대기업에게 수백억대의 출연금을 내라고 하려던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이 재단 설립 계획에 청와대의 개입방안까지 자세하게 적혀 있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사상 최악의 국정 농단 사태에 해외에서도 현 상황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재한 기자의 보도입니다.]

[비선 실세 최팔녀 씨의 국정 개입 사건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데요. 학생과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고,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저는 지금 촛불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광화문 광장에 와 있습니다. 지금 이곳에는 약 100만에 가까운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와 있습니다.]

지난 한두 달간 한국은 난리가 났다.

설마 했던 사실이 실제로 일어났고.

드라마에서 볼 것 같은 일들이 현실에 나타났다.

지한이를 노리던 최팔녀는 수면 위로 드러났고, 그녀의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 PC는 열성적인 기자가 발견하여 최팔녀의 국정농단에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모든 것을 지켜본 주민이 짧은 감상평을 남겼다.

“끝났군.”

주민이 화면 너머로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촛불을 보며 말했다.

비선 실세로 대통령을 손에 넣고 모든 걸 움직였던 여성의 정체가 드러나자 국민이 들고일어났다.

자신들 손으로 뽑은 정당한 당선인이 아니라 엉뚱한 사이비 교주의 딸이 나라를 흔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국민이 너나 할 것 없이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원래대로였다면 앞으로 몇 년 더 늦게 일어났어야 하는 일.

그리고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달랐기에 지연도, 주민도 확신할 수 없었던 일이었는데 마치 이것이 운명이라는 것처럼 똑같은 양상으로 일어났다.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거겠지.”

물길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 물길이 영원히 이어지라는 법은 없었다.

그러나 이 일만은 물길을 내놓은 대로 그대로 이어졌다.

마치 이래야만 한다는 듯이.

정유현과 그의 친모, 대통령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결말을 맞이했다.

그 사람들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든 상관없다.

아이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만들었으니 그걸로 족했다.

주민이 후련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봤다.

광화문에 밀집한 시민 덕에 거리가 한산한 것 같았다.

“애들은 잘하고 있으려나. 많이 추울 텐데. 핫팩 더 챙겨줄 걸 그랬어.”

주민이 광화문에 가 있을 아이들을 떠올렸다.

비선 실세 게이트가 터지고 아이들은 귀국했다.

이 시국에 멀리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는 게 좋지 않을 거 같아 귀국했지만 주민으로서는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아 남아있었다.

그래도 그 최팔녀가 더는 지한이를 건드리기 힘들게 만들었으니 한국에 있다고 해도 큰일은 없겠지.

하지만 귀국하자마자 SNS에 촛불 시위 지지를 선언하고, 촛불 집회에도 나갈 줄은 몰랐다.

마음 같아서는 벙커에 콕 박아 두고 일이 끝날 때까지 나오지 못하게 하고 싶었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랬다간 아이들한테 한 소리 듣는 걸로 끝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이제 다음 일로 넘어갈까.”

빨리 이 일을 마무리 짓고 개봉 준비해야 한다.

괜히 쓰레기 같은 것들 때문에 아이들이 힘들게 찍은 영화의 개봉을 미룰 순 없으니까.

주민이 촛불 집회를 중계하는 방송을 그대로 둔 채 책상에 앉았다.

책상 위에는 남 비서가 정리해 온 서류 파일이 놓여 있었다.

<청운 해운 인수 계획>

대통령의 탄핵은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렇게 진행되도록 이미 손 써 놨으니.

남은 거라고는 내년 초에 일어날 대규모 사건.

최팔녀와 대통령 때문에 힘들었던 국민을 또 힘들게 할 수 없었다.

“물론 나는 그것보다는 지연이랑 지한이 ‘드래곤 엠페러2’가 개봉한다는 게 더 큰 목적이지만.”

아이린이 비장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작품이었다.

‘리벤져스2’에 지한이가 합류하기로 한 이상 이번 작품이 잘 나와야 리벤져스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줄 것이다.

주민이 막 서류의 첫 장을 넘기려고 할 때 사장실 문이 열렸다.

벌컥!

“사장님!”

“남 비서? 무슨 일이야?”

일에 집중하려던 순간 문을 급하게 열고 들어온 남 비서를 보고 주민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지연이랑 지한이가!”

“!!!!!”

주민이 벌떡 일어났다.

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 * *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촛불 시위를 한 지연과 지한이 더 늦기 전에 자리를 떴다.

혹시라도 시위가 끝난 시간에 움직였다가 정체를 들킬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그런 남매의 뒤를 누군가가 뒤쫓았다.

“아가씨, 도련님.”

“무슨 일이에요?”

“쫓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희가 가까운 곳에 차를 대기시켜 놨으니 서둘러 가시죠.”

사복을 입은 경호원이 남매의 곁에 다가와서 말했다.

두 사람의 주위로 어느새 경호원들이 모여 대형을 이루었다.

비선 실세 게이트를 의도한 건 맞지만 우리가 그걸 터트렸단 걸 아는 사람은 없을 텐데.

그래도 알아내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기에 지연이 지한이의 손을 꼭 잡고 걸음을 서둘렀다.

속도를 높이자 급해진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타다다다닥!

‘확실히 우릴 따라오는 사람이 있나 본데.’

추운 날씨에 장시간 광장에 서 있어야 했기 때문에 시위를 끝내고 돌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녹초가 된 상태였다.

지쳤지만 당당한 걸음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뒤에서 쫓아오는 발걸음 소리는 어딘가 조급하고 불안한 것처럼 느껴졌다.

최팔녀 측이 저렇게 허술하게 티를 내며 쫓아올 거 같진 않았지만 지연과 지한은 만약을 대비해서 빠르게 움직였다.

집회 때문에 차량이 통제된 탓에 차를 대기시켜 놓은 곳이 떨어져 있었다.

사장님이 근처 빌딩 주차장을 빌리지 않았으면 더 먼 곳에 차를 댔을지도 모른다.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바로 앞에서 픽업할 수 있게 더 가까이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인지 건물 모퉁이를 도니 차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경호원들의 안내를 따라 차가 기다리고 있는 곳에 도착하자 지연이와 지한이의 얼굴에 안도가 떠올랐다.

다 왔다!

경호원이 빠르게 문을 열었다.

“얼른 타십시오.”

“지한아. 먼저 올라가.”

“누나가 먼저,”

그렇게 잠시 안도한 때였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잠시 마음을 놓은 잠깐의 틈.

그 틈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었다.

죽어어어-!!!!!!!!!

악의가 가득 담긴 목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취이이이익!

“크흑.”

“흡.”

가까이 있던 경호원들이 코와 입을 막았다.

연기 때문에 그들은 잠시 시야를 잃었다.

지연이 반사적으로 동생의 머리를 감싸 품에 안으며 몸을 숙였다.

후우웅-!

둔중한 무언가가 연기를 가르고 지연에게로 떨어졌다.

* * *

“지연아! 지한아!”

주민이 허겁지겁 응급실로 뛰어 들어왔다.

탑엔터 직원들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헝클어진 주민의 옷차림에 응급실에 있던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길을 터줬다.

“사장님. 그쪽이 아닙니다.”

정신없는 주민의 팔을 잡고 남 비서가 이끌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냉정한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주민의 팔을 잡은 부분에 옷 주름이 심하게 잡히고,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 하얗게 질린 것이 그도 영락없이 이성을 잃은 상태라는 걸 보여줬다.

“사장님.”

응급실 한쪽 구석.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위협적인 기세로 접근을 막고 있던 경호팀 중 한 명이 주민을 알아보고 그를 불렀다.

창백한 얼굴을 한 주민이 아이들을 찾았다.

“지한이랑 지연이는?”

“죄송합니다.”

“면목 없습니다.”

경호원들의 말에 주민은 다리의 힘이 풀렸다.

“사장님!”

“사장님!!”

비틀거리는 주민을 보고 남 비서와 경호원들이 붙잡았다.

주민이 넋이 나간 얼굴로 커튼이 쳐진 자리를 쳐다봤다.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안일했다.

오만했다.

어리석었다.

모든 걸 다 손바닥 위에 두고 있다고 생각한 결과가 이것이다.

조금 더 조심했어야 했다.

조금 더 살폈어야 했다.

조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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