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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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을 잡고 협박하죠. 여자 연예인들은 저 스캔들이 하나라도 나면 재기불능이니까요.”

“하긴. 저런 일 있고 재기했다는 여자 연예인은 못 본 거 같긴 해. 좋아. 그럼 어떻게 할 건데?”

“절 도와주시면 제가 직접 가서 2가지 치명적인 약점을 만들어 올게요.”

“2가지라. 뭘 빼고 만들어 올 거야?”

“도박이요. 그건 어쩔 수 없으니까요. 대신 남자랑 마약 문제는 꼭 만들어 올게요.”

“좋아. 사람을 붙여줄게. 어떻게 해서든 오지한 가족의 약점을 만들어 와.”

여성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못 본 얼굴이었다.

이 가게에 꽤 자주 드나들었는데 이 얼굴을 본 건 작년부터였다.

그리고 자신의 룸에 들어온 건 몇 개월 되지 않았고.

이렇게 마음에 드는 애가 있었는데 몰라봤다니.

여성이 관심을 드러냈다.

“너 이름이 뭐니?”

그녀가 관심을 드러내자 방에 있던 호스트들의 얼굴에 놀라움과 안쓰러움이 교차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여성의 관심을 받은 그는 기쁘다는 듯이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민혁이에요.”

“민혁? 기억할게. 그런데 이름이 익숙하네.”

“예전에 TV에 나온 적 있어서 그런가 봐요.”

“어머 그러니? 네 얘기 좀 해 봐.”

여성이 민혁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민혁이 씁쓸한 얼굴로 자신의 과거를 밝혔다.

“예전에 ‘슈퍼노바’라는 그룹으로 데뷔했었어요.”

“아! 슈퍼노바 알지. 거기 멤버였구나.”

여성의 말에 민혁이 애처로운 얼굴을 했다.

그러나 그의 속마음은 드러난 것과 달랐다.

‘이 돼지 같은 년을 내 편으로 만들어서 똑같이 갚아 주겠어.’

슈퍼노바의 민혁.

예전에 지연에게 수작을 걸다가 공 사장의 손에 의해 몰락한 아이돌의 이름이었다.

224. 자선파티 (1)

한국을 떠나 머나먼 미국에 있어도 모니터링은 빼놓을 수 없었다.

촬영도 끝났겠다 편안한 마음으로 화면을 보고 있자니 지난번 비 오는 날 있었던 일이 재생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연이 지금 넋 나간 거 같은데ㅋㅋㅋㅋ

└아 우리 지연이 무서운 거 잘 못 본다구요!ㅋㅋㅋㅋㅋㅋㅋ

└지연아 네 동생 팔뚝 부러지겠다. 손에서 힘 좀 풀어ㅋㅋㅋㅋㅋㅋ

└핰. 그와중에 지한이 팔뚝 좀 봐. 침 줄줄.

└└경찰 아저씨 여기에요! 여기 변태가 있어요!

흠. 댓글은 안 보는 게 좋겠군.

다시 보기를 하면서 댓글 반응도 같이 보는 중인데 다들 이해한다면서 ‘ㅋㅋㅋㅋㅋㅋ’을 달고 있었다.

나름대로 최대한 표정 관리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저런 얼굴로 있었단 말이지.

흑역사다.

내 흑역사가 생겨버렸어.

지연이 화면에서 시선을 피하며 오렌지 주스를 드링킹했다.

“연은 여전히 호러에 약하네요.”

“애런은 여전히 저런 거에 아무렇지 않구요.”

“이 정도쯤이야. 에이전트의 기본이죠.”

할리우드 에이전트는 전부 해병대 출신인가!

지연이 흐린 눈으로 TV를 마저 보았다.

화면에서는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한성과 지수가 부지런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역시 연과 한이 하는 곳은 어디든 다 잘 되는군요. 카페까지 잘하실 줄 몰랐습니다. 이거 하마터면 두 분을 다른 업계에 뺏길 뻔했군요.”

“제가 팬들을 너무 얕봤지 뭐예요. 설마 저 비를 뚫고 찾아올 줄 몰랐어요. 차를 타야만 올 수 있는 곳이라 비 오는 날은 적을 줄 알았거든요. 게다가 비 오는 날은 카페 영업이 잘 안되기도 하고요.”

“저건 지연이 직접 만든 레시핍니까? 아쉽네요. 저도 지연이 만들어 주는 수플레 팬케이크 먹고 싶습니다만.”

“…반죽부터 해야 하지만 괜찮다면 먹고 갈래요?”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한과의 미팅이 길어져서 당이 떨어졌던 참이거든요.”

예전부터 내가 해 주는 요리는 꼭 먹고 갔으면서.

이제는 후식까지 챙겨드시네.

지연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애런을 보고 피식 웃었다.

“지한이 너는 뭐 먹을래?”

“나는 안 챙겨줘도 돼.”

“그럴 수 있나. 기다려. 네가 좋아하는 딸기 올려서 줄게.”

“응. 고마워.”

누나의 말에 지한이 웃었다.

잠시 후, 각자 두툼하고 푹신한 수플레 팬케이크를 챙긴 세 사람이 TV 앞에 나란히 앉았다.

다음 화에서 홍콩 여행을 예고하면서 다시 보기가 끝났다.

“방송으로 여행도 다녀오고. 카페하면서 팬들도 만나고. 생각보다 예능 괜찮았어. 다음에도 예능 출연해볼까?”

“여행 가서는 실컷 놀기만 했는데 다음 화부터 괜찮을까?”

“그건 나 PD님이 잘하시겠지. 카페도 일하는 것만 찍었는데도 시청률이 괜찮았어. 그리고 ‘꽃보다’ 시리즈도 평범한 배우들이 여행가는 걸 찍은 건데 반응이 좋았잖아? 괜찮을 거야.”

“그건 그래. 확실히 나 PD님이 실력이 좋으신가 봐.”

누나의 말에 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나 PD가 스타 PD로 불리는 게 아니었다.

평범한 일상에서도 특별함을 찾을 수 있는 창의력을 지닌 사람이니까.

“자. 두 분 모니터링이 끝났으면 이제 다시 일 얘기 좀 해 볼까요?”

애런이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느새 그의 몫으로 나왔던 수플레 팬케이크는 깔끔하게 사라진 상태였다.

“마벨에서 연락받은 거에 의하면 내년 2월쯤에 개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2월이요? 우리 CG 많이 써서 더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났나봐요?”

“이번 CG팀이 꽤 실력이 좋다더군요. 예상 작업 시간보다 일찍 끝날 것 같았습니다. 두 분이 촬영 기간을 당겨준 덕에 제작비를 아꼈다고 하더군요. 남은 돈을 전부 CG에 쏟아넣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구나.

그런데 아무리 우리가 출연자라고 하더라도 저런 내부 사정을 우리한테도 알려주는 건가?

지연이 애런을 힐끔 살폈다.

언제나처럼 여유롭게 살짝 미소를 띤 애런의 얼굴을 본 지연이 짐작했다.

저거 분명히 관계자 외 비밀일 거다.

정말이지 정보력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애런이 더 짙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번에 마벨에서 ‘드래곤 엠페러2’를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 내년에 리벤져스2를 찍을 거라고 하던데 거기에 지한이 합류해 줬으면 한다더군요.”

“저요?”

세상에. 내 동생이 리벤져스에 제의를 받다니.

지한이가 오스카상을 받거나 마벨의 영웅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거나 할 때도 놀랐지만 이번은 특히 더 놀랐다.

리벤져스는 마벨에서 가장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시리즈였다.

각양각색의 영웅들이 힘을 합쳐 위기를 물리친다는 만으로도 팬들이 기대하기에 충분했는데 실사화와 각색 또한 성공적이었다.

이러니 후속편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 역시 하늘을 찔렀는데 이 상황에서 지한이 출연한다는 것은 희소식이라고 할만했다.

“지한아. 잘됐다!”

“응.”

누나의 축하에 웃었지만 지한의 시선은 애런의 입에 향해 있었다.

“그래서. 누나는요?”

“나는 2편에서 죽었잖아. 이제 내 출연은 끝이지.”

“연의 말대롭니다. 리벤져스2에 출연하는 건 한, 당신뿐입니다.”

드래곤 엠페러의 주연은 지한과 케이티였지만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아마 에반과 아이린이 될 터였다.

그런 아이린이 2편에서 죽은 덕에 리벤져스에 출연하지 못한다니.

아이린과 같이 촬영하면서 즐거웠던 걸 생각한 지한이 시무룩한 얼굴이 되었다.

“마벨에서도 아이린 화이트의 인기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연의 하차에 제일 아쉬워 한 것도 저들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설정을 무시할 순 없는 법입니다.”

“애런의 말이 맞아. 나는 공식적으로 내년 2월에 죽음으로써 하차하는 거야.”

“죽어서 하차라니. 뭐야 그게.”

죽어서 하차라는 소리에 지한이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얼굴로 더욱 침울하게 어깨를 늘어트렸다.

“한은 연과 함께 촬영하고 싶은 겁니까?”

“그야. 누나랑 같이 연기하면 정말 좋거든요. 뭘 하든 다 받아줄 수 있으니까. 내가 자유롭게 연기해도 된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실제로도 연과 함께 있으면 한의 연기가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는 게 보이긴 하죠.”

한의 말에 애런이 무언가를 떠올리며 말했다.

저 두 사람이 나올 때마다 대중들의 반응이 좋은 건 그런 이유였던가.

그보다,

‘한의 말대로라면 저 두 사람은 더 높은 수준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거군.’

애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기분이었다.

연과 함께하지 않아도 연기 천재, 또는 괴물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한이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단 말이지.

‘연이 데뷔한 이후로 같이 연기 연습하는 걸 자주 보지 못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빨리 연기 쪽에 끌어들일걸.’

애런의 머릿속에 지연이 출연할 수 있는 작품 목록이 주르륵 올라갔다.

아직 제작 결정이 나지 않은 것, 투자 제안이 들어온 것, 회사에 출연 요청이 들어온 것 등.

기분 좋게 작품을 고르고 있을 때 애런이 한 가지 일정을 떠올렸다.

“아. 휴가 온 두 사람에게 말하기는 미안하지만 두 사람 앞으로 자선 파티 초대장이 왔습니다.”

“우리 앞으로요?”

“자선 파티에 꼭 가야 하나요?”

그동안 우리 앞으로 자선 파티에 대한 초대장은 꽤 자주 들어왔었다.

다만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나이었고, 미국에서는 촬영이나 휴가 정도의 목적으로만 방문했기에 굳이 참여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이었다.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곳도 있고, 기부금만 전달한 적도 있었다.

“한번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아직 여러분의 인지도와 명성에 비해서 알려진 게 많지 않다는 거 알고 계시죠? 두 분 다 이제 공식적으로 성인이 되었으니 더 이상 예전처럼 사생활을 전부 숨길 순 없을 겁니다. 대외 활동도 많이 하셔야죠.”

“알아요. 그래서 뉴튜브 계정도 개설했는걸요.”

“예능도 출연했는데.”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애런이 단호하게 말했다.

둘의 팬들은 전 세계에 퍼져 있었고, 고작 한국에 있는 예능 몇 편 출연한 것으론 전 세계에 있는 팬들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개인 채널 역시 따지고 보면 지연의 채널이었지 연과 한의 공동채널이 아니었다.

“둘은 더 자주 카메라 앞에 노출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지금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니요. 더 많은 노출이 필요합니다. 귀찮게 생각하지 마세요. 때로는 많이 노출되는 편이 더 안전할 수 있으니까요.”

애런의 말에 둘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같은 방향으로 기울였다.

누가 남매 아니랄까 봐 반응이 비슷한 둘을 본 애런이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삼켰다.

‘당분간은 많은 사람의 시선 속에 있는 편이 좋겠지.’

둘을 두고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한국에 있는 공 사장이 연락하지 않아도 두 사람의 동향 정도는 손바닥 위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니까.

퀸즈를 할리우드에서 이름난 에이전시로 키우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두 사람을 한국에 있다고 해서 그냥 둘 순 없지 않은가.

퀸즈는 언제나 두 사람을 VVIP으로 대우하고 있었다.

“참고로 두 사람이 참가할지도 모른다고 하니 프랑수와에서 이미 액세서리를 보내왔습니다. 셰넬과 다올, 아르니, 에메스 등 다른 명품브랜드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마음에 드는 걸 골라 보시죠.”

“아직 간다고 말도 안 했는데.”

“부담스러워.”

남매가 골라 보라며 태블릿 화면을 보여주는 애런을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부담스러워도 어쩔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이 그동안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 자주 안 나와서 저들이 얼마나 몸이 달았는지 아십니까? 탑엔터도 마찬가지겠지만 퀸즈에도 두 사람에 대한 연락이 끊임없이 온단 말입니다. 저희 좀 살려주시죠.”

“아. 퀸즈에도 연락 오는구나.”

“몰랐어요. 애런 고생이 많았겠네요.”

“네. 그러니 우릴 살려준다고 생각하시죠 공식 행사 몇 개만 참석해 주세요. 되도록 시간 오래 뺏지 않는 걸로 준비하겠습니다.”

“그 정도라면 뭐.”

“진짜 시간 오래 안 뺏는 거죠? 진짜 참석만 할 거예요.”

남매의 허락을 받은 애런이 두 사람이 참석할 만한 일정을 추렸다.

아무리 아시아 시장이 중요해졌다고 하지만 정통적인 시장은 서구권이었다.

자선 파티에 불과하지만 두 사람이 온다고 하면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재계에서도 주목할 것이다.

이미 둘은 그런 위치에 있었다.

그들의 말 한마디나 행동의 파급력을 실감하지 못하는 둘을 본 애런이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언제나 배우들을 서포트 하는 건 에이전트의 몫이지.’

그리고 자신은 유능한 에이전트였다.

* * *

두 사람이 자선파티에 나온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하나둘 참가 의사를 밝혔다.

할리우드 스타 중에서도 가장 만나기 힘든 이를 꼽자면 아마 이 두 사람이 아닐까?

둘의 고향이 저 먼 한국 땅이라는 것도 있지만 애초에 두 사람은 작품 활동 외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드물었다.

누군가는 팬심으로, 누군가는 홍보모델을 제안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자선파티에 참가하려고 할 때,

누군가는 악의를 품고 두 사람이 온다는 자선파티에 참가하려 했다.

“여기. 운이 좋았어. 어떻게 저 둘을 밖으로 끌어낼까 고민했었는데 저쪽에서 먼저 나서줘서 다행이야. 어때. 할 수 있겠어?”

“글쎄요.”

설렁설렁한 상대방의 말에 자선파티 초대장을 내민 남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봐. 지금 그딴 소리가 나와? 누구 때문에 여기까지 와서 이 초대장을 힘들게 구했다고 생각해.”

“물론 알죠. 이 모든 게 다 ‘오지한에게 목줄을 채운다.’ 때문이잖아요? 그리고 이번 일로 더 오지한의 약점을 쥐어야 하는 이유를 아셨을 텐데요.”

남자가 상대방을 노려봤다.

저놈을 돕기 위해 지원 나왔지만 이번 일로 오지한이 할리우드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에게 시계 하나, 옷 한 벌 입히기 위해서 안달이 난 브랜드 관계자며, 꽤 유명한 기업들도 그의 얼굴 한 번 보기 위해서 줄줄이 자선파티에 참가 의사를 밝혔다.

오지한은 그저 유명한 배우 아니었던가?

한 명의 배우가 이 정도의 영향력을 끼친다고?

연예계 인사들을 얕잡아 보고 있던 사내는 윗선에서 왜 오지한의 목줄까지 채워가며 그를 이용하려는지 이번 일로 깨달았다.

“이 일에 들어간 인력과 자금이 적지 않아. 꼭 성공해야 할 거다.”

“저도 알아요. 하지만 상대가 상대니까 한 번에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탑엔터와 퀸즈 말인가.”

남자가 남매의 소속사를 말했다.

저 둘이 두 사람의 뒷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쪽에서 엔터업계를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고작 뒷배경 때문에 이 일이 힘들 거라고 생각하다니.

도와준다고 붙여준 게 저딴 놈이라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저런 놈이여도 오지한과 지연을 상대하기 위해선 필요했다.

진짜 상대가 그 남매라고 말해줘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겠지.

“아무튼 만만한 상대가 아니에요. 게다가 여긴 미국이니까요.”

“그래서 초대장까지 마련해 줬는데 힘들다고 하는 거면 나는 널 대신해 다른 방법을 알아볼 거다.”

“초대장을 허투루 쓸 순 없죠. 그건 뭐랄까. 미끼를 던지기 위한 수단?”

“미끼?”

“네. 미끼를 던지기 위해서는 일단 만나야 하니까요.”

“일단 네 말대로 해 보지. 만약 성과를 내지 못하면 넌 그냥 돌아가지 못할 거야.”

남자가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

협박인가?

뭘 새삼.

나도 그년을 망가트리지 않고 그냥 돌아갈 생각 없거든.

눈앞의 상대가 무서웠음에도 민혁은 물러나지 않았다.

상대의 위협에 몸을 떨면서도 민혁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저도 그냥 돌아갈 생각 없어요.”

지연. 그년이 자신의 모든 걸 다 망쳤으니까.

자신의 미래, 부, 명성 모든 걸!

그랬는데도 자신은 찍소리도 못하고 숨죽여 살았어야 했다.

고작 말 한 번 건 것 가지고 내 인생을 망쳐?

민혁의 입술이 비틀렸다.

“갚아줘야 할 게 있거든요.”

내가 지옥에 떨어졌던 만큼 너도 똑같이 지옥에 떨어져야 했다.

이번에야말로 널 짓밟고 나는 다시 한번 화려하게 비상할 거야.

민혁이 허공을 보며 웃었다.

225. 자선파티 (2)

“애런. 우리 자선파티 가는 거 맞죠?”

“어디 시상식 가는 거 아니에요?”

고작 자선파티 한 번 가는 건데 시상식 못지않게 화려하게 준비했다.

이런 자리에 처음 가는 지연과 지한으로서는 옷차림이 낯설었다.

원래 이렇게 하고 가는 건가?

이것도 파티라서 그런 거야?

그동안 후원금을 보낸 적은 있어도 이런 자리에 직접 가는 건 처음인 두 사람이 어색하게 서 있었다.

어색한 모습마저 완벽한 두 사람을 본 애런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폈다.

‘흠. 이 정도면 파티의 주인공은 따 놓은 당상이군.’

이정도면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들어올 것이다.

아마 파티에 있는 모든 사람이 연과 한을 주목하겠지.

완벽한 조각을 한 조각가가 이런 기분일까.

애런이 뿌듯하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민 남매를 보았다.

“시간이군요. 이동하실까요?”

“아.”

“벌써 지친 거 같아.”

아직 파티장에 가지도 않았건만 벌써 피곤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지연이 초대장을 살폈다.

소아암 환자를 위한 자선파티 내용이 보였다.

소아암이라.

생각해 보니 지한이도 예전에 백혈병 아동 역할을 맡은 적 있었지?

지연이 고개를 돌려 동생을 쳐다봤다.

연기를 위해서 저 머리카락을 전부 다 밀어버렸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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