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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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다 고생했어요.”

땡볕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지연이 손수 특제 수박 주스를 만들었다.

진하게 갈린 수박 주스가 잔이 달린 투명한 유리컵에 담긴 모습이 탐스러웠다.

유리컵 표면에 맺힌 물방울을 보고 채연과 로건이 침을 꼴깍 삼켰다.

“이거 먹으면서 해요.”

“고맙습니다!!”

#이거 저도 주는 겁니까?#

#당연하죠.#

#감사합니다.#

과하게 고마워하는 두 사람을 본 지연이 조금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힘들게 일한 상이에요. 처음이라 힘들었을 텐데 두 사람 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거 보고 놀랐어요. 다시 봤달까. 아무튼 멋졌어요. 채연 씨랑, 로건 씨.”

지연의 칭찬에 채연과 로건은 찡한 감정을 느꼈다.

뭔가 대단한 인정을 받은 기분이었다.

“저, 더 열심히 할게요!”

#한국어 얼른 배워서 더 빨리 일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수박 주스의 효과가 과한데?

겨우 수박 주스 하나 만들어줬을 뿐인데 뼈를 깎을 각오로 말하는 두 사람을 보고 지연이 잠시 멈칫했다.

내가 주스에 약이라도 넣었던가?

“누나. 수박 주스도 메뉴에 넣을 거지?”

“응. 어때?”

“시원하고 진해서 좋아. 역시 여름에는 수박이지.”

“그렇지? 반응이 좋은 거 같아서 다행이야.”

“이제 남은 건 잔디 모종 심고 외벽만 청소하면 되려나?”

“먼지가 좀 쌓인 정도니까 물청소만 하면 될 거야.”

“오늘은 청소만 하고 내일은 메뉴 테스트하면 될까? 자기 전에 준비해 놓고 자야겠다.”

“그거 하고 홍보 전단지 만들자.”

두 사람이 차근차근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커피 머신이나 오븐, 테이블, 냉동고, 제빙기 등등 필요한 설비는 다 준비되어 있었다.

문제는 진짜 그것만 있다는 거지.

텅 빈 내부를 보고 지연은 자꾸만 화가로서의 자아가 튀어나오려고 했다.

흠. 이 일도 나중에 밥 먹으면서 얘기해 봐야겠군.

“여러분 그런데 밥은 안 드시나요?”

“네? 밥이요?”

#밥은 제작진이 준비해 주는 거 아니었습니까?#

“하하하. 여러분 원래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알아서 밥을 챙겨 먹는다고 합니다.”

여기서 카페 직원의 서러움을 겪게 될 줄은 몰랐군.

우린 지금 예능 프로그램 촬영 중인데 말이야.

그래, 밥 쉽게 안 주거나 알아서 해 먹으라는 게 나 PD 예능의 특징이지.

“너무해요.”

#….#

채연과 로건이 원망스러운 얼굴로 나 PD를 쳐다봤다.

하지만 지연과 지한은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이었다.

그렇게 쳐다봐도 저 사람들은 좋아했으면 좋아했지, 쉽게 넘어가 줄 사람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있는 이상 절대 허술하게 밥을 먹는 일 따윈 없을 거다.

“다들 들어와요. 안에서 조금 쉬고 있으면 제가 밥해 올게요.”

“네에에? 지연 씨가 직접 밥을 한다고요?”

“어쩔 수 없잖아요. 채연 씨. 요리 잘해요?”

“자, 자취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잘은 못하지만 언젠가는!”

응. 송채연 부엌금지.

딱 봐도 요리해 본 적 없네.

그사이 통역을 들은 로건이 반색하며 물었다.

#지연이요? 좋습니다! 몇 인분이라도 먹겠습니다!#

“밥 먹고 나면 누나가 디저트도 줄 거래요.”

“카페 메뉴로 어떨지 의견을 구하고 싶어서 주는 거지만.”

“디저트! 지연 씨는 정말 못 하는 게 없네요.”

채연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했다.

그래. 역시 밥 주는 사람이 최고지?

촬영할 땐 내 말만 잘 들으렴.

세 사람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하얀 내부를 본 사람들이 어색한 얼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밖은 그렇게 엉망이었는데 안은 멀쩡하다니. 뭔가 적응이 안 돼요.”

#?#

“그리고 너무 휑한 거 같아요. 뭐랄까. 그, 언덕 위의 하얀 집 같달까.”

#?#

채연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로건이 갸우뚱거렸다.

귀에 꽂힌 수신기가 울리더니 통역을 받았는지 로건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녀의 말이 맞습니다. 안은 카페가 아니라 병원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뭔가 그림이라도 있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림이라면.

지한의 시선이 지연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약 12년 동안 영어 교육을 받아온 채연이 로건의 말을 알아듣고 지한과 똑같이 지연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안 그래도 하얀 도화지 같아서 뭔가 그리고 싶었는데 제가 그려도 괜찮을까요?”

지연의 말에 세 사람과 제작진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드디어 베일에 감춰진 지연의 작업 장면이 공개되는 것인가!

개인 뉴튜브 채널에도 공개되지 않은 것이 최초로 공개된다는 소리에 나 PD의 얼굴에 함지박 한 미소가 걸렸다.

“저는 괜찮아요.”

#그림이라니. 지연 씨는 정말 재주도 많군요.#

지연에 대한 두 사람의 호감도가 오르는 게 보였다.

좋아. 앞으로 계속 이런 식으로 길들이면 될 거 같아.

계획대로 두 사람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 것 같아서 지연이 뿌듯해졌다.

육체가 고되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육체의 고됨을 맛있는 음식과 다른 걸로 달래준다.

훌륭한 정신 빼놓기 계획이었다.

“그럼 지한아. 밖에 청소하는 거랑 잔디 모종 심는 거 네가 맡아줄래?”

“알았어. 누나는 그림 그리려면 필요한 게 있지 않아? 화방에 갈 거면 같이 갈까?”

“괜찮아. 나 운전면허 있는 거 잊은 거 아니지? 화구 사는 건 나 혼자 할 수 있어.”

“괜찮으시면 화구는 저희가 사 오겠습니다.”

나 PD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웬일로 순순히 준비해 준다고 하는 거지?

나 PD의 적극적인 태도에 4인방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대신 카페 옹달샘을 상징하는 표지판을 그려주시겠습니까?”

그럼 그렇지.

조건 없이 뭔가 해 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도 화구 사느라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단 나을지도.

“정말 그거면 돼요?”

“네. 들어오는 입구에 세울 거라서요. 정말 그거면 됩니다.”

“진짜에 진짜요? 또 우릴 속이는 거 아니에요?”

“진짜에 진짭니다.”

채연이 수상하다는 듯이 계속 물었지만 나 PD는 꿈쩍도 하지 않고 말했다.

일단 수상하지만 믿어볼까.

“화구는 제작진이 사 준다고 했으니까 밥부터 먹읍시다.”

지금은 밥 먹는 게 더 중요하다.

지연의 말에 세 사람이 나 PD에게서 흥미를 잃었다.

밥은 잘 먹어야 하니까.

고된 노동 뒤에 찾아온 식사 시간은 가뭄의 단비처럼 달았다.

215. 세상에 나쁜 애는 없다 (1)

배고파하는 이들을 위해 지연이 준비한 것은 빠르게 준비할 수 있는 파스타와 흑돼지 삼겹살 구이였다.

소스를 만들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이 기성품을 이용해 만들었는데도 모두 맛있게 먹어주었다.

역시 요리하는 사람이 가장 뿌듯한 순간은 자신이 만들 요리를 모두가 맛있게 먹어주는 때겠지.

이윽고 후식으로 내온 애플망고 빙수와 아이스크림 와플을 본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이거 전부 지연 씨가 직접 만들 거예요?”

#세상에. 너무 예쁩니다. 절 위해서 이렇게 멋진 디저트를 만들어 주시다니!#

#로건을 위해서 만든 게 아니라 카페 메뉴를 위해서 만든 거예요.#

지한이 로건의 착각을 정정해 주었지만 이미 입에 새콤달콤한 애플망고 빙수를 입에 넣은 로건의 귀에는 닿지 않았다.

숟가락을 들어 디저트를 한 입 맛보는 세 사람을 지연이 살짝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봤다.

“어때요?”

“정말 맛있어요! 최고예요! 집으로 싸가고 싶을 정도예요.”

#…천상의 맛입니다.#

집으로 갈 때 싸가고 싶다며 ‘얼마면 돼?’를 외치는 채연과

한 숟갈씩 먹을 때마다 눈물을 흘릴 것처럼 글썽이는 로건을 본 제작진들이 맛을 궁금해하며 기웃거렸다.

꿀꺽

“나 PD님. 지연 씨 디저트가 그렇게 맛있어요?”

“나도 몰라.”

“예? 아니 카페 메뉴라고 가져올 정돈데 왜 몰라요?”

“아니. 나도 바리스타 수업하는 것만 촬영했었다고. 디저트는 따로 레시피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단 말이야.”

“그럼 저게 첫 시연이란 말이에요? 아니, 맛없으면 어쩌려고 확인도 안 하셨어요?”

”빙수라는 게 실패해도 큰 지장이 없을 거 같아서.”

어차피 카페는 커피 맛이 제일 중요하다며 지금이라도 빙수랑 와플이 맛있는지 알았으면 되지 않냐고 말하는 나 PD를 보고 메인 작가가 눈을 흘겼다.

이 인간. 분명 실패하면 실패한 걸 그대로 내보낼 생각이었던 게 틀림없었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긴 하지.’

누가 나윤석 사단이라고 불리는 메인 작가 아니랄까 봐 생각하는 것도 나 PD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 이렇게 나 PD를 꾸중하는 것도 다 저 디저트를 사전에 맛볼 수 없었던 아쉬움에 하는 말이었다.

미리 알았으면 촬영한다는 명목으로 맛 좀 볼 수 있었을 텐데.

메인 작가가 아쉬움에 입술을 핥는 사이 지연이 폭탄선언을 했다.

“저녁에는 더 맛있는 거 보여줄게요.”

“더 맛있는 거?”

“What?”

모두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연을 보았다.

지한이 출연진들이나 제작진들이나 다를 바 없는 모습에 웃음을 삼켰다.

‘아직 누나의 비장의 무기는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푹신푹신하고 부드러웠던 감촉을 떠올린 지한이 홀로 모든 걸 아는 자로서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

* * *

지연의 폭탄선언과 함께한 점심시간이 끝났다.

맛있는 디저트를 더 맛있게 먹을 거라며 청소조가 의욕을 불태웠다.

아직 화구가 없기도 해서 지연 역시 외벽에 물을 뿌리는 이들을 도왔다.

스으윽, 스으윽

지연이 창문 닦이를 들고 사다리에 올라타 창문을 닦는 로건을 올려다봤다.

카페로 활용될 1층의 벽면 하나가 전면 창이어서 꽤 높을 텐데 로건은 무서워하지 않고 묵묵히 팔을 움직이고 있었다.

프로레슬링을 해서 그런가?

‘왜 이렇게 겁이 없지?’

<카페 옹달샘>에 출연하는 것도 그렇다.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이 출연하고 한국어로 대화하며 한국 사람들이 주로 보는 프로그램.

그런 곳에 말도 안 통하는 사람이 출연하기로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다.

지연은 문득 궁금해졌다.

로건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프로그램에 나온다고 했을까.

#로건은 왜 ‘카페 옹달샘’에 출연한 거예요?#

#예?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그야. 말이 안 통하는 곳에서 촬영하는 거잖아요. 무섭진 않았어요?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하는 곳에서 혼자 고생해야 했잖아요. 앞으로 프로그램을 촬영하면 계속 그런 일이 일어날 텐데 괜찮겠어요?#

지연의 말에 로건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했다.

#글쎄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웃고 싶은데 못 그럴 땐 조금 힘들긴 하죠. 하지만 제가 선택한 길입니다. 해내야죠.#

#대단하네요.#

전직 프로레슬러여서 그런가 마인드가 달랐다.

첫인상만 아니었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사이로 지냈을지도 모를 정도로 훌륭한 마음가짐이었다.

‘이런 사람이 왜 꼰대처럼 굴었던 걸지?’

지연이 혼자 의문을 삼키고 있을 때 로건은 낯선 곳이란 긴장이 풀렸는지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대단하지 않습니다. 사실 전 겁쟁이였거든요.#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에 지연이 쫑긋 세웠다.

#겁쟁이요? 로건이요?#

#하하. 안 믿기시죠? 다들 제가 이런 말 하면 놀라더군요.#

#그야 로건은 촬영할 때도 본인이 직접 스턴트 하겠다고 하기도 했고, 전직 프로 선수기도 했잖아요? 그리고 방금도 다른 나라 프로그램에 나오는 게 무섭지 않냐고 했을 때 안 그런 것처럼 보였으면서. 겁쟁이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걸요?#

#그거야. 안 그런 척하는 거죠.#

할리우드에서 터프함으로는 제일가는 배우가 이런 말을 하다니?

지연이 크게 뜬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지연 씨는 제가 왜 운동을 시작했는지 아십니까?#

#잘 모르겠어요.#

#사실 제 아버지로부터 절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의외의 말에 지연이 침묵했다.

#제 아버지는 뭐랄까. 참 패배자 같은 분이셨습니다. 술만 마시면 폭력에 자신이 이렇게 사는 건 다 다른 나라에서 온 놈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뺏어서 그런 거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사실은 그게 아니었는데 말이죠. 비겁하고 능력도 없고 피해의식만 가득했습니다.#

로건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냉소적으로 말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는 꿋꿋이 팔을 움직여 창문을 닦고 있었다.

#술을 먹고 자신을 때리는 아버지를 어머니는 참지 못했습니다. 결국 아버지와 이혼했고, 다정하고 잘생긴 남자와 재혼했다고 들었습니다. 왜 절 안 데려갔는지는…말씀해 주지 않으셨지만 커 보니 알 거 같더군요. 제가 아버지를 닮아서 데려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긋지긋한 가정폭력.

남편과 닮은 아들.

다정하고 잘생긴 새 남편.

로건의 어머니가 왜 로건을 데려가지 않았는지 이해하고 싶진 않았지만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어머니를 이해했습니다. 저도 아버지가 싫었거든요. 문제는 이혼 이후 아버지와 함께 할머니 댁에 같이 살게 되었다는 겁니다. 아버지는 여전히 술만 먹으면 절 때렸고, 힘없는 할머니는 그걸 말릴 수도 없었죠. 그러다 보니 저는 어느새 어머니를 원망하게 되었습니다.#

#….#

#그때부텁니다. 맞지 않기 위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내 몸을 지킬 수 있는 건 나뿐이라는 걸 알았죠. 운동하면서 저는 점점 아버지를 제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좋았죠. 그렇게 승승장구했죠. 더는 절 괴롭힐 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허튼 생각이었지만.#

로건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

지연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로건이 왜 잘생긴 남자를 보고 시비를 걸었는지.

왜 여자들을 보고 그렇게 얕잡아 보았는지.

그리고,

#제가, 어느새 아버지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걸 깨달았거든요. 나도 모르게 아버지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왜 그가 가부장적이고 인종차별적이었는지도.

로건은 그의 아버지와 똑같은 모습으로 자랐던 거였다.

#그때 기억하십니까? 지연이 처음으로 NG를 많이 낸 날.#

#기억해요.#

#그날 이후 머릿속에 끼어 있던 짙은 안개가 걷힌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니에요. 미리 합을 안 맞춰본 거 때문에 NG가 많이 난 것뿐인걸요.#

#그것도 제 탓 아닌가요?#

진짜 로건이 많이 변했나 봐.

저런 말도 다 할 줄 알고.

#지연과 같이 촬영을 할 수 있었던 건 내 생에 다신 없을 행운이었습니다.#

로건이 창문을 닦던 팔을 내리고 지연을 내려다봤다.

제주도의 뜨거운 햇살을 뒤로 한 로건의 얼굴이 눈부셨다.

#얘기가 돌아왔네요. 아무튼 중요한 건 그날 이후 제가 왜 운동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는지를 떠올렸단 겁니다. 무서워하기만 해서는 이겨낼 수 없다. 그걸 다시 떠올렸죠.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게 무섭지 않았습니다. 제가 선택한 길이니까요.#

그냥 우릴 따라다니려고 프로그램에 출연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로건이 나랑 같이 운동하고 싶다고 한 것도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제안한 거였나?

내가 그에 대해 너무 색안경을 끼고 있었던 모양이다.

#로건은 참 대단한 사람이네요. 다시 봤어요.#

#예, 예?!#

지연의 말에 로건의 얼굴이 화르륵 불타올랐다.

8월의 햇살이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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