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뒤풀이 파티에서 로건이 접근하는 걸 막았으면 좋겠어요.”
“오케이. 내가 지연의 옆에 꼭 붙어 있을게.”
“저도 떨어지지 않겠습니다.”
지연의 밀착 경호를 예고하며 세 사람이 눈빛을 주고받았다.
자신들이 배우라는 걸 잊은 건지.
영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저쪽에서 진짜 지연이한테 관심이 있어서 번호 달라고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잖아.”
“형.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진짜 그런 거면 어떻게 하려고요! 아까 그놈이 지연을 보는 눈 못 봤어요?”
“수상했습니다. 접근을 차단해야 합니다.”
극성엄마를 연상시키는 것 같은 세 배우의 모습에 영훈이 손을 저으며 웃었다.
“에이, 설마 그런 드라마 같은 전개가 있으려고. 아까 운동 얘기하는 거 못 봤어? 관심 있는 사람한테 운동 좋아하는지 왜 물어봐. 첫 멘트가 최악이잖아.”
“제가 드라마에서 봤는데 한국 속담에는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 하다’라는 말이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형이 그랬지. 만약 현실에서 괴롭히던 상대가 고백하면 어떨 거 같냐고.”
조용히 이어진 지한의 말에 다른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영훈을 향했다.
“어…?”
에이 설마.
내가 그렇게 말했다고 이런 일이 벌어진 거겠어?
하하하하.
영훈의 등줄기를 타고 한 방울의 땀이 흘러내렸다.
209. 내 스토커는 유명배우? (1)
[오지한·지연 ‘드래곤 엠페러2’ 촬영 종료, 귀국]
[[포토] 지연 ‘민낯도 여신 그 자체’(공항패션)]
[[포토] 오지한 ‘공항에 나타난 마피아 보스 후계자’ 올 블랙 패션도 센스 있게]
[‘벤데타’ 방송 7화 만에 시청률 30% 달성. ‘사전제작’의 힘인가]
[‘벤데타’ 안방 집어삼킨 비결은?]
[‘벤데타’ OST ‘대인저러스 러브’ 음원차트 주간 1위]
지연과 지한이 촬영을 끝내고 오자 대한민국은 또 한 번 들썩였다.
그도 그럴 게 첫 방송부터 수목드라마 1위를 점령하더니 매 화 자체 시청률을 갱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벤데타가 한국 드라마에 새로운 지평을 열 거란 의견도 나오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벤데타의 주인공이자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스타 남매가 할리우드 촬영을 마치고 귀국했다는 소식에 팬들은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 나도 공항에 마중 나갈걸. 어떻게 맨얼굴인데도 이렇게 예쁘고 잘생겼지? 역시 신이 내린 미모이다.”
“무슨 소리야. 신이 내린 게 아니라 신이다. 프랑수와 광고 못 봄?”
“아차! 내가 감히 불경하게. 쏘리.”
“지연이랑 지한이도 귀국했으니까 이제 인터뷰랑 TV에 많이 나와주겠지?”
“나도 빨리 두 사람이 TV에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어디 예능 고정으로 출연해 주면 안 되나?”
“방송국 뭐하냐. 섭외 안 하고!”
이렇게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니 방송가 역시 두 사람을 섭외하기 위해서 안달이었다.
“거기 탑엔터에서는 뭐래?”
“아직 연락 없습니다.”
“안 되겠다. 내가 직접 가야겠어.”
“네? 국장님이 직접요?”
“왜. 뭐. 그럼 네가 가서 섭외해 올 거야? 너희가 가도 만나기 힘들다며.”
“아닙니다. 저도 같이 가자고 할랬죠. 언제 갈까요?”
“지금 가야지.”
“국장님! 지금 SBC에서 오지한과 지연 섭외하려고 국장이 움직였답니다.”
“치사한 놈들이! 선수를 쳐?! 최 PD. 당장 움직여!”
“옙!”
이렇게 대한민국이 두 사람으로 난리일 때, 둘은 반려동물과 함께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어머. 저기 봐. 고양이가 산책하네.”
“옆에 개도 모델 같다. 마구마구 쓰다듬고 싶은데.”
하네스를 차고 산책하는 고양이와 개를 본 시민들이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가벼운 차림을 한 남매를 알아보는 이들은 드물었다.
가끔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태연하게 행동하는 둘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요새 영훈이 형이 많이 바쁜가 봐.”
“왜?”
“산책 잘하고 있다고 하니까 살려 달라고 답장이 왔어.”
“흐하핫.”
예전에는 우리가 산책하러 간다고 했을 때 걱정부터 하더니.
지금도 경호원분들이 사복 차림으로 주위에 있을 테지만 그간의 경험으로 우리가 작정하고 숨기면 들키기 쉽지 않다는 걸 깨달은 거다.
무슨 연기력을 그런 데 쓰냐고 저번에 뭐라 했던 거 같은데.
뭐, 어때?
냥냥!
왕!
“너희들 그거 먹는 거 아니야. 퉤 해. 퉤!”
“왜 길에 닭 뼈가 버려져 있는 걸까.”
“나도 모르겠다.”
지연이 모짜와 인절미가 관심을 보이던 닭 뼈를 발견하고 봉지에 주워 담았다.
닭 뼈가 사라지자 흥미가 떨어졌는지 모짜와 인절미는 다시 여기저기 둘러보며 걸어갔다.
“귀국하고 나서 우릴 찾는 데가 많은 거 같더라니. 은주 언니도 요즘 인터뷰 목록을 한 뭉텅이로 가져오더라.”
“누나는 인터뷰만 받는데 나는 왜 촬영 섭외까지 오는 거야.”
“요즘 화제의 드라마의 주인공 아닙니까. 당연한 얘기지.”
“하아.”
끝도 없이 밀려드는 일거리에 지한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누나 채널에 출연하면 안 될까?”
“나는 상관없어. 그래도 우릴 기다려준 팬들을 생각하면 한 번쯤 출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아.”
“으아아. 연기만 생각하면 좋겠는데. 누나 말대로 팬들을 생각하면 뭐라도 출연해야 할 것 같단 말이지. 그런데 뭘 하냐고.”
지한이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고개를 털었다.
들어오는 제안도 많은 만큼 고민도 깊어졌다.
“정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없으면 만들면 되지.”
“응? 그래도 돼?”
“사장님한테 도와 달라고 하면 만들어 주지 않을까?”
“우리 사장님이라면 그러고도 남지.”
남매가 서로의 얼굴을 보고 배시시 웃었다.
믿고 도움을 청할 어른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기분이었다.
“그럼 네가 뭘 하고 싶은지 정리해 봐. 일단 네가 하고 싶은 걸 알아야 프로그램을 찾든 만들든 하지.”
“응. 집에 가서 생각해 볼게.”
고민을 해결할 방법이 보이자 지한의 얼굴이 한결 편해졌다.
그때 앞서가던 모짜와 인절미가 두 사람에게 다가와 짖었다.
냥!
왕!
얼마 만의 산책인데 집중 안 하고 뭐 하냐는 듯한 두 동물의 울음에 남매가 피식 웃으며 주저앉았다.
“그래그래. 우리가 너무 우리끼리만 말했지?”
왜앩
“미안해. 오늘은 원하는 만큼 산책해 줄게.”
앙왕!
지연과 지한의 말을 들은 둘이 기뻐서 폴짝폴짝 뛰었다.
다 큰 덩치로 치대는 인절미나 다리에 몸을 비비는 모짜나.
둘 다 기분이 풀린 것 같아 다행이었다.
“이제 일 생각은 그만두고 애들이랑 산책이나 할까?”
“좋아. 인절미! 달려!”
“질 수 없지. 모짜! 이길 수 있지?”
종과 체격 차이가 있음에도 둘은 진지한 얼굴로 뛰어나갔다.
그 뒤를 따라서 몸줄을 잡은 지연과 지한도 달렸다.
* * *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엔터테인먼트로 성장한 탑엔터.
그곳은 오늘도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섭외 전화로 바쁘기 그지없었다.
탑엔터의 대표 연예인인 오지한과 지연의 귀국 기사가 올라왔던 날 이후, 탑엔터의 전화기는 전화선을 뽑았을 때를 제외하고 한 시도 멈춘 적이 없었다.
“한 팀장이 또 화내겠군. 아직 섭외 요청을 받아들인 곳이 없어서 그런 거겠지?”
“네. 어느 곳에서도 둘을 섭외했다는 프로그램이 없으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고 실장과 이 실장도 전화기에 불이 난다면서?”
“보조 배터리를 몇 개씩 들고 다니면서 전화를 받는다고 합니다.”
“쯧. 하여튼 방송국 놈들이랑 기자 놈들 끈질긴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단내를 맡고 모여든 벌레처럼 끝도 없이 몰려들었다.
이럴 땐 저쪽에서 원하는 것 하나 정도는 들어줘야 나중이 편하다는 걸 주민은 잘 알고 있었다.
“다행히 지한이가 괜찮은 프로그램만 있으면 출연할 의사가 있다고 했단 말이지.”
“네. 팬들이 좋아할 만한 거라면 어떤 포맷이든 상관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된 거 방송국 놈들을 이용해서 온라인 팬미팅이라도 할까?”
“방송국 서버가 터졌다고 전 세계에 기사가 나겠군요.”
남 비서의 말에 주민이 빙그레 웃었다.
‘벤데타’ 덕에 아시아 팬들의 반응이 심상찮은 시점이었다.
게다가 ‘드래곤 엠페러’의 후속편을 기다리는 마벨의 팬들도 많았다.
이렇게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도 팬들은 부족한지 두 사람을 더 보여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보여 달라니 보여 줄 수밖에. 이참에 각국 관광부에서 온 연락까지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으면 더 좋겠군.”
“JBC에서 여행을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최근 방영해서 꽤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좋아. 일단 그쪽에서 제안 들어온 거 있나 확인해보고. 지한이가 하고 싶은 게 생길지 모르니 조금 더 지켜보자고. 그리고 각 방송국 별로 출연할 만한 프로그램도 추려보고.”
“알겠습니다.”
남 비서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했으니 다음 회의까지 정리돼서 보고가 올라올 것이다.
지연이랑 지한이가 출연할 프로그램을 결정하면 매니저들의 고생도 줄어들겠지.
요즘 다른 연예인들을 담당하는 매니저들에게도 이곳저곳에서 연락이 와서 힘들다고 했는데 그 고생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똑똑
“들어와.”
주민의 말에 탄탄한 몸을 슈트 아래에 감춘 남성이 들어왔다.
남매의 경호를 맡는 신형석 팀장이었다.
그가 회사에 들리는 일은 보고가 있는 날 외에는 드문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신 팀장? 무슨 일이지.”
“특이사항이 있어서 보고하러 왔습니다.”
신 팀장의 보고에 남 비서가 주민의 얼굴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심사가 좋지 않은 게 대번에 보였다.
주민이 불편한 심사를 숨기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특이사항이라면 사생팬이란 범죄자들? 아니면 파파라치 말인가?”
“둘 다 아닙니다.”
형석의 말에 주민의 눈썹이 비대칭으로 솟았다.
둘 다 아니면 누구지?
“상대가 어설퍼 금방 정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배우 송채연과 할리우드 배우 로건 와일로입니다.”
의외의 이름이 경호팀장의 입에서 나오자 주민이 자신도 모르게 놀란 감정을 드러냈다.
그 두 사람이 왜?
“그 두 사람이라면 보고 받은 적 있지. 송채연은 드라마 촬영 이후 지한이와 아무런 접점이 없었을 텐데? 그리고 이번에 영화 촬영에 들어가서 다른 배우와 합을 맞추고 있는 게 아니었던가?”
“그렇습니다.”
“로건 와일로 역시. 지연이한테 큰코다쳤다면서. 그런데 왜 여기까지 온 거지?”
“혹시 그게 아닐까요? 마지막 촬영 날. 로건 배우가 지연이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봤다고 하더군요. 한국에 갈 예정이 있다면서 같이 운동하지 않겠냐고 했답니다.”
“그딴 저급한 수작을 부린 게 왜. 설마?”
“안타깝지만 로건이란 배우가 지연이에게 관심이 많아서 한국까지 온 게 아닐까요?”
남 비서의 말을 들은 주민의 팔뚝에 힘줄이 불끈 솟았다.
혈압이 오르는지 뒷목을 주무른 주민이 살벌하게 눈을 뜨며 말했다.
“그 두 사람. 특급 경계 대상으로 올려.”
“네, 사장님.”
“남 비서. 두 사람에게 사람을 붙이지.”
“알겠습니다.”
어디서 감히 우리 애를 넘보려고.
우리 애를 가져가려면 100년은 이르다.
성문을 지키는 수문장 같은 기세로 주민이 허공을 노려봤다.
* * *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여배우 중 한 명이자 TV에서 벤데타의 주연으로 얼굴을 알리고 있는 채연은 며칠째 마주치는 한 인물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직 프로레슬러이자 현직 배우인 로건이 채연과 똑같은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
‘저 남자. 혹시 파파라친가?’
‘사생팬?’
안타깝게도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서로의 정체에 대해서 짐작하지 못한 두 사람이 오해가 가득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카페에서 지연과 지한이 나갔다.
남매가 나가자 모자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두 사람이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뒤따라갔다.
그러나 두 사람의 행동은 엉성하기만 해서 누가 봐도 수상한 사람으로 보였다.
“저 두 사람. 오늘도 있네.”
“무시해. 아는 척하면 다가올지도 몰라.”
“저 사람들은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걸까?”
“그럴지도 모르지. 하는 행동이 머리만 숨긴 타조 같지 않아?”
집 근처 단골 카페에서 특제 메뉴인 레몬크림케이크와 말차라떼를 사서 나온 남매가 두 사람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집으로 향하며 말했다.
지연이 폰을 들어 SNS를 살폈다.
[별별카페에서 지한이랑 지연이 봄!]
연차 쓰고 애들 단골이라는 별별카페 갔다!!!!!!
우리 애들 앉았다던 자리에서 사진 찍고 시시덕거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갑자기 광휘가 뙇!
카페 안에 있던 사람들 다 애들 발견하고 얼음 됐다가
후다닥 자리로 돌아가서 아무렇지 않은 척 차 마심.
28년 인생 살면서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대동단결한 건 2007년 지한이 남우조연상 받은 이후로 처음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
애들 들어와서 주문할 때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 다 고개 박고 귀 쫑긋 세웠음.
하. 나는 계 못 탈 줄 알았는데 인생 살고 볼 일이다. 꺄르륵!
└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거기 나 맨날 가는데. 왜 하필 오늘ㅠㅠㅠㅠㅠ
└반갑다 행성. 나도 거기 있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바라기도 거기 있었음. 반갑다 동지여ㅋㅋㅋㅋ
└덕계못이라며!! 덕계못이라며!!!!!!
└그래서 애들 뭐 삼?
└└ㄱㅆ) 레몬크림케이크랑 말차라떼. 근데 카페 안에 있는 행성이들이 다 사서 케이크 품절됨.
└나 거기서 송채연도 본 거 같음!
└└요새 송채연 영화 찍는다고 안 함?
└└마즘. 그런데 최근 우리 애들 목격담에 송채연도 자주 뜸.
└나도 애들 올 때 별별카페 있었는데 애들 뒤따라서 송채연이랑 로건 와일로도 들어오더라.
└└로건 와일로? 내가 아는 그 로건 와일로? 이번에 애들이랑 같이 촬영한 그 로건 와일로?
└└└그 로건 와일로 맞음.
잘나가는 배우들한테 스토킹 당한다는 게 온 세상에 알려졌다.
지연의 눈매가 날카롭게 가늘어졌다.
210. 내 스토커는 유명배우? (2)
탑엔터에서 지한이 출연할 프로그램을 찾는다는 소문이 들리자 방송사별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안하기 위해서 기획서를 들고 찾아왔다.
그 콧대 높은 방송국 사람들이 기획서를 들고 두 발로 찾아간다는 걸 듣게 될 줄이야.
엔터업계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이 무너지는 듯한 소식에 혀를 내둘렀다.
“탑엔터가 대단하긴 대단하네.”
“오지한이랑 지연이잖아. 솔직히 잡기만 하면 대박이 나는데 어느 방송국에서 두 사람을 거절하겠어. 너 이번 주 벤데타 시청률 봤냐? 지난 주보다 더 올랐더라.”
“세상에. 저번 주도 35%에 넘었다고 난리였는데. 그럼 이번에도?”
“그래. 이번 주에 38% 찍었단다.”
“이러다가 진짜 끝날 때 40% 넘는 거 아니야?”
“그럴지도 모르지. 12화까지 나왔으니까 끝날 땐 진짜 40% 넘겠는걸?”
“작년에 ‘태품달’이 시청률 다 잡아먹더니 올해는 ‘벤데타’냐. 우리 애도 그런 작품을 찍어야 하는데.”
엔터 업계 종사자들의 한숨은 깊어만 갔다.
그리고 오늘도 탑엔터 문턱이 닳도록 방송국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지한을 담당하는 배우 3실이 있는 곳.
이곳에서 영훈은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찾아오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고 실장! 우리 알지? 말만 해. 뭐든 다 출연시켜 줄 수 있어. 런피플 어때? 지한 씨가 출연만 해 준다면 제작비 빵빵하게 지원해 줄 수 있어! 해외 촬영도 문제없다고! 지연 씨도 나오면 제작비 따따블!”
오늘 첫 타자는 SBC 기성욱 국장이 와서 말했다.
저번에 런피플 촬영 이후 처음이었다.
SBC와는 예전부터 예능으로 자주 엮인 사이긴 했지.
애들도 꽤 재밌어했고, 한 번 더 출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아이고 지금 우리 애들 출연 잘하고 있잖아? 드라마 국장이 지한 씨한테 잘하라고 어찌나 성화던지. 말만 해. 우리 대표 예능 알지? 예능으로 시청률 41% 넘긴 그거. 원한다면 2박 3일 특별편 편성할게!”
지금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는 KBC니 시너지 효과는 좋을 것이다.
대표 예능에 출연한다면 시청률도 보장될 테고.
하지만 거기는 야외 버라이어티라 지한이를 보내기에 마음이 걸린다.
시즌2로 넘어가면서 예전 같은 위상도 사라졌고, 이제는 시청률 방어하기에 급급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영훈의 얼굴에 망설임을 읽은 KBC 예능국장이 재빨리 말을 바꿨다.
“그게 아니면 지한 씨만을 위한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