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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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사진을 찍든 말든 인터뷰를 하는 세 사람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계속 대화했다.

“악으로 악을 제압한다. 벤데타의 메시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소재인데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떠셨나요?”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소재이긴 하죠.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악에 대해 응징을 가하고 싶어 하는 걸 알았어요. 누나는 사이다라고 하더라고요.”

“지연 씨가요? 지연 씨. 왜 사이다라고 한 거죠?”

“우린 어릴 때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고 배웠잖아요. 그런데 커가면서 다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았을 거예요. 사회에 나와보니 나쁜 사람이 꼭 벌을 받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거죠. 그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셨던 분들이 나쁜 놈들이 벌 받는 걸 보면 막힌 게 쑥 내려간 느낌일 것 같아서 사이다라고 했어요.”

“사이다라. 좋은 표현이네요.”

지연의 말에 슬기가 다이어리에 메모하면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게 지한을 중심으로 간간이 지연이 한두 번 대답하는 인터뷰가 진행됐다.

1시간을 꽉꽉 채운 인터뷰가 끝나갈 때 드디어 한 기자가 마지막 질문을 했다.

“‘드래곤 엠페러2’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시겠어요?”

“‘드래곤 엠페러’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랑 지한이가 열심히 촬영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그럼 ‘드래곤 엠페러’가 개봉할 때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긴 시간 수고하셨습니다.”

인터뷰를 끝낸 세 사람이 서로에게 인사를 했다.

매일일보 전설과 월드스타의 인터뷰를 본 신입들은 많은 것을 배웠는지 조금은 기자다운 눈을 한 채 악수를 나누는 세 사람을 지켜보았다.

역시 백 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더 도움이 되었다.

신입에게 좋은 현장학습을 제공한 두 월드스타를 위해 슬기는 작은 선물을 주고 싶었다.

“너희들은 여기 정리하고 있어. 현장 촬영하는 것 좀 물어보고 올게.”

“네, 선배님.”

“다녀오세요.”

“여긴 저희가 말끔하게 치워놓겠습니다.”

신입들이 군대에 갓 들어온 이등병처럼 각 잡힌 태도로 세 사람을 배웅했다.

사람들과 조금 멀어지자 한 기자가 남매를 멈춰 세웠다.

이미 그녀의 눈짓으로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안 지연과 지한이 순순히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우선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인터뷰해 주셔서요.”

“아니에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저희도 마침 잘됐다고 생각했어요.”

“한 기자님 덕에 ‘드래곤 엠페러’도 홍보했고, 서로 윈윈이죠.”

유쾌한 남매의 말에 슬기가 뿌듯하게 가슴을 폈다.

어릴 때는 경계심 많은 꼬맹이이었는데 이제는 이런 말도 다 할 정도로 컸다.

물론 그런 꼬맹이한테 밀릴 정도로 자신은 별거 아닌 초짜 기자였고.

오지한은 어릴 때부터 월드스타였다.

“아무튼 제가 두 분께 크게 전할 말이 있는 건 아니에요. 지금 벤데타가 너무 잘돼서 아마 송채연 씨와 지한 씨를 엮는 대중들이 많을 거예요. 요새는 드라마 팬미팅도 있으니까요.”

슬기의 말에 남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송채연 씨를 조심하세요.”

“왜요? 스캔들 날까 봐요?”

“네. 제가 봤을 땐 송채연 씨는 배역에서 잘 헤어 나오지 못하는 타입인 거 같더라구요.”

“메소드 연기자란 말씀이세요?”

한 기자의 말을 들은 지연이 귀를 쫑긋 세웠다.

지연이 그녀를 쳐다보고 대답을 종용하자 슬기가 입을 열었다.

“그 부분은 확답을 드릴 수 없어요. 그래도 송채연 씨가 작품 할 때마다 상대 배우와 염문설이 돌곤 했어요. 공식적으로 스캔들이 난 적도 있고, 소속사끼리 합의해서 숨긴 적도 있죠. 아무튼 송채연 씨랑은 드라마 스케줄 외에는 엮이지 않는 게 좋아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송채연 씨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그저 같이 드라마를 찍은 동료? 그 생각이 다예요.”

두 사람의 대답에 슬기의 얼굴에서 걱정이 조금 가셨다.

세상에 살다 보니 연예부 기자한테 스캔들 조심하라는 말을 다 들어보네.

어떻게 해서든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캐내려고 하는 게 그쪽의 주업무(?)일 텐데.

영훈 오빠가 이 사람과 인터뷰를 잡은 건 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라서 그랬나?

”일단 만날 자리가 있으면 조심할게요.“

”기사 잘 부탁드립니다.“

”맡겨 주세요.“

* * *

‘드래곤 엠페러’ 촬영 장면까지 찍은 한 기자는 그날 바로 기사를 송고했다.

오지한과 지연 게다가 할리우드 차기작까지 담긴 기사는 데스크를 프리패스 했다.

매일일보의 살아있는 전설 한슬기 기자의 인터뷰는 곧바로 화제가 되었다.

Q. 드라마로 복귀한 게 오랜만이다. 잘 지냈는가?

A. 벌써 3년 만이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다.

Q. 로맨스 장르를 출연한 적이 적다. 이번에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건 없었나.

A. 무려 미성년자일 때도 로맨스 드라마를 찍었다(웃음).

Q. 예고편 공개 이후 송채연 씨와의 케미가 화제가 되었다. 팬들이 ‘달살커플’이라고 부르는 건 알고 있나?

A. 달살커플이 무슨 뜻인가.

Q. 달콤살벌 커플이다. 마피아와 경찰 커플이라 보기 조마조마한데 설레기도 해서 지었단다.

A. 귀여운 이름이다. 연말 베스트 커플상을 노려보겠다.

자신과 관련된 인터뷰 질문은 그걸로 끝이었다.

이게 다라고?

진짜?

정말로?

꽈아악

“채연아?”

뒤에서 들린 소리에 실장이 채연을 불렀다.

미국까지 가서 오지한과 직접 인터뷰를 해 왔다는 한슬기 기자의 기사가 커뮤니티 곳곳에 퍼졌기에 채연도 그 기사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보지 말 걸 그랬다.

채연은 자존심에 상처가 난 것 같았다.

“채연아?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렇게 말했지만 채연의 눈은 인터뷰 기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진짜 이게 다야?

정말로?

나에 대한 건 이게 다야?

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날 보면서 가슴이 떨렸던 적이 정말 단 한 순간도 없었던 거야?

심지어 인터뷰 기사에 나온 사진은 지연과 지한이 아이린과 에반으로 분장하고 있던 사진이라 화제가 그쪽으로 쏠렸다.

‘벤데타’의 여주인공은 나잖아.

오지한과 주목받아야 할 건 여주인공인 난데.

“실장님.”

“어. 그래.”

“실장님은 남녀사이에 친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채연의 질문에 실장은 자기 머리를 탁!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벤데타’에서는 아무런 말썽 없이 잘 넘어가는 줄 알았더니 또 왜 저래.

“나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요?!”

실장의 대답에 채연이 버럭 외쳤다.

어후. 얘 눈빛 좀 봐.

구미호 역할 하면 딱이겠네.

아주 그냥 날 잡아먹어라.

“첫째. 드라마 속에서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해서 현실에서도 그런 사이가 되란 법은 없다.”

넌 그저 드라마에서 루치아노를 사랑하는 서목하 역을 연기했을 뿐이다.

실장이 그렇게 딱 잘라 말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송채연을 예의주시한 게 몇 년짼데 저 애의 생각 하나 못 맞추겠는가.

‘벤데타’에서 송채연이 오지한에게 담백한 태도를 고수한 것도 이미 다 분석이 끝난 것이란 말이었다.

“그치만!”

“둘째. 너 예쁘면 다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오지한 누나가 지연이다.”

“….”

그 한마디로 채연이 침몰했다.

그래. 비빌 데를 비벼야지.

그 지연이다.

오지한과 더불어 세계가 빚은 보석이라 불리는 사람.

몇 년 전부터 동서양을 통틀어 미녀라는 카테고리 상위권에 있는 그 사람.

아무리 제 외모가 최고라고 자뻑에 빠져 있는 사람이라도 넘을 수 없는 차원의 벽을 보게 되면 좌절하는 법이었다.

“셋째. 남자친구는 네 명함 같은 게 아니다. 누군가의 후광을 이용하려고 하지 마. 연인이라면 서로 대등한 관계가 되어야지 이용하려고 하면 안 돼.”

실장의 촌철살인에 채연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렀다.

“넷째. 너 소문 다 났어. 금사빠라고.”

“…!!”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는 말을 벙긋거리는 채연을 보며 실장이 안쓰러운 얼굴로 말했다.

“채연아. 네가 착각하고 있는 게 있어.”

“착각이요?”

“이때까지 네가 했던 건 사랑이 아니야. 소꿉놀이지.”

아내와 연애 결혼에 성공한 결혼 5년 차 실장이 딸에게 가르치는 것처럼 말했다.

어쩌다가 관리하는 배우에게 연애를 가르치고 있는가.

‘후우.’

하지만 이것도 다 채연이 올바른 연애관은 가져서 더 이상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막는 업무의 일환이었다.

제발 채연아.

드라마 속 관계는 드라마에서 끝내자!

205. 촬영장의 문제아 (1)

└지연이랑 지한이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니. 용제2 빨리 나오길 빕니다.

└제발 빨리 후속편 나오게 해 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감질나요

└용제1에서 그렇게 끊고 아직도 숨 참고 기다리는 중

└└물고기도 그 정도면 익사했겠다….

└언니오빠ㅠㅠㅠㅠㅠㅠ도대체 뭘 하면 맨날 그렇게 예뻐져요? 세상에 벤데타 1화보다 더 예뻐진 듯.

└└ㅇㅈㅇㅈ 매일매일 미모 갱신함. 지한이랑 지연이 얼굴 너무 열일하는 거 아님? 일중독이야 그거ㅠㅠㅠ

풉.

아 진짜 우리나라 사람들 드립력은 인정해줘야 한다니까.

지연이 인터뷰에 달린 댓글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벌써 매일일보와 인터뷰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인터넷상에서는 아직도 두 사람의 인터뷰가 화제였다.

식을 줄 모르는 열기에 매일일보를 따라서 미국까지 인터뷰하러 오겠다는 곳이 많았으나 전부 거절했다.

어차피 벤데타가 시작되면 거기에 화제가 집중될 테니 안 하는 것이 좋았다.

지연이 웃음을 흘리며 화면을 내리고 있을 때, 옆으로 애런이 다가왔다.

“연? 뭘 보고 있습니까?”

“아, 애런. 인터뷰 반응을 살피고 있었어요.”

“아아. 두 사람의 사진이 꽤 잘 나왔죠. 역시 두 사람은 함께 있을 때 더 표정이 좋더군요.”

“가족이니까요.”

지연의 말에 애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시청자들도 두 사람이 같이 나올 때 더 반응이 좋은 거겠지.

뛰어난 얼굴도 얼굴이지만 두 사람이 내는 시너지가 좋았다.

각자 서로에 대한 연기를 가장 잘 알고 있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거겠지.

“그런데 애런. 밖은 아직이에요?”

“네. 조금 더 대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아아.”

지연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다.

요즘 계속 이런 일이 생기고 있다.

지연이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관자놀이를 짚었다.

이러다 없던 두통도 생기겠어.

“오늘도 그 사람 때문인가요?”

“네. 그 사람 때문입니다. 연과 한이 함께하는 현장에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 신선하군요. 다른 곳에서는 몇 번 봤지만 말입니다.”

그의 말대로 지연과 지한이 함께하는 현장에서 스케줄에 예정된 시간을 전부 다 쓰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다른 현장에서는 배우들끼리의 합이 좋아 굉장히 편하게 촬영이 끝났었는데 ‘드래곤 엠페러2’의 촬영은 여러모로 다른 때와 달랐다.

그 문제의 중심에는 한 배우가 있었다.

“도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는지 구경이라도 하러 가야겠네요.”

지연이 일어났다.

몇 번 반복됐던 일에 싫증 난 지연이 문을 열고 나갔다.

* * *

지연이 애런과 함께 밖을 나가 촬영 중인 세트장으로 향했다.

그곳에 있는 스태프들의 얼굴이 좋지 않았다.

한 장면 때문에 계속 일정이 밀리고 있으니 얼굴이 좋지 않은 법도 했다.

“컷! 음. 율리안! 거기서는 조금 더 힘을 빼야 할 것 같은데요. 레드 드래곤이 혈기 왕성한 캐릭터긴 하지만 너무 과했어요. 드래곤답게 무게가 있으면서도 에반과 대치하는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율리안은 에반과 대립하는 존재이지 않습니까. 하물며 레드 드래곤은 선봉장입니다. 저는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강하게 나가는 건 좋지요. 하지만 방금은 럭비부 학생이 너드한테 트집 잡는 것 같았어요. 율리안. 잊지 맙시다. 당신과 에반은 다른 진영에 속했지만 둘 다 위대한 존재라는 걸. 서로 동등한 위치에 있다는 걸 잊으면 절대 율리안이 될 수 없습니다.”

루카스 감독의 말에 율리안 역을 맡은 배우가 주먹을 꽉 쥐고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의 지적을 받은 배우가 슬쩍 주위를 둘러봤다.

자신을 보고 있는 스태프들의 시선이 좋지 않았다.

본인도 방금의 연기가 과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왜 나한테만 저런 시선을 보내는 거지?

율리안을 연기하는 배우가 지한을 보고 미간을 좁혔다.

앞에 있는 상대가 뺀질거리는 얼굴로 말했다.

“그럼 바로 갈까요?”

“…그러죠.”

저 반들반들한 얼굴이 여유롭게 웃으며 말하는 걸 보니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여유로운 얼굴이 이 정도 실수쯤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재수 없는 자식!’

율리안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지한을 째려봤다.

그건 연기가 아니라 실제 배우의 감정이었다.

노골적인 적의가 담긴 시선이었지만 그걸 지켜보는 지한은 타격이 하나도 없었다.

지한이 어린 나이긴 하지만 바람 잘 날 없는 연예계에서 무려 10년을 넘게 버텨왔다.

한참도 더 어린 시절부터 이 바닥에서 활동해 온 고인물이란 얘기였다.

‘이렇게 대놓고 마음에 안 드는 걸 티 내는 사람은 처음이지만, 어린애가 잘되는 꼴을 보고 질투하는 속 좁은 어른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라서.’

저 사람이 하는 정도라면 귀여운 수준이지.

대놓고 감정을 드러내는 율리안을 상대하는 것쯤이야.

어차피 영화 끝나고 나면 더 볼일도 없는 사람이고.

지한은 아직 여유가 있었다.

그를 상대하는 지한은 그렇게 생각했다,

‘왜 지한이가 저 돼지 같은 놈 때문에 고생해야 하는 거지?’

그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던 지연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 차올랐다.

그동안 촬영하면서 저 사람과 촬영할 때 문제가 있었던 적이 벌써 다섯 손가락을 넘어간다.

에반과 대치하는 장면에서 유독 저러니 다른 스태프들도 모를 수가 없었다.

‘로건은 오지한을 질투한다.’

로건은 율리안 레드 역을 맡은 배우의 이름이었다.

배우들 간의 기 싸움이나 말도 안 되는 걸로 촬영에 지장을 주는 경우를 들어보긴 했으나 그걸 눈앞에서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덩치가 산만 한 배우가 자기보다 어린 배우에게.

덩치와 반비례하는 비좁은 속을 가지고 있네.

지연의 입술이 비틀렸다.

“애런. 저 배우 뭐예요.”

“로건 와일로, 35세. 프로레슬러 선수였다가 배우가 된 사람으로서 최근 찍은 영화 때문에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죠. 레슬러 출신답게 저런 마초 이미지가 강한 역할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율리안 레드 역 오디션에서 200:1의 경쟁률을 뚫은 승자죠. 뭐. 지금 보니까 연기보다는 외적인 게 더 큰 요인이었나 봅니다.”

애런의 입에서 로건에 대한 것이 바로 튀어나왔다.

역시 이 바닥에서 이름난 에이전트다웠다.

아마 촬영 전에 영화에 출연할 이들에 대한 정보를 모두 수집하고 있었을 것이다.

할리우드 정보 하면 퀸즈 에이전시니까.

지연이 팔짱을 끼고 다시 촬영에 들어간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케이티랑 로드리오랑 같이 촬영할 때가 더 편했어요. 두 사람은 훨씬 프로다웠다구요.”

“그 말이 맞습니다. 그런데…저는 저 배우가 왜 저러는지는 대략 알 것 같군요.”

안다고?

역시 애런.

정보를 수집하다 못해 이제 사람의 마음까지 읽는구나.

지연이 눈을 크게 뜨며 애런을 돌아봤다.

그 얼굴을 본 애런이 딱 잘라 말했다.

“아닙니다.”

“뭐가요.”

“저는 독심술 같은 건 할 줄 모릅니다.”

“할 줄 아시는 거 같은데요.”

“하하하. 그럴 리가요. 그저 연과 한과 오래 일을 같이하다 보니 조금은 두 사람의 생각을 읽을 줄 알게 된 것뿐입니다.”

다른 사람은 우리 생각 잘 못 읽던데.

사장님이나 영훈 오빠 정도가 우리 생각을 조금 예측하는 수준이랄까.

그마저도 대개 뻔한 것이었다.

배가 고프다든지 목이 마른다든지 같은 것들.

그런데 애런은 달랐다.

‘귀신같은 사람.’

어릴 때도 웃는 얼굴로 뒤에서 일을 슥삭 처리하더니 지금은 더 무서운 사람이 됐다.

퀸즈 에이전시가 이 바닥에서 CIA라고 불리는 이유는 다 저 사람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연이 눈을 게슴츠레 뜨면서 애런을 바라보자 그가 재빨리 본래의 용건으로 돌아왔다.

“아무튼 저 로건이란 사내의 주변인과 모임, 인터뷰, 방송 영상을 확인한 결과 그는 ‘강한 백인 남성’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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