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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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말에 남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것을 노신사가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공 주민. HJ그룹의 삼남. 한국 재계에서 보기 드문 화목한 가족이라 가족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지. 결혼한 상대도 정재계의 일원이 아닌 같은 회사 직원이었고. 업무나 비즈니스 쪽에서는 철저한 타입이지만 자신의 품에 있는 아티스트들에게는 무른 성격이고. 오지한 영업 이후 남매를 극진하게 대했다고 했어. 분석팀의 의견으로는 남매를 친자식처럼 여기는 거 같다고 했지.’

노신사의 눈동자에 날카로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차분히 앉아 주민이 하는 일을 보니 과연 정보대로 막힘없이 일을 지시하는 것이 꽤 대단했다.

‘저 사내는 오지연 씨의 비밀을 알고 있을까?’

혹시 그 비밀을 알고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이때까지 신의 음성을 듣는 자들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무수히 많았다.

그 재능을 알고 키워주려고 했던 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지금까지 봐서는 공 사장은 오지연 씨의 재능을 키워주려고 하는 쪽인 거 같은데.’

사람의 마음은 모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알베르토는 공 사장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공 사장의 업무처리 능력은 인정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럼 드레스는 이걸로 하시겠습니까?”

“그래. 레드가 좋겠군.”

이건 아니지!

보고 있던 알베르토가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제 생각에는 블랙 드레스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만.”

노신사의 태클에 주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미 목걸이며 귀걸이며 장신구들이 화려합니다. 드레스 색깔까지 눈에 튈 필요는 없죠.”

“과시적이고 안하무인인 캐릭터입니다. 그런 사람이 무난한 색상의 드레스를 입을 것 같진 않군요. 지연이라면 화려한 의상을 잘 소화할 겁니다.”

“지한 씨랑 같은 화면에 나올 것까지 고려하면 드레스 색깔은 블랙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글쎄요. 지연이가 맡은 캐릭터가 극중에서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지 아실는지? 그걸 생각하면 레드를 입는 게 상징적으로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왜 또 싸우는 거야….”

영훈이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지연에게 어떤 의상이 더 잘 어울릴지로 다투고 있는 두 사람에게는 영훈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지한과 달리 지연의 출연은 갑작스럽게 정해진 거라 준비된 의상 컨셉이 없었다.

그래서 급하게 의상을 정하기 위해서 주민은 근처 명품 브랜드 매장에 연락을 넣었고, VVIP의 연락에 관계자들은 의상과 악세서리를 가지고 호텔로 모여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줄 알았는데 저 두 사람이 캐릭터에 맞는 의상을 고르느라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실장이면 뭐 해.

저 두 사람한테는 먹히지도 않는데.

영훈이 홀로 눈물을 참았다.

그 옆에서 호가 동정 어린 시선으로 상사의 무능력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왜 싸워요?”

“지연아.”

“지연 씨. 오셨습니까.”

싸우던 두 사람은 둘 사이를 파고드는 고운 목소리에 말다툼을 멈췄다.

그곳에서 메이크업을 끝낸 지연이 지한이와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잠시 풀메이크업이 끝난 두 사람의 완벽한 얼굴을 본 두 사람이 말을 멈췄다.

저 두 얼굴이 화면에 잡힐 거라고 생각하니 주민은 안 먹어도 배가 부른 느낌이 들었다.

‘역시 내 새끼들. 완벽하구나.’

‘과연 오지연 씨와 오지한 씨. 그야말로 신이 축복한 얼굴이야.’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본 노신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조금 전 말, 정정하겠습니다. 드레스 색깔이 뭐가 됐든 두 사람의 얼굴이 화면에 동시에 잡히는 순간 사람들은 정신이 쏙 빠질 겁니다.”

“이제라도 알아주시니 다행이군요. 그렇다면 조금 더 캐릭터 서사에 어울리는 이 레드 드레스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공 사장님의 안목이 맞았습니다.”

“앞으로도 맞을 겁니다. 우리 애들에 대해서는 제가 제일 잘 알거든요.”

노신사의 항복에 주민의 콧대가 높아졌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켜본 지연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자신이 오기 전까지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오자마자 해결된 것 같았다.

“영훈 오빠. 무슨 일 있었어?”

“있었는데…없어.”

“형.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다. 그냥 너희들이 최고야.”

“? 고마워.”

얼굴만으로 싸움을 끝내버리다니.

역시 잘생김이 세상을 구하는구나.

영훈은 세상에 대한 진리를 깨달았다.

* * *

조금 전에 있었던 문제가 꿈인 것처럼 촬영장은 아무런 말썽 없이 준비되고 있었다.

“소품팀! 소품 문제없습니까?!”

“세팅 다 끝났어!”

“카메라!”

“여기도 준비 오케이야.”

“여기 조명 조금 더 밝게 해 주세요.”

“이거면 되겠어?”

“화려함이 부족한데.”

“저쪽에 크리스탈 조금 더 배치할게.”

예정된 촬영 시간이 다가오자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이제 곧 본방이다.

“종수야. 지연 씨는 준비가 다 끝났어?”

“네. 금방 다 된다고 합니다.”

“후우. 다행이다. 처음에 일이 터졌을 때만 하더라도 머릿속이 하얗게 물들어서 아무 생각도 안 나던데.”

“오늘 같은 날 지연 씨가 있어서 다행이죠. 역시 PD님 말대로 오지연 씨가 행운의 여신인가 봅니다.”

“그렇지? 최 작가도 지연 씨가 나와준다고 하니까 다행이라더라. 대본도 고쳐서 보내준다고 했어.”

“아아. 어쩌다 보니 쪽대본이 되어버렸네요.”

“오지한 씨랑 같이 나오는 장면에서만 대사가 는 거라 다른 배우들은 걱정 없어.”

“그 두 사람이라면 쪽대본이어도 잘할 겁니다.”

“그렇지?”

종수의 말에 철왕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지연 씨가 이번에도 자신을 구해줬다.

자신의 수호천사라고 착각할 정도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지연 씨가 나타나 위기에서 구해줬다.

갑작스러운 요구에 거절했을 법도 한데 지연은 순순히 제 부탁을 들어줬다.

‘역시 지연 씨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아니. 여신님이 틀림없어.’

착하게 살길 잘했다.

그러니 하늘에서 위기의 순간에 여신님을 내려보내주지 않았겠는가.

오늘 일 때문에 지연에 대해 과할 정도로 신격화해서 생각하던 철왕의 시야에 붉은 무언가가 잡혔다.

또각

또각

보석이 장식된 하이힐을 신고 누군가가 촬영장 한쪽에서 걸어왔다.

선명한 붉은 드레스를 입고 팔짱을 낀 채 걸어오는 이는 붉은 장미를 인간으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매혹적이었다.

그 옆에 검은색 몸에 딱 맞는 슈트를 입고 걸어오는 이는 한 마리의 흑표 같았다.

촬영 준비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던 스태프들도 두 사람의 등장에 하던 일을 멈추고 두 사람의 움직임만 쫓았다.

“….”

“우와.”

“허업.”

어느새 촬영장에는 배 속 깊은 곳에서 솟아난 탄성과 소리 없는 감탄으로 가득했다.

철왕이 자신에게 걸어오는 두 사람을 보고 벅차오르는 감정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PD님 오늘 촬영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갑자기 준비된 거라 미흡하겠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니야! 완벽해! 나야말로 잘 부탁합니다.”

오늘 촬영을 부탁하는 두 사람의 말에 철왕이 펄쩍 뛰며 말했다.

대박이었다.

이 두 사람이 한 프레임에 나올 걸 생각하니 당장 촬영을 하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렸다.

“다들 바로 촬영하자고. 준비 다 됐지?”

“네, 네!”

이미 두 사람이 등장할 때부터 카메라로 그 모습을 담고 있던 카메라 감독이 손만 움직여 오케이 표시를 했다.

카메라 렌즈로 본 두 사람이 너무 완벽해서 가슴이 뛰었다.

이미 스태프들의 머릿속에서 사전제작으로 인한 불안은 사라져 버린 지 오래였다.

“이 정도면 다들 촬영에 집중하겠지?”

“너무 집중해서 무서울 정돈데? 누나. 다들 지금 우리만 보고 있는 거 알아?”

“응. 그래서 무서워?”

“아니. 더 열심히 해야겠는데?”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보고 씨익 웃었다.

이렇게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키면서 등장했던 이유가 있었다.

오늘 예기치 못한 사고 때문에 위축되어있는 제작진들에게 기운을 불어넣기 위함이 첫 번째였고.

두 번째로는 사전제작으로 인한 걱정과 불안을 날려버리기 위함이었다.

‘우리가 나온 이상 망했다라는 말은 절대 듣지 않게 하겠어.’

지연이 기합을 단단히 넣었다.

197. 가이드는 현지인에게

‘벤데타’는 지한이 맡은 루치아노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불행하게 만든 이들에게 복수하고 정당한 마피아 후계자가 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였다.

지한이 왜 이탈리아 마피아 패밀리의 후계자가 되는지는 후반에 밝혀질 예정이나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아시아로 진출하려는 마피아가 삼합회와 야쿠자가 없는 한국을 교두보로 삼을 예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에 있는 조직과 손을 잡고 협상하려던 자리에 낌새를 눈치챈 삼합회와 야쿠자에게 습격을 당하고 습격당한 보스를 구해준 게 루치아노, 즉 지한이었다.

그 후, 보스는 보육원에 있던 지한이를 입양하여 루치아노라는 이름을 주고 자신의 후계자로 길렀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그런 설정이 있다는 건 뒤로 두고 지금 중요한 건 오늘 있을 촬영이었다.

재벌녀 역할을 맡은 사람이 바뀐 덕에 소소한 수정이 생겼지만 지연은 이미 그 모든 걸 숙지한 상태였다.

“다들 준비됐죠? 레디 큐!”

철왕의 신호에 모두가 움직였다.

다른 때보다 더 손발이 잘 맞는 모습이었다.

카메라가 돌자 각자의 위치에 있던 사람이 연기를 시작했다.

“여기서 뵐 줄 몰랐네요. 오랜만이죠?”

“잘 지내셨죠?”

짧은 대사 한 줄을 부여받은 단역들이 차례대로 대사를 말했다.

오늘따라 단역들도 연기가 자연스러웠다.

벌써부터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 * *

루피노 패밀리의 차기 후계자가 파티에 참가한다는 소문이 들자 많은 이들이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파티에 참석했다.

그중에는 한국에서 날아온 세계그룹 회장의 손녀도 예외는 아니었다.

재벌 3세이자 후계에서 가장 뒤처진 위치에 있는 4남의 둘째 딸이 샴페인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투덜거렸다.

“도대체 아빠는 왜 이런 자리에 참석하라고 하는 건지.”

“루치아노 씨는 사장님과 좋은 사업 파트너입니다. 아가씨.”

“시끄러워. 나도 알아.”

안 그래도 오기 전에 아빠한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가 없으면 우리 새 제품 라인도 없을 거라나?

도대체 이 사람이 뭔데 이탈리아까지 와야 해.

친구들이랑 클럽 가기로 했는데 가지도 못하고 이런 지루한 파티에서 알아먹지도 못할 외국어나 듣고 있고.

진짜 마음에 안 들어.

“아가씨. 표정을 좀 푸시지요.”

“흥.”

대놓고 얼굴에 불만을 써 놓은 철부지 아가씨를 보고 수행원의 얼굴이 잠시 어두워졌으나, 금세 표정을 가다듬었다.

이곳에서는 한시라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됐다.

“그런데 그 사람은 언제 와?”

“루치아노 씨 말씀입니까?”

“그럼 그 사람 말고 여기서 내가 만날 사람이 누가 있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잔뜩 가시를 세운 채 날카롭게 말하는 아가씨를 보고 수행원이 다시 한숨을 참았다.

제발 그 사람의 앞에서는 이러지 마셔야 할 텐데.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 귓가에 술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주인공이 등장했나 보네.”

사람들이 한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자신을 이곳에 오게 만든 주인공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안 그녀가 발걸음을 옮겼다.

“컷!!!!!!!!!!! 완벽해!!!!!!”

철왕이 스포츠 중계위원처럼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 * *

이후로도 촬영은 순조로웠다.

어느새 촬영은 막바지에 이르러 지연과 지한이 라스트씬을 찍기 위해서 테라스로 나왔다.

“지연 씨. 지한 씨가 방아쇠를 당기면 소리가 날 거야. 소리만 나는 거니까 너무 놀라지 말고. 그 소리가 나면 뒤로 쓰러지면 돼.”

“네.”

소품팀이 이것저것 점검하는 사이 철왕이 두 사람을 디렉팅했다.

다른 씬에서는 우리를 믿고 맡겼던 철왕이 드물게 디렉팅까지 하는 걸 보니 총이라는 소품 때문에 조금 긴장한 모양이다.

“칼이나 봉 같은 원시적인 무기만 들고 다니다가 총을 보니까 낯설다.”

“엄연히 말하면 내가 들고 있는 건데. 그리고 나는 총 자주 봤어. ‘바이러스’ 찍을 때도 봤는걸.”

“생각해 보니 어릴 때부터 흉기를 봤구나. 미안하다. 모자이크해 달라고 해야 했는데.”

누나의 말에 지한이 웃음을 터트렸다.

옆에서 점검하던 소품팀 스태프도 웃음을 참는지 손을 덜덜덜 떨었다.

“모자이크는 필요 없지 않아? 장난감 총도 나오는걸.”

“아. 맞네. 초등학생 때 BB탄 쏘면서 놀았는데.”

“지연 씨도 BB탄 아시는구나.”

지연의 말을 들은 스태프가 추억에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때 총 쏘고 노는 거 재밌었는데.

총알 떨어지면 놀이터 모래밭 뒤져서 총알 찾고 그랬다.

여기저기 BB탄이 떨어져 있어서 찾기 쉬웠지.

그때 지연은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을 느꼈다.

동생이 진한 눈빛으로 주의를 주고 있었다.

‘아! BB탄 쏘고 놀았던 건 회귀 전의 일이지?’

지한이랑 사장님한테 털어놓고 나서 가끔 이렇게 회귀 전에 일을 아무 생각 없이 말하곤 했다.

긴장이 너무 풀어졌나 보다.

이러다가 회귀 후에는 하지 않았던 일을 말할지도 몰랐다.

‘미안.’

‘조심해.’

‘앞으로 더 긴장할게.’

내 비밀을 아는 사람이 늘었다고 긴장을 풀 게 아니었다.

지연이 크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의 끈을 단단히 조였다.

“PD님 준비 끝났습니다.”

“오케이! 그럼 다시 촬영하겠습니다. 두 사람도 준비 다 된 거지?”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연과 지한이 눈을 감았다 뜨며 배역에 몰입했다.

이 장면에서 난 루치아노에게 죽임을 당한다.

철왕의 신호에 촬영이 시작됐다.

조금 전, 루치아노에게 동양인이 어떻게 마피아 후계자가 된 거냐며 입을 놀리던 그녀는 그의 품에서 나온 총을 보고 눈을 깜빡였다.

그가 천천히 팔을 움직여 총구를 그녀의 심장에 겨누었다.

“그, 그 총은 뭐야? 장난이지?”

“내가 지금 장난하는 걸로 보여?”

루치아노의 사나운 시선이 그녀에게 꽂혔다.

설마하니 진짜 파티장에 총을 가져왔다는 건가?

진짜 총이라고?

자신을 향한 총구를 보고 그녀는 그제야 이곳이 한국이 아니라 이탈리아임을 실감했다.

“내가 누군지, 알아?”

“나와 거래를 하던 상대의 딸.”

“그걸 알면서 그래?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거래도 끝이야.”

“아아. 그 거래.”

루치아노가 안전장치를 풀었다.

안전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이 남자는 정말 자신을 쏠지도 몰랐다.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또, 각.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는 그녀를 루치아노가 따라갔다.

“네가 조금 더 생각이 있었으면 감히 내 앞에서 동양인이니 뭐니 하는 소리를 하지 않았을 거야. 나는 그 말을 하는 자를 살려둔 적이 없거든.”

“모, 몰랐어. 미안!”

이때까지 한 번도 다른 사람한테 미안하다고 한 적이 없었는데.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 오니 그녀의 입에서 미안하다는 말이 손쉽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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