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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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만들어서 반은 우리 먹고 반은 나눠주자.”

“좋아.”

남매가 즐겁게 만두를 빚고 있을 때 옆에서 모짜와 인절미가 기웃거렸다.

“너희들 것도 따로 준비했으니까 방해하면 안 돼.”

“얘들아 저기 가 있어야지. 너희들 털 들어갈라.”

둘의 말을 들은 인절미와 모짜가 순순히 물러났다.

저쪽에서 방해되지 않게 둘이서 공 가지고 노는 게 기특했다.

그 모습을 본 둘이 밀가루가 묻은 손으로 모짜와 인절미를 찍었다.

찰칵, 찰칵

잘 나왔군.

수십 장을 찍고 만족한 둘이 다시 만두를 빚었다.

“그런데 뉴튜브를 한다고 하면 팬들이 좋아할까? 그리고 그건 BJ들이 하는 거 아니야?”

“우리라고 못 할 건 없잖아. 결국 그것도 본질은 개인방송이니까. 물론 팬들이랑 직접 소통하는 방송이니까 이때까지 우리가 했던 촬영이랑은 조금 다를 거야.”

지연의 말에 지한이 곰곰이 생각했다.

어차피 카메라 앞에 서는 거라면 큰 부담 없기도 했고, 뉴튜브는 형식도 자유로우니까 방송 시간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럼 우린 뭘 해? BJ들 보니까 먹거나 게임하거나 노래 부르던데. 우린 짧은 대본이라도 구해 와서 단편극이라도 찍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냥 별거 안 보여줘도 돼. 우리가 쉴 때 뭐 하고 지내는지만 보여줘도 좋아할걸?”

실제로 뉴튜브로 진출한 많은 연예인들이 브이로그라고 해서 평범한 일상이나 촬영 뒷이야기 같은 걸 보여주더라고.

팬들은 꽤 좋아하던데?

뉴튜브도 그렇고 미래의 예능도 그렇고 스타의 평범한 일상이나 관찰예능이 유행한 건 전부 카메라 밖의 스타들의 삶을 궁금해하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미리 그런 걸 보여주면 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으니까 더 좋지 않을까?

“일단 콘텐츠 기획은 나중에 생각해 두고 만두나 마저 빚을까?”

“이거 주고 도와달라고 하자.”

“뇌물이야? 그럼 더 예쁘게 만들어야겠는데.”

“김치만두도 만들까?”

“갈비도 넣는 건 어때?”

“좋다.”

그렇게 또 일 더미를 한가득 만든 둘이 앞으로 고생할 탑엔터 식구들을 위해서 세 종류의 만두를 곱게 빚었다.

183. 야생의 찐팬이 나타났다 (1)

우물우물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이 남매가 빚은 만두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만두가 아주 잘 만들어졌구나.”

“저는 이 갈비만두가 마음에 드네요. 육식파인 제 입맛에 딱이에요.”

“저는 야채만두요. 기본이 최고죠.”

각자의 취향대로 만두를 골라 먹던 사람들이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

뇌물이 잘 먹힌 거 같아서 다행이었다.

지연이 뿌듯한 얼굴로 종이컵에 물을 따라 사람들 앞으로 밀었다.

생수로 입가심한 사람들이 잠시 아쉬운 눈빛으로 만두가 있던 도시락 통을 쳐다봤지만 텅 빈 통을 보고 단념했다.

“그래서 지연이 네 개인 채널은 조만간 등록될 거다.”

“감사합니다.”

“뭘. 그나저나 뭘 할지 결정은 했니?”

“그냥 제 일상적인 모습을 찍어 올릴까 해요.”

지연의 말에 주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홍보팀 한소영 팀장도 나쁜 생각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환한 얼굴로 동의했다.

“좋은 생각이야. 안 그래도 너보고 활동 더 해 달라는 팬들이 많았거든. 드라마나 영화 외에는 잘 볼 수 없으니 아쉬워하는 팬들도 많았고. 개인 채널을 만들면 그 부분을 해소할 수 있으니 팬들도 좋아할 거야.”

소영이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안 그래도 회사로 지연의 활동은 어떻게 되냐고 묻는 연락이 많았는데 잘됐지.

기자들과 팬들에게 줄 떡밥이 늘어났단 소리에 소영이 즐거워했다.

비록 팀원들이 고생 좀 하겠지만 배드 뉴스보다는 굿 뉴스가 좋지.

다들 앞으로도 힘내자고.

홍보팀의 수장이 부하 직원들을 굴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옆에서 또 다른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아. 그리고 지한이 네 드라마 100% 사전제작 하기로 결정났다.”

“정말요? 쉽지 않았을 텐데. 고생했어요, 형.”

“뭘. 그쪽에서도 반신반의한 눈치긴 했는데 그렇게 안 하면 지한이 네 스케줄상 하기 힘들다고 했더니 바로 오케이 하던걸. 이미 네 이름 팔아서 캐스팅까지 다 마쳤다더라.”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방송국 혼자 김칫국을 마시고 있었단 소리군.

물론 영훈 오빠가 중간에서 협상을 잘 한 것도 있지만.

언제 저렇게 협상 실력이 좋아졌지?

역시 실장을 달더니 사람이 많이 유능해졌어.

은주 언니도 요즘 많이 달라진 거 같던데 실장을 달면 다 그렇게 변하는 걸까?

“이거 원. 둘이 알아서 잘하니 회사가 할 일이 없구만.”

“그러게 말입니다. 이러다가 병풍 소리 듣겠어요.”

“그럴 순 없지. 지연아. 네 채널 만드는데 도와줄 건 없겠니?”

사장님과 임 전무님의 말에 지연이 곰곰이 생각했다.

괜찮다면 촬영과 영상 편집까지 내가 직접 하고 싶지만 여건이 안 따라줄 것 같았다.

“그럼 촬영할 사람과 영상 편집 좀 부탁드릴게요.”

“그거야 어렵지 않은 일이지. 임 전무, 지금 당장 괜찮은 VJ나 카메라 감독을 알아봐.”

“알겠습니다.”

어우. 이러다가 방송국에서 구르고 구르신 분이 오는 건 아닌가 몰라.

너무 베테랑이랑 촬영하는 건 좀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이 하자는 대로 따라갈지도 모르고.

웬만하면 내 의견을 존중해주고 창의적인 분이 오셨으면 좋겠다.

“그. 너무 경력이 많은 분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상을 담을 거라서 전문가보다는 살짝 아마추어 느낌이 났으면 좋겠거든요. 팬분들이 편하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들었지? 앞으로 우리 회사에서 영상 콘텐츠를 담당하는 부서가 생길 수 있으니 임 전무가 이번에 잘 꾸려봐.”

“네.”

이러다가 나 때문에 회사에 새로운 부서가 하나 생기는 거 아닐까?

아니야. 어차피 미래에서 대형 기획사들은 다 영상제작 부서가 생기기도 했어.

신경 쓰지 말자.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만 집중하는 거야.

“이번에 지연이 네 영상이 올라오면 다들 놀라겠네.”

“은주 언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월드스타의 일생생활 대공개! 이런 걸로 기사가 줄줄이 쏟아질걸?”

내가 그동안 사생활이랄 게 공개된 적이 없긴 했지.

오죽했으면 연예인 뒤꽁무니 쫓는 신문사에서 날 포기했을까.

지연이 뿌듯한 얼굴이 될 때 주민이 상황을 정리했다.

“그럼 그런 걸로 알고. 카메라맨이 준비되는 대로 바로 말해주마. 너희들 이제 연말 무대랑 촬영이 얼마 남지 않았지?”

“지한이 대본리딩이 다음 주로 잡혔습니다.”

“방송국 3사에서 전부 특별 무대가 잡혀 있습니다.”

말만 들어도 빡빡한 일정이었다.

내가 괜히 채널 만든다고 한 게 아닐까?

지연이 동생을 돌아봤다.

이미 동생이 안쓰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나, 힘내.’

그래. 고맙다.

그런데 너도 채널에 출연시킬 거야.

함께하자, 동생아.

지연이 동생을 마주보며 빙그레 웃었다.

* * *

회사에 영상콘텐츠팀이 신설되는 동안 우리는 방송사 시상식과 드라마 촬영 준비 때문에 바빴다.

이번에 지연의 무대가 화제가 된 덕분에 각 방송사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지연의 무대를 방송하고 싶어 했고, 그건 곧 지연이 갈려나가야 된다는 뜻이었다.

“다른 가수들이였으면 100% 쓰러졌을 거야.”

연습실 가운데에 드러누워 천장을 보던 지연이 허탈하게 말했다.

와 진짜 나 축복 없으면 어떡할 뻔했냐.

신님 어디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말할게요.

감사합니다!

“다른 애들은 링겔 맞아가면서 버틴다더라.”

“지연이 네가 대단한 거야. 이렇게 방송사별로 특별무대에 본무대까지 준비하면서 안 쓰러진 것만 해도 어디야.”

특별무대를 준비하는 댄서들이 지연을 보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다른 가수들과 유닛 공연까지 준비해야 하니 몸이 세 개가 있어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거기다 방송사별로 다른 버전의 편곡을 마친 무대까지 해야 하다니.

와 음악 방송 출연 안 했을 때가 편했구나.

예전엔 어떻게 이걸 다 했지?

불과 2-3년 전의 일인데 지연은 아득히 먼 옛날처럼 느껴졌다.

벌컥!

“지연아 여기 있니!”

“어, 한 팀장님.”

지연이 문을 열고 들어온 소영을 보고 복근의 힘으로 벌떡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보고 뒤에서 댄서들이 소리 없는 박수를 치고 있다는 걸 모른 채 지연이 한 팀장에게 다가갔다.

“연습실까지 어쩐 일이세요?”

“어쩐 일이긴. 네게 좋은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서 왔지.”

한 팀장님 입이 아니라 다른 사람 입에서 나왔다면 잡상인이라며 쫓아냈을 법한 말이었다.

“좋은 소식이라면 혹시…?”

“응. 드디어 네 채널 준비가 끝났어.”

그야말로 기뻐서 펄쩍 뛸 것 같은 소리였다.

“정말요?”

“정말이야. 그리고 소개시켜 줄 사람이 있어. 들어오세요.”

소영의 말과 함께 뒤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작고 가녀린 체구에 알이 큰 둥근 안경을 낀 여성이 걸어 나왔다.

검은색 히피펌을 한 여성은 자신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자 고개를 푹 숙이고 손을 꼼지락거리며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소마음, 입니다.”

엄청 소심해 보이는데 괜찮을까?

이 정도면 케이티를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낯가리는 성격인 거 같다.

인사를 하고도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그녀를 보고 지연이 먼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지연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저랑 같이 좋은 영상 잘 만들어 봐요.”

너무 다가가 놀라지 않도록 지연이 살짝 거리를 두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자 마음이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흐약!”

자신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지연과 눈이 마주치자 이상한 소리를 내며 허물어졌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연습실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라 마음에게 달려왔다.

“뭐야?”

“괜찮아요?”

“물, 누가 물 좀 가져와 봐.”

“마음 씨 괜찮아요? 어디 아파요?”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게 걱정 어린 소리를 들은 마음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괘, 괜찮.”

“정말요? 혹시 열이라도 난 건 아니에요?”

지연이 마음을 걱정하며 이마에 손바닥을 대었다.

그 순간 마음이 또 이상한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갔다.

“으꺄악!”

아니. 진짜 어디 아픈 건가?

지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가자 마음이 간신히 손을 들어 지연의 접근을 막았다.

“그, 괜찮, 아요. 얼굴 너무, 가까우면.”

얼굴?

설마 내 얼굴 보고 저러는 거야?

지연이 조금 시무룩한 얼굴로 물러났다.

“한 팀장님. 제 노메이크업이 그렇게 보기 힘든 몰골인가요?”

“지나가던 사람한테 돌 맞을 소리 하지 마렴, 지연아.”

신이 깎아내린 대리석 같은 얼굴을 가지고 무슨 망언이냐는 듯한 시선으로 한 팀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자신의 말을 들은 댄서 언니들의 눈에 잠시 험한 말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어흠.

내 얼굴이 문제가 아니라면 뭐가 문제지?

지연의 얼굴에 떠오른 의문을 읽은 듯이 한 팀장이 대신 말해줬다.

“마음이가 널 많이 좋아해서 그래.”

“네?”

“마음이 반응이 누구랑 비슷하지 않니? 잘 생각해봐.”

비슷하다?

누구와?

지연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곧 익숙한 반응을 떠올렸다.

“내 팬?”

같은 성별인데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 드물어서 잠시 생각하지 못했다.

내 카메라맨은 내 찐팬이구나.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 영상을 찍으려고 했는데 찐팬이 나타나버렸다.

좋은 거겠지?

“맞아. 연바라기 1기 팬이래. 게다가 전직 홈마.”

“한 팀장님은 마음 씨를 어떻게 알고 데려오신 거예요?”

“홍보팀으로서 네 홈마 정도는 관리하고 있었지. 이번에 공고 내는데 마침 지원했길래 면접까지 보고 결정했다.”

어떤 비리도 없이 순수하게 합격한 직원이란 말이군.

한 팀장님이 직접 면접을 봤으니 저절로 믿음이 갔다.

지연이 마음과 적정 거리를 유지한 채 손을 내밀었다.

“다시 한번 말하네요. 앞으로 저랑 같이 영상 잘 만들어 봐요, 마음 씨.”

마음이 지연의 말을 듣고 허공으로 손을 내밀었다.

부들부들 떠는 손에서 기쁨과 환희가 흘러넘쳤다.

“네에. 잘 부탁드려요. 지연…씨.”

직접 온기와 닿지 않았지만 허공에서 뻗어진 두 손이 악수라도 하는 것처럼 위아래로 흔들렸다.

* * *

내 개인채널 때문에 이번에 회사에 새로 스카웃한 마음은 내 평범한 일상을 팬들에게 공유하고 싶다는 말에 적극적으로 메모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팀장님 말에 의하면 직접 영상 편집까지 가능한 유능한 인재라고 하니 자기 나름대로 어떤 영상을 찍을지 구상하고 있는 게 아니었을까?

홈마까지 했던 이력의 소유자라 내 영상을 엉망으로 찍진 않겠지.

지연은 마음을 믿기로 했다.

“마음 언니 잘 찍고 있어요?”

끄덕끄덕

아무튼 오늘은 첫 촬영날이다.

영상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카메라를 잡은 마음이 검지와 엄지를 붙여 오케이 표시를 만들었다.

돌아오기 전에는 매일 밤 뉴튜브를 보면서 잠이 들었는데 그 영상을 직접 제작한다고 생각하니 살짝 떨렸다.

내가 직접 제작한다고 생각하니 새삼 BJ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지연입니다.”

“오지연 동생, 오지한입니다.”

지연과 지한이 카메라를 보고 부드럽게 웃었다.

처음부터 게스트가 나오냐고 누군가가 불평할 수 있지만 어쩌겠는가.

한 지붕 아래에서 같이 사는 가족인데.

“그동안 활동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팬분들이 더 많이 활동해 달라고 하시더라구요.”

“누나가 이번 앨범 활동 끝나고 팬분들이 너무 아쉬워했다면서 더 많이 보여주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팬분들과 더 자주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바로 뉴튜브 채널을 오픈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와아.”

짝짝짝짝짝!

멘트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두 사람이 박수를 쳤다.

우리가 지금 잘하고 있나?

지연이 마음의 얼굴을 힐끔 살폈다.

힘이 들어간 손, 꽉 깨문 입술, 결정적으로 살짝 붉어진 목.

음. 잘하고 있군.

현장에서 바로 팬의 반응을 확인한 지연이 곧바로 오늘 할 콘텐츠를 소개했다.

“오늘 찍을 영상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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