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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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애가 재벌이 돼서 성공한다?

그런 회귀 재벌물 같은 설정은 2000년대까지 크게 유행하지 않았을뿐더러 사랑이 들어가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하던 한국의 드라마판에서는 환영받지 않았을 거다.

장르물이 유행하기 시작한 2010년대부터라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지만.

“아무튼 너도 좋다면 이거 해 봐. 앞으로 해외에서 촬영할 날이 많잖아. 가기 전에 팬들에게 눈도장도 찍을 수 있고 에반 역할을 하느라 이미지 고정될 염려도 덜어놓고 좋을 거야.”

“그치만. 초반부에 나오는 씬 때문에 해외 로케 촬영도 가야 할 거 같은데 그럼 나 혼자 가야 하잖아. 누나는 연말 무대를 준비해야 하니까 혼자 있어야 하고.”

“누나가 못 따라가서 미안. 널 혼자 보내서.”

자신이 못 따라가서 미안하다는 누나의 말에 지한이 고개를 저었다.

혼자 가는 건 문제가 없었다.

다른 게 걱정돼서 그렇지.

“나야 해외 촬영이 한두 번도 아니니까 상관없는데 누나가 혼자 있는 동안 밥 잘 안 챙겨 먹을까 걱정돼서 그러지.”

“이번에는 진짜 바빠서 그런 거야. 평소에는 밥 잘 챙겨 먹어.”

“은주 누나한테 물어볼 거야.”

“앞으로는 잘 먹을게. 얘들이 내가 밥 잘 챙겨 먹는지 확인해 줄 거야. 그치, 얘들아?”

왕!

냥!

그 말을 하면서 지연이 애들 목을 끌어안자 자신들을 믿으라는 듯이 모짜와 인절미가 대답했다.

“정말 잘 챙겨 먹을 거지?”

“어. 증인으로 은주 언니한테 물어봐도 돼.”

“은주 누나는 집까지 안 들어오잖아.”

“우리 집에 경호원들 많다. 밥 잘 챙겨 먹었는지는 경호원 언니 오빠들한테 물어보면 될걸?”

몇 년 전 경호원들이 머물 수 있는 숙소와 초소를 만드는 증축 공사를 했으니까 보안은 걱정 없다.

재벌 회장이 사는 곳도 아니건만 꼭 공사를 해야 하냐고 물었을 때, 앞으로 너희는 더 유명해질 거고 위험한 사람들도 많이 접근할 테니까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었지.

고마워, 영훈 오빠. 오빠 덕을 여기서 보네.

“진짜 나 혼자 갔다 와도 되겠어?”

“네 누나 나이가 올해 21이다. 이제 곧 22 되고. 혼자 해외 가는 네가 더 걱정이다. 갈 때 반찬 좀 싸 줄게.”

“…일단 회사에 가서 얘기해 보고. 언제 들어가는지 로케 촬영 일자는 어떻게 되는지 방영일은 어떻게 되는지 전부 다 확인하고 결정할 거야.”

“그래라.”

뭘 하든 이미 이 시나리오가 네 눈에 들어온 이상 거부하기 쉽지 않을 거다.

그리고 내가 알아봤는데 방송국 쪽에서는 네 일정 들으면 방영 일자도 앞당겨 줄걸?

앨범 활동 때문에 방송국을 돌아다녔던 지연은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방송국에서는 우리 둘을 잡기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다 할 거라는 걸.

잠시 후, 둘은 내일 아이들을 산책시키고 회사에 같이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결국 쉬는 날에도 회사에 가게 되는구나.

* * *

지한과 함께 회사에 온 지연은 오랜만에 낯익은 인물들과 재회했다.

지연과 지한을 확인한 메시아들이 어미를 쫓는 병아리처럼 쪼르르 달려왔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선배님.”

“오늘 쉬는 날 아니세요?”

“어어. 다들 안녕.”

“안녕하세요, 메시아 분들이시죠?”

“꺅! 오, 오, 오지한이다!”

“예림아 사람을 보고 그렇게 손가락질하면서 놀라는 거 아니야.”

“아. 죄송합니다.”

막내는 여전히 활발하구나.

오랜만에 봤는데도 얼굴색이 좋아 보이는 그들을 본 지연이 살며시 미소 지었다.

저번에는 다들 아닌 척했지만 얼굴에 그늘이 가득했는데 지금은 광명을 찾은 것처럼 화사하기 그지없었다.

‘역시 도와주길 잘 잘했어.’

지난 기간 동안 지연은 메시아와 같이 음방에 출연하며 SNS에 적극적으로 그들을 홍보했다.

대기실에서 같이 게임하는 사진이라든가, 팬들이 보내준 조공을 함께 나눠 먹으며 감사 인사를 올린다든가, 음방 끝나고 같이 퇴근하는 길에 팬들과 소통한다든가.

직간접적으로 알린 덕분에 메시아의 음원도 20위권 안에 들었다.

이 정도면 이제 어엿한 2군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너희들 회사에 무슨 일이야?”

“저희 CF 들어왔대요! 그거 때문에 회사로 오라고 해서 왔어요.”

“CF까지 들어오다니 이게 다 선배님 덕이에요.”

“내가 뭘.”

“로드 오빠가 그랬는데 원래 지연 선배님한테 들어온 거였는데 선배님이 저희한테 돌렸다면서요?”

“광고주한테 적극적으로 저흴 추천했다고 들었어요.”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광고주한테 적극적으로 추천을 해.”

오해하지 마라.

HJ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곳에서 들어온 제안이라 사장님께 은근슬쩍 말했을 뿐이다.

적극적으로 추천한 건 아니고 그냥 광고가 들어온 제품은 나보다 10대에게 상큼발랄한 매력을 가진 메시아가 잘 소화할 수 있다고 한 게 다다.

하지만 이미 메시아 멤버들은 지연의 오른손이 한 일을 알고 있다는 듯이 이상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에네. 다 알아요, 선배님.”

“매니저 오빠들이 선배님은 절대 자기가 했다고 인정 안 할 거라고 하더니 맞았네.”

“그러게. 나는 그 말 듣고 왜 그런가 했더니 선배님은 그저 겸손이 지나친 분이셨어.”

“선배님! 저희 앞으로도 열심히 할게요. 지켜봐 주세요.”

인원이 많아서 그런가 한 명씩 말해도 정신이 없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좀 거리를 두던 애들인데 너무 가까워진 거 같았다.

가까워져서 싫다는 건 아니지만 얘들 너무 활발해.

기 빨리는 거 같으니 후딱 헤어져야지.

“진짜 내가 한 건 아니지만, 아무튼 힘내. 아차! 잘하면 너희 드라마 카메오도 출연할 수 있으니까 연기 연습은 해 놓는 게 좋을 거야.”

“헙! 진짜요?!”

“연기라면 자신 없.”

“은비야. 선배님께서 모처럼 주신 기횐데 안 된다고 하면 안 되지. 열심히 연습할게요.”

“진짜 감사해요. 선배님 저희가 정산받으면 이 은혜는 꼭 갚을게요.”

이제 데뷔 2년 찬데 정산받으면 얼마나 받는다고.

그 돈으로 고기나 한 번 더 사 먹어.

“안 갚아도 되니까 활동 열심히 하고, 무리는 하지 말고.”

“네에!”

“넵, 선배님!”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계속 감사하다고 허리를 숙이던 메시아는 내가 CF 들어온 거 빨리 확인해 봐야 하지 않겠냐는 소리에 겨우 움직였다.

복도 끝으로 사라지면서도 계속해서 감사하다고 외치는 메시아 덕에 또 회사 내에 이상한 소문이 도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누나 인기 많네.”

“질투해?”

“아니.”

지한이 아닌 척 고개를 돌렸다.

서운해하는 걸까?

확실히 이번에 우리가 너무 따로 떨어져 있긴 했지.

동시에 일을 한 게 얼마 만일까.

거의 처음 아닌가?

지한이가 활동할 땐 내가 쉬고, 내가 쉴 땐 지한이가 활동했으니까.

같은 집에 있으면서도 최근에는 서로 자는 얼굴을 더 많이 본 느낌이니 어쩔 수 없지.

옆에 선 동생에게 팔짱을 낀 지연이 서둘러 영훈 오빠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182. 일을 만드네, 만들어

“너희들 왔냐.”

“영훈 오빠는 또 얼굴이 왜 그래?”

“왜긴 왜겠냐. 곧 드래곤 엠페러 2편 들어가잖아. 그거 때문에 일정 조율하는 거랑, 지한이 앞으로 들어온 CF랑 인터뷰. 다른 애들이 들어갈 차기작, 지금 들어가고 있는 프로그램 확인까지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그렇지.”

오오. 하긴 개편되면서 영훈 오빠 팀에 새로 들어온 배우도 많다고 들었다.

그동안 내가 본 영훈 오빠라면 잘 할 수 있겠지.

“그래. 그래서 지한이 새 작품 들어가고 싶다고?”

“응. 저번 한국에서는 작품 이후로 지한이가 꽤 오래 쉬긴 했잖아?”

“그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말이야.”

그 일 중 하나가 바로 휴가 때 있었던 인어 영상이지 않냐는 듯이 영훈이 지그시 둘을 쳐다봤다.

거참 우린 진짜 휴가를 간 것뿐이라니까?

결코 사고 치려고 간 게 아니라고.

“아무튼 팬들 반응도 지한이를 국내에서 더 봤으면 좋겠다는 분위기니까 나쁘진 않은데 지한이 넌 괜찮아? 이 드라마 끝나면 바로 드래곤 엠페러 찍으러 가야 하는데?”

“드라마 찍으면서 영화 촬영도 동시에 하는 배우도 많잖아요?”

“그건 다른 배우들 말이고. 너희들은 이때까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잖아.”

너희들 급 정도 되면 1년에 한 작품 하는 것도 많이 하는 건데.

하지만 국내 활동을 하지 않고 해외 활동만 하는 것도 좋은 건 아니었다.

“좋아. 그러면 이 작품은 지한이 네가 들어가는 걸로 생각하고 알아볼게.”

“응. 이왕이면 빨리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해 줘.”

“안 그래도 루카스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을 한다고 촬영 날짜가 내년 4월로 미뤄질 거 같단 연락을 받았어.”

“감독님이? 이미 시리즈 생각하고 스토리를 썼다고 3편까지는 문제없다고 했는데.”

“누구 때문에 수정하고 싶다고 하셔서 말이야.”

그 말을 한 영훈이 지연을 쳐다봤다.

나 때문이야?

내가 뭘 했다고 그러셨는지 모르겠네.

하지만 그 때문에 일정 조율한다고 죽어가는 직원들을 알기에 지연이 슬그머니 영훈의 시선을 피했다.

아니, 억울해.

이제 우리 해외 스케줄 혼자 담당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래도 개편 때 인수인계해 주느라 고생했던 걸 아는 지연이 영훈의 앞으로 오는 길에 사 온 디저트를 내밀었다.

“오빠 이거 오는 길에 사 왔는데 맛있어. 먹어 봐.”

“형 머리가 안 돌아갈 땐 단 게 최고래.”

“…잘 먹을게.”

뇌물로 바치고 넘어가려는 수작인 걸 알지만 영훈이 알면서도 넘어가줬다.

“아무튼 최대한 빨리 방영될 수 있게 해 볼게.”

“그런데 사전 제작으로 하는 거면 방영 늦어도 괜찮지 않아?”

“전체 사전 제작을 하는 건 무리일 텐데.”

무슨 소리.

앞으로 몇 년 뒤에 100% 사전제작해서 성공한 드라마 때문에 사전제작 열풍이 불 거다.

내가 그때 고시생활 했는데도 여기저기서 그 드라마 열풍 때문에 난리가 나서 다 알고 있다고.

그리고 우리 지한이 정도면 100% 사전제작할 수도 있지.

사장님한테 가서 도와달라고 하면 군말하지 않고 해 주실 거다.

‘사장님은 우릴 좋아하니까!’

이건 확신이었다.

그동안 계속 피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확실히 알았다.

사장님은 우릴 가족처럼 대한다는 걸.

우리 챙긴다고 그렇게 싫어하는 공주님 소리 들어가면서 사장님 형제들한테 부탁하는 거까지 봤는데 의심했다니.

다시 생각해도 그동안 내가 너무 벽을 세우고 있었다.

“오빠, 사전제작하자. 그게 더 드라마 퀼리티도 살고 우리 방영 시간도 조율할 수 있고 좋을 거 같아.”

“사전 제작이라.”

“나도 사전 제작 좋은 거 같아.”

“지한이 너도 그렇게 말한다면야…. 이건 내가 방송국이랑 조율해 봐야겠다.”

배우들이 저렇게 원하는데 방송국 설득하는 것쯤이야.

쉽지 않겠지만 지한이에 대한 대중의 뜨거운 관심과 해외 로케 촬영, 투자, 광고까지 동원한다면 어떻게 될 거 같은데?

그 부분은 나 혼자 하기 힘드니까 본부장님한테 보고하고 사장님 결재를 받은 뒤에 진행해야겠다.

“아무튼 지한이 넌 이 대본 마음에 드는 거지?”

“응. 누나도 마음에 든대.”

“지한이가 하면 괜찮을 거 같아서.”

“지연이 네가 고른 거라면 잘 되겠지.”

아마 팬들도 좋아할걸?

에반의 쎄한 모습을 좋아한다고 한 거랑.

예전에 친이연미 촬영할 때 쫙 빼입고 나오거나 지한이가 상의탈의한 장면 보여 줄 때 좋아한 걸 보면 알 수 있었다.

“팬들은 지한이가 남성미 물씬 풍기는 역할 하면 좋다고 자지러질 거야.”

“네 말을 들으니까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형, 잘 부탁해.”

“오빠, 우린 오빠만 믿어.”

남매가 둘이 쌍으로 불쌍한 동물 눈을 했다.

머리 위에 축 늘어진 동물 귀가 보이는 거 같았다.

“그래….”

오늘도 졌다.

앞으로 쏟아질 산더미 같은 일을 생각한 영훈이 지친 얼굴로 마카롱을 베어 물었다.

* * *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어, 지연아.”

“언니랑 오빠들 모두 고생했어요.”

드디어 길고 긴 활동의 끝이 보였다.

사실 끝이라고 하기에도 좀 애매했던 게 이제 연말 무대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라 두 달을 채웠던 앨범 활동을 끝내야 했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올라오고 있던 참인데 활동을 끝내서 은주 언니가 아쉬워하면서도 안심하던 게 떠올랐다.

“아, 지금 지연이 네 해외반응이 좋은데 여기서 활동을 접으면, 아니다 해외 활동하면 우리가 죽을 거야. 어차피 다시 미국 가니까 그때까지 반응 있으면 하지 뭐. 아니, 그래도 이렇게 좋은 기횐데. 이 정도로 좋은 반응은 흔치 않단 말이야. 마침 말춤으로 K-POP에 대한 반응이 좋을 땐데. 아니다. 어차피 지연이 노래는 10월만 되면 연금처럼 들려왔으니 괜찮으려나? 아니, 그래도.”

머릿속에서 이성과 본능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것 같은 은주를 보고 지연이 슬그머니 피한 건 비밀이 아니었다.

아니 해외 활동해 주는 건 문제가 아닌데 그렇게 되면 연말 무대를 못 설 수도 있을 거 같아서 걱정이다.

해외 활동은 갔다고 오는 것만 해도 시간이 꽤 소모되니까.

“언니 그렇게 힘들면 나 해외 활동해도 돼.”

“됐어. 안 그래도 곧 드래곤 엠페러 들어간 건데 해외 활동 못 해도 되지. 어차피 애런이 지연이 네 활동 보조해주고 있으니까. 그쪽에서 요즘 라디오 신청곡으로 네 노래가 많이 들린단다.”

“정말? 안 그래도 케이티랑 로드리오가 요즘 내 노래 잘 듣고 있다고 메시지 보냈어. SNS에도 해외 팬 댓글이 많이 늘었고.”

“그래. 이럴 때 말뚝을 큰 거 하나 박으면 좋을 텐데.”

은주가 탐스러운 먹잇감을 보듯이 지연을 돌아봤다.

언니 그렇게 보지 마.

“정 그러면 한 개 정도는 해 줄 수 있어.”

“…됐다. 너도 쉴 때가 있어야지. 드래곤 엠페러 촬영하고 와서도 제대로 쉰 적이 얼마 없잖아.”

“나 쉴 거 쉬어가면서 해.”

은주가 거짓말 하지 말라는 듯한 시선으로 지연을 쳐다봤다.

“진짠데. 나 일 중독이 아니야.”

누누이 말하지만 나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란 말이다.

다만 막상 활동을 끝내려고 하니까 아쉬움이 몰려와서 그렇지.

올해는 예상치 못한 일정 때문에 콘서트도 못 했는데.

지연이 어젯밤 살폈던 SNS에 올라온 팬들의 글을 떠올렸다.

└지연아 바쁘게 활동 한 건 알지만 더 활동해줘ㅠㅠㅠㅠㅠ

└못난 팬이라 미안하다. 그런데 활동 조금만 더 해 주면 안 되겠니?ㅠㅠㅠㅠㅠㅠ

└이대로 못 보네ㅠㅠㅠㅠㅠㅠ

이렇게 날 좋아해 주는데 앨범 활동이 끝났으니 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럴 때 B앱처럼 라이브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거 아직 안 나왔으려나?

아니지, 그거 내가 먼저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언니 나 개인 채널 하나 만들까?”

“요새 BJ들이 한다는 그거? 그걸 왜?”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냐고 묻는 듯한 은주의 시선에 지연이 나는 죄가 없다는 듯이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앞으로도 우리 해외에서 활동하는 날이 많아질 텐데 그러면 팬들이랑 만나기 힘들어지잖아. 팬 관리도 할 겸 개인 홍보도 할 겸 겸사겸사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있으면 좋을 거 같아서.”

“SNS로도 잘 할 수 있잖아?”

“그걸로는 부족한 거 같은 느낌이어서.”

“흐음…. 지연이 네 의견이 그렇다면 이 건은 내가 위에 건의해 볼게.”

“고마워 언니!”

지연의 말에 은주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허탈하게 웃었다.

연예인으로서 팬들을 아끼고 관리하는 건 중요한 덕목이었지만 요즘 지연은 어쩐지 좀 과한 느낌이란 말이지.

어느 순간 각성한 것처럼 팬들을 물고 빨고 핥는데 이게 또 긍정적인 변화라서 나쁘진 않았다.

“또 야근하겠네.”

그래도 자꾸만 일을 물고 와서 야근을 시키는 지연이 얄미운 건 어쩔 수 없지만.

은주가 배시시 웃는 지연을 보고 두 손을 들었다.

* * *

오랜만에 동생이랑 같이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며 집에서 만두를 빚고 있던 지연이 동생에게 넌지시 물었다.

“지한아 우리 뉴튜브 채널 하나 개설하는 건 어때?”

“우리가?”

“응.”

빚고 있던 만두를 베이킹 종이 위에 올려둔 지한이 누나의 제안을 곰곰이 생각했다.

뉴튜브 채널이라.

개인이 영상을 편집해서 직접 올리는 사이트였지?

최근에 꽤 떠오르는 거 같던데 일반인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영상을 올린다고?

정해진 대본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줄 수 있단 거지?

“나는 상관없어. 재밌을 거 같기도 하고. 그런데 갑자기 왜 하자고 하는 건데?”

“우린 팬들에게 얼굴 보여주는 날보다 안 보여주는 날들이 더 많잖아. 실제로 촬영을 오래 준비한다고 해도 막상 사람들이 보는 건 2-3달밖에 안 되니까 팬들이 아쉬워해서.”

요즘 들어서 팬들에 대한 애정이 MAX를 찍은 누나의 말에 지한이 웃음을 흘렸다.

죽다 살아나기라도 한 걸까?

그런 황당한 생각이 떠오를 정도로 요즘 지연은 주위 사람들에게 잘해주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지한아 이거 봐! 하트 만두! 이거 너 줄게.”

그래도 저 누나는 변함없는 내 가족이다.

자신이 만든 하트 모양 만두를 보여주는 지연을 보고 지한이 대답했다.

“잘 만들었다. 나도 하트 모양 만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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