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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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찾아온 이가 아니었다면.

마을에서 처음 보는 수상한 자가 에반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런 작은 마을에는 외지인이 잘 드나들지 않는다.

여행객이 올 만한 곳도 아니었다.

그래서 낯선 이가 들어온다면 눈에 띨 수밖에 없었다.

“누구세요?”

“모른 척 하는 건가? 상관없다. 찾았으니.”

그 사람이 나타남으로서 에반의 평온한 일상이 깨졌다.

아니.

원래의 삶으로 돌아갔다.

뒤집어쓰고 있던 가면을 벗자 그 속에서 냉혹한 생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까지 나타나다니 끈질기구나.”

“죽어라. 도마뱀.”

“불쾌하군. 그딴 미물과 날 비교하지 마라, 인간.”

에반의 동공이 세로로 길게 찢어졌다.

그의 눈이 황금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용의 시선을 마주한 인간이 잠시 움찔할 때 에반이 손을 움직였다.

휘이잉

그의 손에서 시작된 바람이 커다란 회오리바람이 되었다.

“겨우 이딴 바람으로 날,”

콰르릉!

위에서 아래로 손을 긋자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졌다.

“큭, 도마뱀 주제에!”

후두두둑, 쿵

주먹을 움켜쥐자 하늘에서 우박이 운석처럼 떨어졌다.

“큭!”

회오리바람과 번개, 우박이 휘몰아쳤다.

세상이 멸망한 것 같은 풍광 속에서 에반은 홀로 금색으로 빛나는 눈을 하고 서 있었다.

가면을 벗은 에반은 용이었다.

모든 기상을 손짓 하나로 움직일 수 있는 위대한 존재였다.

하지만 에반의 대적자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용의 피를 뒤집어쓸수록 강해지는 용살자였다.

두 사람의 격돌에 에반이 살고 있던 작은 마을이 휩쓸렸다.

본 모습을 드러낸 이상 위장한 모습으로 맺었던 인연은 전부 잊어야 했지만 에반은 마을이 망가지는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싸움에서 도망쳤다.

“에반.”

“…어떻게 날 찾아온 거지.”

에반스 스쿨의 마돈나.

피자가게 주인의 딸인 리사가 도망친 에반의 뒤를 따라 숲으로 들어왔다.

“언제부터 날 따라왔지?”

“따라온 게 아니야. 네가 여기 올 줄 알고 있었어.”

가뜩이나 용살자와 조우한 덕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는데 리사의 낯선 모습에 에반이 미간을 좁혔다.

“이럴 때가 아니야. 에반. 어서 움직여야 해.”

“….”

“신전으로 가야 해.”

리사의 말에 에반의 얼굴이 더욱 딱딱하게 굳었다.

“네가 신전을 어떻게 아는 거지.”

에반의 날카로운 기세가 리사를 향했다.

“네 정체가 뭐야, 리사.”

“신전으로 가면 말해 줄게.”

“내가 너에게 상냥하게 대할 수 있을 때 말하는 게 좋을 거야.”

두 사람이 대치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리사가 침을 삼키고 주먹을 꽉 쥐었다.

애써 초조함을 감춘 리사가 입을 열었다.

“내가 예지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리사, 네가 이 마을에 있던 건 우연이 아니겠지.”

“맞아.”

두 사람이 잠시 대치했다.

이 인간을 믿어도 될 것인가.

아니지. 인간이란 어차피 손짓 한 번에 스러져갈 나약한 생물.

만약 수작을 부린다면 그때 가서 처리해도 될 일.

“좋아. 일단 네 말대로 신전에 가겠어.”

“믿어줘서 고마워.”

“믿는 게 아니야. 네 말이 내게 도움이 될 거 같단 합리적인 생각이 들어서야.”

“…알았어.”

두 사람은 함께 신전으로 향했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에반을 노리는 용살자들이 턱밑까지 그를 쫓아왔다.

“너는 신전으로 가. 그곳에 가면 안전할 거야.”

“에반, 너도 함께 가야 해!”

“네가 있으면 방해가 돼. 없는 편이 싸우기 편해.”

리사가 자신들을 둘러싼 검은 옷 무리를 보았다.

‘아직’ 에반은 이 사람들을 전부 상대할 수 없어.

이 상황에서 에반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해.

그때 리사의 눈앞에 어떤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시간을 끌어줘.”

“무슨 생각이야.”

“널 도와줄 존재를 데려올게.”

“됐어. 너만 없으면 저것들 따윈 아무것도 아니야.”

“허세 부릴 때가 아니야, 에반!”

리사가 소리쳤다.

“내 말 좀 들어! 난 널 살리고 싶단 말이야!”

절박함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에반이 힐끗 옆을 쳐다봤다.

자신의 본모습을 봤음에도 변함없이 대하고 있는 리사가 보였다.

초조하고 다급한 얼굴 속에서 모두가 사랑한 리사의 다정한 모습이 보였다.

‘왜 날 예전처럼 대하는 거지?’

무섭지 않은가?

두렵지 않은가?

그녀와 자신은 완전히 다른 종족일 텐데.

에반이 리사를 보던 시선을 움직여 점점 다가오는 검은 무리를 보았다.

“…다녀와.”

에반의 대답을 들은 리사가 화색이 돌았다.

“빨리 갔다 올게. 그때까지 죽지 마, 에반!”

등을 돌려 뛰어가는 리사의 뒤로 에반이 검은 무리와 대치했다.

“하나뿐인 동료도 떠났구나. 그 질긴 목숨 내가 끊어주지.”

“동료가 아니야. 내 목숨 대신 이번에야말로 네 목숨을 끊어줄게, 조지 브레이커.”

몇 년을, 몇십 년을 자신을 쫓아다니던 존재를 보고 에반이 지긋지긋하단 얼굴을 했다.

거머리 같은 인간!

도마뱀 주제에!

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인간의 형상을 한 두 사람의 격돌에 주위에 있던 나무들이 동심원을 그리며 쓰러졌다.

콰가가가가강!!!

조지가 어느새 칼을 꺼내 들었다.

용살자의 힘이 담긴 검이었다.

검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기세에 에반이 뒤로 물러나며 번개를 불렀다.

콰르릉! 우르릉, 콰강!

조지의 머리 위에 번개가 내리쳤지만 그가 들고 있는 검이 모든 번개를 흘러버렸다.

“쏴!”

조지의 신호와 함께 주위에 있던 이들이 쇠줄을 던졌다.

양방향에서 쇠줄이 쏘아져 그물을 친 듯이 에반을 옭아맸다.

“이깟 쇠줄!”

“떨쳐낼 수 없을 거다. 용의 힘줄로 만든 거니까. 느껴지지 않나? 너에게 익숙한 존재의 힘줄로 만든 건데.”

“….”

조지의 도발에 에반이 그를 가만히 쳐다봤다.

환하게 빛나는 금색 눈동자가 차갑게 불타고 있었다.

“안심해라. 너도 곧 그들의 곁으로 갈 테니까.”

조지가 머리 위로 검을 들어올렸다.

그때 누군가가 허공에서 나타나 조지와 에반 사이로 뛰어들었다.

쿵-!

검은 머리카락이 허공에 나풀거렸다.

이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 차분하고 우아한 차림의 여성이 고개를 들었다.

“감히 누굴 누구 곁으로 보낸다고 하는 거지? 인간 주제에 내 영역 근처에서 날뛰다니 용기가 가상하구나.”

투명한 하늘 아래에 차가운 얼굴을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음을 사람의 형태로 빚어낸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용기를 봐서 고통 없이 보내주지.”

“모두 공격해라!”

그녀가 움켜쥔 곳에서부터 허공이 얼어붙었다.

기다랗고 투명한 얼음 창이 완성되었다.

“죽어라.”

서늘하고 무심한 말과 함께 세상이 두 쪽으로 쪼개졌다.

조지 브레이커가 간신히 그녀의 참격에서 몸을 피했다.

그를 따르던 수많은 부하들이 반토막이 나 있었다.

“잽싸게 움직이는 게 쥐새끼 같구나. 가만히 있어라. 그래야 고통 없이 보내줄 수 있다.”

“큭…!”

같은 용이라도 에반과는 격이 다른 힘이었다.

모든 수하를 잃은 조지가 험악하게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일그러진 그의 얼굴에 그늘이 져 악마 같아 보였다.

“이제야 분수에 어울리는 얼굴을 하는 구나.”

“아이린 화이트…!”

“내 이름까지 기억해주다니 영광이군. 조지 브레이커.”

아이린과 조지가 첨예한 시선을 교환했다.

그때 아이린과 조지, 에반까지 모두의 시선이 옆을 향했다.

그곳에서 붉은 광선이 쏘아지고 있었다.

후우우우우웅-!

빛이 질량을 가지고 모든 것을 훑고 지나갔다.

숲에 넓은 길을 낸 붉은 빛이 사라졌을 땐 조지도 사라져 있었다.

“도망치는 것 하나는 빠르군.”

“오랜만이야, 아이린.”

에반의 말에 아이린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고운 미간에 주름이 가 있었다.

“형편없는 몰골이구나, 에반.”

* * *

위기가 지나고 두 용과 인간 하나는 신전에 도착했다.

용을 모시는 인간들이 새로 온 용을 환영했다.

“그래서 내가 왜 이곳에 와야 했는지 말해 봐.”

“그건 나도 잘 몰라.”

리사가 미안하다는 듯이 에반을 힐끔 바라보며 눈치를 살폈다.

결국 왜 와야 하는지도 모르고 얼굴 보기 불편한 아이린만 봤단 거군.

에반이 깊은 한숨을 내쉬자 아이린이 등을 돌려 어디론가 향했다.

“따라와라.”

“어디가는 거야.”

“네가 신전에 와야 했던 이유. 내가 알려주겠다.”

아이린의 행동에 에반이 그녀의 등을 가만히 쳐다봤다.

뒤에서 찌르는 듯한 시선이 느껴질 법했지만 아이린은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걸어갔다.

눈썹을 꿈틀거린 에반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다.”

“이건…!”

아이린이 가리킨 곳에 오색으로 빛나는 구슬이 물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하트 스톤’이다.”

“이게 왜 빛나고 있지?”

“힘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게 왜 내가 여기 와야 하는 이유야?”

“하트 스톤이 빛나는 건 로드를 뽑을 시기가 다가와서다.”

그래서 어쩌라는 듯한 에반의 시선에 아이린이 서리가 내린 것 같은 얼굴로 무심하게 대답했다.

“에반, 차기 로드는 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차기 로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 거다.”

두둥-! 둥!

눈을 크게 뜬 에반의 얼굴을 위로 OST가 흘러나왔다.

까맣게 변한 화면 위로 스태프롤이 올라갔다.

177. 고생 좀 해야겠어

[‘드래곤 엠페러’ 개봉 첫날 1위]

[드래곤 엠페러, 왕이 되어라!]

[<드래곤 엠페러>, <리벤져스>를 이어 올해 최고 점유율]

[‘드래곤 엠페러’ 박스오피스 1위, 대적자가 없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영웅들의 이야기, 마벨의 새로운 슈퍼 히어로 ‘드래곤 엠페러’]

└에바아아아안!!!!!!!!

└내 2시간 순삭당함

└햇살에반에서 쎄한에반으로 변한 거 왜 이리 좋지?

└아니감독님여기서끊으시면

└한국 사람을 열받게 하는 데는 2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열받게 하지 마라.

└그래서 2편은 언제 개봉하죠? 올해 개봉하는 거죠, 감독님?ㅎㅎㅎ

└다음 편 내 놔아!!!!!!!!!!!!!

└감독님 절단마공 이렇게 쓰시면 안 돼여 제바류ㅠㅠㅠㅠㅠㅠㅠ

화려한 액션씬과 비극적인 에반의 과거, 하트 스톤이라는 뭔가 중요해 보이는 설정까지 담은 드래곤 엠페러 1편 어웨이크닝은 팬들에게 ‘훌륭한 어그로였다’라는 평을 받으며 개봉 첫날부터 흥행에 성공했다.

2시간이 조금 넘는 상영시간을 가졌음에도 팬들은 더 보지 못해서 아우성이었고, 얼른 다음 편을 내놓으라고 난리였다.

이 일은 한국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눈을 감았다 뜨니 내 2시간이 사라져 있었다.

└동양인 영웅이라서 또 닌자가 나올 줄 알았는데 드래곤 엠페러는 내 예상을 깨버렸다. 물론 좋은 쪽으로다.

└하트 스톤이란 설정이 너무 좋았다. 영화의 처음과 끝에 쓰여 전체 스토리를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음을 암시했다.

└인간인 에반과 용인 에반이 확실히 차이가 있더라. 난 인간 에반과 용 에반 모두 팬이 된 것 같아!

└이거 코믹스는 어디까지 나왔어? 하트 스톤에 대한 설정이 더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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