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이 끝났다.
화면을 보고 있던 두 사람이 영상이 끝나자 막힌 숨을 토해내듯 외쳤다.
“지한이랑 지연이!?”
“너희들이 왜 거기서 나와!?”
블러 처리로는 절대 숨길 수 없는 미모에 홍 여사와 해수가 비명을 질렀다.
171. 런피플 <베트남> 편 (4)
“누나 시작한다.”
“잠깐만.”
지연이 부엌에서 군것질거리를 들고 후다닥 뛰어왔다.
먀오옹
왕
“너희들 것도 가져왔어. 잠시만.”
테이블 위에 접시를 올려두고 지연이 아이들 간식을 나눠주었다.
테이블에는 간식, 옆구리 옆에는 털 달린 반려동물, 모니터링을 위한 노트북까지 모든 준비가 끝났다.
“팬들 반응은 어때?”
“예고편만 보고 우리 알아봤나 봐. 지금 불판만 벌써 10개가 넘어.”
“다들 기대 중인가 봐.”
지연이 노트북을 힐끗 살폈다.
[런피플 ‘지연, 오지한편’ 불판]
시작한다!
└ㅋㅋㅋㅋㅋㅋㅋSBC 아무리 모자이크 해 봐라. 우리 애들을 못 알아보나.
└바로 알아봤지!
└나도!
└못 알아보면 플래닛이 아니다.
└우리들은 지연의 더 많은 예능활동을 원한다-by연바라기
다들 대단하네.
물론 우리가 누군지 알아볼 수 있게 약한 블러 처리만 해서 예고편을 보냈으니까 우리 정체를 안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자신들을 위해 본방을 달리고 있는 팬들을 보니 고맙다는 마음이 저절로 솟아났다.
“나온다!”
“우리가 미션받는 장면부터 시작하는구나.”
남매가 사이좋게 입에 메론을 한 조각씩 물고 말했다.
화면 속에서는 출국 전날 방송국에서 PD에게 미션을 받는 것부터 시작했다.
[촬영 전 두 분을 이렇게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미션을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아하. 저 이거 알아요. 스파이죠?]
[우리가 스파이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애들이 스파이라고?
└이건 된다! 되는 주식이야!
└스파이 오지연, 오지한
└└하앜 누나 절 가져요!!!!!!
└└오빠앜!!!!!!!!!!!
└└└19살 애기한테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지.
└└└뭐. 왜. 뭐. 그러는 넌 지한이 뭐라고 부름
└└└자기야♥
└└└도랏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흡.”
“지한아. 여기 물.”
“고마워.”
댓글을 보던 지한이 메론을 먹다가 사레가 걸렸다.
자신도 보고 빵 터질 댓글이었다.
진짜 대한민국 사람들 드립력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잠시 지한이를 살피는 사이 TV에서는 출국하는 멤버들과 호텔에서 미션을 받는 멤버들의 모습까지 차례대로 방영됐다.
-지한이다!
└하앜 저 뒷태. 저 슈트빨. 내 남편이 틀림없습니다.
└누가 네 남편이야!
└본다본다본다본다!!!
그리고 지한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우어어어어어어!!!]
[어어어어어어엌!!!!]
-꺄아아아앙아악!!
└오빠아아아아아아아!!!!!!!!
└지한아아아아아아아!!!!
└오빠야앜!!!!!!!!!!
└자기야아!!!!!!!!!
└└끌어내!
└└경찰 아저씨 여기에요!!
잠시 후, 잠옷차림의 추레한 몰골의 멤버들과 아침부터 풀세팅을 한 지한이의 모습이 나란히 화면에 잡힌다.
세계 최고 미남이자 기적이라 불리는 남자의 풀세팅은 강력했다!
마이크가 없음에도 수군거리는 스태프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멤버들도 지한이를 보고 멘트를 치지 못하고 한동안 얼굴을 감상했다.
-얘들아 말 좀 해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 잠시 지한이 얼굴 보고 기절한 듯
└나도
└(대답이 없다. 이미 시체인 듯하다.)
[아니 지한아 출연하면 미리 말을 하지.]
[형, 지한이랑 친해요?]
[네. 저 완전 친하거든요? 그치, 지한아.]
[처음 뵙겠습니다, 선배님.]
지한이 센스있게 칼같이 예의를 차려 인사하자 간신배들이 주석을 냅다 떨어트렸다.
[나 지한이 팬클럽 창단식 사회 봤던 남자야!]
[어쩌라고요! 형 그때 이후로 지한이 본 적 있어요?]
[아니, 그건.]
[아, 나와요!]
주석이 또 쫓겨났다.
그렇게 지한이의 옆에 붙기 위해서 다투던 멤버들을 PD가 미션을 주며 돌려보냈다.
그렇게 팀복을 갈아입기 위해서 멤버들이 방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이상하게 화면이 텅 빈 로비를 그대로 비췄다.
그때 화면으로 누군가가 나타났다.
[갔어요?]
[네. 갔네요.]
-지연아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지연아?
└이때까지 어디 있다가 이제 왔어?
└누나아앙!! 기다려쏘오!
└└혀 짧은 소리 압수
└└으으읍!!
[첫 번째 미션입니다. 멤버들이 팀복으로 갈아입는 사이 이름표에 도장을 찍으세요.]
PD가 건넨 도장에는 귀여운 고양이 발바닥이 새겨져 있었다.
-아니 캣우먼이냐ㅋㅋㅋㅋㅋㅋ
└저거 분명 지연이가 고양이 집사라서 고른 걸 거임
└집사는 인정이지!
지연은 당장 오디오팀을 찾아갔다.
마이크를 찰 때 어쩔 수 없이 등을 내 줘야 한다는 걸 떠올린 것이다.
오디오팀을 따라가면서 지연이 카메라를 보고 작게 속삭였다.
[유주석 선배님이 스태프 이름을 전부 다 알고 있다고 하던데 걱정이에요.]
-지연아 넌 할 수 있어!!
└지연아 하팅!!
└치사하게 지연이 혼자 어려운 거 시키고!
└SBC 폭파하러 가실 분 구합니다(1/nnnnnn)
그러나 유주석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지연의 스태프 연기는 감쪽같았다.
오디오팀이 멤버의 앞에서 마이크를 달고 있을 때 지연이 허리에 밴드를 채우면서 이름표에 도장을 꾹 눌렀다.
이름표 구석에 파란색 고양이 발자국이 앙증맞게 찍혔다.
몇 번 하더니 대담해진 지연은 발도장으로 귀엽게 하트를 그리기까지 했다.
-저게모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 내 새끼 너무 잘 해!
└진정하세요. 그리고 님 새끼 아님.
└폭파 중지! 폭파 중지!
그렇게 멤버들의 이름표에 전부 도장을 찍은 지연이 수영장으로 들어가는 그들을 보고 씨익 웃었다.
미션 완수였다.
* * *
수영장에서 지한이 활약하며 멋진 장면을 보여줬다.
‘물+미남=최고’라는 공식을 증명하며 많은 팬들에게 눈호강 짤을 제공했다.
종근과 지한이 마지막에 멋지게 대치하며 동반 입수하는 장면은 모두가 손에 땀을 쥐고 구경했다.
-대박이다
└이건 런피플 역사상 길이길이 남을 레전드 짤이다.
└지한이 어떻게 종근 선배님 이기냐고 하더니 절대 안 밀렸음ㅠㅠㅠㅠㅠㅠㅠㅠ
└지한이 근육 봤음? 완전 압축형 근육ㅠㅠㅠㅠㅠㅠ
└허벅지 근육 봄? 하앜
└└아니 왜 그렇게 자세히 보셨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님 변태같음ㅋㅋㅋㅋㅋㅋㅋ
└└└왜 그래요. 님들도 지한이 허벅지 근육 봤으면서
└└└저 바른 입을 매우 쳐라.
멤버들이 옷을 갈아입고 다음 미션장소로 이동할 때 또 화면이 텅 빈 수영장을 비췄다.
게시판에서 변태들이 그 사실도 모르고 떠들고 있을 때 또다시 지연이 화면에 등장했다.
-지연아 안뇽!
└지연아 더 자주 나와 줘!
└캐주얼한 지연이라니. 방송국은 당장 원본 영상을 더 풀라!
└지연이가 입고 나온 옷 어디 거에요?
└└여기요! http://blog.avar...
첫 번째 미션을 성공한 지연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여기 있어도 아무도 모르네요.]
-다들 눈이 어케 된 거 아님?
└마자마자. 우리 지연이를 그냥 두고 넘어갈 수 있어!
└나는 1km 밖에서도 지연이 알아볼 수 있음!
└└칭기즈칸의 후예가 나타났다!
[두 번째 미션입니다. 빙고 2줄을 완성시켜 선착순 2위 안에 드세요.]
뷔페에서 고른 음식들을 작은 접시에 담아 빙고를 완성시켜야 하는 미션이었다.
지연이 다른 멤버들이 오기 전에 한발 앞서 뷔페에서 음식을 골랐다.
[제가 런피플 애청잔데요, 종근 선배님들 빼고 다들 어린애 입맛이더라고요.]
-지연이 똑똑해!
└우리 애 수능 만점임!
└천재가 아닐 리 없죠.
[유주석 선배님이 첫 번째 순서죠? 그럼 선배님이 좋아하시는 걸 제일 가운데에 둬야겠네요.]
그렇게 지연은 멤버들의 순서와 취향, 심리를 파악하며 빙고판을 배치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축하드립니다. 지연 씨는 1등으로 빙고를 완성하셨습니다.]
-우어어어어!!!
└대애박! 우리 애 천재야!!
└지연이 너무 멋져!!!!!
└여러분 마음 편하게 보시면 됩니다! 우리 애가 다 해결할 거예요!
어려운 미션을 가뿐하게 통과했다.
그렇게 지연은 첫 번째 미션에서 보안 센서의 위치가 표시된 지도를
두 번째 미션에서 유주석과 김종근을 상대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를 얻었다.
[이제 마지막 미션이죠?]
[대단하시네요. 난이도가 쉽지 않았는데.]
마지막 미션을 위해 변장했던 걸 풀고 슈트를 입고 나타난 지연을 보고 PD가 감탄하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난리가 난 자들은 따로 있었다.
-슈!트!지!연!
└세상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앗, 아아.
└좋은 생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예고편에서 나왔던 장면이 등장했다.
경매가 열리는 화려한 경매장에 등장한 둘을 보고 사람들이 게시판에서 아우성을 쳤다.
-우어어어어어!!!
└가면지한, 가면지연
└이 세계의 진정한 흑막 인정합니다.
└저런 보스라면 구두를 핥아도 좋아. 할짝
└경찰 아저씨! 여기예요!
└철컹철컹!
호텔 복도를 걸어가는 게 그렇게 멋질 일인가!
영화 같은 장면에 모두가 지한의 첫 등장처럼 감탄했다.
복도를 걸어가는 두 사람이 계획을 세웠다.
[내가 지석준 선배님 먼저 뗄게. 너는 그때 아무 멤버나 같이 있어.]
[알리바이를 만들라는 거지?]
[일단 내가 미션에 전부 성공해서 아직 런피플 멤버들은 우리가 스파이인지 몰라. 하지만 언제까지 숨길 순 없을 거야.]
[아무도 모를 때 빨리 제거해야 한다는 거네. 그럼 함정을 파자. 의심받을 사람을 대신 내세우는 거야.]
[제일 떼기 어려운 사람을 의심하게 만들어야겠네]
런피플의 능력자라고 불리는 그 사람
김종근이 모든 의심을 받도록 한다.
-뭐야. 우리 애들 너무 똑똑해.
└오지연(21세. 2011년도 수학능력시험 만점자)
└오지한(19세. 수학능력시험 만점자의 동생. 연기천재)
└너희들 연습했냐. 이거 같은 사람이 단 거 아니지?
└오니버스라면 당연한 거다.
지연이 석준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종근을 발견하고 호텔을 돌아다니는 가드들에게 부탁했다.
[저쪽으로 몰아주세요.]
끄덕
끄덕
지연의 말에 조직원으로 분장한 경호원들이 종근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사이 지연은 런피플 최약체 형에게 접근했다.
[쉿.]
-지연이 귀여워
└우리 지연이가 조용히 하라잖아!
└니가 제일 시끄러.
└모두 쉿
└쉬이이이이잇
VJ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 지연이 눈치를 살피다가 고양이처럼 잽싸게 몸을 낮추고 석준에게 접근했다.
촤아악!
[어? 뭐야? 너?!]
소스라치게 놀라는 석준의 모습이 화면에 느리게 재생됐다.
흔들리는 볼살과 동공이 그가 얼마나 당황했는지를 보여줬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안녕히 가세요.]
[읍, 으읍!!]
심판들이 석준의 입을 막고 감옥으로 끌고 갔다.
-캬, 우리 지연이 인사성 밝은 거 보소.
└제 손으로 직접 가시는 길에 배웅까지 해 주는 거 봐. 이 시대의 참된 인성의 소유자가 분명함.
└그럼그럼. 인사성 하면 지연이지.
└팬싸에서 지연이 팬들에게 하는 거 봐라.
└공원에서 만난 반려견 주인들한테 직접 만든 간식도 나눠준다고 했음
└뭐야 그 간식 나도 받고 싶어.
└죄송하지만 손님. 그 간식 개 전용이에요.
└└? 우리집 개님한테 줄 건데.
└└아, 난 또 본인이 먹는다는 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희들 개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남매들의 런피플 멤버들 사냥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