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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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엄마가 그 보상이라고 했던 게 좀….”

“막내삼촌이 짜증 냈었지. 우리 애들 가만히 놔두라고.”

“그리고 고모는 왜 삼촌이 화를 내냐며 덩달아 목소리를 키우셨지.”

“결국 할아버지가 두 분을 말릴 때까지 싸우느라 지연이랑 지한이가 고모 제안을 받아들였고 말이야.”

아침에 있었던 난장판을 떠올린 3세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가끔씩 아영과 주민은 자신들보다 더 어리게 행동할 때가 있었다.

우리 중 막내인 도진도 그렇게 철없는 행동을 안 할 거다.

다른 가족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나이도 먹으신 분들이 유치하게 ‘내 애야!’, ‘우리 애지!’ 라고 싸우는 게 꼴사나웠다.

이 사실은 절대 밖으로 안 새어 나가게 주의해야지.

“그래서 지연이랑 지한이 ‘런피플’ 언제 나간다고?”

168. 런피플 <베트남> 편 (1)

“최PD!!!!!!”

SBC 예능국 복도를 누군가가 큰 목소리로 뛰어갔다.

모두가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잠시 시선을 주었지만 이내 뛰어가는 사람이 SBC 예능국 국장이라는 걸 확인하고 다시 하던 업무에 집중했다.

재작년 SBC 예능국장으로 취임한 기성국은 아무리 둘러봐도 ‘런피플’ 메인 PD인 최증필이 안 보이자 그 옆에 앉아있던 다른 PD를 붙잡고 물었다.

“지금 최 PD 어디 있는지 몰라?”

“회의실에 있겠죠. 오늘 아이디어 회의 하는 날이잖아요.”

“아 참, 그랬지. 고마워.”

최 PD의 행방을 들은 성국이 회의실로 향했다.

살짝 보인 내부를 보니 과연 회의 중인지 런피플 작가와 PD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목표를 확인한 성국이 다짜고짜 문을 열었다.

벌컥!

“최 PD!”

“국장님?”

갑자기 들이닥친 예능국장을 보고 퀭한 얼굴로 회의 중이던 이들이 모두 문 쪽을 바라봤다.

연락도 없이 찾아온 성국을 보고 증필이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났고 그 뒤를 따라 다른 이들도 엉덩이를 들썩였다.

“국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자네 도대체 왜 전활 안 받아!!”

“지금 회의 중이라. 국장님도 알고 계시잖습니까. 오늘 저희 아이디어 회의 날이라는 거.”

“아 참. 그랬지.”

조금 전에 PD를 붙잡고 들었던 사실이지만 머릿속이 다른 일로 가득 찬 성국은 돌아서자마자 잊어버렸다.

아무튼 런피플 메인 PD를 찾아온 성국이 호흡을 가다듬고 표정을 바꿨다.

“내가 좋은 소식을 가져왔어.”

“네?”

뜬금없이 나온 말에 최 PD의 머릿속이 헝클어졌다.

좋은 소식이라니.

제작비가 늘었나?

아니면 협찬이 많이 들어왔나?

아니면 해외 로케?

뭐든 좋지만 그 소식이 지인을 꽂아달라거나 촬영허가가 떨어지지 않았거나 그런 건 아닐 거라 믿는다.

SBC 예능국에 전설로 내려오는 ‘<애니멀팜> 오씨남매 강림사건’을 제외하고는 상사의 지인이 꽂혀서 힘들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걱정 마. 내가 누굴 꽂는 건 아니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설마 제가 그걸 생각했으려고요.”

“최 PD님 연기 못하시네요.”

“그래서 화면에 목소리만 나오는 거잖아.”

“그렇구나.”

다 들린다.

증필이 옆에서 들으라고 앞담을 하는 메인 작가와 서브 작가를 보고 찌릿 시선을 쏘아 보냈다.

다행히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성국은 작가들의 메인 PD 앞담을 물 흐르듯이 흘러넘겼다.

“호영호텔에서 연락이 왔어. 다음 촬영장소 협찬하고 싶다고.”

“호영호텔이요? 호텔이라면 다른 곳도 많은,”

“국내에 있는 거 말고. 해외 지점. 이번에 새로 오픈하는 호텔 홍보차 장소 협찬하겠대.”

국장의 말에 회의실에 있던 모두의 머리 위에 느낌표가 떠올랐다.

그 말은 즉, 해외 로케 촬영을 한단 말인가!?

호텔 전부에서 촬영할 수 있다면 꽤 재밌는 장면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게다가 호텔이니 숙소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있었고.

이게 웬 굴러들어온 떡이래!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연기에 소질 없던 메인 PD를 놀렸던 작가들이 합심해서 눈에 불을 켜고 한마디씩 했다.

“최 PD님. 이건 꼭 해야 해요!”

“저희들이 밤을 새워서라도 호텔에서 무슨 레이스를 할지 스토리를 짤게요.”

“호텔호텔호텔호텔호텔.”

“해외촬영해외촬영해외촬영해외여행, 아.”

중간에 의도치 않게 본심을 뱉은 이도 있었지만 해외 로케 촬영에 모두가 찬성했다.

예능국장이 전한 말에 모두가 눈을 빛내며 이런저런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호텔이라고 해도 주변 경관을 찍을 수 있으니 헬리캠 챙겨야겠지?”

“호영호텔에서 새로 오픈하는 호텔이 어디에 있더라.”

“지도 띄워봐. 주변에 뭐 있는지 확인 좀 하게.”

“PD님! 바로 앞에 바다가 보여요!”

“조오아써. 바다에 한 번 빠트려야겠군.”

“수중 캠도 챙겨야겠네요.”

“호텔도 좋지만 공항에서 호텔 가는 길에 뭔가 할 수 있는 건 없을까요?”

“그럼 촬영분이 엄청 늘 텐데.”

“뭐, 어때요. 해외 촬영인데 뽕을 뽑아야죠.”

불이 붙은 것처럼 PD와 작가들이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던 성국은 아직 남아있는 말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기침을 했다.

“어흠.”

“그러니까 촬영하려면 비행기표랑.”

“우리 스태프들이 총 몇 명이죠?”

“거의 비행기 한 대 전세 내는 수준일걸요.”

“어흠!!!!”

조금 더 큰 기침소리를 내자 그제야 모두가 성국을 돌아봤다.

명색이 예능국장인데 너무 대놓고 무시하는 거 아냐?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을 한 런피플 팀들을 보고 잠시 삐질 뻔했지만 성국은 넓은 아량으로 참았다.

“그거뿐만이 아니야. 호영호텔에서 호텔 협찬과 더불어 지연, 오지한 출연권까지 가져왔어.”

!!!!!!!!!!!!!!!

네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SBC 예능국 한 회의실에서 커다란 비명이 튀어나왔다.

그날 예능국에는 다시 한번 ‘<런피플> 오씨남매 강림사건’이라는 전설이 탄생했다.

* * *

한편 모처럼 힘들게 생일 선물을 준비했는데 휴식 반납(예능출연)이라는 보답을 받은 오씨남매는 SBC에서 새로운 전설이 만들어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모니터링 중이었다.

이왕 출연하기로 한 거 잘해야지.

런피플은 내가 돌아오기 전에도 꽤 좋아하던 프로그램이고.

국내 콘서트 열었을 때도 가고 싶어서 티켓팅까지 했던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한 번도 티켓팅을 해보지 못한 난 광탈하고 방송으로 봐야 했었지만.

아무튼 런피플 출연진들의 캐릭터와 앞으로의 방송 방향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지금 이렇게 보는 것도 자신보다는 동생을 위해서였다.

“지한아 너 이름표 뜯기 잘 할 수 있어?”

“음…. 종근 선배님이랑 구리 선배님은 쉽지 않을 거 같은데.”

“확실히 운동 좀 했던 사람들이라 쉽지 않지. 노하우도 꽤 쌓인 거 같고 말이야.”

“그러는 누난? 성인 선배님이 상대일 텐데.”

“난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모니터링을 하는 건지 전투분석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남매는 진지하게 런피플 출연진을 파악하고 있었다.

옆에서 영훈이나 미나가 보고 있었다면 너희 지금 싸우러 가냐면서 말렸겠지만 아쉽게도 지금 그 둘은 일하는 중이었다.

진지하게 런피플 캐릭터들을 분석하던 지한이 모니터링을 멈추고 솔직한 감상을 뱉었다.

“재밌겠다. 나 이런 거 처음이야. 떨려.”

“나도 마찬가지야. 아영 이모 덕에 하긴 했지만 런피플 나가기로 한 건 잘한 것 같아. 유주석 선배님이 메인MC지?”

“응. 팬미팅 창단식 할 때 보고 처음이야.”

“벌써 그렇게 오래됐나?”

“그때는 이렇게 잘나가는 MC가 될 줄 몰랐는데.”

“선배님도 지한이 네가 이렇게 잘나갈 줄 몰랐을걸?”

아니다, 알았을지도.

그때도 이미 지한이는 할리우드에 진출한 스타였으니까.

지한이 기대되는지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소파에 기대 쭉 편 다리 끝에 보이는 발가락이 가만있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언제 촬영해?”

“갑자기 들어가는 거에 해외 촬영이니 꽤 걸리지 않을까?”

“그럼 여름쯤이겠네.”

“아마도?”

“이모 호텔이 베트남이랬나?”

“응. 6월의 베트남은 날씨가 어떻지? 우리 촬영 끝나서 조금 놀다 올까?”

“좋아. 날씨랑 관광지 찾아볼게.”

아마도 빨라도 6-7월쯤에 들어갈 거라고 예상한 둘이 여름의 베트남을 기대하며 여행 스케줄을 짰다.

그러나 둘의 예상과 다른 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아영의 보답은 컸고 SBC의 지원도 빵빵하다는 것이었다.

* * *

꽃잎이 다 지기 전, 런피플 ‘베트남편’ 특집 촬영이 결정됐다.

외교부의 협조, 현지 촬영 허가 등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 덕이었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기 전날인 오늘 지한과 지연은 런피플 메인 PD와 만나기 위해서 모처럼 방송국을 찾았다.

기성국 예능국이 찾아와 SBC ‘<런피플> 오씨남매 강림사건’ 전설이 새로 새겨진 그 역사적인 회의실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PD님.”

“안녕하세요. 오지한입니다.”

회의실에 앉아 있던 최 PD는 눈앞에 나란히 앉은 스타들을 보고 긴장으로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겨우 참았다.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부터 그쪽에서 빛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애써 태연함을 가장했지만 목소리와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는 건 숨길 수 없었다.

‘내 앞에 지연과 오지한의 실물이 있다니.’

갈 곳을 잃은 최 PD의 동공이 지진이 난 듯 흔들렸지만 미리 두 사람의 사진과 영상으로 단련을 한 덕에 겨우 미리 준비했던 질문지를 읽을 수 있었다.

“촬영 전 두 분을 이렇게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미션을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아하. 저 이거 알아요. 스파이죠?”

“우리가 스파이에요?”

“네. 지연 씨는 호텔에서 비밀 옥션을 진행하는 마피아 보스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지연 씨가 출연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지연 씨 따로 미션을 진행할 겁니다.”

“푸핫. 누나. 원래 보스는 고독한 법이래.”

“제가…보스요? 심지어 다른 사람도 모르게.”

갑자기 최종악당 역을 맡으라는 소리에 지연이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입을 벌렸다.

누나가 최종 보스를 맡았다는 말에 옆에서 지한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당황한 누나를 얼마만에 보는 건지.

예능은 예능이구나.

진짜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벌어져!

“그리고 오지한 씨는 경찰들 사이에 잠입한 조직의 간부입니다. 런피플 팀과 함께 팀미션을 수행하시면 됩니다.”

“재밌겠네요.”

“네. 같이 잠입 훈련 미션을 수행하시면 됩니다.”

“….”

“훈련이래. 힘들겠네.”

조금 전에 웃었던 걸 지연이 그대로 갚아줬다.

진짜 예상할 수 없다니까.

사이좋은 남매의 모습에 최 PD와 지켜보고 있던 제작진들이 웃음이 새어 나오려는 걸 막았다.

할리우드 스타에 연예인들의 연예인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살가운 모습에 모두가 조금 긴장을 풀었다.

“여러분들이 할 일은 간단합니다. 런피플 팀들이 비밀 장부를 획득하기 전까지 모두의 이름표를 제거하시면 됩니다.”

“우리 둘이서요?”

“이거 우리가 너무 불리한 거 아니에요?”

“그래서 지연 씨의 미션이 중요한 겁니다.”

“?”

“?”

도대체 정체를 숨기면서까지 진행해야하는 미션이 뭐기에.

그러나 곧 이어진 미션의 어마어마한 어드밴티지에 둘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 * *

꺄아아아아아아아아!!!

런피플 출국 당일.

공항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어두운 시각임에도 많은 팬들이 공항에 모여 출국장으로 향하는 출연진들을 향해 환호성을 질렀다.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출국장으로 향하는 멤버들을 누군가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우와. 대단하다.”

“그러게. 멤버들 개인 팬들도 있지만 런피플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이 모였다.

“출연진 개인이 아니라 저렇게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팬이 있을 줄 몰랐어.”

“생각하면 꽤 많아. 드라마 팬을 생각해 봐.”

“아. 무슨 느낌인지 알겠어.”

여유롭게 VIP라운지에서 구경하고 있던 둘의 곁으로 영훈과 은주가 다가왔다.

“얘들아. 너희도 갈 차례야.”

“우리도 비행기 타야지.”

둘의 말에 지한과 지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영이 이모가 전용기를 빌려줘서 다행이야.”

“맞아. 안 그랬으면 우리도 지금 저 인파 사이에 파묻혀 있었을 거 아니야.”

상상만 해도 무서웠는지 지한이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을 본 영훈이 피식 웃었다.

“사장님이 그걸 두고 볼 리가 없지. 호영호텔 사장님이 안 빌려줬더라도 사장님이 전용기 빌려주셨을거야. 그리고 예전에도 팬들 눈 피해서 비행기 잘만 탔으면서 엄살은.”

“헤헤.”

“웃지 마. 정들어.”

“형은 아직도 나한테 정이 안 들었단 말이야?”

“그랬어?”

“너희들 그만해라.”

“고 실장님. 오늘도 고생이 많으시네요.”

“제가 얘들한테 이런 취급을 받고 삽니다.”

정다운 모습에 은주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들은 런피플 사람들과 달리 전용기를 타고 베트남으로 향했다.

이 사실을 아는 이는 아직 런피플 제작진뿐이었다.

169. 런피플 <베트남> 편 (2)

전날 저녁 기자들과 팬들의 배웅을 뒤로하고 베트남에 도착한 런피플 팀들은 호텔에서 꿀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제작진들은 그들의 꿀잠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벌컥!

“이광해 씨. 이광해 씨. 일어나세요.”

“…므야.”

방에 불도 켜지지 않고 눈도 채 뜨지 못한 광해가 담당 PD의 목소리에 잔뜩 엉망이 된 얼굴로 일어나 멍하니 PD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VJ가 놓치지 않고 찍고 있었다.

“이광해 씨. 호텔 1층에 열쇠가 있습니다. 열쇠를 찾으십시오.”

“…열쇠?”

“자, 출발하세요.”

“무엉?”

정신을 차리지 못한 광해가 얼빵한 얼굴을 한 채 사라지는 PD를 불렀다.

잔뜩 구겨진 얼굴이지만 프로 예능인다운 자세로 광해가 곧바로 상황에 몰입했다.

“저기요? 지금 뭐라고 한 거야. 여보세요? 야, 야!”

광해가 소리를 질렀지만 PD는 들은 척도 안 했다.

꿈적도 안 하는 PD를 본 광해가 눈을 반만 뜨고 일어나 모자를 뒤집어썼다.

“1층이라고 했지. 열쇠?”

방을 나온 광해가 복도를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그 일은 다른 멤버들에게도 똑같이 일어나는 일이었다.

“뭐야.”

“갑자기 미션이라고?”

“1층에 열쇠.”

“아침부터 뭐야아.”

“으어어!”

막 깨서 탁하고 갈라진 목소리, 어눌한 발음, 느린 말까지.

하나같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뜬금없이 시작된 방송에 모두가 빠르게 반응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런피플 촬영 짬밥으로 씻지도 않고 방을 뛰어나갔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일어난 건 아니었다.

“쿠울….”

“지석준 씨? 지석준 씨!”

“드르렁.”

찰싹! 찰싹!

석준의 담당 PD가 이불 밖으로 드러난 다리를 찰지게 때렸지만 석준은 꿈적도 안 했다.

흔들고 간지럽히고 아무리 애타게 불러 봐도 런피플 최고령 지석준은 눈을 뜰 기미가 안 보였다.

그렇게 누군가가 남들보다 늦게 시작할 때, 로비 1층에서는 제작진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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