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그동안 멋진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를 향해 박수를 쳤다.
본인의 촬영이 끝났음에도 지연과 케이티가 마지막 날 촬영장에 찾아와 모두에게 축하를 전했다.
오늘 마지막씬을 촬영한 지한이와 로드리오가 분장도 지우지 않고 여기저기 인사를 하러 돌아다녔다.
“모두들 고생이 많았다.”
“루카스 감독님!”
“감독님도 고생하셨어요.”
“감사합니다. 감독님.”
“저도 다음에 또 뵙고 싶습니다.”
4명의 주역들에게 감사 인사를 받은 루카스가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항상 배우와 스태프들을 믿으며 촬영 때 조언을 아끼지 않던 모습을 보고 많은 걸 배웠다.
배우들과 한 명 한 명씩 악수를 나눈 루카스가 지연의 앞에 섰다.
꽈악
“고마워. 역시 자넬 선택했던 건 최고의 선택이었어.”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은 걸 배웠어요.”
“자네가 더 배울 게 있었다니 놀랍군.”
4명의 주역 중 제일 어리지만 제일 베테랑인 지한 못지않게 촬영장을 장악했던 지연이었다.
지한이가 있을 땐 한발 물러나며 주인공의 자리를 존중해 주기도 했었지.
주연과 조연의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한 사람은 지연이라고 단언할 수도 있었다.
“이제 홍보 때 보겠구만.”
“아마도요? 감독님은 지금부터 후반 작업하느라 고생하시겠네요.”
“그게 어디 내 고생이겠는가. 편집 팀이랑 CG 팀이 고생하는 거겠지.”
“그 모든 걸 감독해야 하는 거잖아요.”
“하하. 맞아. 그랬지.”
감독이 한동안 유쾌하게 웃었다.
웃던 감독이 환하게 웃으며 4명의 배우에게 말했다.
“그럼 모두들 그동안 고생 많았어. 다음에도 또 보자고.”
“네!”
“다음 작품도 같이 하길 빌게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홍보 때 봬요!”
유쾌하게 웃는 스태프들과 동료들을 일별하며 지연이 지한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확실히 이번 촬영은 재밌었어.’
이러다가는 지한이 말대로 연기 계속할지도 모르겠는걸.
그래도 노래 그만두지 않을 거야.
167. 아영의 생일 선물
냐오오옹!
폴짝!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엉덩이를 씰룩이던 모짜가 허공을 향해 날아올랐다.
낚싯대 끝에 매달린 깃털을 잡아챈 모짜가 고개를 치켜들고 훌륭하게 승자 포즈를 취했다.
“오구 우리 모짜. 사냥했어요? 용감한 냥이네. 훌륭해! 멋진 맹수야!”
냐냐냥, 냐아아!
지연이 깃털을 물고 발라당 누운 모짜를 양손으로 마구 쓰다듬었다.
그 옆으로 인절미의 털을 빗어주고 있던 지한이 하하 웃었다.
“누나 오늘따라 오버가 심하네.”
“그야 작년부터 계속 촬영 때문에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했으니까 그 반성이랄까? 비행기까지 탔는데 애들이랑 다른 곳도 못 가고 말이야.”
“모짜랑 인절미가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치고는 구경을 많이 못하긴 했지. 그래도 우린 촬영이었잖아?”
“휴우. 어쩔 수 없긴 했지만 미안해서. 국내에 반려동물이랑 같이 묵을 수 있는 펜션이 있으면 애들 데리고 바람도 쐬고 올 텐데.”
“반려동물이랑 같이 지낼 수 있는 펜션이라. 그런 데가 있을까.”
훗, 네가 미래에서 돌아오지 않아서 잘 모르나 모양인데.
1인 가구가 늘고 반려동물과 같이 사는 가구가 많아지면서 그런 펜션이 생긴단다.
지금은 아직 덜 활성화됐지만 기다려 봐, 몇 년 내로 유행할 테니까.
“아니지. 이 기회에 아영 이모한테 말해서 그쪽으로 알아보라고 할까?”
“이모가 맡기에 펜션은 너무 소규모 아니야?”
“이모 호텔은 너무 고가야. 중저가 중심 모텔 브랜드를 만들어도 좋을 텐데.”
“그게 아니라면 반려동물 동반 가능한 호텔을 새로 만드는 것도 좋지 않아?”
동생과 함께 아이디어를 정리한 지연이 아영과 만날 날을 계산했다.
그러고 보니 곧 있으면 그날이었지?
“흐음. 이모 생일이 다음 주지? 그때 말해볼까.”
“분명 좋아할 거야.”
“그 전에, 이모 선물 뭐로 준비하지.”
“끄응. 나도 고민이야. 촬영이 일찍 끝나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이모 생일 지나서 올 뻔했어.”
“안 갔으면 삐졌을걸.”
“100%지.”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HJ그룹의 셋째와 넷째인 아영과 주민은 나이가 들어도 아직 유치한 면이 남아있는 사람들이었다.
공적인 자리에서는 카리스마가 뿜뿜 넘치는 두 사람에게 아직도 유치한 면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는 사람이 적어서 다행이지 많았어 봐.
부르르
“누나? 추우면 난방 켤까?”
“아니야. 아무튼 이번에는 활동을 너무 오래했어. 쉴 거야. 우리 털복숭이 친구들이랑 함께.”
“재작년에 우리 1년 쉬지 않았어?”
“그 뒤 바로 너무 달렸잖아. 드라마에 앨범활동에 그리고 곧바로 마벨 촬영까지. 원래 한 번 활동하고 나면 휴식기도 가졌잖아.”
“그건…그랬지.”
사장님이 이때까지 쉴 땐 쉬어야 한다며 일하고 나면 쉬는 기간을 줬었는데 이번에는 계속 들어오는 일 때문에 제때 쉬지 못했다.
1년 동안 기다려준 팬을 위해서 열심히 활동하려고 하긴 했는데 이건 너무 열심히 한 게 아닌가 싶다.
이젠 쉴 때였다.
“그럼 누나 우리 이번엔 뭐 할까.”
“글쎄. 그냥 어디 경치 좋은 데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푹 쉬고 싶은데.”
“경치 좋은 곳이라. 모짜랑 인절미도 같이 데려갈 거지?”
“응. 유나도 같이. 돌잔치 이후로 한 번도 못 봤어.”
“유나는 나도 보고 싶은걸.”
지연과 지한이 주민의 딸, 유나에 대해 대화했다.
아직 볼살이 통통한 유나는 꽤 귀여웠다.
우릴 보고 ‘아아!’ 하면서 손을 흔드는데 귀여워서 벽 부술 뻔했다.
팬들이 우릴 보고 벽 부수고 싶다고 한 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누나 이거 봐. 귀엽지. 토끼가 그려져 있어.”
“유나는 토끼보다 다람쥐 과야. 이거 귀엽지? 특히 모자 봐. 다람쥐 귀가 달려 있어.”
“하지만 토끼가 하얗고 분홍색이고 부드러운걸. 여기 손싸개 보면 발바닥도 찍혀 있어.”
“유나를 생각해 봐. 볼 통통한 거 보면 먹을 걸 볼 주머니에 담고 있는 거 같지 않아?”
“크흑. 그건 그렇지만. 하지만 유나는 아기 토끼 같은걸.”
“그것도 맞아.”
둘은 어느새 유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고른다고 푹 빠져서 자신이 고른 옷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장바구니에 가득 담은 옷을 전부 주문하는 걸로 끝났다.
그날 아영의 생일 선물은 고르지 못했다.
* * *
4월 1일.
많은 이들에게 만우절로 알려진 이 날은 아영의 생일이었다.
다른 평범한 가정이었으면 가족끼리 미역국을 먹고 케이크에 꽂힌 초의 불을 불었을 것이다.
친구들끼리 맛있는 밥을 먹고 노래방에도 갔을 거다.
하지만 HJ그룹의 장녀이자 재벌 2세인 공아영의 생일은 가족들과 친구들끼리 즐겁게 보내는 날이 아니었다.
재벌은 생일마저도 비즈니스.
그녀의 생일을 맞이하여 많은 이들이 축하하기 위해서 한 자리에 모였다.
“축하드립니다.”
“언니 축하드려요.”
“사장님 축하드립니다.”
여기저기서 호영호텔의 주인이자 천우그룹의 며느리인 그녀에게 다가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
50에 가까운 나이에도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동안미녀인 아영은 화사한 드레스를 입고 인사를 받았다.
“그런데 사장님 이 드레스 뭐예요?”
“너무 예뻐요. 어디서 사셨어요?”
“처음 보는 드레스네요. 주문 제작하신 건가요? 어느 디자이너예요? 저도 사고 싶네요.”
모여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운 아영의 드레스를 보고 감탄했다.
민소매에 목과 이어지는 드레스는 아래로 가면 갈수록 하얀색에서 분홍색으로 물이 들었다.
그리고 그 위에 꽃이 핀 것처럼 하얀 꽃이 그려져 있었고, 꽃송이 가운데에는 붉은 보석이 박혀 있었다.
그야말로 한 송이 꽃 같은 드레스였다.
봄에 태어난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 드레스였다.
드레스에 맞게 핑크 토파즈 장신구 세트를 한 그녀를 보고 모두 감탄한 건 거짓이 아니었다.
“이 옷 말이죠? 우리 지연이가 해 준 거예요. 애가 천재 화가인 건 알고 있었는데 옷도 잘 만들 줄 몰랐지 뭐예요.”
“어머나 세상에. 역시 예술하는 사람이 만든 거라서 그런가 정말 예뻐요. 지연이라면 화가로서도 꽤 잘 나가죠? 저번에 지연이 그린 <바다와 나, 가족>. 꽤 비싼 가격에 팔렸었던 걸로 기억해요. 저도 그 그림 갖고 싶었는데 놓쳐서 어찌나 아쉽던지.”
“그 그림 저도 알아요. 정말이지 유진희 관장님 너무해요!”
“맞아요. 저도 지연의 그림 가지고 싶다구요.”
아영의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이 지연의 그림으로 떠들썩했다.
재계의 사람들이라면 그림을 보는 안목을 갖추는 게 기본 소양.
그중에서도 지연의 그림은 노래나 연기처럼 감정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재계 사모님들이 꼭 한 점 가지고 싶어 하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지연은 정말 대단하네요. 드라마에서 나온 디자인 직접 그렸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정말로 의상 제작에도 소질이 있을 줄 몰랐어요.”
“그때 코디한테서 의상 제작하는 걸 직접 배웠다고 하더라고요.”
“세상에. 드라마 때 배운 솜씨로는 안 보이네요. 누가 보면 정말 대단한 디자이너가 만든 옷인 줄 알겠어요.”
“맞아요. 게다가 그 보석은 또 어떻고요. 핑크 토파즈인가요?”
“네. 이건 지한이가 골라줬어요. 이번에는 백화점에 가서 고른 상품이지만 다음에는 더 좋은 걸 만들어 주겠대요.”
“사장님은 좋으시겠어요.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스타들에게서 선물을 다 받으시고.”
“우리 애들이 착해서 그렇죠. 사실 속으로는 제 조카처럼 여기고 있어요.”
아영이 아이들을 실컷 자랑했다.
누가 보면 본인이 직접 낳은 아이인 줄 알 것이다.
그런 아영의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친딸과 친아들이 보고 있었다.
“누가 보면 우리가 아니라 지연이 누나랑 지한이가 우리 엄마 자식인 줄 알겠어.”
“그러게 말이야. 이거 서러워서 나도 미술을 배워야 할까 봐.”
“누나의 그 괴물 같은 손으로?”
동생 도진의 말에 이나가 눈을 날카롭게 뜨고 고개를 홱 돌려 동생을 째려봤다.
“내 손이 어때서.”
“그야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시지.”
“뭐, 왜.”
이나가 당당하게 가슴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자신은 양심이 찔릴 게 전혀 없다는 듯한 얼굴에 도진이 살짝 질린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아니야. 됐어.”
“뭐야. 천도진. 내 시선 피하지 마. 내 손이 어때서.”
“어닝, 모응면 댕서.(아니, 모르면 됐어.)”
이나의 손에 잡혀 붕어입이 된 도진이 애써 누나의 슬픈 진실을 감추기 위해서 거짓을 입에 담았다.
하지만 그 모습을 더 이나의 화를 돋웠고 그녀의 손에 힘을 더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
“으브븝!”
“이나야. 그러다가 도진이 가자미 되겠다.”
“선민 오빠.”
“다른 사람도 있으니 오늘 만큼은 사이좋은 남매가 되어 보지 않겠니?”
“선우 오빠까지.”
하나둘씩 옆으로 모여든 HJ그룹 재벌 3세들에 이나가 도진의 얼굴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사촌형들의 도움으로 이나의 손에서 풀려난 도진이 막힌 숨을 뱉었다.
“푸하!”
“천도진. 너 또 무슨 말을 했길래 이나 손에 잡혀 있어.”
“별말 안 했어, 형.”
“안 하기는. 선민 오빠! 얘가 나보고 괴물 같은 손이래!”
“응?”
“아아.”
“뭐야. 오빠들 왜 알 것 같다는 얼굴이야. 뭔데. 솔직하게 말해. 내 눈 봐.”
“이나야. 여기 우리만 있는 거 아니다.”
오늘 파티의 주인공인 아영의 자식들. 최근 재계 순위가 급상승한 HJ그룹의 재벌 3세들이 한데 모여 있으니 주목받지 않을 수 없었다.
파티장에 있는 이들 중에 10, 20대들은 전부 그들의 대화에 낄 틈만 노리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뭐.”
“어휴. 이 고집쟁이. 누굴 닮아서 이렇게 고집이 센가 몰라.”
도진의 말에 선민과 선우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지금 저곳에서 모두의 부러움을 받으며 드레스와 장신구를 자랑하는 사람.
‘고모 닮았지 누굴 닮았겠어.’
하지만 선우와 선민은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냈다가는 둘 모두에게서 피곤한 일을 당할 거란걸 알았기 때문이다.
“에효. 형들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그래.”
“우리 막내는 말을 참 쉽게 하는구나.”
“그렇게 쉽게 말할 게 아니란다. 그리고 도진아. 이거 전부 네 말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거 알지?”
“윽.”
“됐어. 야. 천도진. 네가 말해 봐.”
시선을 피하는 형들과 집요한 누나의 시선에 도진이 어깨를 움츠리며 말했다.
비록 자신의 도움을 피한 형들이지만 지금 누나를 막아줄 사람은 형들 뿐이었다.
도진이 선우와 선민을 방패 삼아 그들의 뒤에 몸을 숨기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 손에 대는 것마다 전부 망하잖아.”
“!!!!”
“아이고.”
“….”
곧 터질 이나를 예상하며 세 명의 남자가 한 발자국 떨어졌다.
정말 혈육 아니랄까 봐 훌륭한 호흡이었다.
그 모습에 화가 터진 이나가 버럭 소리질렀다.
“내가 뭐!”
“이나야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너 손재주 없어.”
“선민이 형 말이 맞아. 너 요리 한 번 해보려고 했다가 주방 다 태운 거 아직도 기억한다.”
“나는 그때 아영 고모가 엄청 화낼 줄 알았는데 안 그래서 더 놀랐어.”
“선민아, 그때 고모 엄청 화났어. 그런데 화가 엄청 나니까 도리어 아무것도 못 하신 거야.”
자신의 흑역사를 들추는 남자 형제들에 이나가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
“그건 처음 해서 실수한 거야!”
“이나야. 모든 사람이 처음 했다고 부엌을 터트리진 않아.”
“푸하하. 천이나, 들었냐? 선민이 형도 너보고 요리 하지 말라고 하잖아.”
“천도진. 조용히 해.”
조용히 팩트를 말하는 선미의 말에 도진이 곧바로 이나를 놀렸다.
혈육의 놀림거리는 바로 건드려 줘야 제 맛.
옆에 든든한 형들도 함께하자 도진이 촐싹거리며 이나의 성질을 건드렸다.
선민을 사이에 끼고 대치하고 있는 둘을 본 선우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얘들아. 그만. 그보다 이나 손 얘기는 갑자기 왜 나온 거야?”
“아아. 엄마가 지연이 누나가 만든 드레스 자랑하니까 누나도 해 보고 싶다고 그래서.”
“그건 지연이니까 할 수 있는 거야.”
“이나야. 지금부터 디자인을 배우기는 너무 늦지 않을까?”
직설적으로 말하는 선민이나 완곡하게 돌려서 말하는 선우나 전부 이나의 손으로는 무리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촌 형들의 말에 도진이 또 이나를 놀리려고 입을 뗐으나 옆에 있던 선민이 재빠르게 손으로 도진의 입을 막았다.
“자아. 얘들아,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야. 할아버지가 우리 찾으시더라.”
“할아버지가?”
“응.”
“가요, 가.”
장손인 선우의 말에 아이들이 시무룩한 얼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또 가봤자 귀찮고 따분한 시간을 보내겠지.
기업가들이 모인 비즈니스 자리에 자신들이 낄 수 없다며 빠진 지연과 지한이 부러웠다.
“아침에 다 같이 미역국 먹을 때가 좋았는데.”
“전주댁 아주머니랑 지연이가 같이 만든 미역국 말이지?”
“그거 진짜 맛있었는데.”
도진의 말에 이동하던 HJ그룹 재벌 3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들이 함께 하는 오붓한 가족 식사.
생일날 다 같이 모여 축하를 건네는 일.
그 밖에도 공씨 식구들은 이런저런 일로 자주 가족들만의 시간을 가졌다.
HJ그룹 오너가 사람들이 다른 재벌들과 달리 가족들끼리 사이가 좋고 끈끈한 건 이런 가족의 정을 나누기 때문이었다.
재벌가 사람의 생일은 비즈니스 행사였지만 공씨네는 가족들끼리 축하하는 자리를 빠트리지 않았다.
그 자리에 함께했던 오씨 남매를 생각한 3세들이 자신도 모르게 빙그레 웃었다.
“지한이는 좋겠다. 맨날 지연이 누나가 만든 요리 먹을 거 아니야.”
“요리도 요리지만 난 지연이 그림. 이번에는 시간이 없어서 선물로 줄 그림 못 그렸다면서? 고모가 엄청 아쉬워하더라.”
“그림은 아니지만 대신 저 드레스를 받았잖아. 나도 지연이한테 드레스 받고 싶어.”
“다음 생일 때 만들어 달라고 해 보는 건 어때?”
“…선물로 뭘 달라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건 좀 그렇잖아.”
“착하네.”
아쉬워하면서도 지연에게 폐를 끼치고 싶어 하지 않는 이나를 보고 선우가 어깨를 토닥였다.
목소리에 부러움이 가득 담겨 있으면서도 이나는 참았다.
사촌 동생의 기특한 행동에 선우는 조만간 이나를 위해서 옷 몇 벌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지한이도 지연이가 만든 드레스에 맞춰서 장신구 세트를 사 왔지. 보는 눈이 좋더라. 드레스랑 잘 어울렸어.”
“우리도 그 정도는 살 수 있지만 그래도 둘의 선물을 합치니까 한 세트처럼 보여서 솔직히 부러웠어.”
“나는 그거! 두 사람이 얼마 전에 생각했다는 거 있잖아.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호텔.”
“요새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었다고 하긴 하더라.”
“다들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
전망이 높은 시장이니까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