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일 이후 마벨에서도 우리한테 신경 많이 써 주고, 누나랑 같이 영화를 찍는다.
방금 한 투정도 그냥 모든 게 다 좋아서 살짝 해 본 것뿐이었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본 지한이 지연을 돌아보며 말했다.
“누나 우리 다음에도 같이 찍는 거지?”
“아마도? 마벨에서 히어로를 한 편으로 끝내진 않을 테니까.”
“좋다.”
진짜 좋다.
누나랑 같이 촬영하는 것.
덩치가 크고 나이를 먹고 세계가 넓어져도 지한이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것은 누나와 함께 하는 것.
가끔씩 누나가 이러다가 언제 독립할래? 라고 말해서 서운할 때도 있지만 사실 누나도 나랑 같이하는 걸 좋아하고 있었다.
“얘들아~~! 나와! 훈련받으러 가야지!”
“알았어!”
“나가!”
자신들을 찾는 영훈의 목소리에 지한과 지연이 파드득 몸을 움직였다.
이미 짐은 다 챙겼을 테니 지갑이랑 휴대폰만 챙겨서 나가야지.
* * *
탁, 탁!
기초훈련이 끝난 지 꽤 오래됐다.
이제 배우들은 각자 자신의 씬에 나오는 액션을 외워서 합을 맞춰보고 있었다.
케이티는 아쉽게도 운동신경이 별로 없어 대부분의 액션에 스턴트맨을 써야 했지만 그래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서 합을 맞추는 데 빠지지 않았다.
“지한! 잘하고 있어. 거기선 다리를 좀 더 이렇게.”
“이렇게요?”
“훌륭해! 그래도 해 줘.”
“지연, 여기서는 상대방을 가뿐하게 상대해야 하니까 조금 더 동작에 여유가 느껴지게.”
“여유라면 이 정도면 될까요?”
“바로 그거야!”
지한과 지연은 액션씬을 한 번에 다 외울뿐더러 감독과 트레이너의 요구에도 빠르게 맞춰 수정하기까지 했다.
그 둘을 보는 이들의 시선에는 이제 의심과 걱정 따위는 없었다.
그런 걸 하기에는 둘은 너무 완벽했다.
“흐에엑. 저 두 사람, 지치지도 않나?”
자신들은 실전처럼 5번만 맞춰봤는데도 이렇게 지쳐 뻗어버렸는데 저 둘은 여전히 쌩쌩했다.
보면 볼수록 드는 생각이지만 정말 같은 인간이긴 한 건가?
시나리오에 나오는 용이란 존재는 전부 완벽한 생명체라고 했는데 저 둘에게 잘 어울리는 수식어였다.
“케이티는 평소에도 체력을 좀 길러야겠습니다.”
“로드리오도 알잖아. 모델로 설려면 어마어마하게 연습해야 한다는 걸. 이때까지 나 한 번도 체력이 부족하다고 느껴본 적은 없단 말이야.”
“그건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 둘을 따라가려면 그걸로는 부족해요.”
“로드리오는 너무 엄격해.”
낯가리던 건 전부 사라진 케이티는 귀여운 여동생이 있다면 이럴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발랄하고 애교가 많은 성격이었다.
하지만 친여동생이라고 해도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로드리오는 케이티를 일으켜 세우며 이온음료를 건넸다.
“지금 우리는 저 사람들보다 많이 부족해요. 같이 촬영하려면 어떻게 해서든 저 두 사람을 따라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힘들어도 해야 하는 법이죠.”
“…내 중학교 선생님도 그런 말을 한 거 같은데.”
정론을 말하는 로드리오를 본 케이티가 울상을 지으며 엉덩이를 떼고 일어났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펴 힘겹게 일어선 케이티를 보고 로드리오가 스턴트맨과 합을 맞추는 두 사람을 쳐다봤다.
“진짜 저 둘을 보면 세상의 불합리함을 느껴.”
“그건, 저도 마찬가집니다.”
“저 둘 너무해! 어쩌다 신께서 저 두 사람에게 재능을 몰아주셨을까?”
“그래도 열등감이라든가 질투를 느끼진 않습니다. 저 두 사람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는 알고 있으니까요.”
“영훈이 해 줬던 그 말 말이지?”
자주 찾아와서인가 저 두 사람이 오는 날이면 영훈은 다이어트 전용 도시락과 디저트를 사 오기도 했다.
그런 디저트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다음에 에이바한테 부탁하려고 영훈에게서 가게 이름과 전화번호를 받아왔었지.
“케이티?”
“응?! 듣고 있어.”
잠시 영훈이 사 왔던 디저트에 대한 생각으로 빠졌던 케이티가 자신을 부르는 로드리오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그가 미심쩍은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지만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렸다.
이제 눈빛만 봐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다니 로드리오랑 많이 친해졌나 봐!
…좋아할 때가 아니었다.
“일단은 넘어가죠.”
“휴우.”
“역시 안 듣고 있었군요.”
“헙!”
케이티가 로드리오에 대해서 많이 알아간 만큼 로드리오도 케이티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었다.
옆에서 화들짝 놀라는 케이티를 반쯤 무시하며 로드리오가 했던 말을 다시 반복했다.
“아무리 배우가 없던 걸 불러오는 존재라고 하더라고 그 바탕에는 기억이나 경험이 깔려있습니다. 즉 아예 새로 모든 걸 만들어낼 수 없다는 거죠.”
“음…음음.”
“제 말 이해하신 게 맞습니까?”
“으응? 맞아!”
그동안 봤던 케이티를 생각하면 저건 반 이상 이해를 못 했다는 반응이지만 로드리오는 부연설명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저 둘은 다릅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도 못하고 한 번도 보지도 못한 걸 당연하다는 듯이 하고 있어요. 누구나 연기를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경험이나 생각을 참고하거나 직접 체험하는데 저 둘은 그런 과정이 없어요. 마치….”
“마치?”
“머릿속에서 저 둘이 생각한 캐릭터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것 같아요.”
“음…대단한 거지?”
“대단하죠!”
차분하게 설명하던 로드리오는 종국에 가서는 살짝 흥분했는지 말까지 빨라졌다.
조금 들뜬 것 같은 그의 얼굴을 본 케이티가 살짝 경계하는 얼굴로 로드리오에게서 떨어졌다.
케이티에게는 하늘에서 선택받은 것 같은 지연&지한 남매도 놀라웠지만 아닌 것처럼 생겨서 연기 얘기만 나오면 흥분하는 로드리오도 놀라운 존재였다.
그러는 자신도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기지 않았으면서 하는 짓은 푼수와 말썽쟁이 여동생 같은 성격이라고 생각하는 걸 몰랐다.
“저번에 그거 봤습니까? 지연이 순식간에 할머니 연기를 한 거 말이에요.”
“아! 그거 나도 봤어. 진짜 나도 모르게 할머니 냄새 맡으러 갈 뻔했다니까.”
“냄새를 맡다니요.”
케이티의 변태 같은 말에 로드리오가 정색하며 떨어졌다.
떨어지는 로드리오를 보고 케이티가 살짝 억울해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진짜 순식간에 분위기가 싹 바뀌어서 ‘베이비’라고 부르는데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가 안길 뻔했다.
“아무튼 저 두 사람을 따라가려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따라가려고 생각하는 로드리오가 대단해.”
“여주인공인 케이티가 할 말은 아니죠. 안 따라가면 NG만 낼 겁니다.”
“그건 싫어.”
이러니저러니 해도 케이티는 배우였다.
NG퍼레이드는 배우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로드리오의 말에 고개를 도리도리 돌린 케이티가 눈에 힘을 주며 앞으로 나갔다.
다시 훈련받을 시간이었다.
* * *
LA 왕웨이의 별장.
그곳에는 그의 금지옥엽이자 중국의 톱여배우 왕쉬엔이 머물고 있었다.
“다시 말해봐.”
“훈련도 거의 끝나고 이제 곧 대본리딩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여러 신문사에서 대본리딩날에 초대받았다고 합니다.”
즉, 저번에 자신들이 벌인 일 때문에 ‘현실판 히어로’ 같은 제목으로 노출이 된 것이 아닌 공식적인 첫 일정이 시작된다는 말이었다.
결국 공식 일정이 시작할 때까지 자신은 자신의 것을 뺏어간 오지연을 어쩌지 못했다는 말이었다.
아이린 화이트란 이름 옆에 자신의 이름이 아닌 오지연의 이름이 새겨진 것이다.
왕쉬엔이 무언가를 던지려는 자신을 자제하기 위해서 주먹을 꽉 쥐고 무릎 위에 올려놨다.
“리쯔웨이. 아버지는 아직 연락이 없어?”
“아직 수습이 끝나지 않아서,”
휘잉, 쨍그랑!
리쯔웨이의 뺨을 스쳐 지나간 무언가가 벽에 부딪혀 깨졌다.
애초에 참을성이 많지 않던 왕쉬엔은 아직까지 아무런 대처가 없다는 소식에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찻잔을 들어 던져버렸다.
그놈의 수습, 수습!
아빠는 나보다 그딴 회사가 더 중요한 거야?
“내가 직접 움직일 거야.”
어린애도 안 할 치기 어린 마음.
자신의 것이라 생각한 걸 완전히 뺏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분노.
그 모든 것이 왕쉬엔을 조급하게 움직이게 만들었다.
“아가씨, 섣부르게 움직이는 건 좋지 않습니다.”
“지금 거기 훈련은 거의 끝나간다며. 대본리딩을 한다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으란 말이야!”
“어차피 액션 훈련일 뿐입니다. 아가씨께서는 스턴트맨을 쓰실 거니 그렇게 중요한 일정도 아닙니다.”
“아니, 아버지께서 움직이지 못한다면 내가 직접 움직일 거야.”
왕쉬엔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방을 나서자 리쯔웨이는 재빨리 머리를 회전시켰다.
‘일단 본토에 있는 아버지께 연락드려 아가씨의 행동을 더 이상 제어하기 힘들겠다고 보고한 뒤, 마벨 측에도 투자자로서 연락을 해야 해.’
생각을 정리한 리쯔웨의가 휴대폰을 들어 아버지이자 왕웨이의 비서인 리신에게 연락을 했다.
-무슨 일이냐.
“아가씨께서 일을 벌이실 것 같습니다.
-아직 이쪽 일이 다 안 끝났거늘. 이쪽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놈들 같단 말이지.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이쪽에서도 위원님에 대한 공격을 방비하느라 바쁘거늘.
“죄송합니다.”
-쯧.
스피커 너머로 리신의 못마땅한 목소리가 들렸다.
대인의 품 안에서 고이 자란 아가씨는 말괄량이로 자랐다.
위원님이 늦게 얻은 딸이라 오냐오냐 하긴 했지만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 어찌 함부로 움직여 일을 그르치려고 한단 말인가.
하지만 어찌 됐든 자신들이 모셔야 하는 분이다.
-어쩔 수 없지. 이쪽에서 수를 써 두마. 곧 마벨 측에서 연락이 갈지도 모르니 네가 잘해야 한다.
“예, 아버지.”
-대본리딩 전에 움직일 수 있게 할 테니 그때까지 아가씨가 경거망동하지 못하게 네가 잘 막아라.
“알겠습니다.”
지시를 내린 리신이 통화를 끊었다.
‘이쪽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위원님이 놓은 첫수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운전자가 결국 오지연을 다치게 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이미 어긋난 것이었다.
브레이커 고장을 핑계로 삼으려고 했는데 누군가가 조작을 찾아내는 바람에 일이 복잡하게 굴러갔다.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어도 꼬리를 잘라낼 수 있게 처리했는데 생각보다 꽤 끈질기게 이쪽을 찾아오고 있었다.
하루빨리 이쪽 일을 마무리 짓고 싶은데 하필 위원님의 돈을 관리하는 WW인베스트먼트에서 큰 실수를 해서 본토에서 지원을 받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쪽을 신경 쓰기도 바쁜데 아가씨는 그 배역을 가져오라며 난리를 부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리쯔웨이는 불안함을 느꼈다.
무언가가 잘못되어가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자신들의 목을 서서히 조여오는 것만 같았다.
162. 사냥 (1)
사각사각
오늘도 탑엔터 최상층 사장실에 있는 주민은 결재판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가볍게 움직이는 고급 만년필이 하얀 종이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똑똑
“들어와.”
보고 있던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주민이 문밖에 있을 이에게 말했다.
주민의 비서, 남궁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남 비서가 차분한 걸음으로 주민의 책상까지 걸어왔다.
“사장님. 보고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뭔가?”
“왕쉬엔이 움직였습니다.”
스, 윽
주민의 손이 멈췄다.
서류만 보고 있던 주민의 시선이 남 비서에게로 향했다.
그의 얼굴엔 어느새 한 줄기 미소가 떠 있었다.
“드디어 움직였군. 기다리다가 지쳐 쓰러질 뻔했어.”
주민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이대로 있으면 한 번은 곱게 넘어가 줄 생각이었는데 결국 마지막 방아쇠를 왕쉬엔이 당겨버렸군.
중국 공산당 간부인 왕쉬엔의 아버지로 두고 있다고?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상대가 중국 공산당 간부라도, 미국의 대통령이라도, 그 어떤 권력자라고 하더라도,
“우리 애를 건드리는 건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지연과 지한이 사고를 위장해서 공격을 당했던 그날부터 주민은 이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애초에 그는 재벌공화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재계 서열 10위 안에 드는 그룹의 삼남이자 재벌 2세였다.
당하고 가만히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으며 자신의 영역 안에 있는 이들을 건드리는 것은 절대 무사히 돌려보내지 않았다.
“남 비서.”
“네, 사장님.”
“시작해.”
“네.”
남의 애를 건드렸으면 그쪽 애도 건드릴 수 있다는 걸 알았어야지.
주민의 지시를 받은 남 비서가 사장실을 나섰다.
홀로 남은 방에서 주민이 잠시 의자에 등을 기댔다.
“왕쉬엔이 건방지게 구는 건 뒤에 왕웨이가 있기 때문이지. 왕쉬엔은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어떤 꼴이 될지 상상이라도 했을까?”
지금쯤 중국에서 수습이 되지 않는 일에 힘을 낭비하고 있을 왕웨이를 떠올린 주민이 비릿하게 웃었다.
그쪽이 중국 공산당 권력가면 이쪽도 똑같은 권력으로 무너뜨려주마.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돈이 곧 힘이니까.
“읏샤!”
허공을 보며 왕웨이의 처참한 미래를 상상하던 주민이 허리에 힘을 주고 상체를 당겨 앉았다.
상체를 세워 앉은 주민의 시선에 나란히 선 액자들이 있었다.
그중에 하나, 작년 딸 유나의 첫돌잔치 때 가족들과 다 같이 찍은 사진이 보였다.
아내와 딸, 지연과 지한 그리고 자신.
단란한 가족사진처럼 찍힌 그 사진을 보고 주민의 얼굴이 잠시 부드럽게 풀어졌다.
‘우리 가족은 내가 지켜야지.’
아이를 가지고, 지연과 지한을 자식처럼 돌보면서 주민은 드디어 가족들이 자신에게 보여줬던 무한한 애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가족이란 그런 것이었다.
비록 지연이와 지한이는 피가 이어진 가족이 아니었지만 그에게는 이미 가족과도 다름없었다.
“이제 다시 일해 볼까.”
주민이 다시 만년필을 쥐었다.
다시 사장실 안에는 종이와 펜촉이 마찰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촬영날짜가 코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대본리딩 후 우리들은 호주로 떠난다.
그곳에 있는 세트장이 곧 완공된다고 한 거 같은데 정말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였다.
역시 돈이 있으면 웬만한 건 다 되는 건가?
“나 호주에 촬영하러 가는 건 처음이야.”
“케이티는 세계적인 모델인데 호주에 촬영하러 간 적이 없어요?”
“사진 촬영 말고, 영화 촬영 말이야! 미국이라도 호주에 세트장을 짓고 촬영하러 가는 건 드물다구.”
“그런가?”
“그러고 보니 나도 이때까지는 할리우드에서만 촬영했던 것 같아.”
“그때는 지한이 네가 어렸으니까.”
“제가 볼 땐 지금도 충분히 어린 나이입니다만. 지연 역시 마찬가지구요.”
지금은 쉬는 시간.
4명의 배우들이 곧 있을 촬영에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신이 나서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케이티와 차분해 보이지만 손을 움찔거리고 있는 로드리오를 보면서 지연이 작게 웃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조금 부산스러운 것 같네.”
지한이 사람들이 자꾸 주위를 오가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다들 곧 호주에 간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야!”
“그것보다 촬영을 시작하니까 그런 거란 생각은 안 하십니까.”
“아니,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지연이 주변을 냉철하게 관찰하곤 말했다.
촬영 때문에 부산스럽다고 보기에는 못 보던 얼굴들이 곳곳에 보였다.
낯선 얼굴들 중에서도 한 번 본 얼굴을 발견한 지연은 곧 이 일이 누구 때문에 일어난 일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저거 저번에 왕쉬엔 뒤에 있던 녀석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