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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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여러분들의 훈련을 맡은 트레이너 요한이라고 합니다.”

트레이너의 인사에 지연과 지한이 작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동양계 배우들은 인사를 할 때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아는 요한이 둘의 인사를 눈짓으로 받아주었다.

실력도 좋은데 인성도 좋군.

본격적으로 훈련하기도 전인데 요한의 안에서 남매에 대한 점수가 높아져만 갔다.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계획을 조금 수정하겠습니다.”

요한의 말에 서 있던 4명의 배우들이 그의 말에 주목했다.

“지연과 지한은 아까 보니 꽤 오랫동안 운동을 해 온 것 같더군요. 그래서 두 사람은 따로 저희 스턴트들이랑 같이 훈련을 시작하겠습니다. 케이티와 로드리오는 예정대로 훈련을 하겠습니다. 절 따라오시죠. 케빈! 말했던 대로 이 두 사람을 부탁한다.”

요한의 뒤를 케이티와 로드리오가 따라갔다.

저 두 사람이랑 인사도 못 했는데 저렇게 가버리네.

특히 로드리오는 훈련시간에 맞춰서 오는 바람에 얼굴도 제대로 못 봤다.

“다 같이 훈련하는 건 미리 합을 맞추면서 서로 친해지려고 한 거 아니었어?”

“아무래도 같이 훈련하다 보면 동지애 같은 게 생기기도 하니까 그런 의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학창시절 있었던 수련회는 다 그런 의도였단 말이지.

학교가 아니지만 영화를 찍기 위해 다 같이 훈련하는 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히어로 영화다 보니 몸 쓰는 법은 배워야 했으니까.

그래야 부상의 위험도 줄어들고, 연기도 더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했어도 저 두 사람은 다를 수도 있지. 의무적으로 몸을 만들기 위해서 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저 사람들은 우리랑 친해지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야?”

“응.”

동생의 말에 지연이 멀어지는 두 사람의 등을 보며 대답했다.

누나의 말을 들은 지한이 조금 아쉽다는 얼굴로 말했다.

“나는 저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싶어.”

“좋은 사람들인 것 같아 보이기는 한데 아직은 잘 모르겠네. 지한이 네가 친해지고 싶다면 앞으로 잘해 봐.”

“나만? 누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친해지면 좋지만 아니어도 별로 상관이 없어서.”

지연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둘의 옆으로 케빈이라고 불린 트레이너가 다가왔다.

“두 분은 저쪽에서 훈련받으실 겁니다. 따라오세요.”

지연이와 지한이가 두 배우들이 사라진 반대 방향으로 멀어졌다.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겠지.

* * *

확실히 액션을 전문으로 하는 배우들이랑 같이 훈련받는 것은 어려웠다.

몸을 다치지 않게 주의하면서도 화려하게 움직여야 하다 보니 동작을 더욱 정확하게 해야 했다.

한 번이라도 합이 맞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태권도랑 합기도랑은 다르구나.

지연이도 지한이도 땀에 흠뻑 젖었다.

그런 둘을 같이 훈련받았던 스턴트맨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저 둘 배운데도 용케 잘 따라오네. 오늘 처음이라고 하지 않았어?”

“두 사람 다 아직 우리 나이로 19살, 17살밖에 안 됐대.”

“뭣?! 연기를 잘 한다고 듣긴 했는데 몸 쓰는 것도 잘 하는 거야? 대단하잖아?”

“오지한이 잘할 줄은 예상했어. 뭐든 잘한다고 들었으니까. 그보다 저 누나 쪽은 뭐야. 어디서 갑자기 저런 괴물이 나타난 거야.”

누군가의 말에 물을 마시고 땀을 닦고 있던 스턴트맨들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할리우드에 얼굴을 비춘 적 없는 어린 배우.

심지어 고작 미국식으로 19살밖에 되지 않은 나이.

자신도 처음 스턴트맨이 되기 위해서 훈련을 받았을 때 퍼져버렸는데 저 둘은 지친 얼굴이긴 해도 두 발로 멀쩡히 서 있었다.

어느 나라의 국가대표라도 했던 거야?

저 운동신경은 뭐지?

직접 액션연기를 하는 배우가 드문 할리우드에서 저 두 사람은 희귀종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저 지연이라는 배우!

리벤져스에 나오는 영웅군단의 일각을 맡고 있는 다크 위도우 역시 처음 훈련받았을 때 따라오기 벅찼다고 들었는데 저 배우는 너무 잘 따라왔다.

“에? 너 몰라? 지연은 원래 가수야. 너 할로윈 때 맨날 듣던 Howling 쟤랑 오지한이 같이 부른 거잖아.”

“뭐어어!?”

“가순데 왜 저렇게 잘 따라오는 거야? 어딘가의 시크릿 에이전트야? 사실 가수는 위장 직업이라든가.”

“말이 되는 소릴 해.”

“그거지. 같은 핏줄이니까 천재 DNA를 받은 거야.”

“넌 또 무슨 개소리야. SF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무슨 실험이라느니, 초능력자라느니, 비밀요원이라느니 같은 음모론이 스턴트맨 사이에서 퍼져나갔다.

스턴트 배우들 사이로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모르는 두 사람은 땀을 닦으며 멀리 훈련받고 있는 케이티와 로드리오를 지켜보고 있었다.

“첫날인데도 잘 따라오네.”

“그러게. 이렇게 격한 훈련은 처음일 거 같은데.”

지연이 관찰하던 것을 멈추지 않고 대답했다.

전문적으로 운동한 흔적은 안 보여.

케이티는 모델 출신이라고 했나?

확실히 몸 선이 예쁘네.

하지만 케이티가 맡은 역은 공격하는 쪽보다 피하는 쪽이 많으니까 우리처럼 전문적인 훈련은 안 받을 거야.

저쪽은 로드리오라고 했었지.

무뚝뚝하고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네.

그래도 훈련은 착실히 따라가고 미숙하지만 동작이 점점 정확해지는 것 같아.

관찰하고 있던 지연의 귓가에 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같이 연기해 보고 싶다.”

“저렇게 자신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면 나도 기대가 되네.”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

“저 두 사람 훈련을 전부 착실하게 따라오고 있어. 최선을 다하고 있단 증거지. 역시 배우는 임금 전후가 다른 법인가?”

“입금 전후? 그게 무슨 말이야?”

“케이티도 로드리오도 프로라는 말이야.”

할리우드 배우의 입금 전후사진이 유머 게시판에서 돌아다녔었지.

그걸 보고 역시 미국.

자본주의는 대단하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옆에서 동생이 또 누나가 뭔가 혼자만 아는 말을 하고 있구나라고 여기며 훈련을 마친 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남매가 여유로운 태도로 두 사람을 보고 있을 때 관계자가 큰소리로 점심시간을 알렸다.

“흐어어어. 이제 못 해.”

“잘됐네요. 마침 점심시간이라서.”

“단백질투성이 식단 싫은데.”

케이티의 앓는 소리에 로드리오가 무심하게 대꾸했다.

몸매를 관리해야 하는 시기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얄밉지만 맞는 말이기에 반박도 못 한 케이티가 울상을 짓고 있을 때 지한이 다가왔다.

“점심 같이 먹을래요? 우리 아직 인사도 못 했으니까 통성명도 할 겸 어때요?”

“좋습니다.”

“저도 좋아요!”

지한이 두 사람을 데리고 식당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먼저 와 자리를 잡은 지연이 동생과 동생의 뒤를 따라오는 두 사람을 보고 작게 웃었다.

선생님 뒤를 따라서 급식실로 온 유치원생 같네.

섹시배우로 보이지만 순진해 보이는 눈빛을 한 케이티.

무뚝뚝하고 차가운 인상이지만 순순히 따라온 로드리오.

두 사람 다 좋은 사람일지도.

“훈련받느라 고생 많았어요. 배고플 텐데 밥부터 먹죠.”

“네, 넵!”

드르륵

두 사람이 맞은편에 앉았다.

지한이 지연의 옆 의자를 빼고 앉았다.

“모짜랑 인절미는 어쨌어?”

“밥 주고 왔지. 지금쯤이면 다 먹고 영훈 오빠가 놀아주고 있을걸?”

아이들의 행방을 알려준 지연이 도시락 뚜껑을 열자 맞은편에서 작은 감탄사가 들렸다.

“와아.”

“?”

“?”

남매가 돌아보자 케이티가 자신도 모르게 나왔는지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저, 그. 죄송합니다.”

당황해서 케이티가 손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바로 옆에 앉은 로드리오가 케이티의 손을 피해 슬쩍 의자를 옆으로 당기는 게 보였다.

저 두 사람 재밌네.

“괜찮아요. 그보다 도시락 보고 감탄한 거예요?”

“앗? 넵! 그. 너무 예뻐요. 저도 이런 도시락 먹고 싶은데 에이바가 식단관리 해야 한다고 해서. 아! 에이바는 제 에이전트예요. 혹시 그 도시락 어디서 샀는지 알 수 있을까요?”

“식단관리 힘들죠. 같이 먹을래요? 그리고 이거 직접 만든 거예요.”

“정말요? 대단해요! 그런데 그, 괜찮아요. 저는 단백질 식단만 먹어야 해서.”

풀만 가득한 자신의 도시락을 본 케이티가 시무룩한 얼굴을 했다.

그 옆에서 로드리오는 닭가슴살이 가득한 도시락을 묵묵히 먹고 있었다.

“괜찮아요. 이거 전부 단백질이랑 식이섬유 위주니까요. 저희도 몸 만들어야 하니까 필수 영양소만 들어갔어요.”

“이게요?”

“….”

지연의 말에 케이티가 깜짝 놀라 도시락을 바라봤다.

그녀의 옆에서 닭가슴살만 찍어 먹던 로드리오 역시 조금 놀랐는지 먹던 걸 멈추고 지연이 도시락을 쳐다봤다.

‘저렇게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만든 게 식단관리한 도시락이라고?’

예쁘고 맛있어 보이는 지연의 도시락과 자신들의 조촐한 도시락을 번갈아 바라보던 두 사람이 조금 억울한 것 같은 눈으로 지연을 쳐다봤다.

뭐야, 반응 너무 귀엽잖아.

간식 뺏긴 모짜랑 인절미 같은 얼굴이야.

“촬영할 때까지 계속 식단관리할 텐데 그렇게 먹으면 너무 질리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같이 먹어요. 많이 싸 왔어요.”

“드세요. 우리 누나라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우리 누나, 요리 정말 잘 하거든요.”

“그럼 조금만….”

“저도 조금만 먹어도 되겠습니까?”

음식의 유혹에 넘어간 두 사람이 간식을 향해 앞발을 뻗는 모짜랑 인절미처럼 손을 내밀었다.

지연이 음식을 덜어주며 생각했다.

‘역시 맛있는 거 나눠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지.’

예로부터 먹을 걸 나눠주는 건 사람의 호감의 사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었겠는가.

두 사람의 호감을 사기 위한 1단계를 무사히 밟은 지연이 뿌듯하게 웃었다.

* * *

힘든 훈련 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배우들이 의자에 늘어졌다.

특히 케이티는 햇볕에 늘어진 모짜처럼 행복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직 인사도 못 했죠?”

“앗!”

“제가 시간에 딱 맞춰오다 보니 시간이 없었네요.”

“그건 아니에요. 우리가 일찍 온걸요.”

여기 온 지 벌써 몇 시간이 된 거 같은데 이때까지 인사도 못 했다니.

그러면서 밥은 또 맛있게 먹었다.

왠지 앞뒤 순서가 바뀐 것 같은 상황에 지연이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안녕하세요, 오지한이라고 합니다. 에반 골드 역을 맡게 됐어요.”

“반갑습니다. 저는 오지연이라고 합니다. 지연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아이린 화이트 역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내뿜는 둘이 먼저 손을 내밀고 인사를 하자 케이티가 당황하며 손을 내밀었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리사 오닉스 역의 케이티 로렌스입니다.”

이 사람.

처음 봤을 때부터 잔뜩 굳은 채 긴장하고 있었지.

생긴 건 고양이상인 섹시하고 완전 자신감 넘치는 언니인데 말투나 행동을 보면 소심하고 겁이 많아 보였다.

애런의 말에 의하면 캐스팅된 사람들은 거의 다 신인이나 다름없다고 들었는데 아직 신인이라서 그런가?

떨고 있는 케이티를 보자 어쩐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아까부터 자꾸 모짜를 떠올리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저도 신인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네, 넵!”

귀엽네.

상대가 같은 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모른 채 지연은 자신도 모르게 머리 쪽으로 가려는 손을 저지했다.

지한이 로드리오와 악수하고 있었다.

“로드리오 산토르 씨죠? 조지 브레이커 역의.”

“네. 잘 부탁드립니다.”

지한이랑 악수하고 있는 걸 보니 잘 훈련받은 개가 손바닥 위에 앞발을 얹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흠. 내가 생각했지만 잘 어울려.

이쪽은 귀가 쫑긋한 스타일의 개가 잘 어울리는군.

셰퍼드나 시베리아 허스키 같은 거?

인상은 차가운데 막상 사람을 잘 따르는 그런 느낌이었다.

‘왠지 엄청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강산이 변할 시간 동안 고양이 집사로 살아온 세월에서 온 확신이었다.

159. 우리 집에 올래?

역시 사람이나 동물이나 밥 주는 사람이 제일 좋은 사람이다.

요 며칠 동안 직접 싸 온 도시락으로 공략하지 케이티와 로드리오는 금세 마음을 열어 주었다.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이야.

오늘도 힘든 훈련을 마치고 식당에 모인 4명의 배우들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는 깜짝 놀랐어요. 저한테 연락이 올 줄 몰랐거든요.”

“왜요?”

“그야. 마벨이잖아요! 그 마벨이니까! 심지어 히어로 영화의 주연이라니!”

케이티가 흥분한 듯 몸을 들썩이며 말했다.

어쩐지 만화캐릭터가 콧김을 내뿜는 장면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며칠 동안 낯가리더니 같이 밥 좀 먹었다고 편하게 대화하는 게 귀엽네.

여전히 케이티를 보면 모짜가 떠오르는 지연이 흐뭇한 얼굴로 대화를 주고받는 케이티와 동생을 쳐다보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마벨에 출연할 만큼 아직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얌전히 있던 로드리오가 대화에 참가했다.

그로서도 마벨의 캐스팅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나 보다.

“앗!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에이바 말로는 우릴 대신할 다른 배우들이 거절하기도 했고, 경력 있는 배우들은 조건이 안 맞아서 그럴 거라고 했어요.”

“아마도 에이바라는 에이전트의 말이 맞을 겁니다. 캐스팅 조건에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외모가 있었는데 정작 오디션은 연륜이 있어야 하는 연기였어요. 그런 모순된 조건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핫. 로드리오. 그거 지금 자기 자랑 아니에요?”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건 그런 힘든 오디션을 뚫고 왔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요 며칠 본 그는 절대 그런 의도로 한 건 아닐 거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덤덤히 말하고 있는 걸 테지.

“아앗. 로드리오, 지금 자랑한 거예요?”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자랑 맞네요.”

“역시 그렇죠? 부럽다. 저도 그런 자신감 가지고 싶어요.”

케이티도 지금 오디션을 통과하고 이 자리에 있는 거 아닌가?

지한이 풀 죽은 것처럼 보이는 케이티를 보고 물었다.

“케이티도 오디션을 통과했으니까 여기 온 거 아닌가요?”

“그렇긴 한데 저는 조금 달라서요. 다른 배우들이 일정이 안 된다고 많이 빠졌거든요. 그래서 제가 된 거예요. 저는 아직까지도 제가 여러분들을 따라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자신감이 너무 없는 거 아닌가?

훈련도 잘 따라가고 있으면서.

다른 배우라면 마벨의 히어로 시리즈에 출연하게 됐다면서 들떴을 텐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실제로 케이티는 힘들어해도 훈련은 잘 따라오고 있지 않습니까.”

“따라가기도 벅찬걸요….”

“케이티는 잘 하고 있습니다.”

로드리오가 무뚝뚝한 목소리로 사실을 말했다.

그 말에도 케이티를 어째 기운을 차릴 기미가 안 보였다.

지연이 동생을 돌아봤다.

지한이 역시 누나를 쳐다봤다.

‘어떻게 할까?’

‘지한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누나의 허락을 받은 지한이 웃음을 짓더니 케이티와 그녀를 격려하고 있는 로드리오를 보았다.

“그럼 케이티의 연기 보여줄래요?”

“엣? 제, 제 연기요?”

“어차피 곧 대본리딩이 있을 거지만 그 전에 케이티의 연기를 보고 싶어요. 분명 케이티의 연기에 뭔가가 있을 거예요. 꼭 보고 싶어요.”

“어, 어어. 그러니까. 저는.”

지한의 말에 케이티가 당황하며 제대로 된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런 그녀를 지원 사격하듯이 로드리오가 말했다.

“다 같이 씬 몇 개만 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

“좋은 생각이에요. 그럼 두 분. 저희 집에 오실래요?”

“오, 오, 오지한 씨의 집이요?”

할리우드 스타의 집이라니!

미래가 기대되는 배우 1위

전 세계 미남 배우 1위

이전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의 집에 초대받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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