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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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신인도 신인 나름이다.

드디어 다 같이 훈련을 받는 날이 왔다.

생에 첫 영화를 동생과 같이 찍다니.

지난번 드라마도 그렇고 벌써 동생이랑 같이 작품을 찍는 게 2번째였다.

고작 3작품 한 것치고는 너무 자주 출연하는 거 아닌가?

뭐,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좀 늦은 거 같긴 하지만.

“너희들 속은 어때? 어디 불편한 곳은 없고? 배는 안 고파? 혹시 목은 안 마르니?”

“오빠….”

“형….”

좌석에 앉은 남매가 호들갑을 떨며 안절부절못하는 영훈을 흐린 눈으로 바라봤다.

지금 그 말을 몇 번째 하고 있는 건지.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영훈이 따라다니면서 걱정을 늘어놨다.

짐은 잘 챙겼는지, 갈아입을 옷은 잘 챙겼는지, 휴대폰 충전을 다 했는지, 지갑은 챙겼는지.

하다못해 화장실까지 챙기는 영훈을 보고 남매가 드물게 그만하라는 말을 했다.

“우리 거기서 합숙하는 것도 아니고 잠은 집에 와서 잘 거야.”

“훈련받는 곳을 맨날 들르는 거라고. 일종의 등교나 출근하는 거 같이? 그러니까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돼.”

“그치만.”

“저 짐도. 너무 과해.”

“형, 뭘 얼마나 챙긴 거야?”

“너희들 갈아입을 옷이랑 충전기, 배터리, 노트북, 수건이랑, 세면도구, 화장품….”

“오빠 우리 훈련받으러 가는 거 아니야? 누가 보면 어디 여행가는 줄 알겠어.”

그것도 5박 6일로.

내가 수학여행 갈 때도 그 정도로 챙기진 않은 거 같은데.

그땐 교복을 입고 다녀서 잠옷으로 입을 옷이랑 교복, 체육복, 속옷 정도만 챙겼다.

스킨로션은 샘플로, 세면도구는 편의점 여행세트로.

그렇게 알뜰살뜰하게 챙겨서 다녔는데 지금 보니까 짐만 한 트럭으로 챙긴 것 같다.

아까 트렁크에도 잔뜩 싣지 않았나?

므아아옹

하아왕

“앗. 모짜랑 인절미 깼나 보다.”

“혹시 멀미하는 걸지도 몰라.”

“형, 얘들 비행기도 멀쩡하던 녀석들이야. 갑자기 멀미를 할 리가 없잖아.”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까.”

“네에네에. 하여간 오빠는 걱정이 너무 많아서 탈이야. 모짜야. 잠 깼어? 그래서 일어난 거야?”

“그런가 보네. 역시 집에 두고 올 걸 그랬나?”

영훈이 오빠한테 맡기고 올 생각이었는데 이 녀석들이 한사코 발톱을 세워 달라붙는 틈에 놓고 갈 수도 없었다.

울음소리에서 전해지는 생각을 들어보면 우릴 지켜줘야 한댔나?

아무래도 지난번 교통사고에 휘말릴 뻔한 날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모양이다.

하여튼 그 왕쉬엔인가 뭔가 하는 놈이 문제야.

“우리 이제 괜찮아. 너희 안 따라와도 문제없어. 멀쩡해.”

“맞아. 저기 한 덩치 하는 아저씨 보이지? 로빈 팀장님이야. 세계에서 경호를 제일 잘 하신대.”

지연과 지한의 말에도 아이들이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 됐건 저 아저씨는 낯선 사람이고 가족은 우리가 직접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절대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써 붙인 것 같은 얼굴에 남매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됐다. 대신 너희들 다른 사람들 방해하면 안 돼.”

“가서 영훈이 형 옆에 꼭 붙어 있어야 돼. 할 수 있지?”

왕!

이럴 땐 또 즉답이다.

잠도 깼고, 따라가는 걸 허락도 받은 두 동물들이 이제 배가 고픈지 케이지 안에서 혀를 낼름거렸다.

이제 배가 고픈 모양이네.

지연이와 지한이 본능에 충실한 냥님과 멍님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곧 도착하니까 조금만 참자.”

“내리면 바로 밥 줄게.”

“5분이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들었지? 5분이면 된대.”

“오빠 그런데 혹시 같이 온 사람들 중에 개나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어떡하지?”

“걱정 마. 안 그래도 얘들 고집부릴 때 그쪽에 미리 말해놨어. 전해 들은 바로는 알레르기 이력이 있는 사람은 없대. 그리고 절대 훈련장 안까지 오지 말 것. 목줄은 꼭 하고 있을 것. 이 두 가지를 지켜달라고 했어.”

영훈 엄마 믿음직스럽잖아!

처음 만났을 때는 긴장해서 어리벙벙하기만 했었는데 이렇게 듬직한 모습을 볼 때마다 낯설었다.

역시 영훈 오빠는 따라다니면서 잔소리하고 눈물 많은 모습이 잘 어울려.

우리 앞에서는 그런 모습을 더 자주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누나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연기 연습하는 건 처음이지?”

“그러게. 가끔 우리 연기하는 걸 구경하거나 배우고 싶다고 한 사람들은 있어도 같이 하는 건 처음이야.”

생각해보니 나 연기 본격적으로 한 지 1년밖에 안 됐다.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됐지?

지연이 옆에서 신이 났는지 콧노래를 부르는 동생을 돌아봤다.

‘생각해보니 이게 다 지한이가 같이 드라마 찍어 달라고 한 때부터잖아?’

연기 계속해 달라고 한 때부터 묘하게 작품의 연쇄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흥미를 느끼면 계속하겠다고 한 건 나지만

이 녀석 혹시…?

지연이 수상하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자 시선을 느낀 지한이 누나를 돌아봤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무것도 아니야.”

지연의 말에 지한이 의문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였지만 지연은 반응하지 않았다.

진짜 딱 이것까지만이야!

과연 그 다짐이 지켜질지는 두고 볼 일이었다.

* * *

‘Dragon Emperor(용제)’에 나오는 드래곤들은 총 7종류이다.

골드, 실버, 화이드, 블루, 블랙, 그린, 레드.

색깔만 보면 무슨 전대물 주인공들 같지만 어쩔 수 없다.

판타지 소설 속에서도 보통 7가지 색으로 분류되곤 하니까.

나는 이왕이면 블랙이 되고 싶었는데.

어릴 때의 이상형과 같은 색을 쓰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는 팬심에서 나온 생각이었다.

“오셨습니까? 일찍 오셨군요.”

“안녕하세요, 지연입니다.”

“오지한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마중 나온 관계자에게 남매가 먼저 인사를 나눴다.

우리가 먼저라니 그렇게 일찍 온 것도 아닌데.

“1시간 먼저 온 게 일찍 온 건가?”

“와서 몸 좀 풀고 있으려면 1시간 정도는 일찍 와야 되는 거 아니야? 나도 처음이라서 잘 모르겠어.”

“지한이 너도 처음인데 어쩔 수 없지.”

“얘들아 일단 들어가자.”

“하하하하. 보통은 제시간에 와서 몸풀기를 시작하니까요. 따라오시죠.”

지연과 지한, 영훈와 경호원들까지 대인원이 이동했다.

이만한 인원이 이동하는데도 놀라지 않는 걸 보니 애런의 말대로 배우가 많은 스태프들을 데리고 다니는 건 당연한 모양이다.

그런데 우린 스태프라기보다 경호 인력이 반 이상인데 괜찮은 건가?

뭐, 이것도 영훈 오빠가 알아서 했겠지.

“자, 여기가 여러분들이 훈련을 받을 곳입니다.”

“우와.”

“오.”

웨이트 트레이닝을 위한 각종 기구와 장비들, 액션 훈련도 여기서 하는지 한쪽에 매트가 깔려 있었다.

이 정도면 태릉선수촌에도 비벼볼 만할 거 같은데.

역시 마벨. 훈련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구나.

지연과 지한이 눈을 빛내며 감탄했다.

“아직 다른 사람들이 올 때까지 시간이 있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모두가 오면 그때부터 같이 훈련을 받으시겠습니까?”

“아니요.”

“저흰 먼저 몸 좀 풀고 있을게요.”

적극적인 두 배우의 모습에 관리자가 미소를 그렸다.

“좋습니다. 그럼 곧 트레이너들을 불러오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관리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지연과 지한이 외투를 벗었다.

집에서부터 입고 온 트레이닝복이 드러났다.

누가 보면 스포츠웨어 모델이라고 생각이 될 만큼 우아하고 강인한 라인에 영훈이 잠시 감탄했다.

‘다음에는 스포츠웨어 쪽 광고도 알아봐야겠어.’

영훈이 딴생각을 하는 사이 아이들이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웨이트 기구에 앉았다.

“가볍게 10세트만 해 볼까?”

“무리 안 가게 조심해.”

“알았어, 누나.”

가볍게 볼 세트 횟수가 아니건만 아이들은 바로 근력단련에 들어갔다.

미리 전달받은 훈련장 내부를 머릿속에 그리며 경호 포인트를 점검하던 로빈은 정확한 자세로 흐트러짐 없이 몸을 움직이는 둘을 보고 작게 감탄사를 뱉었다.

“대단하군요. 마치 우리 팀원들이 훈련하는 걸 보는 듯합니다.”

“예? 아아. 애들이 좀 그렇죠? 한동안 수능 때문에 단련하는 걸 멈췄었는데도 저렇게 잘 한다니까요.”

“수능?”

“아. SAT랑 비슷한 거예요. 한국의 대학입학시험을 수능이라고 짧게 줄여서 말해요.”

“그렇군요. 그럼 단련을 멈춘 지 얼마나 됐습니까?”

“한 2년 정도 됐으려나?”

“2년이요? 놀랍군요. 얼마 전에 공원을 뛰던 걸 보면 꽤 오랫동안 운동을 해 온 사람처럼 체력이 좋아 보이던데요.”

“아아. 공부도 체력이라며 체력관리는 계속해 왔거든요.”

영훈의 말에 로빈의 시선이 열심히 운동하는 남매에게로 향했다.

그의 눈에 남매를 향한 탐욕이 보였다.

‘공원을 10바퀴 달려고 끄떡없는 체력, 2년 동안 쉬었음에도 흔들림 없는 자세, 보통 사람들보다 단련된 육체. 저들이야말로 경호계에 없어선 안 될 훌륭한 인재다.’

하지만 곧 그들이 할리우드에서도 유명한 배우라는 것을 떠올렸다.

한 명은 아직이지만 그 유명한 마벨의 주요 배역으로 참가하게 됐으니 유명해지는 건 금방이었다.

“끄응.”

옆에서 작게 침음성을 내는 로빈을 돌아본 영훈은 그의 눈동자에 담긴 아쉬움과 탐욕, 호기심이 담긴 눈동자를 보고 옅게 웃음을 지었다.

이때까지 아이들을 본 이들 전부 저런 눈을 했었다.

승마를 배우러 간 곳에서는 승마코치가.

수영을 배우러 간 곳에서는 수영강사가.

태권도와 합기도를 배우러 간 곳에서는 사범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러 간 곳에서는 선생님들이.

전부 아이들을 저렇게 세공되지 않은 다이아몬드를 다듬고 싶어 하는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봤다.

‘이제는 경호팀도 탐내는 건가. 진짜 저 아이들은 어디까지 잘할 셈이지?’

그래 봤자 우리 애들은 톱스타가 될 운명이라구요.

남들이 탐내는 다이아몬드를 다듬고 있는 영훈이 뿌듯함을 느끼며 가슴을 폈다.

* * *

케이티는 모델 겸 배우였다.

최근 하이틴 스타들을 배출한 드라마 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케이티는 마벨에서 제안이 들어왔을 때 냅다 승낙했다.

마벨이라면 자신이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에이전시 역시 같은 생각을 한 건지 오디션이며 촬영준비며 전력으로 지원해줬다.

“으아아. 떨려. 나 어떡해?”

“그렇게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들 훈련에 참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으니까요.”

“그렇지? 그런 거겠지? 나만 서툰 건 아니겠지?”

“네. 그러니 조금 진정하시죠.”

케이티의 에이전트인 에이바는 호들갑 떠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다시 한번 마벨에서 들어온 정보를 확인했다.

‘Dragon Emperor’에 나오는 주요 배역은 총 넷.

에반 골드 역의 오지한

리사 오닉스 역의 케이티

아이린 화이트 역의 지연

조지 브레이커 역의 로드리오

이 넷이 이번 영화의 주역들이다.

다른 이들에 대한 정보는 모두 수집했다.

그러나 한 배우에 대한 정보만은 아직 미지수였다.

‘오지연. 할리우드에서 주목하고 있는 스타 중 한 명이며 오스카상까지 받은 오지한의 친누나. 듣기로는 부모와 어릴 때부터 떨어져 동생을 직접 키웠다고 했지. 미국에 스케줄이 있을 땐 항상 옆에 같이 있었다고 했어. 빌보드 작곡가인 매튜와 친분이 있으며 그와 같이 앨범작업을 함. 할로윈 시즌마다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Howling을 부른 가수. 그 외에도 할리우드 영화 OST 작업에 다수 참여.’

연기 실력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딱 하나 있었다.

오지한이 래먼쇼에 출연하여 공개된 ‘발리의 인어’ 영상.

그 속에서 오지한과 함께 인어연기를 했었다.

조잡한 의상, 배경, 도구에도 불구하고 상상 속 인어를 훌륭하게 재현해 낸 가수.

아직까지도 발리에서는 인어 영상으로 홍보를 하고 있었다.

도대체 그런 무명이 어떻게 마벨의 차기 히어로 영화의 주요 배역이 될 수 있던 거지?

에이바가 지연의 정체와 연기실력에 대해 고심하고 있을 때 케이티가 그녀를 불렀다.

“저기 에이바?”

“네.”

“도착했는데 우리 안 내려?”

이런 변수를 생각하다 보니 도착한 줄도 모르고 있었군.

에이전트로서 도착시간을 계산하지 못하고 다른 업무에 빠져있다니 실책이야.

자신의 실수를 부끄러워한 에이바가 내색하지 않고 짐을 챙겨 들었다.

“내리죠, 케이티.”

“응. 으아. 어떡해. 나 다시 떨리기 시작했어.”

“걱정 마시죠. 오지한 빼고는 다 케이티와 비슷한 사람들입니다. 신인에 아직 어리죠.”

차세대 섹시 스타로 불릴 만큼 도도하고 글래머한 외양에도 불구하고 케이티는 푼수끼가 넘치는 배우였다.

아직까지 그녀의 실체를 잘 관리하고 있었지만 마벨에 출연해서 유명해지기 시작하면 들키는 건 금방이었다.

이미 관계자들에게는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실체지만 에이전시에서는 대중들에게까지는 알려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어서 오세요. 케이티 로렌스님 맞으십니까?”

“맞습니다. 이쪽이 케이티, 그리고 저는 케이티의 에이전트인 에이바 허브입니다.”

“네. 두 분 확인되셨습니다. 여기 출입증입니다. 착용하시고 안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출입증을 받아든 케이티와 에이바가 안으로 들어갔다.

앞서 가던 직원이 중간중간 샤워장과 탈의실을 알려주었다.

“저기가 훈련장이에요. 안에 먼저 온 두 분이 훈련받고 계십니다.”

“훈련이 시작하는 시간은 10시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그런데 두 분이 1시간이나 일찍 오셨지 뭐예요. 모두가 오기 전에 몸 좀 푼다고 했는데 그걸 본 트레이너들이 이것저것 시키기 시작하고, 무술 감독님까지 와서 동작 몇 개를 맞춰보더라니까요.”

훈련시간은 10시였을 텐데 먼저 훈련을 받고 있다고?

전해 받은 일정에 착오가 있었는지 걱정이 된 에이바의 물음에 직원이 대답했다.

다행히 에이바가 걱정한 착오는 아니었지만 수다스러운 직원은 계속해서 먼저 온 두 배우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 왔죠?”

“그건, 아! 훈련장에 다 왔네요. 직접 보시는 게 더 빠르겠네요.”

그 말과 함께 직원이 훈련장 문을 열었다.

먼저 온 두 배우가 누굴까.

에이바와 케이티가 열린 문 사이로 몸을 들이밀었다.

그곳에 누가 봐도 직원이 말한 배우로 보이는 두 사람이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동작을 맞추고 있었다.

딱! 딱딱딱!

두 사람이 훈련용으로 보이는 봉을 빠르고 정확하게 부딪쳤다.

상단, 측면, 중단, 하단.

흡사 홍콩의 액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빈틈없는 동작이었다.

드득!

두 사람의 봉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대치하던 두 사람이 힘을 풀고 봉은 든 채 물러났다.

짝짝짝짝

“휘우. 대단한걸.”

“액션연기는 처음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 오지한이잖아. 저번에 오지한이 찍은 영화를 보고 난 쟤가 크게 될 줄 알았어.”

“아! 그 아카데미에서 상 받은 거 말이지? 제프리 역이었지?”

“맞아. 나 그거 보고 울었잖아.”

“다 큰 놈이 찔찔 짜다니.”

“너도 울었잖아. 그런데 지연이라고 했던가? 이번에 아이린 역을 맡은 배우 이름.”

“맞아. 지한의 누나래.”

“세상에. 어쩐지 실력이 보통이 아니더라니.”

“망할 DNA.”

트레이너와 스턴트 배우들이 짧은 순간 멋진 합을 보여준 남매를 보고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뒤늦게 들어와 잠깐 봤을 뿐이지만 케이티는 남매의 모습에 압도되었다.

“에이바. 다 나랑 비슷한 사람일 거라며….”

“….”

“나 어떡해.”

다시 기가 죽어 울상이 된 케이티에게 에이바는 어떠한 대답도 해 줄 수 없었다.

158. 개와 고양이

잠시 몸을 푼다는 게 너무 본격적으로 임해버렸다.

이게 다 주변에서 ‘이것도 해 볼래?’, ‘이건 어때?’, ‘이거 한 번 해 보자.’라고 부추긴 탓이다.

시간이 됐다며 훈련 트레이너가 말리지 않았다면 분명 더 시켰을지도 몰라.

이 사람들을 믿어도 되려나?

지금이라도 바꿔 달라고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지연의 속에서 이 장소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을 때, 담당자가 배우들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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