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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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푸려진 도진의 얼굴을 보며 등을 토닥여 주는 사이 영훈이 앞서가는 주민과 애런의 뒤를 따라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자자. 피곤한데 빨리 가서 쉬어야지.”

“네에.”

“네! 선생님.”

“푸핫.”

“어휴. 내가 어쩌다가 미국까지 와서 이러고 있는지.”

아이들이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먼 땅에 와서도 완전 보모나 다름없는 자신의 신세에 영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겠어, 오빠.

우린 오빠만 믿고 있다구.

힘내라 고영훈!

* * *

퀸즈에서 구해준 호텔에 도착하자 각자 짐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와 동생은 1502호, 사장님이랑 도진이는 1501호로 들어갔다.

서로 질색하는 사장님과 도진이의 얼굴이 눈앞에 선했다.

물론 영훈 오빠는 우릴 돌보느라 같은 1502호였다.

띵-동-

“누구지?”

“형이 나가볼게. 너희들은 쉬고 있어.”

“응.”

소파에 늘어져 있던 아이들이 영훈의 말에 몸을 세우던 것을 멈추고 다시 늘어졌다.

장거리 비행 때문에 지쳐서 늘어져 있는 게 아니라 비행기에서도 계속해서 시나리오를 보고 있었더니 눈이 좀 뻑뻑했다.

느리게 깜빡이는 눈 위에 따뜻한 손이 얹어졌다.

“누나 눈 많이 아파?”

“그냥 조금 뻑뻑하네. 너도 피곤하지.”

“나는 누나보다는 덜하지.”

“그런 게 어딨어. 너도 같이 봤으면서.”

“나는 중간중간 눈도 붙이고 좀 쉬었어. 그런데 누난 계속 봤지?”

그걸 보고 있었냐.

동생이 자고 있을 때도 몰래 시나리오를 분석하던 지연이 뜨끔한 얼굴로 눈동자를 굴렸다.

“어어.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눈동자의 움직임에 지한이 짐짓 엄한 얼굴을 했다.

나보고 쉬어야 한다느니 수면시간은 꼭 지켜야 한다느니 말하면서 본인 건강은 생각하지 않는 누나를 보고 지한이 옅게 한숨을 쉬었다.

“그것만은 아닌 거 같은데. 누나 불안해? 혹시 떨어질까 봐? 마벨에서 캐스팅 제안이 온 거라서 떨어질 일은 없을 텐데 뭐가 불안한 거야?”

“이게 처음이니까. 너 때문에 들어온 제안인 게 뻔한데 내가 못하면 너한테 피해가 가잖아.”

지연의 말에 지한이 속상한 얼굴을 했다.

아무래도 자신과 같이 캐스팅된 것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나 보다.

할리우드 놈들이 얼마나 계산적인데 고작 내 누나라는 것 때문에 캐스팅하겠는가.

한국에서 기레기들이 동생 등에 업고 연기 도전한다고 한 기사를 너무 많이 본 모양이다.

그런 거에 흔들릴 누나가 아닌데 할리우드라고 누나도 긴장한 건가?

쓸데없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네.

“왜 그런 말을 해.”

지한의 손으로 눈이 덮여 있어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동생의 목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내 동생, 지금 속상하구나.

동생의 목소리에 지연이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뭐야 무슨 일이야?”

“우와. 누나랑 지한이도 싸울 때가 있는 거야?”

초인종을 확인하러 갔던 영훈이 도진과 함께 돌아왔다.

다툰 건가?

그 물음에 남매가 재빨리 부정했다.

“싸우긴 누가 싸웠다는 거야.”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내가 좀 불안해하니까 지한이가 걱정한 거야.”

“지연이 네가?”

“지연이 누나가?”

이 사람들이.

나는 뭐 불안한 것도 없는 사람인 줄 아나.

지연이 그런 얼굴로 둘을 째려보자 서 있던 두 사람이 남매의 맞은편에 앉았다.

“아니. 지연이 네가 불안해할 게 뭐가 있냐는 거지. 이미 연기력은 지한이 못지않잖아?”

“내 말이 그 말. 이건 다 뭐야?”

도진이 테이블 가득 늘어져 있는 종이들을 보고 감탄했다.

시나리오를 분석한 듯 무언가가 빼곡히 가득 써져 있는 종이도 있었고, 장면을 구상해 봤는지 영화의 한 장면을 캡쳐한 것 같은 종이도 많았다.

특히 영화감독이 꿈인 도진은 지연이 그린 그림을 보고 감탄하며 살폈다.

“우와. 이거 전투 씬이야? 이건 CG? 캐릭터야? 누나 영상 콘티 쪽으로도 소질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럼. 누구 누난데.”

“지연이가 그림을 잘 그리긴 하지.”

종이 한 장 한 장을 들여다보며 어느새 도진과 영훈이 진지한 얼굴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상상한 대로 그림을 나열하던 도진이 고개를 들어 지연에게 물었다.

“누나 컨셉아트 쪽도 그려본 적 있어?”

“그런 적은 없는데.”

“정식으로 그려본 적은 없어도 비슷한 일은 해 본 적 있어. 누나는 그동안 시나리오를 보면서 캐릭터랑 장면을 직접 그려서 설명해줬거든.”

지한의 말을 들은 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기 놀이도 그런 식으로 했다고 했지. 어쩐지 두 사람이 왜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지 알 것 같네. 이렇게 머릿속에 영화를 한 편 만들어서 가지고 있으니 언제든지 필요한 캐릭터와 장면을 꺼내 올 수 있었겠지.”

“오오. 도진이 형 뭔가 전문가 같아. 영화감독이 꿈이라더니 허투루 공부한 건 아니었나 보네.”

“당연하지.”

지한의 칭찬에 도진이 팔짱을 끼고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데 지연 누나. 이거 제작사랑 미팅할 때 들고 갈 거야?”

“아니, 왜?”

“왜라니?! 내가 묻고 싶은 거야. 이거 보여주면 그쪽에서도 좋아할 텐데! 이거 엄청 귀한 자료라고!”

그냥 펜 좀 끄적인 걸로 뭘 저렇게까지 반응하는지 모르겠네.

컨셉아트나 미술은 그쪽에서 알아서 할 텐데 배우인 내가 왜 거기까지 신경을 써?

“아니 내가 연출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고 이건 내 습작 같은 거야.”

“습작이라니. 하여튼 천재들은 재수 없다니까. 이 장면은 카메라 각도 생각해서 그린 장면 아니야? 그럼 좀 참고하라고 줘도 되지 않아?”

“네가 아직 감독이 아니긴 하구나. 연출에 있어서 간섭하는 걸 싫어하는 감독이 얼마나 많은데.”

한국이나 할리우드나 연출은 감독의 영역.

그 영역을 간섭하는 걸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은 많았다.

“그건 그렇지만, 아오! 이 누나 왜 이런 데까지 재능이 넘쳐서 난리야!”

“도진이 형. 사장님한테 다 이를 거야.”

“일러라 일러!”

어휴. 사춘기가 아직도 안 끝난 건가.

왜 저렇게 난리람.

불합리하다느니 재능충 꺼지라느니 소파에서 바동거리는 도진을 보고 옆에 있던 영훈이 슬쩍 몸을 떨어트렸다.

띵-동-

“아, 사장님인가 보다!”

벨소리에 영훈이 잽싸게 일어나 문으로 뛰어갔다.

평소라면 사장님 부담스럽다고 미적거렸을 텐데 발버둥 치는 도진이 감당이 안 됐나 보다.

잠시 후, 영훈이 주민과 함께 들어왔다.

주민은 오자마자 소파에서 먼지를 만들고 있는 조카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천도진. 여기서 뭐 해.”

“뭐 하긴 공부 중이지.”

“두 사람 방해하지 말고 방으로 가.”

“왜에! 나 현장 견학하는 거 도와준다며.”

“견학 도와준다고 했지 지연이랑 지한이 방해하라고 데려온 거 아니야.”

“방해한 거 아니야!”

버럭 소리 지르는 도진을 보고 주민이 시끄럽다는 듯이 귀를 막았다.

“씁. 비행기 타고 와서 피곤할 텐데 쉬게 해 줘. 너도 쉬고.”

“잠 안 와.”

“오게 해 줘?”

눈을 부릅뜬 주민의 말에 도진이 입을 삐죽였다.

저거 진짜 내 삼촌 아닐지도 몰라.

엄마한테 다 이를 거야.

사장님이 도진이를 데리고 가서야 우리는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어휴. 정신없어.”

“오빠가 이해해. 도진이가 아직 어려서 그래.”

그 말을 들은 영훈이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지연을 바라봤으나 지연은 그 시선 속에 담긴 뜻을 모르는 척했다.

맞잖아. 도진이는 19살이고 나는 20살.

거기다 원래 난 30살이었다고.

살아온 세월만 치면 영훈 오빠보다 나이가 많다고?

뻔뻔한 지연의 얼굴을 본 영훈이 고개를 젓다가 스마트폰을 보았다.

토독, 토도도독

화면을 빠르게 터치하는 영훈을 보고 지한이 슬금슬금 다가가 화면을 훔쳐 보았다.

“그런데 형 뭐해?”

“응? 아, 이래 봬도 실장이잖아. 업무 좀 보고 있었어.”

“세상 참 좋아졌어. 휴대폰만 있어도 웬만한 일은 다 할 수 있다는 게.”

고작 18살 주제에 늙은이처럼 말하기는.

영훈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지한이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 엄청 어색한 거 알아?”

“왜? 나 어릴 때도 세상 다 산 것 같은 노인 같은 역할 많이 했는걸?”

“시나리오가 애들을 다 배려 놨어.”

“그래도 요새 보면 좀 신기해. 영화에서 나올 것 같은 설정이 드라마에서도 꽤 허용된다는 게.”

계속되는 지한이의 늙은이 같은 말과 질색하는 영훈의 얼굴을 보면서 지연이 풉, 웃음을 터트렸다.

“하학.”

“아, 웃었다.”

“너는 내가 당하는 걸 보는 게 그렇게 재밌냐.”

영훈이 삐진 척 입을 삐죽였다.

지연의 웃는 얼굴을 본 두 사람이 속으로 안심했다.

편안해진 지연의 얼굴을 본 둘이 군것질거리를 잔뜩 챙겨왔다.

“누나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룸서비스 시킬까?”

“라면 먹고 싶으면 말해. 라면은 또 내가 잘 끓이지!”

“룸서비스 시킬게.”

“너무 단호하게 말하는 거 아니냐. 내 라면이 어때서.”

아무리 선물 덕분에 외모보정을 받는다고 해도 다음 날 미팅인데 라면 먹는 건 좀 그렇잖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결코 오빠 요리 솜씨를 못 믿어서 그런 거 아니야.

“됐어. 내 라면 안 먹고 내일 얼마나 잘할지 두고 보자.”

“오빠. 나 몰라? 나 지연이야.”

자신만만한 지연의 모습에 영훈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두 손을 다 들었다.

* * *

“와….”

“헐.”

“…하.”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본 이들이 모두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이건 또 무슨 개 같은 일이래.

“애런. 캐스팅받아 온 자리에서 제작사에서 배역을 바꾸니 마니 하는 경우도 다 있나요?”

“배역 교체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는 가능합니다.”

“그럼 지금 같은 경우는요?”

“당연히 합당한 이유가 없지요.”

하. 내가 살다 살다 이런 일도 다 겪어보네.

그래. 아직 내가 100년도 못 살긴 했지.

“사장님. 이거 어떻게 하실 거예요?”

지연의 말에 심기가 잔뜩 상한 주민이 살벌한 기세로 대답했다.

애써 평온을 가장한 얼굴과 대비돼서 더 무서워 보였다.

“당연히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주민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중국계 배우와 그의 에이전트를 보며 눈을 빛냈다.

148. 중국에서 온 배우

중국의 유명 배우, 왕쉬엔은 당 간부인 아버지를 둔 덕에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해 승승장구했다.

스타였던 어머니의 외모와 현대 의학의 도움으로 중국의 미녀 배우로 이름을 날린 왕쉬엔은 이제 대륙 너머 할리우드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저기 대륙에 붙어있는 조그만 나라에서 세계가 낳은 기적이라 불리는 스타 남매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SNS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 자신도 꿀리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정도 외모라면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지. 나라면 할리우드에서도 충분히 먹힐지도 몰라.’

외모가 배우의 전부는 아니지만 이제까지 자신의 외모로 맡지 못한 역할은 없었다.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전부 왕쉬엔의 뒤에 있는 아버지 덕분이었지만 모든 걸 자신의 뛰어난 외모 덕이라고 생각하는 그녀의 자부심은 이제 자만의 영역에 와 있었다.

“우리 대륙의 기상을 보여 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중국에도 쏟아지는 한류에 당 내부적으로도 말이 오가고 있던 시기에 딸의 말을 들은 왕쉬엔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을 이용해 한류스타들의 중국 활동을 견제하려고 했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그녀의 딸이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는 중국 내에서만 인기가 있을 뿐, 한국으로 수출되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딸의 요청대로 미국을 먼저 공략하기로 했다.

왕쉬엔을 위해 주요 제작사에 투자를 하고 인수를 하는 동안 한 시나리오가 눈에 들어왔다.

“드래곤?! 이건 꼭 해야 해!”

중국 하면 용, 용하면 중국 아니겠는가!

주인공인 에반 골드는 무려 황제를 상징하는 황룡(Golden Dragon).

딸의 성별을 바꿀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역할이지만 아이린 화이트마저 포기할 순 없었다.

“이건 중국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다. 왕쉬엔. 네가 꼭 아이린 화이트가 되어야 한다. 알았지?”

“당연하죠. 제가 아니면 누가 되겠어요?”

“그쪽에서는 아이린 화이트로 지연을 내정하고 있다더구나.”

“지연요? 나보다는 못 하지만 얼굴 좀 반반하단 애라고 들은 것 같은데.”

SNS에 올라오는 사진들이 다 그렇듯이 인터넷상에 올라오는 지연의 사진 역시 보정을 해서 그런지 하나같이 예쁘고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흥, 그 정도쯤이야. 나도 할 수 있다고.’

아빠가 붙여준 사람들을 이용하면 나도 세계가 낳은 기적이라고 불릴 만하지 않겠어?

게다가 연기 경험도 없는 애보다는 드라마랑 영화를 찍어본 내가 훨씬 낫지.

그 작품은 아빠도 신경 쓰고 있는 작품이니까 투자금도 빵빵하게 넣어주시겠지?

비슷한 외모라면 돈이랑 연기 경력이 있는 내가 훨씬 유리해.

그렇게 생각한 왕쉬엔은 아빠가 붙여준 사람과 함께 전용기를 타고 할리우드로 날아왔다.

* * *

미팅을 하러 왔더니 갑자기 캐스팅이 보류되었다는 얘길 들었다.

원래 감독, 마벨, 우리 이렇게 셋이서 미팅을 하기로 했는데 보기로 한 감독은 없고 이상한 중국 여자애와 마벨 측 사람들만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래.’

애런이 잠시 사라졌다 나타나더니 앞뒤 사정을 전부 알아왔다.

“그래서 중국에서 잘 나가는 배우이자 당 간부인 아빠를 두고 있는 금수저가 다짜고짜 찾아와서 용은 중국인과 황제를 상징하는 영물이니까 자신이 해야 한다고 내놓으라고 했단 말이죠?”

“훌륭한 요약입니다. 거기에 부연설명을 하자면 용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이라더군요. 그걸 연기할 수 있는 동양인은 중국에서도 이름난 자신이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단 자신이 연기하기만 하면 13억 중화인민이 전부 볼 거고, 영화 제작비 역시 해결될 거라고 했답니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야?

아니 중국인은 다 저렇게 뻔뻔한 건가?

기껏 한 변명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걸 듣고도 용케 마벨에서 저들을 이 자리에 불렀네요.”

“관객수와 투자라는 말에 혹한 거겠죠.”

“그럼 오늘 미팅 자리를 만든 이유는 누가 더 아이린에 어울리는지 확인하려고 부른 거래요?”

“원래 받은 일정은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만 저쪽에서 멋대로 이 자리를 만든 것 같군요.”

“그놈의 관객 수랑 제작비가 뭐라고.”

“흥행작을 만들지 않으면 도태되는 게 이쪽 바닥이라서요.”

하여간 자본이 많다고 여기저기 다 받아들이는 게 문제라니까.

중국 자본은 독이 든 성배다.

그걸 모르고 받았다가 후회하는 꼴을 여기저기서 봤지.

미래에서.

“더 볼 것도 없다니까요. 감독도 날 보고 아이린을 만든 게 틀림없어! 내가 아이린을 맡는 게 훨씬 낫다니까요!”

“아가씨, 일단 진정하시죠.”

“정말! 나 정도 되는 사람이 나와 주겠다는데 왜 이렇게 꾸물대는 거야. 돈도 투자한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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