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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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해. 오빠 사랑이 식었어. 미나 언니랑 결혼하고 나서 사람이 바뀌었어.”

“맞아. 예전에는 우리가 사고 쳐도 형이 다 해결해 주겠다고 했으면서.”

“그거랑 이거랑 다르지. 이번에는 스케일이 다르잖아, 스케일이!”

“뭐가 달라. 저번에 우리가 매튜랑 작업한 것도 이거랑 비슷하잖아.”

“그땐 진짜 너희들 휴가 가서 친 거고. 이번에는 KBC가 얽혀 있잖냐.”

“흥.”

반성할 기미가 안 보이는 남매를 보고 영훈이 앓는 소리를 냈다.

그래, 휴가 갈 거라고 입이 닳도록 말한 건 안다.

헨리의 학사일정에 맞춰서 여름만 되면 미국으로 떠나는 아이들이기에 되도록 그걸 지켜주려고 우리도 많이 노력했단 말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번에는 전 세계 ‘화제의 영상’으로 난리가 났는걸!

아직도 인도네시아 관광청에는 인어에 대한 문의와 해당 영상의 풀 버전을 공개하라는 문의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단다.

우리 사장님이 나서서 그러한 문의의 경우 KBC에 하도록 유도하라 했길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인도네시아에 더 이상 한국 드라마 촬영 협조 따위는 얻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오늘 인터뷰 잘 해야 한다.”

“알았어, 오빠.”

“그런데 나도 꼭 가야 해?”

“너도 그 영상 주인공 중 한 명이잖아. 씁. 그렇게 봐도 안 돼. 어허. 안 봐 줄 거야.”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냥 쳐다보기만 해도 마음이 약해지는 얼굴이라 나도 모르게 그만.

영훈이 머쓱한 얼굴로 헛기침을 했다.

“아무튼 게릴라 데이트는 안 하는 대신 특집 인터뷰하기로 했으니까 잘 하고 와.”

“와. 다행이다. 게릴라 데이트 했으면 우리 오도 가도 못했을지도 몰라.”

“그래. 그 정도 자각은 있어서 다행이구나.”

아쿠아리움에서 게릴라 데이트를 하려고 했던 최초 기획을 사장님께서 잘 막아주셔서 다행이다.

인어니까 아쿠아리움으로 가려고 했던 그 단순한 발상은 어디에서 나온 건지.

“그래도 다들 오랜만에 본다니까 좋아!”

“결국 우리만 관광했었지. 제작진들은 전부 호텔에 뻗어 있었잖아.”

“뭐, 호텔 수영장도 예쁘긴 하더라.”

“우린 바다에서 놀고 왔지만 말이야.”

“직업병은 어쩔 수 없는 거야.”

“맞아. 영훈이 오빠도 맨날 우리랑 휴가 가서 일하잖아.”

“그러게 말이야. 영훈이 형. 일은 적당히 해.”

“…나한테 일을 제일 많이 가져다주는 너희들이 할 말은 아니다만.”

영훈이 무시무시한 눈으로 남매를 쳐다봤다.

앗! 이제 그만 놀려야지.

차가 KBC 방송국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143. 오늘은 여러분들의 날이니까요.

“이열 꼬맹이들. 며칠 사이에 더 반짝반짝해진 것 같은데?”

“승우 아저씨!”

“아저씨 일찍 왔네요!”

남매가 복도에서 만난 승우를 보고 달려갔다.

몸만 컸지 어째 어릴 때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것 같은 남매의 모습에 승우가 허허 웃었다.

뒤를 따라오는 고 실장와 눈인사를 나눈 승우가 아이들과 함께 복도를 걸어갔다.

“아저씨는 <연예길중계> 인터뷰 많이 해 봤어요?”

“나도 좀 해 봤지. 경력이 있잖냐.”

“오올. 우리 아저씨 좀 잘 나가네요.”

“얘들아. 항상 말하지만 아저씨도 어디 가서 빠진다는 소리 들어본 적 없어. 나 원래 주연만 맡던 사람이야.”

“헤헤. 이번에 악역 해 줘서 고마워요.”

“고맙긴. 나도 이득 봤으니까 괜찮아.”

그래도 상반기에 ‘최고야, 내 사랑.’에서 남자 주연에 시청률 20%를 넘기며 화제에 올랐던 인물인데 휴식기를 가지지 않고 7월에 바로 작품에 들어와 줬다는 것에 감사했다.

이미지가 고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배우들은 한 작품 후 휴식기를 갖거나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대부분은 휴식기를 갖는 편인데 이번에 자신의 부탁으로 연달아 드라마에 출연한 것.

“아저씨. 진자 고마워요. 백지 각서 한 장 없애 드릴게요.”

“뭐? 하하하. 지연아 괜찮아. 물론 없애 주면 좋긴 한데 나 이번에 꽤 득 봤어.”

“그래도 이건 내 양심이 걸린 일이에요. 한 장 없애 드릴게요. 그러면 이제 3장 남았나?”

“아직도 그렇게 남았니?”

“아저씨가 작품 들어갈 때마다 누나한테 물으러 오니까 그렇죠.”

“하지만 우리 귀여운 만신님께 안 물어볼 수가 있나.”

승우가 어쩔 수 없다며 하하 웃었다.

탑엔터가 요 몇 년간 사세를 크게 확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소속 배우들이 들어가는 작품마다 대박을 터트려서니까.

누군가는 대본 보는 눈이 좋다고 탑엔터 소속이 되길 바라지만 탑엔터 식구들은 모두 안다.

그건 전부 지연의 덕이라는 걸.

어릴 때는 은근슬쩍 말을 흘리고 넘어갔지만 이제는 대놓고 대본을 골라준다.

한 번은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배우가 지연이 추천해 준 대본을 제외하고 다른 대본을 선택해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 드라마는 3사를 통틀어 시청률 꼴찌로 종영되었다.

애초에 대본 보는 눈이 없어서 우리 소속사에 들어왔으면서 왜 고집을 부렸던 것일까.

아마 지연이 어리고 가수였기 때문이 아닐까란 추측이 있을 뿐이었다.

아무튼 그 이후 그 배우는 충실한 지연의 노예가 되어 지연이가 점지해주는 대본만 착실히 받아서 들어가고 있었다.

“그나저나 너희들 이번 휴가 취소됐다며?”

“승우 아저씨도 들었어요?”

“영훈이 형이 어디 갈 생각하지 말고 우리보고 수습하래요.”

“어쩔 수 없지. 워낙 잘나갔잖아. 우리 해외 팬미팅도 잡혔다던데. 그것도 투어로.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이랑 미국도 간단다. 우리 대륙별로 팬미팅하게 생겼어.”

“예에?”

“우리 언제 쉬어요?”

항상 활동이 끝나면 휴식에 들어갔던 남매이기에 이런 일정이 낯설기만 했다.

활동기와 비활동기의 구분이 확실한 남매에게는 힘든 경험이 될 테지.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들어올 때 물 젓는 다는 느낌으로 활동하는 다른 연예인들과 소속사들의 심정을 모를 것이다.

“어쩔 수 없어. 지연이도 이제 다 큰 성인인데 앞으로 이런 일정에서 빠지기 쉽지 않을 거야. 물론 지한이 너도.”

“난 아직 미성년자예요.”

“너보다 더 어린 애들도 해외 팬미팅 잘 하더라.”

“팬미팅이라면 해 본 적 있지만….”

“드라마, 영화 팬들만 따로 하는 팬미팅은 해 본 적 없지?”

“네에.”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승우가 남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 그럼 이제 분장 받을 시간이다.”

“선배님!!!”

“오오. 우리 하운이. 벌써 와 있었냐?”

“옙! 제가 제일 막내잖아요!”

“하하하하. 나이로 보면 여기 지한이가 제일 막낸데.”

“헤헤. 제가 어떻게 오지한 선배님을 제일 막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그. 선배님. 저도 있습니다만.”

“앗! 우빈 씨가 있었지. 그럼 이제 나 막내가 아닌가?”

“예에. 아마도 제가 막내인 것 같습니다.”

“막내의 이점이 사라졌어. 선배님! 그래도 저 많이 봐 주셔야 해요.”

하운이 비굴해 보이게 웃으면서 굽실거렸다.

그 귀여운 행동에 화장을 받고 있던 연지의 입술이 꿈틀거렸다.

“연지 씨 아직 웃으면 안 돼요.”

끄덕

“고개 끄덕이셔도 안 돼요.”

“….”

“연지야. 그냥 가만히 있어.”

“….”

“서진 선배님은 벌써 분장 다 받으셨어요?”

“나는 아침에 샵에 갔다 왔어.”

“부지런하시네요.”

“뭘. 이게 다 내 매니저가 주연으로서 힘 줘야 한다면서 한 짓이지.”

서진의 옆에 앉아있던 매니저가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그 오지한이 함께 나오는 만큼 절대 주연으로서 꿀리면 안 된다며 대표가 일장연설을 한 탓에 시상식이나 제작발표회도 아닌데 힘 줘서 꾸미고 왔다.

‘대표님도 참. 비교할 걸 비교하셔야지.’

서진의 비교대상이 된 상대는 세계가 낳은 기적이라고 불리는 이었다.

얼마 전 출연했던 드라마에서 상반신을 깐 덕에 그가 성인이 되기까지 기다리고 있던 할리우드 제작사에서 눈을 빛내고 있다는 소문 같지 않은 소문이 돌 정도.

그의 옆에서 오징어가 되지 않는 것만 해도 우리 배우님은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영훈이 형. 진짜 나까지 나가?”

“응. 섭외 들어온 거 들었잖아.”

“안 나가면 안 돼?”

“왜?”

“왜냐니. ‘내호생’ 출연진들 옆에 내가 있으니까 그렇지.”

“그러게 왜 휴가를 따라가서는.”

“하지만 누나 혼자 보낼 수 없잖아.”

“영훈 오빠. 설마 우릴 갈라놓으려고 한 거야? 어떻게 나보고 하나뿐인 피붙이를 떼어 놓으라고 하는 거야!”

“형, 내가 잘못했어. 제발 우릴 떼어 놓지 마.”

“…연기 그만해라.”

“헤헷.”

“히히.”

짧은 순간 콩트처럼 이어진 자연스러운 연기에 분장실에 있던 배우들의 눈빛에 이채가 서렸다.

‘호오? 스토리가 예전보다 더 빨리 만들어진 거 같은데? 이제는 애드리브라고 할 수 없겠어.’

‘이게 탑엔터에서 연기를 가르치는 방법인가? 참고해야겠어.’

‘짧은 순간에 바로 배역에 빠져드는 몰입력, 대사 전달 능력, 표정연기. 완벽하다고 할 수 있어. 이게 할리우드 스타의 실력인가?’

‘우와. 대단하다. 연기인 줄 몰랐는데.’

‘멋있습니다. 서, 선배님!’

배우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본 영훈이 아이들을 이끌고 빈 분장의자에 앉혔다.

* * *

올해 결혼 5년차. 3살배기 아들이 있는 설인영은 TV 앞에 앉았다.

오늘 <연예길중계>에서 <내 호위무사는 여대생> 특집을 하기로 했고, 또 예고 영상에 오지한이 나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한때 지한의 팬클럽 플래닛의 네임드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주부에 불과했다.

[HOT] 연예길중계 ‘내호생’ 특집 편 같이 달리실 행성이들?

지은이 love한이

우리 지한이가 지연이랑 같이 연중에 나온다고 하네요.

마침 남편도 친구들이랑 놀러간다고 하고, 애도 시부모님께서 맡아 주신다고 했어요.

같이 달리실 행성이들 모이세요.

-앗. love한이님 오랜만이에요!

└안녕하세요. 남편도 아이도 없어서 오랜만에 들어왔어요.

-love한이님 그동안 안 보인다고 했더니 결혼하셨군요ㅠㅠㅠㅠㅠ

└네. 지한FOREVER님도 오랜만이에요.

방송이 시작하기 전.

오랜만에 재회한 팬들을 보고 인영이 그리운 얼굴을 했다.

이 사람들은 여전히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구나.

스탭만 달 수 있는 표식을 본 인영이 환영하는 댓글에 일일이 대댓글을 달았다.

-방송 시작합니다!

└드디어 광고가 끝났군요.

└우리 애들이 나온다고 해서 당연히 광고 많을 줄 알았는데ㅎㅎㅎ무슨 드라마만큼 붙었어요.

└우리 애들 광고 많이 찍었더라구요. 얘들아 돈 많이 벌어. 누나가 열심히 살게.

└저도 이번에 우리 애들이 광고한 제품 샀어요. 오뚝이 제품만 찬장에 한가득.

MC들이 인사를 하고, 다른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인영은 오랜만에 만난 동지들과 함께 수다를 나누고 있었다.

불판이라고 하기에는 잡다한 내용으로 가득 찬 게시글에 인영은 아직 우리 애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불판을 새로 더 파야했다.

도대체 언제 나오냐고 팬들 사이로 불만이 커져 가고 있을 때, 누가 악랄한 방송국 놈들 아니랄까 봐 거의 마지막 순서가 되어서야 우리 애들이 화면에 나오기 시작했다.

[많은 시청자 분들이 기다리셨죠! 드라마가 끝났는데도 그 열기가 식지 않아서 이렇게 저희 스튜디오에 이분들을 직접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리포터하면 바로 떠오르는 인물인 이슬이 인터뷰를 시작하자 나란히 앉아있던 배우들이 박수를 쳤다.

화제의 인물인 지연, 오지한을 순서로 박서진, 류연지, 백하운, 손우빈, 정승우가 순서대로 앉았다.

-ㅋㅋㅋㅋㅋㅋㅋ지금 다들 보셨어요? 우리 애 왜 남의 애들 사이에 끼여 있는지 아시는 분.

└저도 봤어요. 완전 위화감 없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

└발리에 휴가간 사진이 다른 배우들 짹짹이에도 많이 올라와 있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세상에 인터뷰까지 같이 할 줄은 몰랐죠.

팬들과 같은 생각을 했는지 리포터 이슬이 지한을 콕 집어 물었다.

[아니, 그런데. 여기에 안 어울리는 한 분이 계세요. 아니 안 어울리는 건 아니지만 너무 자연스럽게 앉아 계신 거 아니에요? 오지한 씨, 여기 무슨 일이세요.]

이슬의 말에 양옆에 앉아있던 배우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정승우는 손뼉까지 치며 좋아했다.

[그러게요. 저도 제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네요.]

[아니 본인이 모르시면 어떡해요. 그동안 우리가 그렇게 애타게 부를 땐 안 오시더니 남의 드라마팀에는 왜 끼어서 오신 거예요?]

[그 얘기를 하자면 너무 기네요.]

[길어도 좋습니다. 오늘은 여러분들을 위한 시간이니까요.]

이슬의 말에 모두가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오지한 씨가 여기에 오게 된 이유는 길다고 하시니 조금 있다가 듣도록 하죠. 우선,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네. KBC에서 포상휴가를 보내주셔서 저희는 발리에 잘 다녀왔습니다.]

서진이 대표로 말했다.

[아아. 발리 좋죠. 세계 최고의 휴양지. 신혼여행지 1위! 하필 발리로 가신게 의미심장합니다. 이건 전하와 재희가 결국 결혼까지 갔다는 암시입니까?]

[하하하. 글쎄요. 우리가 결혼을 했을까요?]

[우선 저는 연애부터 하자는 주의입니다. 결혼은 글쎄요? 조선에 가 있는 동안 전하께서 원체 속을 썩이셨어야 말이죠.]

서진의 말에 지연이 자연스럽게 받아치자 이슬이 광대가 높이 솟구치도록 웃었다.

-애들아빠: 우리 애는 안 된다. 결혼이라니 10년은 일러!

└사장님 여기서 뭐하세욬ㅋㅋㅋㅋㅋㅋ

└아, 사장님 나왔다.

└우리 사장아빠가 있는 이상 어림도 없지. 10년은 더 수련하고 오도록

└그리고 10년 뒤에도 같은 말이 반복되고….

└암튼 우리 지연인 안 됨.

└사장님 지연이랑 결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애들아빠: 연봉 10억이상, 자가 보유, 제사x, 집과 시댁과의 거리 200km 이상. 키 180이상, 혈액형A,O, 체지방률 15%이하….

└└└지연이 평생 혼자 살겠네.

└└└그걸 노렸을 지도.

└└└(◎ㅂ◎)!!

혈액형까지 구체적으로 나오는 주민의 조건에 팬들이 와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인터넷에서 어떤 댓글이 오가고 있는지 모르는 화면 속 배우들의 모습은 화기애애하기만 했다.

[발리하니까 또 생각나는 게 있네요. 바로 이 영상이죠!]

이슬의 말에 화제의 영상이 틀어졌다.

한 관광객이 찍은 인어 영상!

그 영상을 본 배우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어렸다.

[아아. 저거.]

[저거도 재밌었죠.]

[뒷이야기도 있는데 그건 잘렸나 봐요.]

[하운아, 쉿.]

[뭐죠? 지금 뭐라고 하셨죠! 저 들었어요! 뒷이야기가 있다고!]

먹이를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이슬이 달려들자 연지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난처한 얼굴을 했다.

사실은 이 모든 것이 대본에 나와 있는 것임에도 ‘실수인가?’ 라고 생각할 정도로 연지의 연기는 자연스러웠다.

[사실 저 영상은 저희 스태프들이 지연 씨랑 오지한 씨를 보고 영감을 받아서 찍은 거예요.]

[아니 두 분 도대체 뭘 하셨기에 인어가 나와요?]

[하하. 아마 이슬 씨도 보시면 놀랄 거예요. 저희가 휴가 동안 스노클링을 했었거든요.]

[네네.]

[거기에 지연 씨랑 지한 씨도 같이 갔었는데 세상에 물속에 들어가니까 물고기들이 두 사람한테 다가오는 거예요.]

[아하! 저도 알아요. 옆 동네 동물전용 프로그램에서 나왔었죠. 그때 얻은 오지한 씨 별명이 디지니 프린세스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부끄럽네요.]

[어머. 아하하. 어떡해. 오지한씨 프린세스가 부끄러워요? 한때 오지한 씨 롤모델이 뮬란이었다고 하던데 아닌가요?]

[맞아요. 그리고 아직도 뮬란이 좋죠.]

[이거이거. 디지니에서 빨리 오지한 씨를 섭외하길 기다리겠습니다. 그래서 그 물고기들이 지연 씨랑 지한 씨한테 다가왔다는 거죠? 그걸로 저 영상이 나왔다고요?]

이슬이 능숙하게 화제를 이끌었다.

다시 질문에 집중한 배우들이 그날의 일을 회상했다.

서진이 그 난장판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카메라 감독님이 카메라를 들고 갔는데 그 모습이 찍혔고, 그 영상을 본 작가님이 짧게 스토리를 만드셨죠, 거기다 소품팀이 시장에 다녀와서 의상을 만들고, 새로 촬영하고, 연출팀이 노트북으로 영상을 편집했어요.]

[세상에! 여러분 휴가 가신 거 아니에요? 그 정도면 엄청 짧은 드라마 한 편 만들고 오신 거 아니에요?]

[맞아요. 사실 드라마 한 편이 완성됐죠. 고작 30분이지만.]

30분이라고 해도 그 짧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았을 거다.

조잡한 장비와 환경 때문에 퀄리티가 좋다고 할 순 없었지만 원래 저예산 영화도 그런 환경에서 시작하곤 한다.

-아니 너희들 왜 쉬러 가서 일하고 왔엌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휴가 가서 드라마 한 편 뚝딱 만들고 오냐고ㅋㅋㅋㅋㅋ

└그래서 인어영상이 만들어졌구나.

└30분? 내가 본 영상은 고작 5분밖에 안 됐는데? 나머지 25분 어디갔어!

└└빨리 풀영상 내 놔라. 안 그럼 가지러 간다 KBC.

시청자들의 반응을 읽었는지 이슬이 다급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 도대체 풀영상은 어디서 볼 수 있는 거죠?]

[풀영상은,]

[풀영상은?]

-아 답답하네!

└빨리 말하라고!

└이러다가 광고 보여주면 KBC 폭파 각.

└└폭파당해도 할 말 없음

이쯤이면 적당히 애를 태웠다고 생각했는지 서진이 눈웃음을 치며 카메라를 보고 대답했다.

[오늘 밤 11시 50분에 공개됩니다.]

-아, 장난하냐!

└지금 당장 틀어줘ㅠㅠㅠㅠㅠㅠㅠㅠ

└보고 싶다고!

‘내호생’으로 사골까지 우려먹는 KBC의 지긋지긋한 태도에 시청자들이 아우성쳤다.

144. 보고싶다.

-KBC놈들 영상 별 거 아니기만 해 봐라

└아니기만 해 봐라. 진짜 KBC 터트리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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