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9 (149/296)

“여기서 조금 더 하늘하늘한 의상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쉬폰 소재같이. 끝은 지느러미처럼 보이게 기장을 조금 더 늘리고….”

“두 사람을 인어왕국의 왕족으로 설정하죠. 여기서 만타는 충신으로서 인간세상을 구경하러 나온 왕족들을 말리러 온 거예요.”

“그거 좋군! 여기 니모는 시종인 걸로 하면 어때?”

“좋아요! 그럼 이 뒤는….”

“작가님 저도 나오고 싶어요!”

“그럼 하운 씨는 배를 타고 무역을 하는 상인인 걸로.”

“에에? 저 왕자님 아니에요?”

“하운 씨는 인어세상과 인간세상을 잇는 다리가 되는 거예요!”

“오오오오!!”

“그리고 서진 씨랑 연지 씨는….”

한 편의 드라마가 제작되려 하고 있었다.

누가 드라마 만드는 사람들 아니랄까봐 짧은 영상 하나만으로 드라마를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같이 스노클링을 갔던 사람들 말고 다른 사람들까지 점점 합류하여 이것저것 추가하는 걸 보고 은주가 폰을 꺼내들었다.

“여보세요? 고 실장님? 다름이 아니라 조만간 발리로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은주는 현명하게 책임자를 불렀다.

* * *

은주의 전화를 받은 영훈은 모든 걸 포기한 얼굴로 비행기를 타고 발리로 날아왔다.

“오오. 오빠 어서 와.”

“형, 왔어?”

왜일까.

지연이와 지한이가 반짝반짝한 얼굴로 짐을 들어주고 방으로 안내해 주는데도 전혀 반갑지 않았다.

오히려 불길함이 점점 더 커지는 걸 느꼈다.

왜지?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걸까?

“너희들 솔직하게 말해.”

“응?”

“뭘?”

“또 무슨 사고 쳤니.”

어서 진실을 말하라는 것처럼 영훈이 스산한 얼굴로 남매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아이들 얼굴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지만 여기서 넘어가면 안 된다.

매니저 생활이 어언 10년을 넘어가고, 아이들과 같이 생활한 것도 10년에 가까웠다.

그 말인 즉 이 연기천재 남매의 연기에 마음은 넘어가도 머리는 안 넘어가는 경지에 올랐단 말이었다.

그야말로 무협지 고수와도 같은 경지!

영훈의 단호한 얼굴에서 순순히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느낀 남매는 쳇 하고 혀를 찼다.

‘진짜였어!’

그래도 만약이란 걸 믿었는데.

영훈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천장에 가로막힌 하늘을 떠올리니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얘들아. 제발. 휴가 때 조용히 넘어가 줄 수 없겠니?”

“오빠 우리 말 좀 들어봐. 우리는 그냥 조용히 스노클링을 즐기고 있었어.”

“맞아. 물속에 펼쳐진 광활한 푸른 대지와 활기찬 생명들을 느끼고 있었지.”

“잡설은 거기까지.”

“쳇.”

“쳇.”

이제 영훈 오빠도 예전처럼 안 넘어가네.

놀리는 재미가 있었는데, 아쉽다.

남매의 눈빛 속에서 자신을 더 놀려먹지 못한 아쉬움을 캐치한 영훈이 진저리를 쳤다.

“그래서. 은주 팀장은 어디 있어?”

“조오기. 다른 소속사 매니저들이랑 대책회의 중.”

“그래. 그렇구나.”

우리 애들만 사고를 친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영훈이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그곳으로 다가갔다.

“어서 오세요, 고 실장님.”

“먼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오시느라 힘드셨죠? 여기 마실 거 준비해 뒀습니다.”

오가는 눈빛 속에서 서로에 대한 격려와 위안이 오갔다.

자리에 앉은 영훈의 옆으로 지연과 지한이 포위하듯이 앉았다.

이럴 땐 영훈 오빠 옆에 찰싹 붙어 있어야 덜 혼나는 법이다.

물론 진짜 오빠가 우릴 혼내진 않겠지만 사고 치고 도망가면 더 오래 삐지니까 어쩔 수 없다.

“우선, 고 실장님이 오셨으니 사건의 개요에 대해 간략하게 보고하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은주 팀장.”

“네. 이 모든 건 한 영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은주가 브리핑을 시작했다.

모두의 흥미와 주의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훌륭한 인트로였다.

“발단이 된 영상은 다들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은주의 말에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까지 그 영상이 CG처리가 되지 않은 실물이라는 거에 의심이 들 정도였으나 후속 영상으로 인해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지연과 오지한이 출연한 이 영상 때문에 발리에 휴가를 온 ‘내 호위무사는 여대생’ 제작진 분들이 휴가도 잊고 이 영상 스토리를 완성시키겠다고 촬영 및 편집 중입니다.”

“…무슨 스토리.”

영훈이 두 손으로 얼굴을 쓸며 말했다.

“인어와 인간의 종족을 초월한 우정 이야기입니다.”

“그래서…그거 지금 어디까지 촬영됐습니까.”

“이미 모든 촬영이 끝나고 편집 중입니다.”

거참 행동 한 번 빠르네!

“은주 팀장 일단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우릴 여기 모은 이유는 뭡니까?”

“네. 이번 영상의 홍보와 이후의 대처 및 스케줄 관리입니다.”

“다행이네요.”

“그게…아마 엄청 힘드실 겁니다.”

은주의 말에 여기에 모인 다른 매니저들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영훈을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 시선에 더더욱 등이 오싹해졌다.

영훈이 애써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대박 드라마의 포상휴가에서 모두가 재밌게 놀았고, 짧은 영상 하나 찍은 게 뭐가 그리 큰일입니까. 영상은 KBC에 보여주면 잘 활용할 거고, 연예프로그램에 보내면 인터뷰 잡으면 될 것 같은데 아닌가요? 드라마 종영 후에도 인기를 오래 이끌 수 있으니 다들 돌아가면 이런저런 CF와 인터뷰 하느라 바쁘긴 하겠네요.”

“직접 보시겠습니까?”

“영상을요?”

“네. 지금 저기서 PD님이 편집 중입니다.”

“여기서 편집은 또 어떻게.”

“노트북에 있는 편집프로그램으로 대충 하고 계십니다.”

PD님은 도대체 왜 놀러와서까지 일을 하고 계신 건지.

영훈이 은주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동하면서 보니 다들 여기저기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는 게 보였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다들 쉬러 와서 왜 놀지 않고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여기서 보시면 됩니다.”

“유 PD님께 양해를 구하고 처음부터 쭉 볼 순 없습니까?”

“지금 편집 중이라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못 들으십니다.”

집중하느라 다른 사람 말을 듣지 않는 상태라는 거다.

편집실에 틀어박힌 PD들의 생태를 아는 영훈이 납득하며 철왕의 어깨 너머로 영상을 훔쳐보았다.

잠시 후, 영훈이 진지한 얼굴로 한 마디 뱉었다.

“…이건 KBC에 그냥 넘기기 아깝군요.”

“네. 그래서 저희들도 회의 중이었습니다.”

“왜 절 불렀는지 알겠습니다. 우선 짐 좀 두고 오겠습니다. 은주 씨. 애들을 부탁합니다.”

“네. 남은 일정 동안 알아서 관광 시키겠습니다.”

영훈의 명을 받은 은주가 각 잡힌 태도로 대답했다.

* * *

산이 물들고 낙엽이 떨어지는 어느 날

인터넷에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와, 씨. 나 인어 봄]

폭풍이 다가오는 신호였다.

142. 인어소동

[와, 씨. 나 인어 봄]

여러 이유로 발리를 검색하던 이들 사이로 빠르게 한 영상이 퍼져나갔다.

발리에 놀러 온 한 관광객이 올린 글은 여러 사이트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재생되었다.

짙고 푸른 바닷속에서 한 무리의 물고기 떼가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유유히 헤엄치지 않고 한곳에 모여 있는 물고기들은 분명 희귀한 광경이었다.

영상을 찍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주위에 모여드는 것이 보였다.

드문드문 카메라를 들고 신비로운 광경을 찍고 있을 때 무언가를 발견한 듯 화면이 흔들렸다.

[뿌그르르르?!]

깜짝 놀란 듯이 화면에 물거품이 잠깐 등장하고 그 물거품이 사라졌을 때 영상을 보고 있던 이들이 한결같이 놀란 얼굴을 했다.

‘인어?!’

그곳에 하얗고 푸른 물거품을 두른 것처럼 반투명한 천을 두르고 있는 한 여인이 있었다.

여인의 손길에 따라 물고기들이 춤을 추듯 헤엄쳤고, 수면 너머에서 들어온 햇살이 마치 그녀를 축복하듯이 내리쬐었다.

모두가 넋을 놓고 있는 사이 화면이 또 한 번 빠르게 이동했다.

그곳에는 어마어마한 만타가오리 떼가 있었다.

중간중간 개복치도 보였고 다른 작은 물고기들도 있었다.

그 속에서 여인보다 조금 더 짙은 천을 휘감고 화려한 장신구를 달고 있는 남자 인어가 헤엄쳐 나왔다.

그렇게 바닷속에서 두 무리가 서로 대치하고 있는 장면에서 영상이 끝났다.

└장난하냐! 여기서 끊어!?

└너 뭐야. 빨리 다음 영상! 다음 영상!

└이거 뭐야? 영화 홍보야? 어디서 제작하는 거야?! 누가 빨리 설명 좀 해 봐!

└다 모르겠고 다음 영상 내놔라. 여기서 끊다니 사람이냐.

└빨리 안 내놓으면 당장 잡으러 간다.

발작을 일으키는 절단마공에 영상을 올린 글에 분노한 사람들의 댓글이 빠른 속도로 달렸다.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한 무더기로 갱신되는 댓글에 해당 사이트가 버벅거릴 정도였다.

그때 올라온 한 게시글이 사람들의 분노를 잠재웠다.

[나 저 사람들 누군지 알아옴!]

왠지 발리에 로케 촬영온 팀일 것 같아서 발리에 들어온 촬영팀들 싹 다 조사했음

그러다 발견!

최근 <내 호위무사는 여대생> 드라마 제작팀들이 단체로 발리에 휴가왔다고 함.

그래서 그 드라마 출연진들을 조사하니까

짜잔!

(스노클링_장비를_착용하는_지연지한.jpg)

(물고기들이_모여든_지연지한.jpg)

(울루와뚜사원_관광중인_지연지한.jpg)

(우붓시장에서_옷을_대보는_지연지한.jpg)

인어 정체 알아왔어!

무려 할리우드 스타 오지한과 빌보드 가수 지연임!

그런데 저 영상은 공식 촬영이 아닌 듯.

촬영 신고된 게 아니라고 함ㅠㅠ

풀 버전 보고 싶었는데 못 볼 듯

+사진은 여기저기 목격담에서 올라온 사진 긁어모아옴.

미리 허락 받았어!

-세상에 내 새끼! 발리에서 무슨 일 있었나 싶더라니!

└천사에서 인어로 전직했던거임!

└앜ㅋㅋㅋㅋㅋㅋㅋㅋ전직ㅋㅋㅋㅋㅋ

└천사에서 인어면 종족이 바뀐 거 아님?! 고로 환생이다!

└└이 무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래서 다 필요 없고, 발리로 포상휴가 간 애들이 왜 갑자기 인어가 된 거임?

└ㄱㅆ)그건 나도 몰라.

└분명 KBC는 원본 영상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합리적 의심 ㅇㅈ

└└KBC 편집실 가야하는 거임?ㅠㅠ

└└나 벽 잘 타^^편집실로 가면 되는 거지?

└└└넌 그걸 왜 잘 타는 건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우! 저 영상은 정말 환상적이야!

└인어에 대한 환상은 어릴 때 전부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잊었던 환상을 다시 살려줬어!

└어디가면 볼 수 있나? 그 영상.

└└현재 공개된 건 관광객 목격담뿐이고, 아마 방송국에서 가지고 있을 것 같아! 최근 종영한 드라마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아. 공식 홈페이지는 여기!

→http://program,kbc.co.kr/2tv...

└└└감사하다. 도움

영상에 대한 분석글이 나오고 최초 목격자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비슷한 영상이 올라오자 사람들의 관심은 발리에 휴가를 왔던 <내 호위무사는 여대생> 팀과 지연, 지한 두 사람에게 집중됐다.

딱 봐도 단순한 물놀이 영상이 아니었다.

스토리가 있는 것 같은 두 사람의 대치, 단순히 천을 걸쳤지만 인어처럼 보였던 의상.

그리고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물고기 떼!

그 모든 것이 합쳐져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이 KBC에게 집중됐다.

* * *

“사장님 예상대로 <내 호위무사는 여대생> 다시보기가 급증했습니다.”

“화제성도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아메리카에서도 높게 나왔습니다.”

“그야 그렇겠지. 세계 최고의 휴양지 소식이니까. 지금 발리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했다지?”

“예. 그쪽에서도 예상보다 높은 수치라며 놀라워했습니다.”

KBC에서는 드라마가 끝났음에도 모여드는 관심에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예로부터 한류에 관심이 많았던 지역뿐만 아니라 유럽, 아메리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니 드라마에 대한 판권 계약 문의가 들어왔다.

“그런데 우리 드라마 포상휴가로 가서 찍은 영상인데 굳이 저희가 영상을 샀어야 했을까요?”

화제가 되고 벌어들이는 수익이 커지다보니 한 푼이라도 나누는 것이 아까웠다.

따지고 보면 자기들 돈으로 놀러가서 찍은 영상 아닌가.

그럼 당연히 우리 영상인데 왜 돈을 주고 샀어야 했나.

“요새 해외 사업부가 배가 부른 모양이야.”

“예?”

“우리가 이번에 포상휴가로 낸 돈이 얼마지?”

“그게….”

“입이 있다면 말을 하지 못할 거야. 우리가 낸 포상휴가비 이상으로 탑엔터에서 지출했으니까.”

사장의 날카로운 말에 해외사업부장은 입술도 달싹할 수 없었다.

자신이 주장한 논리를 따르면 영상에 대한 권리는 KBC보다 탑엔터가 더 크다는 말이니까.

방송국을 위한 발언이라 동조해줄지 알았던 사업부장은 주위와 시선을 마주치려 했으나 누구도 그의 말에 동의해주지 않았다.

‘쯧쯧쯧. 저 짠돌이 그럴 줄 알았어.’

‘지금 ‘내호생’ 해외 판권이 얼만데. 그걸 전부 수포로 만들려고’

‘이거 공 사장이 알면 어쩌려고 저러는 거야?’

인어 영상이 화제가 되기 며칠 전.

공 사장의 제안으로 인도네시아관광청과 KBC 사장과의 긴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는 놀라운 수완으로 이 모든 일을 예상했고, 그로 인해 파생될 이득에 대해서 설명하며 두 단체의 장을 설득했다.

합리적인 제안으로 그들은 모두가 윈윈하는 합의를 도출했고,

그 결과 인도네시아관광청을 연일 쏟아지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거의 전부 흡수하며 연이은 호황에 방긋 웃고 있었으며, KBC 역시 해외 판권 문의에 몇 년 만의 특수를 노리고 있었다.

“작년에 우리가 대박 하나 터트렸을 때 얼마나 말이 많이 나왔는지 알지?”

“네, 넵.”

“그럼 그때 나왔던 말 중에 제작사와 방송사 수익 불균형 문제가 있었던 것도 기억하나?”

“알고 있습니다.”

사장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사업본부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보던 다른 국장들은 전부 고소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렇게 짠돌이처럼 굴더니 잘 됐군.’

‘맨날 해외판권이 잘 나오느니 마느니로 시끄럽더니 꼴좋다.’

‘자기 판단으로 밀어줄 놈만 밀어주니 다른 PD들이 좋은 영상을 만들 수 있겠어?’

이제 방송국에서 드라마 해외 판권이란 놓칠 수 없는 수익 중 하나였다.

드라마에 한류스타를 적극 기용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

해외 판권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광고 수익 못지않게 꽤 짭짤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에 탑엔터랑 지연, 오지한과 끈을 만들었다는 게 중요해. 그 둘만 있으면 시청률이랑 수익 둘 모두를 잡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다들 허튼수작 부릴 생각하지 말고. ‘내호생’ 다음 작품은 잘 되고 있어?”

“네. 권미진 작가의 작품이라 그런지 대본이 좋습니다. ‘내호생’ 화제도 그대로 이어받아서 그런지 시청률도 10.5%로 시작했습니다.”

“10.5%라 아쉽지만 그래도 내호생 빼고 근래 들어 최고 성적이군. 이 화제 그대로 이어가야 하니까 앞으로도 신경 많이 쓰도록.”

“네, 사장님.”

“예능국은 ‘내호생’ 출연자들 인터뷰 준비됐나?”

“특집편으로 보낼 준비 하고 있습니다. 내일 녹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래. 잘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 있는 일이니까.”

“넵!”

KBC 사장의 말에 예능국장이 기합이 들어가 대답했다.

그의 말대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내일 출연하는 배우들만 생각해도 전국이 떠들썩할 거란 예감이 들었다.

* * *

“쳇. 바로 미국 갈려고 했는데.”

“지금 투정 부리는 건 아니겠지? 이게 다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우린 진짜 스노클링만 했을 뿐이야. 그치?”

“응. 누나 말이 맞아. 우린 진짜 스노클링만 했어.”

드라마 끝나고 오랜만에 KBC로 향하는 길에서 지연과 지한은 미국에 가지 못한 서러움을 토해냈다.

저번에 드라마 때문에 미뤘는데 이번에는 아예 못 가게 됐다고 헨리한테 연락해야만 했다.

지한이 역시 엠마의 쿠키를 못 먹게 됐다면서 영훈을 가자미눈으로 째려보고 있었다.

“그렇게 봐도 안 돼. 너도 공범이잖아.”

“치사해. 나는 ‘내호생’ 출연진도 아닌데.”

“하지만 수시로 촬영장에 드나들고 휴가까지 같이 갔지.”

“사장님이 가도 된다고 했어! 그리고 누나를 먼 땅에 혼자 보낼 수 없잖아.”

“지한아…!”

“누나…!”

감동해서 서로 부둥켜안든 말든 사고 친 건 사고 친 거다.

이때까지 해외 스케줄에 누구 혼자 떨어져 간 적이 없긴 하지만 어찌 됐든 이번 사고를 수습하는 건 혼자 할 수 없었다.

“너희가 친 사고는 너희가 수습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