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CU엔터 김대승팀장입니다.”
-그래. 김 팀장. 지금 우리 드라마 촬영장에 와서 배우를 바꾸라 마라 하고 있다며?
“국장님, 그게.”
-CU엔터에서 우리 방송국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잘 알았어.
“그게 아닙니다.”
-아니면, 뭐야. 뭔데 일개 소속사 팀장이 촬영장에 와서 배우를 바꾸라 마라 지랄이야!!!!!
스피커 너머로 전해지는 분노에 김대승의 머릿속은 하얗게 날아갔다.
이게 뭔가.
나는 그저 아무런 커리어도 없는 생초짜 신인보다 알파를 쓰는 게 드라마에도, CU엔터에도 좋은 일이라 생각한 건데.
어째서 자신이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거지?
김대승은 아직도 왜 이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이번 일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당장 방송국으로 유 대표 불렀으니까 어디 한번 얘기 좀 들어보자고!
“구, 국장님.”
-우리 드라마. 건드리지 마. 어설프게 끼어들지 말라고. 알았어!
“국장님, 국장님?!”
휴대폰을 잡고 간절하게 말하는 김대승을 모두가 꼴 좋다는 듯이 쳐다봤다.
“큭.”
“꼴 좋다.”
“잘됐네.”
몇몇 스태프들이 참는 것을 실패하고 비아냥거렸지만 김대승의 귀에 그 모든 게 들릴 리가 없었다.
“뭐 하십니까? 안 가요?”
“죄송합니다!”
주민의 말에 김대승이 파드득 떨더니 인사를 하고 차를 대 놓은 곳으로 뛰어갔다.
그 뒤를 알파가 허겁지겁 따라갔다.
“사장님 멋져요.”
“아닙니다. 이게 다 우리 제작진분들이 너무 좋은 작품을 만들어서 생긴 일 아니겠습니까.”
“이게 어디 저희들이 잘해서 된 일이겠습니까. 전부 우리 배우분들이 열심히 해 주셔서 그런 거죠.”
주민의 말에 철왕이 쑥스럽다는 듯이 대답했다.
촬영장을 지켜야 하면서도 제대로 지키지도 못했고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다른 이들의 앞에서 고개를 들기 어려웠다.
“PD님, 고개를 드세요. 저는 PD님을 보고 투자한 겁니다.”
“사장님!”
“앞으로도 열심히 하셔서 더 좋은 영상 만들어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크흑!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 촬영 다시 열심히 하시죠. 촬영 끝나면 소고기 쏘겠습니다!”
“와아아아아!!”
주민의 말에 스태프들이 환영했다.
“그런데 우리 사장님 지연이 너 때문에 투자한 거 아니야?”
“쉿. 언니 지금 그런 거 말하는 거 아니야.”
“핫. 오케이.”
그런 진실 따위는 안 보이게 숨겨버리자고.
지연은 환한 얼굴을 한 철왕과 손우빈 배우를 보고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135. 형이 왜 거기서 나와?
“네놈, 그놈이지.”
재희의 눈앞에 있던 사내가 말없이 검을 뽑아 들었다.
소리 없이 뽑힌 검은 먹이라도 칠한 듯 달빛 아래에서도 까맸다.
검 뽑는 소리도 없고, 달빛 아래에서도 어둡기 그지없는 검신을 본 재희가 진중하게 검을 겨누었다.
저 검은 암살자들의 검이다.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되었다.
“네 놈의 주인은 누구냐.”
“….”
“됐어. 어차피 순순히 들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네놈을 죽이면 말 잘 듣는 개를 찾으러 주인이 나오겠지!”
그 말을 시작으로 재희와 흑운대장이 검을 부딪쳤다.
달빛 아래에서 검을 부딪치는 두 사람의 모습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우와. 영상 미쳤네.”
<내 호위무사는 여대생> 10화를 보고 있던 영훈이 감탄하며 말했다.
같이 시청 중이던 미나는 팝콘을 씹던 것도 잊고 멍하니 드라마만 보고 있었다.
“저 사람이 그 사람이라며?”
“응. 손우빈 씨.”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을 들은 지한의 말에 지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장면이 바로 악당들을 퇴치하고 사수한 씬이지.
드라마를 즐기던 것을 잠시 멈추고 차분하게 해당 씬을 분석하던 지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누나가 왜 나섰는지 알겠어.”
“말해봐.”
“저 배우. 놓치기 아까웠던 거지?”
“맞아. 그것도 있었어.”
지한의 말에 지연이 일부분 긍정했다.
꽤 오랜 시간 무명시절을 보냈지만 저 배우는 몇 년 뒤에 천만영화의 씬스틸러로 등장한다.
사장님한테도 저 배우 놓치지 말라고 했으니 조만간 한솥밥 먹게 될지도 몰랐다.
“정말 열심히 했거든 저 배우.”
“응. 보니까 알겠다. 대역 안 쓰고 직접 한 거지?”
“본인 사비로 액션 배우들이랑 무술 감독님한테 커피 쏘면서 배웠대.”
“멋지다.”
“그래서 더 열받았어. 저렇게 열심히 했는데 그 배역을 뺏어가려고 한 거잖아.”
누나의 말에 지한이 자신이 겪은 일인 것처럼 속상한 얼굴을 했다.
“다른 것도 아니라 부당한 일로 배역을 뺏기는 건 정말 싫어.”
“알아. 너 그런 거 싫어하는 거. 저 배우가 그런 일 겪는데 네가 생각나더라.”
“내가 이겼으니까 괜찮아.”
몇 년 전 지한이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배역을 빼앗겼다.
예전에 캐릭터 인종이 안 맞아서 오디션도 못 봤던 일 이후로 애런은 정말 열심히 이런저런 조건을 찾아 지한이에게 맞는 배역을 구해왔다.
그중에서 딱 하나 지한이가 놓쳤던 배역이 있었다.
그때 지한이는 열심히 준비하고 오디션까지 봤으나 떨어졌고, 그 배역은 중국계 배우에게로 넘어갔다.
추후에 듣기로는 중국계 자본이 많이 투자돼서 어쩔 수 없다고 했던가?
결국 영화는 대본과 달리 꽤 많은 부분이 수정되어서 나왔고, 결국 산으로 가는 스토리와 뜬금없는 중국 홍보에 망하고 말았다.
지한이는 다른 영화에 들어가서 골든글로브랑 아카데미에서도 남우조연상을 받았으니 전화위복이라고 해야겠지.
“됐어. 지금은 드라마나 보자.”
“알았어. 우리 누나 첫 주연인데 내가 열심히 모니터링해 줘야지.”
“뭐래.”
지한이 잠시 드라마를 보는 지연의 옆모습을 눈에 담았다.
그 모습을 본 지한이 잠시 다른 생각을 했다.
“누나가 열심히 찍은 건데 안 볼 거야?”
“아니야. 볼 거야.”
한눈파는 동생의 옆구리를 콕 찔러 주위를 다시 집중시킨 지연이 고개를 돌렸다.
남매가 다시 드라마를 집중해서 보았다.
* * *
독기 어린 말로 왕의 눈을 어지럽히고, 권력놀음에 백성들을 도탄에 빠트린 김중근 대감이 초라한 모습으로 누군가의 앞에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괜한 짓을 했군. 이쪽의 패가 드러났어.”
“면목이 없습니다.”
1화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의 모습으로 남녀 주인공들을 힘들게 했던 김 대감이 투명한 검은 천 너머에 있는 인영에게 빌빌거리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아니 이게 뭐야.
└형! 형이 왜 여기서 나와.
└승우 형 ‘최고야, 내 사랑’ 이후로 쉬는 거 아니었어?
└나오면 나온다고 말해줬어야지, 형!
-그러니까 우리 김 대감이 최종보스가 아니었다는 거임?
└알고 보니까 중간보스였던 거임!!
└아니 이게 무슨 보스를 잡았더니 찐 보스가 아니었고 그게 사실 사천왕 중에 한명이었다는 소리야!
└└훗, 김 대감 그 녀석은 우리 중 최약체였지.
시청자들이 깜짝 놀라 아무 말이나 하고 있는 동안에도 화면 속 최종흑막은 무시무시했던 김 대감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탁
거칠게 내려놓아진 잔에 엎드려 있던 김 대감의 몸이 움찔했다.
“이번 일로 왕에게 경각심만 안겨줬어. 손에 쥐고 다스리던 게 허사가 되지 않았는가.”
“죄송합니다, 대군. 하지만 아직 왕께선 제 말을 철썩같이 믿고 계십니다.”
“나도 자네의 그 말을 믿고 싶지만 어쩔 수 없군.”
김 대감의 말에 대군이 어디론가 손짓을 했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흑운대장이 스르르 걸어 나왔다.
“네가 보기에는 어떻더냐. 그 계집애를 처리할 수 있겠더냐?”
“흑운대원 열을 데려가면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흑운대원 열이나?”
흑운대원은 대군이 비밀리에 키운 검이었다.
하나하나가 여러 번의 죽음을 넘기는 훈련을 받고 왕의 직속 호위대와 비슷한 실력.
암살을 전공했기에 호위대보다 더 위험한 이들이 바로 흑운대원이었다.
“호위무사치고는 꽤 호전적입니다.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틈을 보이면 금방 달아날 잡니다. 포위망을 위해서 열을 같이 데려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자신과 싸우면서도 흙을 뿌리거나 손과 발을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저잣거리의 왈패 같아 보이기도 했고, 검을 쓰는 걸 보면 이름 난 무가에서 체계적으로 검을 배운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왕의 호위무사치고는 왕을 방패로 쓰는 것도 머뭇거림이 없고, 어쩔 때는 인질로 이용하기도 했다.
흑운대장의 말을 들은 대군이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참으로 엉뚱한 자로다. 호위하는 자를 미끼로 내세우다니.”
대군의 드문 웃음에 모시는 자들이 조금 안도하고 그가 웃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
“좋다. 그놈이 이번에도 왕을 방패로 쓸지 두고보자구나. 김 대감, 다시는 오늘과 같은 실수를 해서는 안 될 것이야. 알겠나?”
“네, 대군.”
“그러면 오늘은 이만 물러가게.”
“평안히 쉬십시오.”
김 대감이 허리를 숙이고 물러나자 대군이 술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흑운대장에게 명령했다.
“저놈이 일을 일으키면 확실히 제압할 수 있겠지?”
“네.”
“그래그래. 저놈을 없애야 내가 정정당당하게 왕위에 오를 수 있지 않겠나. 반란군의 수장의 목을 치고 나라의 암운을 거둔 대군으로. 그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내 아우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이고.”
대군의 말에 흑운대장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와! 저 나쁜 놈!
└그러니까 김 대감은 저놈이랑 같이 반란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대군이란 놈은 뒤통수를 칠 생각이다 이거지?
└김 대감을 이용해서 왕을 없앨 생각이고.
└역시 믿을 놈 하나 없다! 악당이라면 같은 악당 뒤통수 정도는 쳐 줘야지!
└김 대감 찐 빌런에 엄청 무서운 놈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이용당하고 버림받는 불쌍한 놈이었고요.
└└님ㅋㅋㅋㅋㅋ누굴 동정하는 거예요. 김 대감도 나쁜 놈이라고요! 백성들 괴롭힘!
└└└아, ㄱㅅㄱㅅ 최종빌런이 너무 무시무시해서 잠시 잊고 있었다.
└대군 진짜 무시무시한 놈인 듯. 김 대감이 꼼짝 못 하는 것만으로 저놈이 얼마나 나쁜 놈인지 알 거 같음.
최종보스이자 김 대감조차 압도하는 대군의 등장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게 타올랐다.
불판 위에 올라간 것처럼 뜨거운 반응에 ‘내호생’의 시청률 역시 하늘을 뚫을 것처럼 뜨거웠다.
* * *
어제 승우 아저씨가 나오고 나서 시청률이 39.8%을 찍었다.
조금만 더 하면 40%를 넘겼을 텐데 부족한 0.2%p에 모두가 아쉬워했다.
그래도 지금 모두가 웃는 얼굴로 준비하고 있는 이유는 다음 화에서 40% 넘을 것이 거의 확실하게 여겨지기도 했고, KBC에서 보너스와 포상휴가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여행지는 아마 발리가 될 것 같던데 KBC드라마를 위기에서 꺼내준 데다가 시청률까지 하늘을 뚫을 듯 치솟으니 방송국에서 포상휴가를 주는 것도 당연한 얘기였다.
“역시 대군이 나오니까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네.”
“승우 아저씨 이거 봤어요? 다들 어제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이랬던 거?”
지연이 내미는 화면을 본 승우가 하하 웃었다.
어제 허허 웃는 얼굴로 카리스마 김 대감을 제압했던 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얼굴이었다.
전작에서 무심하지만 내 여자에게는 다정한 남주 역을 맡았던 그가 ‘대군’으로 인해서 빠르게 이미지 변신을 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카리스마 있으면서 등을 오싹하게 만들 정도로 멋있어서 최종보스에 나쁜 놈으로 나왔지만 오히려 승우의 인기가 더 높아졌다.
다들 한결같이 ‘나쁜 남자인 오빠/형도 멋있어요.’라고 말했다.
돌아오기 전에도 빌런 캐릭터가 흥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러다 왕보다 대군이 더 인기가 많아질 것 같은데.”
옆에서 남자 주인공인 서진이 농담 섞인 말을 했다.
김 대감이나 대군에게 놀아나는 왕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답답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하는 말이었다.
“에이. 우리 왕님.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하세요. 최 작가님이 남자 주인공이자 왕을 그렇게 보낼 리가 없잖아요.”
“맞아. 곧 각성하지?”
“선배님 각성이라는 말도 아세요?”
“왜 몰라?”
자기는 아직 젊다며 승우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명색이 남자 주인공인데 작가가 언제까지 고구마 담당으로 두겠는가.
지금까지는 호위무사에게 방패나 미끼로 쓰이기만 했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도 허허롭게 웃으며 다 잘될 거야, 라는 낙천적인 호구로 보였겠지만 그에게도 비밀이 있었다.
“전하께서 오늘 보여주실 모습을 백성들이 보면 단숨에 민심도 돌아설 겁니다.”
“하하. 대군께서 그렇게 말해 주시니 참으로 든든합니다.”
드라마 속에서 대치하는 두 사람이 사극톤으로 칭찬을 주고받았다.
“지연 씨, 지연 씨!”
“네!”
“여기 와 봐야 할 거 같은데?”
다급한 것처럼 자신을 부르는 스태프의 음성에 지연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그가 부르는 쪽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에요?”
“지연 씨 앞으로 선물이 도착한 것 같아서.”
선물?
누가?
촬영장으로?
왠지 웃음기 어린 스태프의 얼굴에 지연은 누군가 장난스러운 선물을 준비했나 싶었다.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서 간 곳에 도착하자 지연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우리 누나 잘 부탁드려요]
-사랑하는 동생이♥
신재희 모습인 내가 배너에 프린팅되어 걸려 있었고 오픈트럭에 익숙한 누군가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한이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지연 씨 잘 먹을게!”
“꺅! 어떡해. 오지한이야.”
“진짜 남매끼리 사이가 좋나봐. 우리 집 웬수랑 다르네.”
“세상에. 오지한 사복차림. 개좋아.”
스태프들의 대화 사이로 일부 행성이들의 일반인 코스프레가 해제되는 것이 들렸지만 지연에게는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오늘까지 감쪽같이 속이고 커피차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는 동생에게 지연이 다가갔다.
“너 이런 건 또 언제 준비했어?”
“누나 왔어? 잠시만. 여기 주문하신 아메리카노입니다.”
“가, 감사합니다.”
여성 스태프가 지한이 내민 아메리카노를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었다.
품에 소중히 꼭 안고 있는 모습이 가보로 삼기라도 할 것 같았다.
지연이 당황 반 반가움 반으로 동생의 앞에 섰다.
“커피 만드는 건 또 언제 배웠어?”
“영훈이 형이 도와줬어. 자, 여기 누나가 좋아하는 블루레모네이드.”
“미리 말하지.”
“미리 말하면 서프라이즈 선물이 아니잖아?”
지한이 서프라이즈 대성공이라면서 방긋 웃었다.
그 웃음에 일부 스태프들이 비명을 지른 것은 비밀이 아니었다.
날이 갈수록 피어나는 외모를 가리지 않으면 일반인들이랑 대화하는 것도 어려울 정도였다.
오늘은 촬영장 온다고 더 꾸미고 온 동생의 모습에 지연이 빨대를 머금어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삼켰다.
안 꾸민 듯 꾸민 모습을 보니 미나 언니의 솜씨였다.
“잘 왔어.”
“뭘. 누나 동생이잖아. 당연히 한 번 와야지.”
그동안 말도 많고 없는 말 지어내는 연예계라 누나 응원하러 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
며칠 전 드라마를 보면서 누나의 촬영장면을 직접 보지 못한 걸 보고 아쉬워했던 지한이 결국 생각을 바꿔 먹었다.
누나 보러 오는 건데 내가 왜 다른 사람들 시선을 신경써야 해?
다른 여배우나 사람들이랑 엮는 거?
이제는 그런 거 신경 안 쓸 거다.
그 생각으로 준비한 이벤트다.
“누나. 오늘 누나 촬영하는 거 옆에서 계속 보고 있어도 돼?”
“물론이지.”
“내일도 보러 와도 돼?”
“그럼.”
옆에서 남매의 말을 몰래 듣고 있던 스태프들은 속으로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 촬영장에 할리우드 스타가 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