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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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재희 신재희.”

“왜.”

“넌 왜 그렇게 검만 쥐었다 하면 누구 하나 죽일 듯이 휘두르냐? 전생에 못 죽이고 온 웬수라도 떠올리는 거야?”

“웬수는 무슨 웬수야.”

“그런데 왜 그렇게 맨날 살기가 넘쳐.”

“그냥. 검만 들면 진정이 안 되네.”

“그런 애가 용케 검무를 배웠네. 검무라는 건 원래 그렇게 살기가 넘치는 거냐?”

그 말에 재희가 친구를 돌아보며 말했다.

“검무는 검으로 누군가의 한을 끊어내기 위해 추는 춤이야.”

그 말을 하는 재희의 눈이 무언가를 회상하는 듯, 흐려졌다.

“누가 보면 한을 풀어주기 위해 추는 게 아니라 네 한을 보여 주려고 추는 줄 알겠어. 추는 것만 봐도 등골이 다 오싹하다. 알았으니까 칼 들었을 때 사고나 치지 마라. 그 잘난 얼굴로 왜 칼 든 미친년 소리 들으면서 사냐?”

“남이사 누가 날 어떻게 부르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칼 든 미친년이랑 같이 놀다가 나도 미친년 소리 들을까 봐 그런다. 아무튼 난 오늘 먼저 간다.”

“어디 가는데?”

“과외 잡혔어!”

재희가 멀어지는 친구에게 손을 흔들었다.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향한 재희는 오랜만에 떠올린 검무의 의미를 다시 한번 입 밖으로 흘렸다.

“검으로 한을 끊어 낸다라. 한울이 말이 맞을지도. 나는 오히려 한을 날카롭게 벼리고 있는 게 아닐까?”

씁쓸하게 웃은 재희가 거실 한 쪽에 놓인 가보를 쳐다봤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았던 검이라는데 내가 보기에는 다 낡아빠진 검이었다.

가보라면 관리라도 잘 할 것이지, 이게 뭐야.

골동품점에 있는 은장도가 이거보다 예리하겠다.

재희가 검을 들고 눈살을 찌푸리며 이리저리 훑어보다가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어? 생각보다 잘 빠지네. 그렇게 녹슨 건 아닌가 본데?”

얼룩덜룩한 검신 사이로 본래의 예리한 빛이 얼핏 보였다.

“히야. 그래도 가보로 할 만큼 좋은 검이긴 하네. 어? 이건 뭐지?”

재희가 검신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는 글자를 보고 미간을 모으며 집중했다.

“이거 한잔가?”

한자는 쥐약인데.

분명 한자는 하늘 천, 땅 지, 사람 인 정도밖에 모르는 재희였지만 어느새 그녀는 홀린 듯 한자의 음을 말하고 있었다.

“戀(그리워할 연)?”

그때 녹슨 검신이 순식간에 빛을 내며 재희를 감쌌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 재희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 * *

가보에서 뿜어져 나온 빛에 얼렁뚱땅 조선시대로 날아간 재휘는 그곳에서 우연히 시비에 걸린 선비 하나를 구해주고 스카웃 제의를 받게 된다.

“거 막대기 휘두르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구나. 행색은 저잣거리 광대들도 하지 않을 차림이거늘 솜씨 하난 뛰어나군.”

“웬 조선시대 말투? 지금 누구보고 거지 같다고 하는 거야? 내가 볼 땐 너야말로 청학동에서 온 놈 같구만. 아니지. 너 사극 촬영하러 왔냐? 엑스트라 알바, 뭐 그런 거?”

“거지라고 한 적은 없다만. 그리고 사극? 촬영? 엑수투라? 그게 무슨 해괴한 말투인가.”

“아 됐어. 말을 말자. 여기 출구는 어디야? 갑자기 눈뽕당하는 바람에 기절이라도 한 건가? 자고 일어났는데 왜 민속촌에 와 있는 거야.”

“당최 무슨 말을 하는 지 알 수가 없군.”

그렇게 선비 복장으로 잠행에 나와 있던 왕과 알 수 없는 빛으로 현대에서 과거로 날아온 여대생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 만남으로 두 사람이 앞으로 주구장창 엮일 것이라는 걸 암시한 순간 화면이 전환되었다.

“이상한 년이 나타났다고?”

“면목없습니다.”

짙게 드리운 그림자 속에 몸을 파묻은 인영 앞에 온통 검은 색으로 몸을 가린 사람이 부복하고 있었다.

“전하께서 관심을 보인 자다. 앞으로 꾸준히 감시하도록.”

“예.”

주인의 말에 흑의인이 고개를 조아리고 물러났다.

카메라가 서서히 물러나며 그림자 속에 파묻힌 이를 담아냈다.

“재미있군.”

말과는 달리 차갑게 서리가 내려앉은 눈빛이 화면에 잡혔다.

자신을 방해한 자를 망설임 없이 치워버릴 것 같은 눈을 배경으로 엔딩곡이 흘러나왔다.

“신윤철 배우님 눈빛 장난 아니시네.”

“신윤철 배우님 악당 역은 이번이 처음 아니에요? 왜 저렇게 잘해요!?”

“그게 바로 짬밥이란 거야. 하운아. 선배님이 그동안 쌓은 내공이 얼만데 악역이라고 연기를 못하시겠니.”

마지막에 나온 원로배우의 연기를 보고 배우들이 감탄하는 사이 지연은 작감 콤비를 쳐다봤다.

“PD님, 작가님. 울어요?!”

옆에서 훌쩍이고 있는 두 사람을 본 지연이 화들짝 놀랐다.

지한이가 허겁지겁 티슈를 들고 와 두 사람에게 두 장씩 뽑아서 내밀었다.

“킁. 내가 진짜. 진짜로. 내 작품이 나오는구나.”

“흐어엉. PD님. 정말 감사해요. 지연 씨, 정말 내 작품에 나와 줘서, 진짜. 고마워요어엉.”

그간 고생을 했던 두 사람은 시청률을 다 떠나서 무사히 작품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감동해 눈물을 터트렸다.

알게 모르게 두 사람을 뒤에서 도와주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봐 온 지연이 그 심정 다 안다는 듯이 두 사람의 등을 토닥였다.

“PD님, 작가님 너무 울지 마세요. 나중에 우리가 잘될 때 흘릴 눈물 아껴둬요.”

“흐어어엉. 지연 씨 정말 감사합니다. 제 억지를 들어주셔서.”

“진짜, 킁. 너무 고맙습니다. 지연 씨 덕분에 제 새끼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어요.”

“네네. 뚝.”

지연이 능숙한 손길로 우는 두 사람을 달랬다.

자신들을 배려하는 말과 손길에 더더욱 감동한 두 사람이 굳게 다짐했다.

‘지연 씨께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지!’

‘다음 작품도 지연 씨가 맡아주실 수 있게 엄청 잘 써야지.’

작은 배려가 눈덩이처럼 굴러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133. 불청객

[‘내호생’ 19%, 수목대전 압도적인 1위, 술렁이는 방송가]

[‘내호생’ 첫방부터 20% 가까운 시청률. KBC 수목극 부활]

[‘내호생’ 신윤철, ‘재미있군’ 압도적인 카리스마]

[내호생 시청률 첫 수목극 3파전 압도!]

[내호생 대박 조짐. 첫방송 시청률 19%로 수목극 1위]

[첫방 ‘내호생’ 탄탄한 스토리+명품연기=대박]

[시간여행과 가상조선의 조합. 색다른 사극의 탄생]

[내호생 지연, 신들린 연기]

[‘내호생’ 지연, 모두를 압도한 카리스마 검무…네티즌들 극찬]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첫 방송부터 침몰해가던 KBC 수목극의 부활을 성공적으로 달성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조정실에 있던 조연출 이종수의 시청률 기록을 들은 철왕과 민경, 다른 배우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이런 날 축배를 들어야 한다며 날뛰는 사람들을 내일 촬영이 있다는 말로 겨우 진정시키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소중한 우리 집에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과 술판을 벌이고 싶진 않거든.’

그리고 내 동생은 아직 미성년자다.

어디서 미성년자가 있는 집에서 술주정을 부리겠다는 건가.

아무리 내가 드라마 촬영하면서 이것저것 무르게 행동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건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역시 누나야. 첫 방송부터 이 정도 성적이라니.”

“뭐래. 네 드라마도 성공적이었거든?”

“이건 내 드라마보다 더 잘 나올 것 같아서 하는 말이지. 우리 누나 보는 눈 어디 안 갔네.”

“당연하지. 누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히히.”

지연의 말에 지한이 어린 시절처럼 개구지게 웃었다.

톡톡

어린 아이처럼 웃는 동생을 보던 지연은 뭔가가 자신의 허벅지를 건드리는 것을 느꼈다.

시선이 향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잔뜩 심통 난 모짜가 솜방망이로 지연의 허벅지를 꾹 누르고 있었다.

“아이구. 우리 모짜. 언니가 안 놀아줘서 심심해써요?”

왜옹

이런. 엄청 삐졌네.

모짜의 울음소리만 듣고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지연이 모짜의 머리를 만져줬다.

귀가 쫑긋 솟다가 뒤로 젖혀지는 게 보였다.

골고로로록

어느새 모터 소리를 내는 모짜를 본 지연이 삐진 모짜를 달래주기 위해서 당근을 내밀었다.

“걱정 마. 이번 휴가 때는 우리 가족 다 같이 갈 거니까.”

쫑긋

“인절미도 같이 데려갈 거야.”

왕!

자신을 말한다는 것을 안 인절미가 귀엽게 짖었다.

제 이름은 귀신같이 아는 인절미를 보고 지한이 맑게 웃음을 터트리며 벌러덩 드러누운 아이의 배를 마구 쓰다듬었다.

“이제 슬슬 자체콘텐츠를 제작해 볼까 했는데 첫 시작을 얘들이랑 함께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저번에 누나가 말했던 그거? 정말 개인채널을 만들 수 있을까?”

“뉴튜브의 저력을 무시하지 마. 그리고 우리의 저력도. 지한아 팬들이 가장 원하는 게 뭘 거 같애?”

“우리 직접 보는 거?”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음…화면에 최대한 많이 나와 주는 거겠지?”

“맞아. 그거야.”

지연이 정답을 맞춘 동생의 머리를 마구 헝클였다.

누나의 손길에 지한이 눈을 감고 머리를 지연이 있는 쪽으로 내밀었다.

아 정말 우리 집 사람들은 어째 날이 가면 갈수록 다 비슷해지냐.

반려동물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동생을 보고 지연이 기분 좋게 웃었다.

“하지만 우리가 나오고 싶다고 해서 다 나갈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영훈이 형한테 말하면 드라마 끝나고 바로 다음 드라마나 예능에 나갈 수 있을 텐데.”

“지한이 넌 아무 데나 다 나가고 싶어?”

“아니.”

“누나도 그래. 그렇다고 우리가 언제까지 원하는 대본, 원하는 프로그램이 나오길 기다려야 해? 이제는 직접 그런 콘텐츠를 만드는 거야.”

“오오.”

지한이 인절미를 품에 안고 앞발로 박수를 쳤다.

뭔지 몰라도 지연이와 지한이가 기분 좋은 것 같자 반려동물들도 덩달아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

“그래서 언제 할 건데?”

“왜? 하고 싶은 게 있어?”

“응. 사실 해 보고 싶던 게 있긴 했어.”

“그게 뭔데?”

“아직. 조금 더 구체적으로 구상한 다음 알려줄게.”

생각하는 바가 있는 것 같은 동생의 모습에 지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도 하고 싶은 게 많았겠지.

그동안 나이 때문에, 인종 때문에 못 했던 게 얼마나 많았니.

우리 지한이 하고 싶은 거 다 해봐.

누나가 도와줄게.

“그래서 누나 언제 할 거냐니까?”

“드라마 끝나고?”

“좋아. 그때까지 열심히 생각해볼게.”

“너무 무리하진 말고. 우리가 하고 싶은 거라도 그거 때문에 지한이 네가 즐기지 못하면 안 되니까. 알았지?”

“알았어. 누나도 드라마 끝날 때까진 그것만 생각해.”

“알아.”

“뭐, 내가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누나가 알아서 잘 하겠지만.”

“그럼. 나 지연이야.”

“알아. 내 누나.”

남매가 서로를 보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 * *

첫 화 시청률이 대박이 나자 대중들의 관심도 ‘내호생’에 점점 더 몰리기 시작했다.

2화 시청률 21.6%

3화 시청률 24.5%

4화 시청률 25.9%

KBC에서 모처럼 나온 대박에 모처럼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항상 도깨비 같은 얼굴로 돌아다니던 KBC 드라마 국장의 얼굴도 이제는 화사한 봄날이 온 것처럼 온화했다.

이런 상황이니 ‘내호생’ 제작진들의 얼굴 역시 밝았다.

비록 몰려드는 관심에 눈 밑이 점점 거뭇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오늘도 촬영을 위해 이른 시간부터 촬영장에 찾아온 지연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스태프들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지연 씨 왔어요?”

“어서 오세요.”

“PD님 지연 씨 왔습니다!”

지연의 등장에 스태프들이 하던 일도 멈추고 인사를 나눴다.

다들 이 드라마를 이끈 주역이 누군지 알았다.

이번 기회에 지연에게 잘 보이면 다음 작품도 같이 하게 될 줄 누가 알겠는가.

자신을 환대하는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인사를 해 준 지연이 분장실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

“명색이 주연인데 촬영장에 일찍 와서 다른 배우들 촬영장면도 보고 분위기도 살펴야 하지 않겠어요?”

“어쩜. 말도 그렇게 이쁘게 하세요? 역시 얼굴이 예쁜 사람은 마음씨도 예쁜가?”

“팀장님. 우리 지연 씨가 대단한 거죠. 다른 배우들이 다 지연 씨 같을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어우. 알지알지. 내가 저번에 임효정 분장하는데 어우. 생각만 해도 살이 쭉 빠지는 느낌이야.”

“세상에. 그러셨어요? 임효정 말이 많긴 하던데 그게 진짜였구나.”

“자기도 배우들 화면에 나오는 거 전부 믿지 마. 아! 우리 지연 씨는 예외.”

분장실 팀장의 말에 지연이 눈웃음 치고 말았다.

스태프 피셜 뜨면 어쩌려고 임효정이라는 배우는 더러운 성격을 드러냈대?

원래 관계자 피셜이 더 무서운 법이었다.

슈퍼노바 사건 때문에 연예계에 인성도 중요한 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그 배우는 이제 어떻게 되려나?

지연이 나중에 임효정이란 배우가 어떻게 될지 상상하며 기분 좋게 분장을 받았다.

…!…!

“뭔가 밖이 소란스럽네요.”

“누가 왔나?”

“그렇다고 해도 너무 시끄러운데?”

“지연아. 언니가 나가볼게.”

“다녀오세요.”

한창 분장을 받고 있는데 밖이 소란스러운 게 느껴졌다.

은주가 상황을 알아보겠다며 나가고 은주를 대신해 같이 온 영훈의 팀에서 지원 나온 매니저가 옆에 바짝 붙었다.

저번에 지한이랑 같이 드라마 찍을 때 영훈이 데려왔던 어린 매니저였다.

“문호 오빠. 오늘 촬영장에 누가 와?”

“글쎄. 촬영하기로 한 거 말고 따로 누가 찾아온다는 말은 없던 것 같은데. 그리고 지연아 내 이름은 호야. 문호가 아니라.”

“하지만 다른 사람도 오빠를 호가 아니라 문호라고 부르잖아.”

“다들 서문이라는 성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남 비서님도 다들 처음에 남궁 비서님이라고 불렀다며.”

“알았어. 호 오빠라고 제대로 부를게.”

지연이 얼굴 가득 장난기를 띄우고 말하자 그제야 자신을 놀렸다는 사실을 안 호가 눈을 샐쭉하게 떴다.

“놀렸구나.”

“미안미안.”

“너무해.”

삐진 척하는 호를 보고 분장실 스태프와 지연이 꺄르르 웃었다.

로드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너무 힘주고 있기에 긴장 좀 풀어보려고 한 건데 잘 통한 것 같았다.

탑엔터에서 로드를 끝냈다는 건 그만큼 성실함과 인성에 문제가 없다는 말이었다.

지연은 정식 식구가 된 호가 빨리 적응했으면 해서 이런 장난을 친 것이다.

“어후. 촬영장에 웬 또라이가 와서.”

“응? 언니 무슨 일이야?”

은주가 고개를 저으며 분장실로 들어왔다.

그 모습에 뭔가 일이 있음을 느낀 지연과 호, 분장실 스태프들의 얼굴이 조금 가라앉았다.

“우리 드라마가 잘되긴 한가 보다. 저런 미친놈들이 달라붙는 걸 보니.”

“왜? 뭔데?”

“이 팀장님.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오늘부터 얼굴 보이는 단역 있잖아.”

“단역? 누구?”

“정승우 배우 알지?”

“응. 선배님 알지. 내가 부탁해서 나오시잖아.”

“오늘 찐흑막으로 등장하시잖아.”

“응응.”

“그 정승우 배우 옆에서 김 대감한테 지시사항 전달하고 너랑 서진 씨 암살하려고 하는 흑운대장 역할 알지?”

“알지.”

“그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쌩 신인인데 그 사람 소속사 실장이 갑자기 찾아와서 배우를 바꾸겠다고 지랄 중이야.”

“뭐?”

“네에!?!?”

“어머어머어머.”

“와. 미ㅊ….”

분장실에 있던 사람들의 반응이 이해가 간다면서 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곧 촬영인데 이게 무슨 일이람?

4화에 이미 시청률 25%를 넘기고 16화였던 대본이 20화로 연장이 되니까 한 발 걸치려고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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