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아아!”
영상을 보고 만족했는지 잔뜩 상기된 철왕이 큰 목소리로 말하자 제작진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액션 씬을 한 번에 찍었다.
촬영이 빨리 끝나면 그만큼 퇴근도 빨라지는 것이니 당연했다.
“다음 씬 가겠습니다.”
“자, 자 얼른 이동하자고.”
“지나가겠습니다.”
성공적인 액션 씬 촬영에 의욕에 가득 찬 스태프들이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 * *
온갖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첫 방송을 하는 날이 다가왔다.
장마와 태풍, 폭염 같은 날씨가 변수가 되긴 했지만 다행히 사람으로 인한 사고는 없었다.
“유 PD님 물리치료는 받으셨으려나?”
“괜찮대. 크게 넘어진 건 아니라서 가서 침만 좀 맞으신다던데?”
“뼈 안 상한 게 천만다행이지.”
유 PD님은 며칠 전에 또 넘어졌는데 이번에는 넘어질 때 허리를 크게 부딪쳐서 한의원에서 침 맞으신단다.
도대체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어떻게 넘어질 수 있는 걸까.
아무튼 유 PD님 외에 다른 사람이 다치는 일은 없었다.
지연은 자잘한 사고들로 망가지는 소품을 보면서 다시 한번 PPL을 많이 찍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역시 제작비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맞아.’
철왕이 소품 욕심을 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첫 방송이 있는 오늘은 모처럼 촬영이 없는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지연은 가족들과 함께 첫 방송을 볼 계획이었다.
‘아니. 그럴 계획이었지.’
분주하게 주방에서 손님맞이용 음식을 만들고 있던 지연이 곧 집에 찾아올 손님들을 떠올리며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인물 덕에 가족들끼리 오붓이 보는 건 실패했다.
원래 첫 방송은 회사나 집에서 직원들이나 가족들끼리 보는 게 좋았는데.
띵동
“오셨다.”
“배우분들?”
“PD님이랑 작가님일지도.”
“내가 나갈게!”
부엌에서 야식을 만들고 있던 지연이 움직일 수 없자 지한이 대신 나갔다.
내 동생 내 드라마 때문에 수고가 많구나.
드라마 방영에 대한 PTSD가 있는 두 사람만 아니었다면 계획대로 가족들과 오붓이 볼 예정이었는데.
‘하지만 그대로 뒀으면 드라마 끝나기 전에 죽을 것 같은 걸 어떡해. 나도 오지랖 부리긴 싫었지만 그래도 첫 주연인데 망하는 건 좀 그렇잖아?’
첫 방송 날짜가 다가올수록 다리를 떨고 손톱을 물어뜯는 불안 증세를 보이는 철왕과 그 못지않게 제작진 단톡방에 출몰하는 횟수가 잦아진 민경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지연은 철왕과 민경의 멘탈 케어 목적으로 두 사람을 집으로 초대해 같이 첫 방송을 시청하기로 했다.
“지연아. 이거 옮길까?”
“응. 옮겨줘. 음료수는 충분해?”
“술은 필요 없을까?”
“내일 촬영하는데 될까?”
“아, 안 되지. 맑은 정신으로 촬영하셔야지.”
지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미나가 접시를 들고 음식을 거실로 옮겼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지한이가 누군가와 함께 거실로 걸어왔다.
준비된 음식을 들고 나온 지연이 집에 온 손님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유 PD님, 최 작가님.”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이건 얼마 안 되지만. 선물이에요!”
할리우드 스타의 집에 처음 입성한 두 사람이 딱딱한 움직임으로 인사를 했다.
“선물을 들고 올 필요는 없었는데. 감사합니다. 편하게 앉으세요.”
“넵.”
“네, 넷.”
메인 PD와 메인 작가가 거실에 앉았다.
원래 이런 날에는 PD와 작가라면 조정실과 작업실에서 시청률을 확인하지만 두 사람을 혼자 두는 게 원체 불안해야 말이지.
그래서 기념이라도 할 겸 같이 모니터링이라도 할 겸 집으로 불렀다.
그런데 그게 일이 커져서 다른 배우들도 다 같이 우리 집에 모이게 됐단 말이지.
거실이 넓어서 소파를 뒤로 밀고 가운데 상을 펴니 어찌어찌 다 앉을 수 있을 만큼 공간이 나왔다.
“아직 서진 씨나 하운 씨는 안 왔나 봐.”
“연지 씨도 안 보여요.”
“다른 분들도 곧 오신대요.”
“그렇구나.”
“우선 우리들끼리라도 먼저 먹을까요?”
“좋아요.”
띵동
“말하자마자.”
“다른 분들도 오셨나보네요.”
“누나, 내가 나갈게.”
“아니야. 내 손님이잖아. 지한이 넌 앉아있어.”
일어서려는 동생을 붙잡은 지연이 대신 일어났다.
인터폰을 확인하고 대문을 연 지연이 현관으로 나섰다.
문을 열자 마당을 가로질러 걸어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야. 이게 할리우드 스타가 사는 집이구나.”
“형! 마당 엄청 넓어요. 여기서 공 차도 될 거 같아요.”
“하운아. 조금 진정하는 게 어때? 지금 밤이야.”
“워낙 커서 이 정도로 말해도 옆집에는 안 들리지 않을까요?”
“혹시 모르지.”
도란도란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걸어오는 이들을 보고 지연이 손을 흔들었다.
“어서 오세요.”
“안 나와 있어도 되는데. 이거 죄송하네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선배님! 저희 선물도 가져왔어요.”
“선물 안 가져오셔도 되는데.”
“저도 챙겨왔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다른 사람 집에 갈 때 빈손으로 가는 게 아니라고 하셔서요.”
부모님께서 가정교육을 엄청 잘하신 것 같네.
아직 촬영장에서 단둘이 찍은 적은 없지만 대기하면서 안면을 익힌 왕비 역의 류연지도 오늘 손님 중 한 명이다.
왕비 복장만 하고 있다가 이렇게 현대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조금 낯설었다.
“고마워요, 연지 씨. 잘 쓸게요. 안에 PD님이랑 작가님도 와 계세요. 얼른 들어가요.”
“두 분 빠르시네.”
“형, 누나! 우리 얼른 들어가요.”
“하운아. 뛰지 말고.”
“내버려 두죠. 우리 말 안 들릴 것 같은데.”
“오는 내내 할리우드 스타가 사는 집 어쩌구저쩌구 하더라니.”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도 처음 오면 다 그러는걸요.”
하운의 보모처럼 말하는 두 사람을 보고 조금 웃은 지연이 모두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132. 작은 배려
“와 광고 엄청 많네.”
“그러게요.”
“다들 그거 알아? 우리가 퓨전사극이 아니었으면 저거 전부 PPL로 나왔을지도 몰라.”
철왕의 말에 다른 배우들이 카라멜 팝콘을 먹다 말고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정말요?”
“아니, 자동차나 에어컨은 그렇다고 치지만 식품이나 다른 광고는 어떻게요?”
“뭐든 다 방법이 있지 않겠어.”
“와. PPL의 세계는 대단하구나.”
“작가님 뭘 그렇게 놀라세요? PPL 들어오면 그거 다 작가님이 대본에 넣으셔야 하잖아요.”
“넷?! 제가요?!”
서진의 말에 민경이 화들짝 놀랐다.
공모전 작품 이후 이제 두 번째 작품이었다.
심지어 첫 번째 작품은 세상에 제대로 나오지도 못하고 사라져야 했다.
“작가님 뭘 그렇게 놀라세요? 보조작가로 일하시면서 본 적 없으세요?”
“저는 공모전으로 데뷔해서요.”
“공모전 데뷔하기 전에 보조작가로 일한 경험이나 방송 아카데미에 다니신 적 없으세요?”
“하하. 다들 놀라는 것도 이해해. 우리 최 작가는 일반인 출신이야.”
“네에!?”
“이야. 최 작가님 대단하시네요.”
“그런 줄 몰랐어요. 워낙 대본이 좋아서.”
철왕의 말에 다들 한마디씩 하며 민경을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유능한 소속사 덕분에 그런 민경의 사정을 알고 있던 지연이네 식구들만 아무렇지 않게 파전을 먹고 있었다.
태연한 그들을 보고 서진이 말을 걸었다.
“지연 씨는 다 알고 있었어요?”
“네.”
“어떻게. 아니지. 알았으면 우리한테도 말해주지 그랬어요.”
“선배님. 알고 계셨습니까??!”
“역시 탑엔터는 연예계에 대해 모르는 정보가 없다고 하더니.”
연지가 뭔가 오해하는 것 같았지만 지연은 정정해주지 않았다.
저런 소문을 일부러 놔두는 것에 대해서 알고 있기도 했고, 실제로도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남 비서님이 좀 유능하긴 하지.’
필요하다면 HJ그룹도 이용하는 것 같은데 아직까지 사장님 옆에서 잘 일하고 있는 것 보니 회장님도 허락한 일인 것 같았다.
아닌 척하면서 은근히 막내아들을 챙기신다니까.
공주님, 공주님 하면서 놀려도 우리 사장님은 역시 공씨네 가장 사랑받는 막내가 분명했다.
머릿속으로 집에서 가족들과 같이 첫 방송 시청하겠다고 문자를 보낸 주민을 생각하면서 지연이 대답했다.
“작가님 개인정보잖아요. 제가 말해서 뭐 해요. 작가님이 말하신다면 또 모를까.”
“그렇게 말하니까 그건 또 그러네.”
“헛! 그렇구나. 작가님 죄송합니다.”
“지연 선배님 말이 맞아요. 실례했어요, 작가님.”
“아니에요! 전 진짜 괜찮아요. 오히려 제가 방송 쪽을 잘 몰라서 죄송합니다.”
허둥지둥 허리를 꾸벅 숙인 배우들과 작가를 보니 지연은 걱정이 앞을 가렸다.
어쩌다 이런 순둥한 사람들이 모였을까.
아니 드라마나 소설 같은 걸 보면 다들 분량 확보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다투고 작가한테 뇌물 좀 갖다 바치고,
그러다가 작가는 자길 무시한다면서 분량 싹 빼버리고 쪽대본 날리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 팀 사람들은 어쩜 이렇게 하나 같이 순수하지?
“지연아. 표정. 표정!”
“아, 언니 고마워.”
점점 쎄해져가는 표정에 미나가 작게 속삭이며 지연의 표정을 지적했다.
미나의 도움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한 표정을 안 보여서 다행이다.
“다행이다. 다들 좋은 사람들 같아.”
“너무 좋아서 문제지. 원래 주연은 다 이런 거야? 막 PD랑 작가 챙겨줘야 하고 그래?”
“현장 분위기 띄우는 것도 주연의 역할이긴 해.”
배우 선배인 동생에게 지연이 하소연하듯이 묻자 지한이 부드럽게 대답하며 지연의 입에 치즈계란말이를 물려줬다.
동생이 건네준 계란말이를 오물오물 먹으며 지연이 사람들의 주의를 모았다.
“자, 이제 시작합니다.”
“핫. P, PD님. 어떡해요. 이제 시작한대요.”
“그러게요. 잘 나왔을까요?”
“저는 잘 몰라요.”
“맞다. 그랬죠.”
본인이 직접 편집했으면서 걱정하는 사람이나, 대본까지 썼으면서 불안해하는 사람이나.
에효. 정말이지 이번 촬영장에서는 챙겨야 하는 사람이 많구나.
“PD님이 편집하실 땐 어땠어요?”
“내 눈엔 좋던데. 엄청 재밌었어.”
“그럼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재밌을 거예요.”
“지연 씨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우리 1화에 다 나오겠죠?”
“1화 대본에 우리 씬도 있었잖아. 그만 진정해, 하운아.”
“정말요? 진짜죠?”
“하하. 그렇게 걱정되면 직접 보면 알겠지?”
서진이 하운을 달래며 드라마로 관심을 돌렸다.
두 주연의 노력에 거실 벽면에 있는 거대한 TV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오프닝이 시작됐다.
배경음악이 흐르고 현대에서 살아가는 재희의 모습과 가상 조선에서 살아가는 왕의 모습이 교차하면서 나타났다.
이윽고 화면을 세로로 가르고 과거와 현재에 있는 두 사람이 마주 보는 장면 위에 드라마 로고가 등장했다.
“우와. 우리 오프닝 힘 준 것 봐.”
“무슨 영화 티저 보는 줄.”
“PD님이 직접 만든 거예요?”
“응.”
배우들의 말에 철왕이 쑥스러워하면서 대답했다.
그 모습에 모두가 멋지다면서 철왕의 솜씨를 칭찬했다.
“다들 오프닝부터 영화 보는 것 같다며 칭찬하고 있어요.”
“정말요? 어디요?”
눈을 빛내며 다가오는 하운에 지한이 팬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있던 노트북 화면을 보여줬다.
-오프닝에 힘 준 것 봐ㅋㅋㅋㅋㅋㅋㅋㅋ
└벌써부터 대작 냄새 나는 듯
└크. 우리 지연이 좀 봐. 그저 빛
└광고 겁나 길어서 짜증났는데 오프닝 보고 다 풀림
└└나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경안정젠줄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반응을 본 철왕의 얼굴에 그제야 안도의 빛이 떠올랐다.
안심한 철왕의 얼굴을 본 민경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편안한 얼굴이 되었다.
“자. 보셨죠? 그러니까 우리 이제 드라마나 봐요.”
“맞아요. 지금 아니면 언제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드라마 모니터링하겠어요.”
“종방연이 있지 않아요?”
“그땐 우리 모두 몸값이 어마어마하게 올라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모니터링할 시간 없을걸?”
눈치 없이 끼어든 하운의 말에 서진이 기분 좋은 상상을 말했다.
서진의 말에 처음으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두 사람이 조금 설레는 얼굴로 TV를 바라봤다.
TV 속에서는 누군가가 홀로 검무를 추고 있었다.
불이 켜지지 않은 어두운 무도관에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받으며 검을 휘두르는 이는 신선이 춤을 추는 것처럼 아름답고 무서웠다.
그가 휘두른 검을 따라 공기가 날카롭게 베어지고 검이 허공을 찌를 때마다 매섭기 그지없었다.
검무지만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날카로운 기세를 내고 있는 모습에 어느새 모두가 말하던 것도 잊고 멍하니 화면 속 인물에게 집중했다.
-와
-와
-와….
실시간으로 불판을 달리던 사람들도 감탄사를 뱉다가 댓글을 다는 것도 잊었다.
이윽고 자세를 멈춘 인영이 검을 내려놓았다.
카메라가 서서히 다가가 인물의 얼굴을 잡았다.
화면에 금방이라도 누군가를 베어버릴 듯한 눈빛을 한 지연의 얼굴이 비춰졌다.
“우와….”
“지연 씨 잘 나왔네요.”
“…PD님이 정말 힘주고 찍으셨나 봐요.”
넋 놓고 보고 있던 세 명의 배우들이 한마디씩 했다.
그 말은 철왕에 대한 칭찬임과 동시에 지연에 대한 칭찬이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PD님. 저 진짜 잘 나왔네요.”
“아니야. 지연 씨가 워낙 잘 해 줘서. 편집할 것도 없더라고.”
“그래도 오프닝 끝나고 첫 장면인데 신경을 써 주신 게 느껴져요. 감사합니다.”
“아니, 뭘. 하하하.”
“누나 이것 봐. 시청자들도 지금 다 누나 멋지다고 난리야.”
지한의 말에 지연이 모니터에 시선을 돌렸다.
조금 전 렉이라도 걸린 것처럼 올라오지 않던 댓글들이 일제히 올라왔다.
-지연이 검무 미췄네!!!!
└춤 잘 추는 줄 알았는데 세상에 검무라니!1 검무라니!!
└세존멋! 제목 보고 예상했지만 직접 보니 상상 이상이였고요. 어우, 언니 너무 멋져서 땀나여;;
-드라마 영화 통틀어서 가장 임팩트 있는 등장씬인 듯
└다른 말 다 필요 없고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영업가능 ㅇㅈ?
└ㅆㅇㅈ
다들 검무를 보고 칭찬일색이었다.
처음부터 임팩트 있는 장면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겠다는 철왕의 의도가 제대로 먹혔다.
검무로 시청자들을 눈호강 시킨 철왕은 곧 재희의 털털한 대학생활을 보여주었다.
검도부 여신으로 대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재희였지만 유명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교우관계는 좁았다.
“여! 신재희! 머리카락이 젖은 걸 보니 또 칼춤 추고 왔구만!”
“칼춤이 뭐냐, 칼춤이. 검무라고 해.”
“어우. 그게 무슨 검무냐. 누구 하나 죽일 것 같은 눈을 하고선. 눈에 살기 좀 죽여. 또 지켜보고 있던 사람 심장마비 오게 하지 말고.”
“심장마비는 무슨.”
재희는 친구의 말에 며칠 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신학기만 되면 통과의례처럼 열리는 새내기와 복학생들의 용감한 대쉬에 여느 때처럼 재희는 그들에게 검을 휘둘렀다.
아니, 정당한 대련이었으니까 막무가내로 휘두른 건 아니었지.
어찌 됐든 재희와 검을 맞댄 이들은 하나같이 기겁을 하며 떨어져나가곤 했으니 재희로서는 편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