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이 웃는 얼굴로 민경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지이!! 연 씨 안녀엉↗하세요!!”
긴장했는지 삑사리 난 민경을 본 지연이 눈짓을 하자 은주가 잽싸게 생수병을 들고 다가왔다.
역시 은주 언니야.
이제 눈빛만 봐도 내가 뭘 원하는지 안다니까.
눈인사로 감사를 전한 지연이 생수를 따 민경에게 내밀었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밖에 많이 덥죠?”
“아, 아니에요. 저보다 현장에서 촬영하는 분들이 더 고생이시죠!”
“저흰 선풍기 바람 쐬면서 있었어요. 이거 드실래요?”
“감사합니다.”
지연에게서 생수를 받아 마신 민경은 시원한 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자 그제야 정신이 조금 맑아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민경의 얼굴에 편안한 표정이 떠오르자 지연이 민경의 손을 잡고 철왕의 옆으로 다가갔다.
“PD님, 작가님 오셨어요. 저희 이제 고사 시작해도 될 거 같은데요?”
“최 작가 왔어? 그럼 우리 이제 다 왔나? 종수야! 인원체크 좀 해 줄래?”
“전부 다 오셨습니다!”
모두 다 모이자 드라마 대박을 위한 고사가 치러졌다.
제작진 대표로 철왕이 먼저 올라가 향을 피우고 절을 했다.
“저희 드라마 대박나게 해 주세요!”
“대박나게 해 주세요!”
“부디 시청률 30%만 넘게 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미신의 도움이 필요한 철왕이 간절하게 말하고 드라마의 주연부터 스태프까지 모두들 돼지머리 앞에 절을 하고 일어났다.
무사히 고사를 치르고 일어난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자, 그럼 ‘내 호위무사는 여대생’ 시작합니다!”
와아아아!
전쟁에 나가는 장군처럼 철왕이 외치자 제작진과 배우들이 한 뜻이 되어 외쳤다.
* * *
고사를 치르고 모두 촬영 준비에 들어갔다.
서울에서 문경까지 온 민경은 자신의 상상속으로 존재하던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자 들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유 PD의 옆에 붙어서 생생하게 움직이는 캐릭터를 본 민경이 철왕의 옆에서 재잘대는 것이 보였다.
그런 민경 덕분에 철왕 역시 긴장하던 것도 잊고 차분하게 현장을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연이 다 큰 자식 보듯이 흐뭇하게 보고 있을 때 옆에서 은주와 미나가 말을 걸었다.
“지연아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
“언니, 무슨 걱정이야. 나 말 잘 타. 검도 잘 써.”
“그건 아는데.”
“혹시라도 못 할 것 같으면 언제든지 말하고.”
“맞습니다. 제가 대타를 맡겠습니다.”
“지은 언니랑 나는 체격이 조금 다르잖아.”
“체격, 맞춰보겠습니다.”
“말만이라도 고마워.”
“지연아. 정 안 되면 널 대신할 액션배우들은 많다. 알았지?”
유도 국가대표 예비군 출신인 지은이 근육이 꽉 차 있는 자신의 몸과 날씬한 근육으로 모델 같은 몸을 가진 지연의 몸을 비교하며 시무룩하게 물러났다.
이번 드라마에서 액션 좀 한다고 걱정하는 언니들을 본 지연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사고가 일어나면 현장에 있는 스태프들이 고생을 하기에 몸을 사려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열심히 하는데 명색이 주연을 맡은 내가 뒤에 물러나 있으면 되겠는가.
‘나도 못 할 것 같으면 안 해. 하지만 지한이랑 같이 배운 게 있는데 나만 안 하면 좀 그렇잖아?’
잘할 자신도 있었다.
그동안 지연이 쉬는 틈틈이 지한이랑 같이 승마와 액션, 검도 등등을 배웠던 것은 이럴 때 쓰라고 한 게 아니겠는가?
물론 미나도, 은주도, 지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직접 말을 타는 모습도 보고 지한이랑 같이 액션 합을 맞춘 것도 보았다.
하지만 역시 실전에 혼자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건 다른 얘기였다.
안전장비를 점검하는 스태프 옆에서 언니들이 초조하게 떨고 있자 지연이 두 눈을 마주치고 당당하게 말했다.
“나 지연이야.”
흡사 마법의 주문을 들을 것처럼 그 말을 들은 모두가 차츰 안정을 되찾았다.
그래.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데.
지연이라면 잘 해낼 거야.
“다치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고. 네 안전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 알지?”
“아가씨. 힘드시면 언제든지 말하십시오. 제가 달려가겠습니다.”
“지연아. 너 다치면 나 회사에서 짤려. 알았지? 그러니까 절대 다치면 안 돼.”
“알아. 나도 나 다치는 건 싫어.”
돌아오고 나서 아직까지는 한 번도 다친 적이 없었다.
아! 이미란 때는 제외하고.
그건 내가 일부러 의도한 것도 있어서.
아무튼 그걸 제외하면 한 번도 다친 적이 없다.
지연이 크게 박동하는 심장소리를 느끼며 철왕의 신호를 기다렸다.
“후우.”
눈을 한 번 감았다 뜨자
지연은 왕의 호위무사가 되어있었다.
신재희가 된 지연의 옆으로 가상 조선에서 왕 역할을 맡은 서진이 선비 복장을 한 채 다가왔다.
“준비됐어요?”
“네, 전하.”
지연의 말에 그녀가 지금 역할에 몰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서진이 눈을 크게 뜨더니 곧 자신도 역할에 몰입하며 대답했다.
“말을 탈 수 있는가?”
“물론입니다.”
왕의 말에 재희가 입꼬리를 올리며 준비되어 있던 말에 다가갔다.
조련사가 말고삐를 잡고 있다지만 더운 날씨에 시끄럽기까지 한 촬영장에 온 말이 예민해져 있는데 지연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다가가자 주위에 있던 스태프들의 시선까지 집중됐다.
“안녕. 이름이 뭐니?”
“쏘냐예요. 아주 순한 애죠.”
“그래. 쏘냐. 착하네.”
지연이 쓰다듬자 쏘냐가 맑고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지연의 손길에 고개를 들이밀었다.
“쏘냐. 언니랑 같이 달려볼까?”
푸릉
서로 교감을 나누는 것 같은 지연과 쏘냐를 보고 모두가 기대가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지연이 쏘냐를 몇 번 더 쓰다듬어 준 후 능숙하게 안장을 밟고 올라탔다.
“오.”
“승마 좀 배웠다더니 거짓말은 아닌가 봐요.”
“그러게. 대본 받고 단기간에 배운 솜씨는 아니네.”
지연이 고삐를 잡고 카메라 앞으로 가자 철왕과 민경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물었다.
“지연 씨. 정말 괜찮겠어요?”
“네. 괜찮습니다.”
“히, 힘드시면 대역 쓰셔도 되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기대 반 걱정 반 담긴 눈으로 지연을 바라본 두 사람이 두 손을 꼭 쥐었다.
어째 하는 행동까지 닮아가는 두 사람을 본 지연이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모두 스탠바이!”
철왕이 신호를 주자 촬영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씬 넘버 22. 큐!”
설치된 레일 위로 카메라가 지연을 담았다.
신호를 받은 지연이 날카로운 눈으로 고삐를 쥐었다.
“이럇!”
지연의 신호를 받은 쏘냐가 뛰어나갔다.
말과 일체가 된 듯 뛰어나가자 카메라도 빠른 속도로 레일 위를 달렸다.
철왕이 모니터를 통해 지연의 연기를 확인했다.
모니터 속에서 재희가 된 지연은 왕의 위기를 듣고 다급함과 살기가 섞인 눈으로 전방을 주시하며 달렸다.
나무와 풀이 높게 우거진 숲 사이로 재희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말을 타고 달려갔다.
목표한 곳에 도착하자 지연이 서서히 말의 속도를 늦췄다.
쏘냐는 지연과 한 몸이 된 것처럼 서서히 속도를 줄여 멈췄다.
정면에서 살짝 벗어나 지연의 측면을 찍는 카메라가 서서히 지연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후우.”
정해진 씬이 끝나고 지연이 깊은 숨을 내쉬었다.
아직까지도 말이 없는 PD에 지연이 말 머리를 돌려 촬영장을 돌아보자 다들 멍하니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PD님?”
“어, 응? 어어. 오케이!”
철왕의 말에 촬영장이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사람들이 다시 움직였다.
“나 방금 영화 보고 온 거 같은데.”
“와. 지연은 진짜 못 하는 게 뭐야.”
“못 하는 걸 못 하는 듯.”
“저걸 한 번에 해내네.”
철왕의 오케이를 받은 지연이 멀리서 말을 몰고 오는 것이 보였다.
여유롭게 말을 돌려 촬영장으로 돌아오는 지연을 본 스태프들이 하나같이 감탄했다.
개선장군처럼 돌아오는 지연의 모습에 모두의 얼굴에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어이구. 우리 지연이!”
“언니 나 어땠어?”
“잘했어! 아이고 잘했어!!”
멀리서 지켜보던 은주가 달려와서 지연을 칭찬했다.
또 카메라로 찍고 있었는지 미나가 손에 대포 같은 카메라를 쥐고 손을 붕붕 흔드는 것이 보였고, 그 옆에서 지은이 감동한 얼굴로 손에 불이 나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어흑. 우리 지연이 어떡해. 사극도 잘해.”
“아가씨, 멋지십니다!”
열광하는 언니들을 보며 지연이 웃으며 말에서 내려왔다.
이제 나 액션하는 거 안심하고 보겠지?
130. 드라마 제작진이 좀 이상함
물론 말 하나 잘 탔다고 언니들의 과보호가 줄어드는 일은 없었다.
액션이 없는 씬을 촬영하기 위해서 다른 세트장에 와서도 언니들의 철벽은 뚫리지 않았다.
“쳇.”
“그래도 우리는 네 안전이 우선이다.”
“은주 팀장님 말이 맞습니다. 아가씨께서 충분히 잘 하실 거라 믿지만 사고는 항상 방심하는 데서 오는 법입니다.”
차마 부인할 수 없는 말이었다.
옆에서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연이 순순히 수긍했다.
“알았어. 항상 조심할게. 나도 무리한 건 안 할 거야.”
“그래. 잘 생각했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할 거야. 걱정이 지나치면 간섭이 되는 거 알지?”
“알지. 지연이 네가 어떤 앤데.”
“잘 알겠습니다.”
그림이든 노래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는 지연을 보고 은주와 지은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여튼 이 팀장님도 그렇고, 지은 씨도 그렇고 너무 걱정이 많다니까요, 그치?”
“미나 언니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영훈 오빠랑 결혼했다고 걱정하는 것도 영훈 오빠 따라서 늘어난 미나가 지연의 머리를 정돈해주며 말했다.
그 말에 같은 생각을 했는지 은주와 지은이 지그시 쳐다봤다.
하지만 경력만큼 낯짝이 두꺼워진 미나는 꿈쩍도 하지 않고 지연의 의상을 점검했다.
“지연아 너는 어쩜 이렇게 한복도 잘 어울리고 캐주얼도 잘 어울리니.”
“미나 언니 덕분이지 뭐.”
“이게 어디 내 덕이야. 이건 타고난 거야. 그 프랑수와에서 아시아의 다른 스타들을 놔두고 우리 지연이를 쓴 이유가 있다니까.”
“그건 맞는 말이죠. 지금 지연이가 하고 있는 액세서리도 전부 프랑수와에서 들어온 거죠?”
“물론이죠!”
지연의 광고 이후 매출 그래프가 천장을 뚫은 프랑수와에서 지연에게 협찬을 안 해 줄 리가 없었다.
젊은 커플들 사이에서도 지연이 하고 나왔던 브레이슬릿을 커플로 하고 다닐 정도니 프랑수와에서 지연을 앰버서더로 추진하고 있다는 찌라시가 돌 정도였다.
“근데 지연이 옷 이거 셰넬이죠?”
“넹!”
“운동화는?”
“나이스죠.”
미나의 말에 새삼 지연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친 협찬들을 살핀 은주가 요상한 얼굴이 되었다.
전부 다 다른 제품인데 같은 브랜드에서 나온 것처럼 잘 어울렸다.
미나 팀장이 잘 매치한 것도 있지만 역시 모델이 좋아서란 생각이 들었다.
“지연아. 이번 드라마 끝나면 진짜 광고 들어오는 거 다 찍자.”
“알았다, 알았어. 우리 언니 실장 달려면 내가 열심히 해야지.”
“너 진짜지? 아싸! 이거 녹음해야 해.”
“여기 증인 있잖아.”
“지연이 네가 구두약속보다는 확실한 게 좋다며.”
아 이게 이렇게 돌아오네.
그동안 자신이 일하면서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 주변인들의 입에서 그 말을 직접 들으니 기분이 묘하군.
이게 바로 역지사지인가.
좋은 경험을 했어.
“지연 씨 곧 촬영 들어갈게요.”
“네.”
다음 씬을 찍기 위해서 세트장으로 나온 지연의 눈에 오늘 PPL상품이 보였다.
아니 진짜 별 게 다 있네.
대본에서도 본 거지만 눈앞에서 실물을 보니 더 황당했다.
“저기 PD님.”
“넵.”
“우리 제작비 부족해요?”
“그럴 리가요. 탑엔터랑 지연씨 덕분에 제작비 엄청 많아요.”
“그런데 왜 저런 것까지 받았어요?”
지연이 가리키는 상품을 본 철왕이 슬그머니 지연의 시선을 피했다.
지연이 가리키는 곳에는 안마의자가 있었다.
“아무거나 받은 게 아닙니다. 우리 시청자 연령층이랑 맞을 것 같아서 그런 거예요. 그리고 지연 씨가 몰라서 그렇지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다 안마의자 쓴다고 하더라구요. 하하하….”
“그건 그렇지만.”
돌아오기 전에는 25살에 이미 성한 곳이 없어서 침 맞고, 물리치료 받으면서 공부하고 취업했었다.
흠. 확실히 요즘에는 어린 애들도 안마기를 쓰긴 하지.
그런 의미에서 적절한 PPL인가?
아니, 그래도 보통 안마의자는 아침드라마나 주말드라마, 가족드라마 같은 장르에 많이 들어오는 PPL 상품이 아니던가.
그들에 비하면 시청자 연령층이 어리다고 할 수 있는 수목드라마에 왜 저 상품이, 그것도 내가 촬영하는 씬 PPL로 있는가.
‘이거 다른 사람 없어서 나한테 시키는 거 아니야?’
지연의 날카로운 눈빛에 철왕이 눈을 질끈 감았다.
누굴 탓하겠는가.
소품 퀄리티에 눈이 돌아간 자신의 탓이었다.
하지만 제작비가 넉넉해지니까 이것저것 모두 다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전 작품들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하지만 그거 때문에 지연에게 부담을 지운 건 자신의 잘못이었다.
철왕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며 자책했다.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할 것까지야. 그런데 진짜 우리 돈 부족해요? 저런 것까지 받을 만큼?”
“그게….”
지연의 말에 철왕이 말꼬리를 늘어트렸다.
뭐가 있구나!
어서 대답을 하라는 것처럼 지연이 철왕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 촬영 소품에 신경을 쓰다 보니.”
“소품이요? 아, 사극은 소품제작 비용이 많이 들어가겠구나. 죄송해요. 제가 사극은 처음이라.”
“아아뇨. 아닙니다. 이미 제작비가 충분히 넉넉한 상황이에요. 걱정 마세요. 제가 욕심이 너무 많아서 그렇습니다. 소품만 필요한 게 아니라 끝에 나오는 씬에 힘 좀 주고 싶어서요.”
“16화요? 아님 15환가? 아무튼 대규모 씬이 나오는 거기 말하는 거 맞아요?”
“거기랑 드라마에 CG도 좀.”
“사극에 CG가 들어갈 장면이…아! 이거 퓨전사극이었지. 시간여행하는 장면에 쓰시려구요?”
“지연 씨가 검 쓰는 장면에 효과 좀.”
“…PD님 무협 좋아하세요?”
“하하하.”
이 아저씨 진짜 이번 작품으로 끝을 보겠다는 건가?
아니지. 지난 작품 망해서 이번 작품에 더 욕심을 내는 걸지도.
연출자가 작품 욕심이 있었다는데 어쩌겠는가.
다 잘하려고 하는 건데.
이게 철왕의 스타일이라면 믿어 줘야지.
실제로 그 불륜남주가 나왔던 작품은 영상미가 꽤 괜찮았으니까.
단막극도 적은 돈을 쓴 것 치고는 꽤 괜찮았다.
옛말에 제작비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했다.
PPL은 제작진의 권한이었는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것 같다.
우리 PD님 자존감도 채워줘야 하는데 내가 제작비에 이러쿵저러쿵할 건 아니지.
연기자는 자신이 맡은 역할만 잘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