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아. 나 지금 바로 PD님한테 전화 건다? 바로 할 거야?”
“하든가.”
“알았어!”
영훈이 시시덕거리며 폰을 꺼내 들었다.
저쪽에서도 기다리고 있었는지 신호음이 채 울리기 전에 전화를 받았다.
잠시 목을 가다듬은 영훈이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철왕 PD님 맞으십니까? 저는 지연을 담당하고 있는 고영훈 실장이라고 합니다. 우리 지연, 출연하겠습니다.”
-정말입니까!?
스피커 너머로 철왕이 날뛰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러다가 또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네.
아니나 다를까 뭔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악!!
“PD님? 괜찮으세요?”
-아야아. 씁. 네. 괜찮습니다.
“그럼 언제쯤 편성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제가 꼭 받아내겠습니다!
“그럼 조만간 방송국으로 가겠습니다. 그때 미팅 하시죠.”
-넵! 정말 감사합니다!!
통화가 끝나기 전까지 연신 감사하다고 말하는 유 PD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연은 안쓰러울 정도로 운이 없는 철왕을 떠올리고는 이번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 *
“CP님! CP님!!!!”
차기작 편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해찬은 자신을 부르며 달려오는 철왕을 보고 인상을 썼다.
드라마국 내에서도 투명인간 취급을 받던 철왕이 저렇게 달려오는 걸 보니 또 무슨 일이 터졌구나 싶었다.
“무슨 일이야. 또 장비가 말썽이래?”
“그런 게 아닙니다.”
“아니면 장소협찬 받았던 거 취소됐어?”
“아니라니까요!”
“그럼 또 무슨 일이야. 누가 또 사고 쳤어?”
“CP님!!”
그동안 자신이 맡았던 일 중에 그런 일들이 많았지만 제 말을 듣지도 않고 단정 짓듯이 말하는 해찬을 보고 소리를 쳤다.
철왕이 고성에 해찬이 피곤한 듯이 눈 사이를 주물렀다.
“철왕아, 철왕아. 나 머리 아프니까 소리치지 말고. 그래 무슨 일인지 들어줄 테니까 말해 봐.”
해찬이 어떤 얘기를 들어도 놀라지 않게 심호흡을 하고 편안한 자세로 기다렸다.
그러나 곧 이어진 철왕의 말에 심호흡을 한 것도 무색하게 놀라고 말았다.
“지연 섭외했습니다. 내일 미팅하기로 했어요.”
“뭐!?”
지연이라면 그 지연?
동생이 오지한인 그 지연?
드라마국답게 지연이라는 이름에 바로 오지한을 연상한 CP가 동그랗게 떠진 눈으로 몸을 세웠다.
“그래서? 아니 대본은 뭔데? 혹시 오지한도 출연한대? SBC에서 찍은 드라마에서는 둘이 같이 나왔잖아.”
“그건 모르겠는데 한번 까메오 문의해 볼까요? 대본은 최민경 작가의 작품입니다.”
“좋지 좋아. 대본 좀 보자.”
“여기요.”
미리 준비해 온 시놉과 1화 대본을 건네자 해찬이 빠르게 시놉을 훑었다.
“시간여행? 이거 되겠어?”
“요즘은 그런 게 대셉니다. 우리도 사극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맞는 말이지.”
얼마 전 국장이 했던 말을 떠올린 해찬이 금세 수긍했다.
“일단 괜찮은 거 같네. 내일 지연이랑 미팅이라고 했지? 잘 하고 오고. 그리고 혹시 오지한 출연할 수 있는지 물어봐 주고.”
“네. 그런데 그러면 편성 언제 잡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바로 넣어야지! 나 국장님 만나고 올게. 너는 바로 미팅 준비 하고.”
“넵!”
처음 철왕이 들어왔을 때와는 정반대로 환송한 해찬이 바로 국장을 만나러 일어났다.
급하게 들어가느라 난관에 막혀있던 차기작 선정에 초록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잘하면 이걸로 내가 차기 국장이 될지도 몰라.’
드라마 국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다른 이들을 떠올린 해찬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국장실로 향했다.
* * *
지연이 하기로 한 이상 편성을 받아내는 건 쉬웠다.
오지한이라는 다른 떡밥을 노리는 것도 없진 않았지만 지연이 가진 좋은 이미지와 커다란 팬덤, 탑엔터라는 배경 등이 매력적이었다.
소속 배우들이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투자를 하는 탑엔터답게 이번에도 역시 드라마 제작에 대한 투자가 들어왔다.
제작비 걱정 없는 작업환경에 철왕의 악명에도 불구하고 많은 제작진들이 모여들었다.
그렇게 스태프 구성이 끝나자 이제 남은 문제는 캐스팅이었다.
벌써부터 소문이 빠른 대형 소속사에서는 주요 배역들에 대한 문의를 집요하게 넣고 있었다.
그때 철왕에게 도움을 준 건 그에게 옥상에서 조언을 해 주었던 동현이었다.
“얘는 안 돼.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상대 배우와 사겼다는 소문이 있어. 실제로 몇 건은 공개연애로 터지기도 했고.”
“안 되지. 지연이 건드렸다간 드라마 터지는 걸로 안 끝난다.”
미팅을 하면서 집요하게 주의사항을 덧붙이던 고 실장을 떠올린 철왕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특히 지연의 안전과 신변에 대해서 꼼꼼하게 조항을 삽입한 고 실장이었는데 만약 촬영장에서 상대 배우가 멋모르고 달려들다간 소속사 간의 전쟁도 불사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잦은 불행 탓인지 이런 일에 있어서는 감이 좋아진 철왕이 소름이 돋은 팔뚝을 쓸어내렸다.
“얘는 싸가지가 없어. 널 만만하게 보고 촬영장에서 소동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이 사람은 괜찮아. 캐스팅해도 될 거 같아.”
“흠. 이 역은 아까 그 배우가 더 잘 어울린다. 일단 보류. 애매하면 오디션 보는 걸로 하자.”
그렇게 동현의 도움으로 철왕은 하나둘씩 빈자리를 채워나갔다.
“흠. 여기 최종 보스로 나오는 이 역도 중요한데. 생각나는 배우들은 전부 작품에 들어갔거나 휴식기란 말이지.”
“그건 나도 모르겠다.”
두 사람이 주인공들과 대치하는 최종빌런을 두고 누구를 캐스팅할지 고심했다.
그리고 그 고민은 의외의 곳에서 해결됐다.
* * *
“여기 최종 보스로 나올 역에 정승우 아저씨는 어때요?”
“정승우요? 배우 정승우? 올 초에 방영한 ‘최고야, 내 사랑’의 주인공 정승우?”
“네. 그 정승우요.”
철왕과 추가 미팅 자리에서 지연이 캐스팅에 대해 듣더니 한 말이었다.
뜬금없이 나온 이름에 철왕이 당황하며 반문했다.
“그분을 주연도 아니라 조연으로 불러도 될까요?”
“대본만 괜찮다면 해 줄지도 몰라요.”
“다른 곳에서도 부르려고 했는데 올해까지는 다른 활동은 안 할 거라고 하던데.”
“저는 달라요.”
나에게는 무려 백지각서가 있단 말씀!
주연만 맡던 배우에게 다른 자리를 제의하는 건 실례일 수도 있기에 철왕이 갈팡질팡할 때 지연이 당당하게 폰을 들었다.
“한번 전화해 볼까요?”
“하, 한번 해 보시겠어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철왕이 지연의 통화에 동의했다.
지연의 손이 물 흐르듯이 움직였다.
우아하게 움직인 손에 어느새 신호음이 들리고 있었다.
-여보세요?
짧았던 통화음이 끊기고 수화기 너머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승우 아저씨?”
지연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철왕이 숨을 들이켰다.
-어. 지연이냐? 오랜만이야.
“아저씨 요즘 뭐 해요?”
-나야 뭐 쉬고 있지.
“흐응. 그렇구나. 그러면 아저씨 좋은 역할이 있는데 한번 해 보실래요?”
-지연이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정말 좋은 역이겠지. 뭔데?
“제가 대본 보낼게요. 이거 진짜 좋아요. 제가 보증함.”
-하하. 그래.
“이거 보면 꼭 해 주셔야 하는데. 해 주실 거죠?”
-지연이 네 부탁인데 해 줘야지. 대본 보내봐.
“아싸! 아저씨 고마워요. 사랑해요!”
-하하하하. 그 말 사장님 앞에선 하지 마라.
“알아요. 없으니까 말한 거예요.”
-고맙다. 그럼 대본 보내줘.
“네에.”
지연이 인사를 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어떠냐.
이게 바로 현대의 소환법이다.
마법처럼 문제를 해결한 지연을 보고 철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행운의 여신이라고 하더니 지연이 움직일 때마다 막힌 문제들이 쉽게 해결되었다.
“역시 대단합니다!!”
“엣헴. 뭘 이 정도로요.”
원래 이런 일에 배우가 나서는 일은 드물었지만 이 PD님을 보고 있으면 왠지 안 도와줄 수 없다니까?
혼자 두기에 불안하기도 하고.
이게 물가에 애를 내놓은 심정인가?
지연이 자신보다 나이는 많지만 어린애보다 더 혼자 두기 무서운 PD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제 남은 역이 뭐뭐 있어요?”
“주요 배역 중에는 이거랑, 이거 남았습니다.”
“그건 오디션 보면 될 거 같네요.”
“역시 그래야겠지요?”
“네. PD님이라면 잘 하실 거예요.”
“이게 전부 지연 씨 덕입니다.”
“에이.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요. 전부 PD님이 발벗고 뛰어다니신 덕이죠. 따지고 보면 저도 PD님 아니었으면 안 했을 거예요.”
“하하하하하하.”
철왕의 자신감을 북돋아주며 막힌 문제도 해결해 준 지연이 처음 볼 때보다 펴진 철왕의 얼굴을 보고 웃었다.
‘우리 PD님 또 굴 파고 들어가기 전에 멘탈관리 해 줘야지.’
주연이 이런 것도 하는 일인지 몰랐지만 자존감이 바닥을 찍은 PD님을 신경 써야 좋은 드라마가 나오니 어쩔 수 없었다.
나도 첫 주연은 망치고 싶지 않단 말이야.
지연이 순진한 곰 같은 철왕을 보고 맞장구쳐줬다.
129. 이 정도야.
대본, 캐스팅, 편성까지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철왕은 난생처음 모든 일이 막힘없이 진행되자 자신이 지금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뜻밖이었던 점은 꽤 몸값이 높은 배우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출연하겠다고 한 점이었다.
도대체 뭘 보고?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배우들이 영화판으로 떠나는 게 이쪽 생리였는데 이번에는 영화판에서 활동하던 배우들이 손쉽게 드라마에 출연해 주겠다고 한 게 놀라웠다.
‘이게 다 지연 덕분이겠지. 역시 행운의 여신님.’
이제 철왕의 안에서 신으로 승격된 지연을 떠올린 철왕이 경건한 마음으로 촬영 준비를 서둘렀다.
이번에 자신과 함께 드라마를 촬영하는 조연출 이종수가 아직 촬영도 안 한 드라마 앞으로 들어온 투자제의를 보고 입을 벌렸다.
“내가 살다살다 퓨전 사극에 이렇게 많은 PPL이 붙은 적은 처음 본다.”
“우리 아직 대본리딩도 안 하지 않았어요?”
“전부 지연이랑 탑엔터 보고 들어오는 거지.”
“탑엔터가 왜요?”
“탑엔터가 자기 애들 들어갈 때 투자하는 걸로 유명해. 그리고 거기 작품 무지 까다롭게 고르거든.”
“그만큼 작품 선정에서 실패한 적이 없어.”
“그나마 대본에 현대씬도 있으니까 다행이지 않습니까? PPL 소화하려고 지연이 회상씬도 많이 넣을 거란 얘기가 들리던데요.”
“최 작가님 지금 보조도 없지 않아요? 그거 다 수정 가능하시려나?”
“그래서 혼자 다 하고 계신대.”
“와아. 최 작가님도 대단하시네요.”
“왜 아니겠냐. 그만큼 이번 작품에 사활을 건 거지. 첫 작품 엎어지고 작가 그만뒀다잖아.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만.”
“그래도 최 작가님 작품 괜찮았었죠. 그때 남자 주인공 맡았던 배우가 폭탄을 터트리는 바람에 망하긴 했어도 그 전까지 시청률 잘 나갔다고 들었어요.”
“맞아. 2화 만에 10% 넘겨서 다들 좋아했었지.”
그때만 해도 연장해야 하는 거 아니냐.
광고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단가를 올려야겠다.
그런 희망찬 얘기를 했었다.
주연 배우의 문제가 터진 후, 급강하는 시청률과 배우 교체 문제와 난리난 시청자 게시판까지.
말 그대로 혼돈이었다.
결국 방송중지가 되고 종수는 드라마국에서도 오갈 곳 없어진 철왕의 뒷모습을 기억한다.
조기 종영된 덕에 땜빵한 단막극에 들어가 승승장구하며 결국 조연출까지 올라온 종수는 철왕을 보고 괜한 죄책감을 느꼈다.
‘이번에는 잘되시겠지.’
자신의 탓도 아니건만 티끌만큼 남은 양심이 찔린 종수가 들어온 협찬 문의를 정리하고, 촬영 스케줄을 조정했다.
“이번에 고사할 때 좀 좋은 음식 좀 많이 올리자.”
“선배님 PPL 들어온 물건 올려도 될까요?”
“되겠냐.”
“오히려 좋지 않을까요? 혹시 알아요? 고사 때 상 위에 올라갔다고 매출이 상승할지?”
며칠 동안 제작 준비를 하느라 밤을 샜는지 이상한 소리를 하는 PD들을 보고 종수가 헛웃음을 흘렸다.
‘아니지.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촬영장 귀신들이 PPL받아서 복을 가져다줄지 어떻게 아는가.
3일 동안 몇 시간 밖에 못 잔 종수가 흐려진 머리로 생각했다.
절레절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왜 그러세요?”
“아니다. 아무튼 리딩 준비나 열심히 하자고.”
“넵!”
* * *
눈 밑에 시커먼 다크서클을 단 철왕과 민경이 참석한 가운데 대본리딩 역시 순조롭게 끝났다.
들어가기 전에 지연을 보고 두 손을 꼭 모은 채 기도만 열 번 넘게 한 철왕과 민경은 기 싸움도 없이 끝난 대본리딩 현장을 보고 기뻐서 환호성까지 질렀다.
그야 문제없는 게 당연하지.
내가 드라마판이 초보긴 하지만 내 뒤에는 무려 우리 사장님이랑 지한이가 있단 말씀.
막말로 내 상대역을 맡은 남자 주인공도 지한이보다 짬이 딸리는데 어딜 함부로 하겠어.
[‘내 호위무사는 여대생’ 한서준-지연-백하운, 첫 대본리딩]
[KBC ‘내 호위무사는 여대생’ 불꽃리딩 현장]
[‘내 호위무사는 여대생’ 현장, 지연 카리스마에 시선집중]
KBC에서 시청률 반등을 위해서 홍보에 전력을 다했다.
꺼져가는 불꽃을 다시 살리기 위해 대본리딩 때 기자들을 초대까지 했다.
현장에 온 기자들은 하나같이 화기애애한 대본리딩 현장을 보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유 PD! 우리 복덩어리! 내일 첫 촬영이지? 잘 하고 와!’
쏟아지는 홍보기사와 대중들의 관심에 광대가 잔뜩 올라간 드라마 국장이 사무실로 내려와 직접 치하까지 했다.
투명인간 취급을 받던 자신을 보고 복덩어리라고 하다니.
철왕은 정말 요 근래의 일이 꿈만 같았다.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첫 촬영 날, 철왕은 온갖 정성을 담아서 고사를 준비했다.
중간에 몇몇 고사상과 어울리지 않는 제품이 있긴 했으나 다들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너무 긴장해서 안색이 조금 하얘진 것 같은 철왕의 곁으로 지연이 다가갔다.
“PD님 괜찮아요?”
“어, 어!? 나, 나야 괜찮지.”
안 괜찮은 것 같은데.
말과 행동이 완벽히 불일치하는 철왕을 보고 지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
“PD님 긴장 푸세요!”
“맞아요, PD님!”
이 드라마의 주인공 중 한 명인 한서진과 그의 라이벌이자 지연을 짝사랑하는 역할로 나오는 백하운이 다가와 말했다.
자신의 주위로 모인 드라마의 주역들을 본 철왕이 뭔가 모르게 몽롱한 눈으로 작게 말했다.
“진짜 꿈같다.”
“뭐가요?”
“PD님 오늘 촬영날인 건 잊으신 거 아니죠?”
작은 목소리도 귀신같이 들은 두 배우들이 철왕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봤다.
옆에 있던 지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얼마나 걱정스러웠으면 남주랑 조연이 나서서 걱정하고 있냐.’
처음부터 논란이 있는 캐스팅을 피한 덕분에 ‘내호생’ 배우들끼리 화기애애하고 큰 마찰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었지만 우리의 큰 고난은 바로 PD님의 멘탈이었다.
여전히 전작들이 망한 게 자신의 불행 탓이라고 생각하는지 영 자신이 없는 것 같은 모습에 배우들과 제작진들이 한데 모여 우쭈쭈해주고 있었다.
어휴. 이런 두부 같은 멘탈로 어떻게 지상파에서 드라마 PD까지 됐을까.
아마 좋은 인품 덕이 아니었으면 진작에 살아남기 힘들었을 거다.
“여, 여어어어, 러어어, 분.”
아. 여기 멘탈을 관리해야 할 사람이 한 분 더.
대본을 수정하는 와중에도 고사와 첫촬영에 꼭 참석하겠다고 온 민경을 보고 지연이 턱끝까지 차오른 한숨을 삼켰다.
어쩌겠어. 이 사람들 지금 멘탈이 부서지기 직전인걸.
연속 2작품 말아먹은 사람이나 첫 작품이 배우의 트롤짓으로 조기종영된 사람이나 똑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