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온아 왜 몰라! 한길이가 널 좋아한다는 걸!
└지한이 너무 스윗하다ㅠㅠㅠㅠㅠㅠㅠ
└한길이가 갑자기 떠난 이유도 있을 거 같은데.
└└뭔가 있을 거 같음.
└난 본부장님도 좋던데.
└└나도ㅠㅠㅠㅠㅠㅠ선남씨 날개옷 뺏으러 가실분(1/nnnnnnnn)
└└└여기여(2/nnnnnnnnnn)
└└└저도 있어요(3/nnnnnnnnnn)
└이한길. 이 마성의 남자. 목젖까지 매력적인 남자 같으니라고.
└이한길 또 유죄.
└아니 판사님 여기도 오셨어요?
-얘들아. 다음화에 지연이 나온데!
└소리질러!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언니!!!!!
└누나아아아!!!!
└진짜임? 레알? 우리 누나 안 나오면 너 신고.
└└ㅇㅇ레알임.
└ㅋㅋㅋㅋ내일 지연 연기실력 다 까발려 지겠네.
└└네. 까발려 질 듯. 너무 완벽하다고.
└└└네 다음 연바라기 회원님.
└└└└(삭제된 댓글입니다)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때 이제 다음 화에 출연하는 지연의 연기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과연 지연의 등장으로 뜨겁게 달아오르는 관심들에 장작을 넣어줄지 아니면 차갑게 물을 끼얹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
시끄러웠던 한 주가 지나고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6화가 방영됐다.
116. 기다렸다.
-화요일 밤이 되었습니다. 연바라기 분들은 모두 모여 주세요.
└오늘을 기다렸다.
└드디어 오늘인가.
└오늘도 안 나오면 SBC 편집실 털러 갑니다.
└└같이 갑시다.
└└SBC 털러 가실 분 파티 구해여(1/5000)
└└저도 가여(2/100000)
└└저 문 잘 따여^^)>(3/500000)
-어제 한길이가 다온이 표절 건 듣고 표정 바뀌던데
└어디 전화하는 걸 보면 한길이도 뭐 있는 것 같음
└한길이 모야모야.
└내 생각에는 보스 같음
└└하앜 보스라니 개섹시해.
└└몸부터 알아봤다. 일반인의 몸이 아니지.
└└└여러분 지한이 아직 미성년자라구여. 자제해여ㅋㅋㅋㅋㅋㅋ
└지한아 이런 이모라서 미안해.
└그치만 지한이 몸이 너무 섹시함.
└이건 지한이가 잘못했다.
지난 편에서 지한이가 어디론가 전화하는 모습에서 끝났기에 이번 편은 바쁘게 돌아갔다.
화면에 어두운 얼굴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다온의 얼굴이 잡혔다.
그때 팀장이 환한 얼굴로 디자인 3팀으로 들어왔다.
“다온 씨! 다온 씨 문제 해결됐어.”
“정말요?!”
“그래. 알고 보니까 걔가 다온 씨 노트를 사진으로 찍어 놨었나 봐! 그게 걸려서 난리가 났대!”
“아니 멍청하게 그걸 왜 가지고 있었대!”
자신이 그린 스케치에는 항상 제 서명이 들어갔다.
‘유다온 no.1’ 이런 식으로.
한예나는 사진을 찍으면서 그걸 생각 못 한 것 같았다.
“그 회사에서 이번에 디자인 공모전을 했었는데, 그 공모전에 다온 씨 디자인을 쓴 거지. 세상에 훔친 디자인으로 공모전에 제출하다니. 그런데 그게 딱 걸린 거지.”
“와. 세상에. 걔는 어떻게 남의 디자인을 훔쳐서 낼 생각을 다 했대요?”
“간도 크다, 진짜.”
“아무튼 고생했어.”
“감사합니다!”
다온이 울먹이는 눈으로 허리를 숙였다.
자신의 디자인을 지킨 다온을 모두가 축하해줬다.
그렇게 다온의 위기가 넘어가는 듯 보였다.
모두의 배려 속에서 기분 좋게 일찍 퇴근을 한 다온이 폰을 들어 한길에게 전화를 하려고 할 때,
갑자기 누군가가 다온의 팔목을 확 낚아채 건물 사이로 들어갔다.
“악! 누구야!”
누군지 확인할 틈도 없이 다온을 낚아챈 사람이 인적이 드문 곳에 들어가자 다온을 벽으로 밀쳤다.
“악!”
소리 지르던 다온의 어깨를 붙잡고 벽에 고정시킨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왔다.
“뭐야! 이거 놔!”
“하! 지금 도망치려고?”
“무슨 소리야!”
발버둥 치던 다온이 높은 톤과 어깨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손톱에 정신을 차리고 상대방을 바라봤다.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하는 데 왠지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한예나…?”
“날 기억하긴 하나 보네.”
“네가 왜 여기에.”
“왜긴 왜겠어. 날 공모전에서 떨어트렸다기에 찾아왔지.”
“뭐?”
“너라며? 발표까지 난 공모전에서 날 떨어트린 게.”
뻔뻔하게 나오는 예나를 보고 다온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하!’ 하고 숨을 터트렸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남의 디자인을 훔쳐서 공모전에 내려고 한 주제에 일하는 데까지 찾아와서 행패를 부려?
“야, 한예나. 너 진짜 뻔뻔하구나?”
“뭐야?”
“너 조별과제 할 때부터 알아봤는데. 진짜 양심도 없다. 남이 만들어 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는 것만 하더니 사회 나와서도 그런 식으로 먹고살려고 했냐?”
“말 다 했어?”
“아니! 아직 다 못 했어. 너 그딴 식으로 살지 마. 사회가 만만한 줄 아냐? 정신 똑바로 차려!”
“이게 뚫린 입이라고!”
다온의 말에 열이 받은 예나가 손을 들어 올렸다.
탁!
예나의 손이 누군가에게 잡혔다.
“뭐야?”
자신을 방해한 인물에 예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예나가 자신을 붙잡은 팔을 따라 시선을 올렸다.
그곳에는 다온이 생전 처음 보는 무시무시한 얼굴을 한 한길이 있었다.
-와씨. 보스
└잘못했습니다.
└제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 아. 아닙니다.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한길의 등장에 보고 있던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인상을 굳혔을 뿐인데 무시무시하게 박력이 넘치는 얼굴을 본 사람들이 무서우면서 설레는 마음에 가슴 위에 손을 올리고 화면을 바라봤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당신 뭔데? 왜 끼어드는 건데?”
“이 사람 소꿉친구다. 넌 뭔데.”
“소꿉친구? 진짜 살다 살다 별 개같은.”
“욕하지 마. 네가 함부로 욕할 사람 아니야.”
“이익!”
팔을 잡은 한길의 말에 이를 갈던 예나가 분노로 몸을 떨었다.
진짜 재수가 없으려니까 별 거지 같은 게!
“알았어. 안 때리면 될 거 아니야!”
비명을 지르듯이 말한 예나가 팔을 놓아달라는 듯이 흔들었다.
잡고 있던 팔을 놓자 예나가 잠시 붙잡힌 곳을 쓸더니 다온을 휙 노려보고 경고했다.
“너 한 번만 더 내 일 방해하기만 해 봐. 그땐 이걸로 안 끝나.”
“하! 너야말로 한 번만 더 내 디자인 갖다 쓰기만 해 봐. 다음엔 경고도 없이 바로 고소장 받을 줄 알아!”
서로 노려보던 두 사람 중에서 예나가 먼저 등을 돌렸다.
화가 나서 왜 갑작스럽게 공모전 당선이 취소됐는지 알아봤고, 그게 유다온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그녀가 다니고 있다는 회사로 달려왔다.
욱한 마음에 왔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 때문에 저 재수 없는 것의 뺨을 못 때려 준 게 아쉬웠지만 이러고 있을 틈이 없었다.
빨리 아빠한테 가서 수습을 해 달라고 해야 했다.
끝까지 예나의 등에서 시선을 떼지 않던 한길은 예나의 모습이 멀리 사라지자 다온을 돌아봤다.
“괜찮아?”
“어어. 그런데 너는 여기 왜 왔어?”
“너랑 저녁 같이 먹을까 해서 왔지.”
다온의 물음에 한길이 침을 꼴딱 삼켰다.
아직도 갑자기 끌려와 벽에 밀쳐진 것 때문에 정신이 없던 다온은 그런 한길의 반응을 눈치 채지 못했다.
“어쨌든 고마워.”
“고맙긴. 어깨 괜찮아?”
“괜찮아. 아우 저 여우 같은 게 손톱만 길어가지고!”
“좀 봐봐.”
“보긴 뭘 봐.”
다온이 한길의 손을 저지했다.
손이 막히자 자신이 다온의 어깨를 살피려고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 깨달은 한길이 화들짝 놀라며 한 걸음 물러났다.
“일단 가자. 가서 어디 좀 앉아.”
“그래그래.”
한길이 조심스럽게 다온의 어깨를 감싸며 걸어갔다.
놀란 마음에 다온은 그런 한길의 다정함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 * *
자신의 일을 방해하지 말라며 떠난 한예나가 신경이 안 쓰인 건 아니었지만 다온은 그것에 집중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다온 씨 수정할 거 다 끝냈어요?”
“네네! 지금 끝났어요!”
“작업지시서 다 썼어?”
“죄송합니다, 팀장님!”
“후딱 끝내자!”
제품 출시를 위해서 바쁘게 마감해야 했기 때문이다.
“으어어어.”
“다들 이제 그만 들어가.”
“집에 갈 힘도 없어요.”
“택시라도 타고 가.”
“너무해요, 팀장니임.”
가서 눈이라도 붙이고 오라는 팀장의 말에 다들 하나둘씩 가방을 들고 나섰다.
오늘도 녹초가 된 다온이 비틀거리며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또각, 또각
엘리베이터 앞에 선 다온의 옆으로 누군가가 나란히 섰다.
화면에 다온의 옆에 선 길쭉한 인영이 나타났다.
-저 뒷태는!
└우리 언니가 틀림없습니다!
└지연아 지연아 지연아 지연아 지연아
└꺄아아아아아아악!
└나오나? 지연이니? 우리 지연이니?!
다온이 힐끔 옆을 살폈다.
곁눈질로 봐도 알 수 있는 외모에 다온이 침을 꿀꺽 삼켰다.
혹시, 말로만 듣던 그 디자인 1팀 팀장님인가?
“저기이.”
다온의 조심스러운 부름에 엘리베이터 문만 보고 있던 여인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화면 가득 고개를 돌리는 여인의 모습이 잡혔다.
하얀 피부에 긴 속눈썹.
길게 늘어진 머리를 한 차가운 인상의 미인이 카메라를 바라봤다.
-와
└와….
└와아.
└와
└왜 다들 와밖에 안 함. 나도 와.
└지연이 혼자 뒤에서 조명 쓴 거 아니죠?
└지연이는 하늘에서 떨어진 천사가 틀림없다.
└완전 저세상 미모네.
└저 회사 어디에요? 팀장님 저 완전 개처럼 일할 자신 있어요. 절 뽑아주세요!
└└줄 서세요. 대기번호 132467453번
└└새치기 금지요. 여기 면접 번호 254647457번임
└└└안 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상대방을 알아본 다온이 화들짝 놀라며 허리를 푹 숙였다.
“안녕하십니까악!”
“네. 안녕하세요.”
고막이 아플 정도로 크게 인사한 다온을 보고 여성이 평온한 얼굴로 인사를 받았다.
“그으. 디자인 1팀 팀장님 맞으시죠?”
“네. 그쪽은 3팀에 새로 오신 분이죠.”
“넷! 저, 절 아세요?”
“기본적으로 디자인팀분들은 전부 알고 있습니다.”
“우와.”
모두를 기억하고 있다는 말에 다온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디자인 1팀 팀장을 쳐다봤다.
다온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팀장은 정면만 바라봤다.
때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두 사람이 올라탔다.
“팀장님! 1팀 팀장님이라고 하셨죠.”
“네.”
“실력이 엄청 좋다고 들었는데 혹시 아이디어가 막힐 땐 어떻게 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영감을 얻기 위해서 다른 브랜드의 옷이나 전시관람, 뮤지컬 공연 등을 보곤 합니다.”
“세상에! 그렇구나. 저도 다음에 꼭 한 번 써 볼게요.”
“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디자이너의 모습에 다온이 스타의 팬이 된 것처럼 그녀의 옆에서 쫑알거렸다.
다온의 말을 묵묵히 받아준 한영이 1층에 도착하자마자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저기 팀장님.”
“네.”
“팀장님은 좋은 디자인이란 어떤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세요?”
“잘 팔리는 디자인이죠.”
“아아.”
조금 전과는 달리 조금 힘없는 다온의 반응에 한영이 옆을 슬쩍 돌아봤다.
“유다온 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봐요.”
“옛?”
“다온 씨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뭔가요.”
“저는…입는 사람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디자인이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에 한영이 살짝 미간을 좁혔다.
“그러니까 예쁜 옷을 입으면 공주님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그것처럼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서 나 자신이 다양하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 옷을 입고 사람들이 더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그렇군요.”
다온의 말에 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패션디자이너는 옷이 팔리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넵! 물론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다온 씨 디자인은 괜찮았다고 해 두죠.”
“! 감사합니다!”
무심한 듯 지나가는 칭찬에 다온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다온아!”
로비를 나서자 입구에서 기다리던 한길이 손을 들고 달려왔다.
흡사 강아지가 주인을 맞이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다 다온의 옆에 있는 사람을 보고 한길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이한길! 너 왜 왔어!”
“어어. 그게 네가 걱정돼서.”
“어휴. 진짜 옛날부터 말은 지지리도 안 듣는다니까.”
한길을 구박한 다온이 한영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뒤를 돌아 팀장님에게 인사했다.
“그럼 팀장님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야, 얼른 가자.”
“어어.”
한길이 얼빠진 소리를 하면서 몸을 돌렸다.
그때 차가운 목소리가 한길을 붙잡았다.
“그냥 가는 거니?”
멈칫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한길이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