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데뷔! 오지한의 팬클럽에 나타난 가수는?]
[신인가수 ‘지연’ 화려한 데뷔]
배우 오지한의 누나라고 알려진 오지연이 지난 30일 데뷔무대를 치렀다.
특이한 점은 가수 ‘지연’으로 데뷔가 음악방송이 아닌 배우 오지한 군의 팬미팅 장소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날 가수 지연은 ‘STAR’와 함께 앨범에 수록된 7곡을 모두 발표했고, 팬미팅에 참가한 모든 이들에게 고운 미성과 함께 파워풀한 가창력을 선보였다.
아이들의 복귀 소식에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이들이 들썩였다.
72. 님아, 그 사람은 아니 되오.
지한의 팬미팅 장소에서 지연의 가수 데뷔를 알린 덕분에 탑엔터 홍보팀 전화기에 불이 났다.
“예? 지연이요? 다음 달에 출연할 예정입니다.”
“네. 데뷔한 거 맞구요. 곡도 나왔어요.”
“총 8곡인 정규 앨범입니다. 네에. 맞아요. 네. 네.”
“지금 인터뷰 일정이 너무 많이 밀려서요. 스케줄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직원을 미리 늘리기 잘 한 거 같았다.
오늘도 고생하는 언니 오빠들을 본 지연이 묵념을 하고 연습실로 내려갔다.
이제는 거의 전용 연습실처럼 되어 버린 곳에 도착한 지연과 지한이 인절미랑 모짜를 케이지에서 꺼내줬다.
“자, 도착!”
왕왕!
냐앙
밖으로 나온 아이들이 연습실을 뽈뽈 돌아다녔다.
“너희들 이제는 집에 혼자 있을 수 있지 않아? 이런 데 나오면 안 피곤해?”
“지한이랑 집에 있어도 되는데. 나 금방 연습 끝나고 갈 거야.”
컹!
앩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울음소리에 지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괜찮으면 지한이가 집에서 아이들을 보겠다고 했는데도 저놈들이 현관에서 고집을 부렸다.
두고 간다고 하면 신발 위에 벌러덩 눕고 불편한 소리를 냈다.
두고 가면 삐져서 하루 종일 돌아보지 않았다.
“어휴, 마음대로 해라. 하여튼 고집은 세 가지고. 누가 너희를 그냥 동물이라고 생각하겠어.”
“히히. 인절미랑 모짜는 똑똑해. 우리 말 다 알아듣는 거 같아.”
“그렇지? 그런데 나도 가끔 쟤들 말 알아들을 수 있는 거 같아.”
“어? 누나도?”
“지한이 너도?”
아이들이 서로를 멀뚱히 쳐다봤다.
그러다가 원인이 될 거 같은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붉은 자국.
자신들의 운명을 바꿔 준 만능 치트키.
이 자국을 주면서 만난 꿈속의 목소리는 우리 남매를 보고 절대 떨어지지 말라고 했었다.
“그럼 이 자국이 또?”
“누나 나는 이거 때문인 거 같아.”
“그럼 쟤들이 우리 말 알아듣는 것도 이거 때문인 거야?”
“아마 그렇지 않을까?”
지한이 동글동글한 머리를 기울이며 대답했다.
신체능력이나 지적능력 말고 초능력도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건가?
지연이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벌컥
“지연이 너 데뷔했다고 연습 쉬는 건 아니겠지?”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리고 쉬는 거 아니에요. 잠시 뭐 생각할 게 있어서 그런 거예요.”
“안녕하세요, 기주 선생님!”
왕앙!
연습실에 들어온 기주를 아이들과 동물들이 환영했다.
모짜는 관심도 없는지 연습실 순찰을 끝나고 자신의 지정석인 의자 위에 엎드렸다.
“쟤는 날 쳐다보지도 않네.”
“고양이는 원래 그런 생물이에요.”
“너한테는 완전 개처럼 굴더만.”
“우리한테만 개냥이에요.”
“그건 또 무슨 말이니.”
“개처럼 구는 고양이란 뜻이에요.”
“그러니. 그래. 아무튼 연습하자!”
“넹.”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해야하는 만큼 연습을 게을리할 수 없었다.
이미 회사에서는 지연의 무대를 위해서 지상파 3사와 모두 협의를 끝냈다.
그들로서는 지금 바로 무대에 올릴 수 있다고 하지만, 동생 덕을 보니 마니 하는 소리를 막기 위해 다른 신인가수처럼 데뷔하기로 했다..
가벼운 스트레칭이 끝나고 반주에 맞춰 지연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한과 인절미, 모짜가 반짝이는 눈으로 지켜봤다.
* * *
“와아아! 누나 멋져!”
앙왕!
냐앙
얌전히 앉아있던 녀석들이 지연의 춤과 노래가 끝나자 환호했다.
기주는 데뷔로 마음이 흐트러졌을까 봐 단단히 주의를 주려고 했지만 지연의 연습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누가 누굴 가르치려고 했는지.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저 아이가 어딜 봐서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이란 말인가.
방금 전까지 연습실을 음악방송 무대로 만들어버린 아이가 땀을 닦으며 물을 마셨다.
“지연이 너.”
“?왜 그러세요?”
“이 녀석 왜 이렇게 잘해? 너무 잘했어!”
트레이너 선생님의 호들갑에 지연이 이제 그러려니 하는 얼굴로 기주의 주접을 들어주었다.
“얘들아 우리 힘내자! 회사 이동하면 더 큰 연습실에서 연습할 수 있을 거야.”
“선생님은 봤어요?”
“우리 새 연습실 봤어요?”
“봤지. 우리 내일 이사잖아.”
새 회사 소식에 아이들이 눈을 반짝였다.
“선생님 우리 내일 이사할 때 같이 가도 돼요?”
“우리도 도와드릴게요.”
“네? 선생님.”
아이들의 시선에 기주가 고개를 돌렸다.
업체를 불러서 옮기는 데다가 첫날은 정리한다고 정신이 없을 거다.
그 상황에서 아이들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
‘만약 애들이 다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끝이지.’
분노한 팬들이 아니라 당장 악귀처럼 일그러진 사장님 얼굴부터 봐야 했다.
잠시 아찔함을 느낀 기주가 엄한 얼굴로 말했다.
“너흰 집에 있어 주는 게 도와주는 거야. 모레 와.”
“네에.”
“네에.”
기주의 단호한 얼굴에 아이들이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어트렸다.
“자, 쉬었으면 얼른 다시 한번 연습해 볼까?”
“네!”
“누나 파이팅!”
왕!
먕
* * *
집에서 대본을 살피고 반려동물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낸 사이, 회사는 무사히 이사를 마쳤다.
새로 이사를 가자마자 건물 앞에 팬들이 모여들었지만 경비업체와 새롭게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보안은 걱정 없었다.
역시 사장님이 일 하나는 잘 하신단 말이지.
돈도 많고 일도 잘하고 얼굴도 나쁘지 않은데 왜 애인이 없을까?
너무 일만 해서 그런가?
“사장님 모 해요?”
“모 해요?”
아이들이 사장실에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남매는 사장실에 허락 없이 들어와도 되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이사를 하더라도 서류에 파묻혀 있는 건 매한가지인 주민이 아이들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 너희들 왔어?”
“네. 이제 집에 가려구요.”
“집에 가기 전에 사장님 보러 왔어요.”
“인절미랑 모짜도 데리고 왔구나.”
“새로 온 비서 언니한테도 애들 인사 시켰어요.”
“비서 누나 착해요.”
아이들은 둘 모두 동물들을 챙길 수 없을 때 비서실에 맡기곤 했다.
그래서 새로 온 비서들에게 인절미와 모짜를 데리고 인사를 시켰다.
새로 이사한 회사를 전부 구경한 아이들이 사장실에 들어와 앉았다.
“그런데 사장님 바빠요?”
“많이 바빠요?”
“아니, 안 바빠.”
책상 위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지만 주민은 파일을 덮고 아이들을 상대했다.
“다행이다. 요새 아저씨랑 누나들이 전부 다 바빠서 맨날 우리만 있었는데.”
“다들 엄청 바빠 보였어요.”
“사장님 아직 정리 안 끝났어요?”
“그건 왜 묻는데?”
“정리가 끝나면 아저씨랑 이모들이 조금 편해질 거 같아서요.”
직원들이 바쁜 이유의 60%는 아이들이 차지했지만 그 말을 삼킨 주민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 금방 정리할 거야.”
“그런데 사장님 진짜 안 바쁜 거 맞죠? 우리가 방해하는 거 아니죠?”
“아니야.”
주민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폐를 끼치는 걸로 생각할까 봐 여지도 주지 않았다.
“그럼 보고 있던 건 뭐예요?”
“아아. 그거? 요새 회사로 이적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연예인들이 많아서.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조사하고 있었어.”
“그렇구나. 제가 도와드릴까요?”
“저도요! 저도 도와드릴게요.”
“너희들이?”
“저 잘할 수 있어요.”
지연이 당당하게 대답했다.
‘난 미래에서 왔다 말씀!’
누가 사고 치는지 안 치는지는 내가 더 잘 알 수 있단 말이지.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본다고, 연습생 중에서도 싹이 노란 녀석들을 걸러낸 전적이 있는 지연이 당당하게 어깨를 내밀었다.
“그래? 그러면 한번 볼래?”
아이가 하는 말이지만 주민은 지연의 말을 무시하지 않았다.
예전부터 자신이 하는 말은 꼭 지키는 아이였고, 눈썰미가 좋았으니까.
안 그래도 보고만으로는 조금 답답하긴 했는데 지연의 조언이라면 아무런 걱정 없을 것 같았다.
“자. 여기.”
“그럼 우리 모짜 잘 부탁해요. 모짜야. 잠시 사장님이랑 같이 있어 알았지?”
냐앙
자주 봤다고 익숙해진 주민의 품으로 모짜가 몸을 둥글게 말았다.
지한과 주민이 화기애애하게 오늘 있었던 일로 대화하는 사이 지연은 프로필과 첨언이 적힌 서류들을 읽었다.
얘는 나중에 걸그룹으로 데뷔하는 애잖아?
아, 지한이가 연예계에 한 획을 그으면서 미래가 조금 바뀐 건가?
그럼 얘가 들어간 걸그룹은 못 보는 건가?
아쉽네.
코인 노래방에서 그 걸그룹 노래 자주 들었는데.
어? 이 사람은 이때부터 배우로 활동하고 있었어?
내가 대학생 갈 때쯤 이름 있는 배역으로 나왔었는데.
그 전까지는 무명이었구나.
그때 그 배역 너무 좋았지. 찰떡이었어.
촤락, 촤락
다들 괜찮은 거 같네.
하긴 남 비서 아저씨가 조사해 왔을 텐데, 그 아저씨가 일을 허투루 할 리가 없지.
지연이 웃는 얼굴로 프로필을 넘길 때 한 곳에 시선이 머물렀다.
“이 사람은….”
프로필들 사이에 폭탄이 하나 끼어 있었다.
* * *
왜애애옹!
“아야야야. 모짜 이놈이. 안 돼. 오늘 간식 벌써 다 먹었잖아.”
“사장님 우리 몰래 모짜한테 간식 준 적 있어요? 지금 사장님한테 간식 달라고 이러는 거 같은데.”
“어? 어. 어어. 저번에 비서가 돌보고 있을 때 먹인 적 있지.”
“그래서 그런가보다. 모짜 얘 머리 엄청 좋아요. 아마 사장님이 자주 간식 줘서 그럴걸요?”
냐앙
모짜가 지한의 말이 맞다는 것처럼 울었다.
도도하게 앞발을 핥은 모짜를 보고 주민이 눈싸움을 했다.
“모짜랑 사장님이랑 뭐해요?”
지연이 프로필을 잔뜩 들고 옆에 앉았다.
눈싸움을 끝낼 기색이 없는 둘을 보고 지연이 모짜를 불렀다.
“모짜! 이리와.”
냥
지연의 부름에 모짜가 와서 지연의 무릎 위에 식빵처럼 앉았다.
“하여간 저 얄미운 녀석.”
“이거 끝났어요.”
“그래. 고맙다.”
“그 전에. 손!”
“어, 어?”
주민이 지연의 말에 얼떨결에 손을 내밀었다.
지연이 눈짓을 주자 지한이 밖으로 나가서 비서에게 구급상자를 받아 들고 왔다.
“다치면 약 발라야죠.”
“이 정도는 괜찮아.”
“괜찮긴요. 빨개졌는데. 모짜 발톱 자주 깎아주긴 했는데 그래도 맹수니까 조심해야 해요.”
“맹수? 얘가?”
하아아아악!
주민이 모짜를 가리키며 비웃자, 자신을 욕한다는 것을 안 모짜가 하악질을 했다.
“하여튼 조그만 게 성질도 더러워요. 너 임뫄. 내가 너한테 갖다 바친 간식이 몇 갠데.”
“어허! 모짜 너. 언니가 그렇게 막 다른 사람들한테 함부로 성질부리랬어?”
…앩
“사장님한테 사과해.”
지연의 말이 귀가 축 늘어진 모짜가 눈동자를 굴리더니 주민에게 다가가 머리를 갖다 댔다.
머리를 부비는 모짜를 보고 화가 싹 풀린 주민이 짐짓 엄한 얼굴로 말했다.
“…너 지연이 보고 이번 한 번만 봐주는 거야. 알았어?”
왜옹
한 마리의 고양이와 한 명의 인간이 극적인 합의를 이루었다.
말썽쟁이 형제를 보는 것처럼 둘을 보던 지한과 지연, 인절미는 서로를 보고 빙그레 웃었다.
지연이 주민의 상처를 소독하고 밴드를 붙였다.
“짠! 다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