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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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하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다가왔다.

“의상! 의상은 준비 다 된 거지? 미나씨!”

“준비 다 됐어요!”

30일 날 아침. 팬미팅을 위해서 다들 아침 일찍부터 분주했다.

주민의 누나인 아영 덕분에 그녀가 운영하는 호영호텔의 연회장을 손쉽게 빌릴 수 있었다.

호텔 직원의 도움을 받아 일정을 세세하게 조율한 탑엔터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자. 다들 준비하고 지한이랑 지연이는 스탠바이 됐어?”

“네!”

“좋아. 리허설 한번 해 보자고.”

지한의 팬미팅을 지휘하기 위해서 배우 2실 김혜성 실장이 현장에 나와 있었다.

주민도 시간을 비우고 참석할 예정이었다.

김혜성 실장의 신호에 따라 리허설을 진행하려고 할 때 연회장 문이 열렸다.

무대에 있던 아이들이 들어오는 이를 보고 활짝 웃었다.

“아줌, 이모!”

“이모! 안녕하세요!”

옆구리를 찌르는 누나의 손가락에 지한이 재빠르게 호칭을 바꿨다.

주민의 누나 제시카가 아이들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얘들아. 안녕? 지난 설 때 보고 오랜만이지?”

“네. 이모 잘 지내셨어요?”

“그러엄. 오늘 너희들이 리허설 한다고 해서 이 이모가 직접 보러 왔단다.”

주민의 뒤를 따르는 호텔의 임직원들과 비서들을 본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아이들과 제시카는 아랑곳 않고 대화했다.

인사를 한 지연은 스태프들이 전부 이곳을 주목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저, 이모.”

“아, 참 내 정신 좀 봐. 모두 안녕하세요? 저는 이 호텔 대표를 맡고 있는 공아영이라고 합니다. 다들 저 신경 쓰지 마시고 편하게 있으세요.”

제시카의 말에 다들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입을 떡 벌렸다.

아니 이 호텔 대표가 여기엔 웬일이야?

그리고 왜 지한이랑 지연이가 저 대표랑 친해 보이는 거지?

“우리 무대 하는 거 잘 봐요!”

“잘 보세요.”

“그래. 파이팅!”

아이들에게 응원을 한 아영은 비서가 가져다 준 의자에 앉았다.

“시작해.”

“어. 옙!”

아영의 신호에 음향설비를 맡은 스태프가 반주를 틀었다.

* * *

[배우 오지한 공식 팬클럽 창단]

할리우드 배우 오지한의 공식 팬클럽이 결정된다.

오지한 배우의 소속사인 탑엔터에서는 30일 오후 호영호텔의 연회장을 대관하여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는 개그맨 유주석이 사회를 맡고 헤나가 축하 공연을 그 외에도 팬클럽 이름짓기, QnA 등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다들 무슨 일이 있어도 무사히 행사를 끝낸다. 알고 있겠지?”

“네! 사장님.”

“그래. 지한이 팬클럽 창단식이 끝나는 즉시 2분기에 들어갈 작품 알아보고. 지연이 음악방송 준비하고. 2실장 문제없겠지?”

주민의 말에 새로 가수 2실을 맡게 된 윤승민 실장이 기합이 들어간 채로 대답했다.

“차질 없이 준비 중입니다.”

“좋아. 30일 지나면 바로 회사 이삿날이니까 다들 준비해.”

“알겠습니다!”

팬미팅 한 시간 전에 도착한 주민은 재빠르게 현장을 살폈다.

이미 리허설은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말을 들었다.

“사장님. 호영호텔 대표님께서 왔다 가셨다고 합니다.”

“누나한테 전화를 해야겠네.”

“이따가 뒤풀이 때 불러달라고 하십니다.”

“칫.”

호시탐탐 남매들을 노리는 누나가 참석하다니.

오늘은 애들 옆에 꼭 붙어 있어야겠어.

준비가 끝난 연회장으로 팬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깨끗하고 넓은 홀에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패를 찾아간 팬들은 수줍은 듯 대화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love한이입니다.”

“앗! 정말 love한이세요? 저는 오씨남매012입니다.”

“세상에. 여기서 이렇게 유명한 분을 만나게 될 줄이야.”

“아니에요. 제가 더 영광입니다.”

카페에서 활동하는 네임드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한이라는 구심점으로 모인 회원들은 오랜 기다림에도 지치지 않고 화기애애하게 수다를 떨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어머, 어머. 시작하나 봐요.”

무대 위로 올라온 사회자를 보고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던 회원들이 모두 무대를 바라봤다.

[저는 오늘 사회를 맡은 유주석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나 저 사람 알아.”

“요즘 티비에 자주 나오는 개그맨이잖아.”

가까이서 보는 유명인에 팬들이 작게 소곤거리며 사회자를 주시했다.

[오래 기다리셨죠? 지금 바로 만나보겠습니다. 나와주세요!]

“안녕하세요!”

지한이 수줍게 웃으면서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꺄아아아아아악!”

“지한아 안녀어엉!”

“오랜만이야!”

“지한아 누나라고 해줘!”

고막이 터질 것 같은 함성이 이어졌다.

연회장을 찾은 팬들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지한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환한 조명 아래 나타난 지한이는 귀엽고, 멋지고, 사랑스러웠다.

지난 1년 동안 지한이가 휴식기를 가지면서 지한이의 사진과 작품을 가지고 덕질했던 팬들은 가뭄에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오지한 군. 정말 오랜만이죠?]

“네. 진짜 오랜만인 거 같아요.”

[많은 팬들이 궁금하셨을 거 같은데. 그동안 뭐 하고 지내셨어요?]

“저는 인절미랑 같이 산책도 하구요. 누나랑 같이 그림도 그리고, 연기연습도 하고, 계곡도 가고, 스키장도 가고, 온천도 가고, 산도 가고.”

[네네네. 다 듣다가는 오늘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전부 다 사라질 거 같네요. 그러니까 우리 지한군은 잘 놀고, 잘 쉬고, 잘 지냈단 말이죠?]

“네 맞아요!”

유주석이 적절히 시간을 조절하며 대화를 이끌었다.

팬들은 지한이 잘 지냈다는 소식에 모두 가슴을 쓸며 기뻐했다.

“지한이 귀여워.”

“어떡해. 심장이 너무 떨려.”

[자! 그런데 지한군이 팬분들을 위해 준비한 게 있다면서요?]

“맞아요! 사실 누나랑 같이 준비하는 건데요. 이번에 우리 누나 데뷔하거든요. 히힛.”

웅성웅성

“지연이가?”

“뭐야? 나 지금 기대해도 되는 거야?”

“지연이 데뷔무대라니.”

“여기서 데뷔해도 괜찮은 거야?”

폭탄발언에 팬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걱정 어린 말을 뱉었다.

어, 어어?

와아아아악!

무대 옆에서 지연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지연아악!!”

“꺄악! 어떡해!”

“지연이랑 지한이야.”

“세상에 나 행복해서 죽을 거 같아.”

지한이 누나에게 손짓하자 지연이 쪼르르 다가갔다.

무대의상을 입어 요정 같은 아이를 본 팬들이 저마다 앓는 소리를 했다.

사회를 맞은 유주석이 팬들의 마음을 대변하듯이 물었다.

[세상에. 오지연 양 맞죠?]

“네. 맞아요.”

[제가 이렇게 유명한 분을 다 보게 되다니. 악수 한 번 해도 되겠습니까?]

“넵! 제가 오히려 더 영광입니다. 선배님.”

[선배요? 제가요?]

주석이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팬들의 질투 어린 시선이 유주석에게 향했다.

“저보다 먼저 데뷔하셨으니까 선배님이죠.”

“어? 그러면 저한테도 선배님인 거네요.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이쿠!]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아이들을 보고 주석도 넙죽 허리를 숙였다.

미래에 국민MC라고 불리는 3대 느님을 사회자로 부를 수 있다니.

역시 사장님은 대단하구나.

“어. 그런데 우리 열심히 준비한 거 있는데 지금 해도 돼요?”

[준비요? 그럼요! 되죠! 되고 말고요.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

“맞아요!”

“보여줘, 얘들아!”

[쉿.]

“합.”

“쉬이이.”

“왜 다들 조용히 해요? 우리 노래할 건데.”

“다 같이 해요! 우리 누나 노래 엄청 잘해요. 모두 신나게 놀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오래 기다렸잖아요.”

“맞아요. 즐겁게 놀아요. 우리 앞으로 자주 만나요.”

지연의 발언에 팬들이 두 손을 꽉 쥐고 터질 것 같은 심장이 튀어나오지 않게 입술을 앙 물었다.

말 못 하는 팬들을 대신해 주석이 물었다.

[진짜요?]

“네. 진짜요.”

[진짜의 진짜요?]

“진짜의 진짜요.”

[아니 이거 이래도 되는 겁니까? 매니저분 어디 계세요? 우리가 확답을 들어야 할 거 같은데요.]

무대 옆에서 영훈이 튀어나와 머리 위로 원을 그려보였다.

소속사 관계자의 허락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여러분 소리 질러!]

와아아아아아아아악!

지한의 팬들은 대체로 누나인 지연도 좋아했다.

그렇게 지연의 데뷔를 바랐는데 결국 이날이 오고 말았다.

지연이가 데뷔한다니!

우리 애들이 같이 활동을 한다니!

“감사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세상에. 엄마 아빠 사랑해요.”

“지연아! 지한아! 사랑해!”

[자, 그럼 지금 바로 보시죠.]

주석이 무대 옆으로 사라졌다.

댄서들이 무대 위로 올라오자 아이들이 자리를 잡았다.

♬♪♬

♬어느 날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어.

저기 저 빛난 달이

날 비추고.

아무도 곁에 없던

내 곁엔

항상 네가 날 비추고 있었지♬

서정적인 도입부에 모두가 입을 틀어막았다.

참아, 내 자신.

지금은 얌전히 감상해.

좋아하는 건 다 듣고 나서 해도 안 늦어.

♬날아올라

지금 이 순간

자유롭게

진정한 내가 될 거야.

Be a STAR

저 하늘

Polaris

가장 빛나는

나를 봐

지금 저

하늘 끝

높이 뜬

Polaris!

네 앞에 서 있을게-!♬

지연의 고음이 시원하게 터졌다.

그리고 팬들의 팬심도 시원하게 터졌다!

음악방송 1위 아이돌 못지않은 무대에 모두 입을 틀어막고 손을 붕붕 흔들었다.

응원봉을 쥐고 있었으면 팬들의 심장만큼 빠르게 뛰는 응원봉에 눈이 어지러웠을 것이다.

간주 부분에 지연이와 지한이가 등을 맞대고 섰다.

좌우대칭이 되는 안무의 시작에 모두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아아아악!”

“너무 잘해!”

“너무 멋져!”

“사랑해 얘들아!!!”

* * *

지연의 앨범의 타이틀곡과 발라드, 댄스곡을 번갈아 연창했다.

이어진 무대에 호흡이 거칠어진 아이들을 위해서 며칠 전부터 이어진 팬클럽 이름 투표 현황이 공개되었다.

유주석의 입담에 팬들이 즐겁게 웃고 있을 때 무대 뒤에서는 스태프들이 다가와 땀을 닦고 메이크업을 수정하고 갈아입을 의상을 건네줬다.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금세 다시 화사해진 아이들이 물을 마시면서 호흡을 골랐다.

“후우. 힘들었다.”

“그래도. 좋지?”

“응! 또 하고 싶어!”

“다음에 또 하자고 할까?”

지연의 말에 옆에서 땀을 식혀주던 스태프들이 기겁했다.

아니 얘들아!

잠시만!

“계속하고 싶어.”

“얘들아, 이거 준비하려면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아. 지연이 너도 또 같은 곡을 부를 수 없잖아?”

“그렇지?”

“그럼 누나 앨범 또 내야겠네.”

“낼까?”

“지연아, 곧 축하공연도 끝나. 지한아. 팬클럽 이름 나왔대.”

“우와, 뭐야?”

“오빠 뭐야? 뭔데에?”

아이들의 주의를 완전하게 돌린 영훈을 보고 직원들이 모두 엄지를 들어 영훈에게 보여줬다.

너무 좋지만 우리도 조금 숨을 돌릴 틈이 있어야 하지 않겠니?

[네에. 헤라의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대화를 더 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다음 스케줄이 있으셔서 어쩔 수가 없네요.]

“저희도 아쉬워요. 여러분 우리 지한이랑 지연이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려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즐겁게 놀다 가세요.”

예전에 아이들의 도움을 받았던 헤라가 손을 흔들며 무대에서 사라졌다.

그녀들과 스치면서 다시 무대로 올라간 아이들을 모두 박수로 맞이했다.

[여러분 우리 애들이 돌아왔습니다!]

와아아아!

다른 가수의 공연과 팬클럽 작명대회도 좋았지만 역시 아이들을 보는 게 더 좋은 팬들이 목이 나가라 함성을 지르며 아이들을 반겼다.

* * *

[성황리에 끝난 할리우드 스타 오지한의 팬미팅]

[사랑해요, 우리 플래닛]

[당신은 나의 태양. 배우 오지한의 팬클럽 이름은 ‘플래닛’]

[오지한 팬클럽 창단식에 나타난 가수 헤라 ‘우리 애들 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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